포럼 개요 제목: 건축 재료 탐구: 기후 위기와 건축적 대응일시 및 장소: 2023년 11월 23일 오후 7:30~9: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온/오프라인)발표: 최혜정(국민대학교), 윤정원(서울시립대학교) 정림학생건축상 2024 사전포럼 – 건축 재료 탐구: 기후 위기와 건축적 대응 – 윤정원(서울시립대학교) 타임코드 00:00~07:37 광주폴리5와 ‘건축생산’ 파트 소개07:38~09:12 광주폴리5 중 ‘이코한옥’ 개요09:13~20:54 지역 자원, 재료, 기술 조사 연구 20:55~28:30 프로젝트 진행 과정28:36~38:37 현장 워크숍 스크립트 광주폴리5 – Circular Production (00:00~02:06) 안녕하세요, 서울시립대학교의 윤정원입니다. 저는 지금 제5차 광주폴리의 건축생산 큐레이터를 맡고 있습니다. 주로 두 해외 건축가 그룹의 폴리에 자원을 투입하거나 국내에서 (자재를) 생산하는 일들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광주폴리를 처음에 시작하게 된 계기는 (최혜정 교수님 발표와도 관련이 있는데) 해외에서는 바이오 재료나 폐기물로 건축 자재를 개발했을 때, 단순히 자재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한 건축 모델을 구축해 하나의 도감처럼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이왕이면 각각의 폴리가 여러 가지 재료를 포용해서 하나의 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는 도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재료 리서치가 아니라, 자원 채취부터 건물 적용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폐기 단계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그것은 폴리 이후의 단계니까 (이번에는) 포함하지 못 하더라도, 실제 건물 생산의 과정과 거기에 관여하는 여러 주체, 장소의 이야기까지 다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02:07~03:17) 참고 사례로 두 가지 정도를 봤습니다. 스위스나 독일에서는 기본적으로 재료나 기술, 디지털 기술을 개발했을 때 그것이 실제로 건축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건물 유형의 테스트 베드 실험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 보여드리는 UMAR라는 프로젝트(02:37) 역시 각종 재활용 재료로 이루어진 건축 자재들을 실제 건물에 적용합니다. 그 이후 그 건물을 몇 년간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는 프로젝트로 지었어요. 지금은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고요. (이 프로젝트에 쓰인 재료는) 단순히 산업 폐기물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 환경이나 실제 건축물에서 나오는 폐기물들을 마이닝(mining, 채굴)해서 다시 건축 자재로 씁니다. 이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이슈를 그 도서관 안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03:18~04:11) 제가 네덜란드에 있을 때, 서울에서 (건축가들이) 업사이클링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고, 제가 네덜란드 현지 리서치를 대행했었습니다. 그 당시에 Superuse Studios에서 Villa Welpeloo라는 프로젝트(03:40)를 진행했습니다. 주변 사이트 반경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활용 자재를 해체하거나 적용해서 건물의 외피와 구조에 적용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여기서 건축가들이 직접 그 지도를 만들고, 재료들을 발품 팔면서 찾아다니고 수거해와서 시스템화까지 했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04:12~05:37) 2021년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에서 바이오베이스드 머티리얼(Bio-based Materials)을 활용했던 사례(04:20)를 보여줬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런 식으로 (사례를) 보여주는 게 굉장히 활성화 되어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우연치 않게 적용된 것 중 해조류 플라스터나 흙 카스터 같은 경우에는 잠시 후 소개해드릴, 폴리 참여 건축가가 실제로 만들었던 재료입니다. 2012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행사 Floriade Pavilion 2012에서 너트쉘(Nutshell)이나 목재(Salvaged Timber)를 재활용해 만들어진 파빌리온이 이미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05:02) 그리고 2017년 더치 디자인 위크에서 People’s Pavilion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수거한 플라스틱으로 타일을 만들어서 건물 외피로 사용했습니다. 그 다음 이 건물들을 다시 해체해 다른 건축 현장에 쓸 수 있도록 전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우측 하단에 있는 사진은) 실제로 건물이 다 사용되고 난 후 각 부품별, 재료별로 해체되어 (건축 현장으로) 가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05:38~06:43) 이런 사례들을 보면, 결국 폴리를 구성하는 재료를 선택할 때, 기존에 사용해온 재료의 분류도 중요하겠지만, 폐기물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하나 추가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에너지나 재활용의 문제를 떠나서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 그 지역에서 채취 가능한지 혹은 지역의 기술을 활용해서 사회적인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와 같은 다양한 이슈들을 설명하고 고려해야 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단열이나 건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에 통합해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06:44~07:37) 예를 들자면 해초 같은 경우, 우리나라만 해도 침입성 해조류가 문제가 많이 되고, 캐리비안해나 북유럽 같은 해외도 마찬가지로 그런 이슈들이 환경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런 식물(해초)을 만약 건축 자재로 사용한다면 그것을 개발하는 사람들이나 장소에 대한 문제가 있고요. 결국 건물에 적용될 때에는 재료의 한계나 한계를 극복해 내는 성능에 따라서 실내에 사용할 수 있을지, 성능은 어떻게 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해요). 그리고 시공하는 방식도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와 같은 부분까지도 계획에 포함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07:38~09:12) 광주폴리는 아직 한창 진행 중인,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여서 지금까지 (진행된) 이야기만 우선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여러 폴리 중에) ‘이코한옥’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참여 작가 혹은 건축가는 총 3개 국가의 3개 회사입니다. 프랑스의 Atelier LUMA는 기본적으로 재료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벨기에에 있는 BC는, BC Material, BC Architects, BC Construction, 즉 재료, 건축, 시공 3개 분야를 각각 다른 회사로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는 통합적인 회사입니다. Assemble은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영국에 있는 건축 회사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맡은 업무 자체도 (각자의 분야에 따라 분배했습니다). 이번에 (기존과는) 조금 다르게 한옥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건물의 전체적인 컨셉이나 디자인 방향은 Assemble에서 주로 리드하고, 새로운 해조류를 이용한 건물 자재 개발이나 테스트는 주로 Atelier LUMA가 하고요. 그 사이에서 기술적인 해결 혹은 구조 성능이 필요한 구조체의 개발은 BC Architects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09:13~10:34) 그런데 이 세 개 회사가 한국에 한번도 온 적 없는 상태로 지역 자원을 활용해 폴리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당장 (한국에) 올 수 있는 일정을 잡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재료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는 결국 저희가 리서치해서 제공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LEED)를 보면, 거리에 따라서 지역의 범위를 두게 되는데요. 그 당시 광주를 중심으로 대략 50km, 1시간 거리 이내로 기준을 잡았을 때, 그 거리 안에 있는 지역이나 (범위를 조금 넓혀서) 전라남도에 있는 재료를 우선 살펴봤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문제는, 공예 기술이나 재료는 전라남도에 풍부했어요. 그런데 제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 주로 충청도에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이 앞으로 물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측됐습니다. (10:35~11:44) 그리고 각 재료를 분류했습니다. 천연소재, 천연섬유 등의 원산지, 분류 방식, 지표를 마련했습니다. 그 다음 재료를 응용할 수 있는 시스템, 응용 방법을 사전에 정리해서 (폴리 작가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요즈음 얘기가 많이 나오는 침입성 식물종(에 대해서도 정리를 했습니다). 매해 여름이 되면 각 지자체가 인력을 동원해서 침입성 식물종을 수거해 폐기하고 있는데, 이미 섬유산업분야에서는 그것을 염료로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류표에 들어간 재료도 건축 분야에서 나오기보다는 공예와 같은 다른 산업에서 현재 활용되고 있는 재료를 많이 제시했습니다. (11:45~13:51) 그리고 각 재료가 어떤 시스템으로, 어느 부분에 사용되는지와 더불어 기술, 원산지, 협력할 수 있는 제조업체와 기관, 그리고 필요한 가공 방법까지 대략적으로 정리했습니다. 하단 이미지는 황토 다짐벽입니다. 황토는 목포대 황혜주 교수님이 황토건축학교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시면서 마을도 조성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BC Architects 자체도 (지금 보여드린 이미지처럼) 유럽에서 황토 다짐벽(Rammed Earth Wall)을 굉장히 잘 사용하는 건축가고, 직접 시공하는 회사입니다. 목포에서 봤던 또 다른 황토의 쓰임은 다짐벽 이외에도 거푸집 형태로 사용하는 그런 방식들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목포대에서 소개받았던 ‘클라이맥스’라는 회사가 제천과 무안에 공장을 갖고 있습니다. 두 군데에 공장을 둔 이유는 지역별로 나오는 흙의 성분들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안 공장은 주로 플라스터에 들어가는 흙을 담당하고 플라스터들을 생산합니다. 제천 공장은 벽돌과 블록 같은 건축용 자재를 생산합니다. 대표님과 면담을 했을 때, 이 회사가 황토에 볏짚을 섞어 블록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볏짚을 다른 섬유로 대체 사용한 연구를 많이 했고, 특허도 갖고 있었습니다. 황토 유리 타일 (13:52~14:32) (우측 상단의) 이미지는 클라이맥스에서 재활용 폐유리를 황토 벽돌에 넣어서 만든 타일입니다. 제천에 있는 한 카페에 적용됐었습니다. 이런 사례처럼 재활용된 다른 재료와 (황토를) 혼합해 새로운 재료를 만드는 실험도 했습니다. 앞서 얘기한 플라스틱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우리가 한 가지 재료를 활용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바이오 재료나 폐기물을 혼합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재료 개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황토 단열 벽돌 (14:33~15:05) 실제로 왕겨나 짚(을 황토와 혼합하여 사용합니다). 왕겨는 특히 숯으로도 만들어서 혼화 재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Claytec이라는 회사가 갈대와 혼합한 흙 점토나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독일은 황토 혹은 흙 건축에 대한 구조 기준이나 국가 기준 자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구조에 사용할 수 있는 단계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황토 미장 (15:06~15:47) 미장은 국내에서도 많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플라스터 미장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사용합니다. 해외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피터 줌터가 설계한 건물에도 클레이텍 플라스터가 적용되었습니다. 색상은 흙의 종류, 안료에 따라서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서 일반적인 라임 플라스터에 버금가는 다양한 외장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굴패각 지오크리트 (15:48~17:22) 그다음에 제시한 재료는 굴패각입니다. 《건축, 에너지 다시보기》 전시에서 짧은 기간 동안 굴패각을 재활용해서 타일과 블록을 만드는 연구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 굴패각에 슬래그(Slag) 혹은 플라이애쉬(Fly Ash)를 혼합해서 강도를 내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학계에서는 이것을 지오크리트(Geocrete)라는 명칭으로 부릅니다. 굴패각에 대한 관심은 이전에 통영 지역을 중심으로 저희 학교에 계신 몇 분들과 함께 굴패각이라는 재료를 건축이나 공예 재료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지역 장인과 함께 연구해보자고 제안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안 됐었습니다. 그래서 그중에서 한 가지 방법에 착안해서 개인 과제를 했습니다. 굴패각을 어디서 구해야 될지, 굴패각으로 골재를 만드려면 어떻게 산업에서 주문해야 할지를 리서치했습니다. 굴패각 콘크리트 (17:23~17:49) 굴패각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전남에 있는 광양제철에서 나오는 슬래그가 실제로 콘크리트 대체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수도 파워플랜트가 있어서 플라이애쉬가 이제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전남에 (굴패각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는)가능성이 있습니다. 칡 보드 (17:50~19:39) 더 이상 진행되지 않지만, 내부 큐레이터끼리 많이 얘기했던 재료는 칡입니다. 칡즙은 건강에 굉장히 좋지만, 칡즙을 짜고 나면 폐기물이 어마어마하게 나옵니다. 대부분은 거름으로 사용하고, 칡즙을 짜는 업체에서 (칡 폐기물을) 무료로 배포합니다. 그런데 위생 문제로 공장 내부는 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한편, 칡 덩굴이 자랄 때, 주변에 다른 식물들을 못 자라게 합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굉장한 문제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칡 섬유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국가 R&D 사업도 있었습니다. 조사해보니 칡을 전통건축이나 문화에 사용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갈포’라고 삼베처럼 칡섬유를 이용해서 만든 섬유가 있었는데, 일본은 아직도 생산을 하는 데가 있습니다. 그리고 1960-70년대에 국내에서 칡 섬유를 활용한 갈포벽지를 만드는 회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다만 동남아에서 OEM으로 만들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우측 하단 사진) 해외에서도 칡을 활용해서 화분을 만들거나 압착해서 패널로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괭생이모자반 보드 / 벽돌 (19:40~20:31) 앞서 침입성 해조류를 언급했는데, (침입성 해조류 중) 제주와 전남 일대에 중국에서 몰려와서 문제가 된 괭생이모자반이 있습니다. 이게 카리브해에서도 문제여서 괭생이모자반을 활용하는 보드나 패널(을 제작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 괭생이모자반과 황토를 섞어 벽돌을 만드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 벽돌은 유네스코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건설 사업에 활용하도록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저희와 지속적으로 협력한 클라이맥스에서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왕겨 (20:32~20:54) 왕겨도 회 성분이 있어서 결국에는 이런 벽돌로 많이 개발되고 있고, 보드나 단열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REGIONAL MATERIALS & WASTES (20:55~22:03) 그래서 이런 가능성을 폴리 작가들에게 제시했었습니다. 세 개 회사의 디자이너들과 2023년 2월에 2박 3일 동안 지역 투어를 같이 다녔습니다. 전남 장성부터 완도, 각종 양식장까지 다녔습니다. 어떤 부분들이 폐기되는지, 무엇이 환경에 문제인지, 건축에 무엇이 활용될 수 있는지 또 자재로 만든다면 어떤 부분들이 가능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그 다음에 이 인터뷰에서 중요하게 다룬 이야기는 자연재이기 때문에 재료를 채취하는 기간이 딱 정해져 있다는겁니다. 그러면 자연재를 채취해서 사용하고 남은 폐기물을 갖고 오려면 채취 기간을 맞춰야 하는데,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오기 전에 어떤 재료로 만들지 확정해야 자연재를 가져올 수 있으니 그런 논의들을 바탕으로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공예 기술은 현장에 방문해서 어느 정도 숙지했죠. RE-MATERIALS (22:04~23:20) 지역 투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결정한 것은 (다시마와 미역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다시마와 미역을 주로 4월에 채취하는데, 대량으로 채취한 후 잎과 사용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바로 태워버리는 시스템입니다. 그 때 버려지는 것을 수거하고 건조시켜서 보관하자고 결정했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갈파래’라는, 식용에 쓰지 않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해조류도 지역민을 설득하면서 채취했었습니다. 심지어 다시마도 완도 쪽에 직접 양식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리니까 ‘작업하기도 바쁜데 언제 이걸 하느냐’ 하는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여러 가지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진행했었죠. 그 후에 (이렇게 만든 것을) 직접 가져가서 유럽에서 R&D를 했습니다. RE-PROCESS (23:21~24:40) 투어하는 동안, 발견했던 여러 가지 식물이나 폐기물이 있었습니다. 가장 좌측에 보이는 이미지는 파래 종류인데, 이것도 양식장에 가면 필요 없는 부분이라 많이 버리시더라고요. 그것들을 저희가 직접 가져와서 물로 다 또 빨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좌측에서 두 번째 이미지는 (밀인데) 전남과 광주 일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밀 생산지예요. 세 번째 이미지도 밀대인데, 밀을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있어서 밀 폐기물을 저희가 받았었습니다. 밀대도 다 가져와서 썩은 것들도 직접 분류를 해봤습니다. 그래서 샘플로 (밀 폐기물을) 받았었는데, 프로젝트 일정상 6월까지 사용량을 결정해야 하는데 기한 내에 결정이 안 나서 활용 가능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재료는 쓰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우측 이미지의) 칡은 제가 혼자서 압착해보고 (실험해봤는데) 관심이 없더라고요. 미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 RE-NOVATION : RE-HOUSE (24:41~25:19) 사이트는 광주 원도심에 있는 빈집으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재료의 활용이나 재사용을 얘기하는데, 사이트 자체도 적절하게 결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한옥이 빈집이어서 주변 마을에 불쾌감과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 이 한옥을 매입해서 바꾸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고, 협약을 통해 폴리의 사이트로 선정했습니다. ON-SITE MINING (25:20~26:40) Assemble의 도면을 보면, 원도심의 집이 대부분 그렇듯이 건축한계선 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건축선 밖으로는 건물을 지을 수 없으니까, 워크숍을 위한 공간을 획득하는 동시에 원래 있던 건물로부터 재료를 마이닝하자는 취지로 문간채를 철거했습니다. 철거 일정이 굉장히 바빴는데도 불구하고 철거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배려해주셨습니다. 시멘트 기와를 한장 한장 다 분류해주시고, 기와 밑에 있는 황토도 다 걷어서 포대에 담아주셨습니다. 심지어 폴리 감독님도 나무를 운반했어요. 이렇게 많은 노력이 있어야 마이닝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REFURBISHMENT (26:41~27:17) 새로 덧붙여지는 부분은 재료를 개발해서 (만드는 계획입니다). 크게는 지붕을 새로 하고, 부엌부터 화장실로 연결되는 부분은 덧대어 증축합니다. 또 담을 새로 만들자는 계획입니다. 인테리어는 어떤 재료로 만들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목구조는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STRATEGY (27:18~28:30) 재료에 있어서, 세 회사가 공통적으로 시멘트와 콘크리트, 플라스틱은 쓰지 않는다고 거의 합의가 됐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흙이나 자연재, 폐기물을 활용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지붕은 흙기와(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전통기술을 적용한 거죠. 그리고 태비 콘크리트(Tabby Concrete)는 영국에서 오래전부터 쓰던 기술인데, 이 태비 콘크리트의 콘크리트 부분을 석회(lime)로 하자는 방향이었습니다. 석회도 석회석을 쓰는 게 아니라 석회석의 성분이 있는 패갑류를 활용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페인트나 플라스터도 패갑류의 석회나 자연에서 나는 색상을 사용하고 단열은 볏짚을 사용하기로 큰 기준을 잡았습니다. STRATEGY (28:36~29:25) (지금 보여드리는 영상은) 11월에 조선대와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광주에) 내려가서 폴리 팀과 함께 워크숍을 했던 광경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시멘트 기와를 열심히 빻아서 콘크리트 벤치의 골재로 사용했습니다. 뒷쪽에서도 골재 크기를 세심하게 조정해야 해서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야 했습니다. 여기에 참여했던 학생이 그 다음날 손이 떨린다고 할 정도로 많은 노고와 노동이 들어가는 작업이었습니다. RESOURCE COLLECTION & MANUFACTURING (29:26~32:22) 근데 이 워크숍을 설명해드리기 전에, 저희가 앞서서 2월에 제시했던 지도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연구를 통해서 다시 정리를 했어요. 그래서 (활용 재료는) 크게 패각류에 기반한 석회 성분, 그리고 흙, 해조류를 기반으로 합니다. 제조는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전남에서 거의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벽돌은 제천, 패널은 진천, 기와는 고령(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제조하고 일부는 유럽으로 가서 테스트를 해야 해서 거리상으로는 사실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건축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첫 시도로서 과정을 구축하는데에 의의를 둬야 할 것 같아요. 심지어 ‘스피루리나’라는 해조류는 제주도에서 온 재료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리지 않았던 재료 중에 추가가 된 것은 전복패각입니다. 제가 몇 년 전 (굴패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 협업을 하셨던 분이 개인적인 노력으로 굉장히 저렴한 금액의 (굴패각을 이용한) 분말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런데 그때 너무 힘드셨던 거예요. 그래서 가격이 많이 올랐고 다시 못 하겠다고 해서 대신해 줄 수 있는 업체를 알아봤습니다. 근데 그 비용이 원래 상당히 높을 수 밖에 없는 거였더라고요. 그 배경을 봤더니 굴패각의 조직 자체가 유기물도 많이 껴있고 층위로 이루어져서 순수한 석회 성분을 빼내거나 갈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수분함량도 높아서 일반 볼밀(Ball Mill)시설에서는 떡처럼 굳어지기 때문에 공정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수취율을 보면, 굴패각에서 나올 수 있는 탄산칼슘이 대략 25~50% 정도 밖에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조사를 한 끝에 새로운 재료로 꼬막을 찾게 됐습니다. 꼬막 공장이 여수나 보성과 같은 전남에 원산지들이 많습니다. 꼬막은 굴과 달리 유기물의 비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꼬막을 탄산 칼슘으로 만들면 거의 80~100%에 가까운 수취율을 얻을 수 있어서 가격이 굴보다 50% 이하로 낮아졌습니다. 저희가 투어 기간 동안 다른 지역의 공장들을 찾아가서 여러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PARTICIPACTORY WORKSHOP (32:22~33:45) 학생 워크숍은 참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현대 건축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회’라고 불렀던 생석회에 수화반응을 일으켜서 콘크리트 대신에 사용해 램드 벤치(Rammed bench)를 만들었습니다. 이미지에서 크게 보이는 부분들이 굴패각을 디자이너가 의도적으로 배치해서 모양을 낸 것입니다. 학생들은 황토를 빻아서 페인트를 만들기 위한 안료로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안료 색깔을 내는 건 다 폐기물 혹은 자연재입니다. 기본적으로 해조류, 흙, 왕겨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두 번째 날에는 플라스터에 안료를 섞어서 페인트를 직접 했습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것이 예시인데, 실제로 플라스터 성분이 있어서 미장칼이나 브러시를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다양한 효과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워크숍 사전제작 (33:46~35:48) 워크숍 기간에 프로토타이핑을 하기 위해서 공장에 갔습니다. 기계 사용은 제조업체에서 굉장한 배려를 해주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하루 동안의 인력과 생산을 올스톱해서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에 굉장한 협력과 투자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블록(Seashell lime brick)을 만들 때에도 재활용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었고, 오늘이 딱 2주가 지나서 내일 공장에 가서 확인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것은(Seaweed(kelp) panel) 다시마를 기본 바인더 재료로 합니다. 다시마가 물과 섞이면 알긴산이라는 접착제 같은 성분에 의해서 끈적끈적해지기 때문에 압착하면 패널처럼 단단해질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알긴산를 응용해 히트프레스(heat press)를 사용해서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좌측의 이미지가 다시마만 들어간 것이고 거기에 굴패각 골재나 전복 분말을 어떻게 배합하는지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의(Seaweed(kelp) panel) 가장 큰 문제는 공기 중에 두었을 때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입니다. 그래서 옻칠 테스트를 한 게 가장 우측이고요. 유럽에서 만든 것은 대략 지름 14cm 정도 였는데 공장에서 좀 더 큰 사이즈로 생산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30 x 40cm로 생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루 동안 3개의 샘플을 만들었는데, 좌측 이미지가 다시마만 들어간 것이고 전복 패각이 들어갔을 때 이렇게(우측이미지처럼) 나오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와에 경우, 기와에 사용하는 유약의 성분을 다른 재료로 대체하고자 했습니다. 국내에서 기와에 사용하는 흙을 유럽에 가져가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런데 유럽과 우리나라의 흙 성분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었어요. 유럽은 세라믹, 즉 다시 말해 자기를 1200도 이상에서 굽는 기술과 지식으로 유약에 접근하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점토기와는 1050도, 저온에서 굽는 점토기와입니다. 그래서 1250도에서 녹는 유약을 적용하면 기와가 타거나 변형되면서 못 쓰게 됐습니다. 그런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공장에 방문해서 연구원들과 면담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쓰는 유약 성분에는 저화도에서 사용 가능한 석회석이 들어갑니다. 석회석을 굴패각이나 전복패각으로 대체를 했을 때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실험하고 있습니다. CIRCULAR PRODUCTION = PEOPLE (37:22~38:15) 결론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결국 순환의 생산은 단순히 재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철거 현장부터 혹은 재료의 채취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지어질 때까지 제작, 테스트, 디자인, 거푸집의 형태를 만들어 주시는 것조차도 사실은 다 사람이 직접 만들어서 진행해야 했습니다. 또 일정 안에 직접 원료를 보내주시는 각 지역의 대표님을 비롯해 굉장히 사람에 대한 문제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관계들을 확장하고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38:16~38:37) 마지막으로 이 사진은 한옥 기초의 사진입니다. 결국에 이 기초도 앞으로 라임(lime)을 비롯한 다른 것들도 교체가 될 텐데요. 이런 과정들은 내년 5월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립트 정리 심하늘
포럼 개요 제목: 건축 재료 탐구: 기후 위기와 건축적 대응일시 및 장소: 2023년 11월 23일 오후 7:30~9: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온/오프라인)발표: 최혜정(국민대학교), 윤정원(서울시립대학교) 정림학생건축상 2024 사전포럼 – 건축 재료 탐구: 기후 위기와 건축적 대응 – 최혜정(국민대학교) 타임코드 00:00~11:25 건축재료와 생산 시스템: 플라스틱을 중심으로11:25~15:31 《기후미술관》15:32~29:52 파주 건축문화제 《건축, 에너지 다시보기》 스크립트 건축재료와 생산 시스템 (00:00~01:40) 반갑습니다. 최혜정입니다. 오늘 발표 대부분의 내용은 연구 주제와 관련이 돼 있기도 하지만, 같은 주제로 전시기획도 했기 때문에 연구 주제가 어떤 식으로 전시기획에 녹아들었는지도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제가 어떻게 이 주제에 관심 갖게 됐는지 돌이켜보면, 2014년에 광주아시아문화전당에서 ‘건축 요소와 체계’라는 주제로 개관전을 준비한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 201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이미 ‘요소’라는 주제로 실물모형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주 짧은 기간이 주어졌지만, 연구 아카이브를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프로젝트가 물질과 재료에 대한 관심사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2014 ACC 아카이브 컬렉션에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선별해서 가져온 것, DDP 파사드 모형을 비롯해 자체 제작한 것, 그리고 1년 간의 워크숍 결과물로 만든 파빌리온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실물 스케일로 제작하고 그것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역사적, 담론적 자료를 정리해 전자자료로 남기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국 재료는 눈앞에 보이지만, 그 재료를 만드는 연결망, 사고 과정 같은 (보이지 않는) 것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Plastics in House (01:42~03:19) 이런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가장 최근에 발전된 플라스틱이라는 재료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건축 외피에 막으로 들어가는 것들 중, 특히 단열이나 방수를 담당하는 플라스틱 재료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주시하게 됐고요. 외장재도 그렇지만, 집의 내부 공간을 쭉 훑었을 때 보이는 플라스틱이 사실 한 종류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플라스틱이 건축물에 스며드는 방식은 사실 눈에 잘 안 보입니다. 예를 들어, 돌과 돌 틈 사이를 메운다거나, 실란트(sealant)의 역할을 한다거나, 목분이나 톱밥을 뭉쳐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거나, 철근의 무게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 탄소 섬유를 넣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왼쪽 이미지를 보시면(02:46), 미국의 다우(DOW)라는 화학회사의 홈페이지에서 본사의 제품들이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들은 우리 눈으로 거의 식별할 수 없습니다. 오른쪽 이미지는 KCC라는 우리나라 대표 자재기업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앞의 이미지와 유사한 성격의 도판입니다. 그만큼 현대 건축 자재는 굉장히 복합적이고 복잡하다는 거죠. 전시기획과 폐기물 (03:20~03:56)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전시가 철거되는 모습을 봤습니다. 굉장히 공들여서 만든 것들이 한두 시간만에 폐기물로 전락하는 단면을 경험하면서, 건축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식으로 끝을 맺는지도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또한 전시기획도 일시적이라는 특성상 그 부분에 더 민감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1950-2015 (03:57~05:11) 이 그래프는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전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을 보여줍니다. 굉장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죠.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포장재고, 두 번째로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건설, 건축 부분이예요. 그만큼 건축이 이 재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야한다는 것을 제시합니다. 플라스틱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서 오죠. 83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는데 이 중 우리가 계속 쓰는 플라스틱은 25억 톤밖에 안 되고, 나머지(58억 톤)는 일회성으로 버려집니다. 버려지는 것 중 46억 톤은 매립이 되는 거겠죠. 방치되는 겁니다. 그다음에 7억 톤만이 열로 태워져서 연료가 되는 방식이고요. 그다음에 아주 극소수의 양(5억 톤)만 재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1차로 재활용되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중 아주 극소수의 플라스틱만이 영구적으로 순환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또 다시 1차 재활용 이후에 버려집니다. 이것이 플라스틱 재료가 가진 딜레마라고 보시면 됩니다. 플라스틱의 종류 (05:12~07:34) 플라스틱에 대해 파고들 때 굉장히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 수천 가지 종류이고 이름을 붙이는 방식과 부르는 방식이 다 다릅니다. 화학 구조도 다릅니다. 크게 두 종류로 나눠보면, 열을 가하면 원래의 물렁물렁한 상태로 돌아가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이 있고요. 한 번 제조, 생산하면 더 이상 원상복귀가 안 되는 열경화성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파란색으로 강조해놓은 것들(05:47)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는 플라스틱인데 대부분 열가소성 플라스틱이고요.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건축자재로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데, 강도를 높이기 위해 생산 과정이 조금 더 복잡하지만 원상태로 복귀하기 어려운 과정으로 제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플라스틱의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얼굴이 너무 많은 거예요. 모습이 너무 많죠. 그래서 멜라민(Melamine)이라는 플라스틱의 예를 보시면, 멜라민의 스펀지화가 우리가 알고 있는 매직 블록인데, 접착제로 사용되면 OSB 보드에 나무칩을 붙여주고요. 그걸 온전히 성형하면 멜라민 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멜라민 라미네이트를 하면 (다른 재료 표면의) 오염을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팅제로든 접착제로든 많이 사용됩니다. 페트(PET)와 폴리에스터(Polyester)는 사실 같은 것입니다. 요즈음 페트의 재활용을 많이 얘기합니다. 사실 페트는 폴리에스터 수지의 일부분(똑같은 성분은 아니지만)을 잘게 쪼개 플레이크로 만들어서 실로 뽑아내고 의류로 만들면 폴리에스터 섬유가 되고요. 필름화하면 마일라(Mylar)가 됩니다. 그리고 폴리에스터 도료를 계속 섬유 사이에 입히고 공들여 샌딩을 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스틱 의자가 되는 방식입니다. 얼굴이 너무 많죠. 플라스틱과 합성재료 (07:35~08:35) 플라스틱이 워낙 얼굴이 많기 때문에 다른 재료와 합성될 수 있는 방법 또한 무한대입니다. 우측의 이미지는 1950년대에 처음으로 발견된 합성 플라스틱인 베이클라이트(입니다). 베이클라이트의 원래 이름은 페놀인데, 이것으로 만들어진 접착제를 광고하는 (이미지입니다). 이 페놀 덕분에 결국에는 합판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합판을 만드는 방식은 나무를 과일 깎듯이 비니어로 얇게 깎아서 그걸 절단한 다음에 수직으로 교차합니다. 그러면 얇은 판재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원목이 갖는 휨이나 비틀림에 비할 수 있는 강도를 지닐 수 있어서 유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합판이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가 플라스틱 접착제가 점점 발전하면서 완벽한 방수 접착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Engineered Wood (08:35~09:38) 그래서 합판이 가장 첫 번째로 응용된 공학목재라고 한다면, (그 이후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공학목재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1980-90년대에 만들어진 글루램(glulam)이나 CLT는 원목을 재단하고 접착한 자재로, 철골조 강도의 중목구조에 쓸 수 있는 엔지니어드 우드입니다. 그리고 파티클보드는 원목 잔여물까지도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인데, (역시나 생산과정에) 플라스틱이 쓰입니다. 그래서 점점 기후위기가 극에 다다르면서 목재가 대안적인 소재로 대두되었고, 특히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매스팀버(mass Timber)라는 중목 구조를 이용해 만든 고층건물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Silicone (09:39~11:25) 플라스틱이 접점을 만드는 또 하나의 재료 중 하나가 유리인데요. 실리콘이라는 플라스틱 재료의 등장으로 우리는 프레임 안에 갇혀진 유리를 보는 게 아니라 완벽하게 투명한, 심리스(seamless)한 유리를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실란트의 등장이 내부 공간의 위생 환경을 책임져주고, 의료 환경에서는 실리콘 없이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거죠. 실리콘의 역사를 살펴보면 유리 회사가 주도해서 발전시켰습니다. 코닝 글래스(Corning glass)라는 미국의 유리 회사가 유리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유리 대체제를 찾고자 다우(DOW)라는 화학회사와 다우 코닝(Dow Corning Corporation)이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때가 1943년, 2차 대전 중이었죠. 이 당시에 아주 높게 나는 전투기가 방전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코팅제를 발랐는데, 그게 실리콘의 첫 사용이었습니다. 윤활유나 코팅제로 쓰이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실리콘 고무가 만들어지고 그다음에 접착제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거죠. 2차 대전은 플라스틱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어요. 아직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전에 플라스틱의 가능성을 실험했던 시기였습니다. 좌측상단의 사진 보시면 전투기 앞 조종석에 들어가는 퍼스펙스(Perspex)라는 아크릴을 제조하는 모습이고, 그 아래 이미지는 나일론 스타킹을 수거해서 낙하산이나 방탄조끼로 만들었던 것을 보여줍니다. 《기후미술관》 (11:25~12:45) 이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2020년에 기후미술관이라는 전시였습니다. 당시에 기후시민 3.5라는 캠페인의 책임연구원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재료를 탐험하고 있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연구에 이어 전시까지 하게 됐습니다. 전시의 배경은, 인류세가 도래하면서 자연환경보다 인간이 만든 (기반시설의) 양이 훨씬 더 많아졌고, 동식물의 양보다 플라스틱이 훨씬 더 많아지는 시대에 접어든 거죠. 그래서 이걸 기후위기와 같이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연구와 연관하여 플라스틱 파트를 맡아 설치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첫 번째 전시장에 ‘재료와 사물의 지도’가 있습니다. 바로 옆으로 시멘트 채굴장의 사진이 있고 맞은 편에 멸종 동식물의 박제와 알루미늄 캔 폐기물이 있고요. (12:45~15:31) 이걸 다 보고 돌아 나오는 마지막 부분에 플라스틱 수집품을 설치했습니다. 어떻게 (작업을) 설치할지 고민하다가 복잡한 방법 말고 관람객이 직관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한마디로 쓰레기를 다 모았죠. 관계자들과 주변인들을 모아서 플라스틱 수거를 한달동안 진행했습니다. PET, PS, PE 각각 따로 모았습니다. 적어도 각각에 대한 물질성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면, 요구르트병이나 포장재로 많이 쓰이는 PS를 뻥튀기하면, 단열재로 쓰이는 EPS 혹은 스티로폼이 되는 거죠. 그래서 이 두 개는 사실 같은 과정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제조 공정만 다를 뿐이죠. 그래서 이런 식의 연결점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PP 같은 경우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사례가 배달 포장 용기나 편의점 의자, 크레이트입니다. 심지어 아이스박스도 있을 수 있죠. PET로 가면 우리가 먹는 일회용 커피컵부터 화장품, 병까지 다양합니다. 폴리에틸렌(PE)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밀도가 낮은 LDPE랑 밀도가 높은 HDPE가 있어요. 같은 약통인데 뚜껑 부분은 LDPE고 본체 부분은 HDPE라는 것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경계선을 중심으로 좌측은 LDPE로 만들어지는 생활용품, 우측은 HDPE와 관련된 용품을 전시했습니다. 재활용 코드에 보시면 6가지 플라스틱 이외에 Other라는 분류가 있는데, 한마디로 복합 플라스틱이예요. 이건 원론상 재활용할 수 없는 종류입니다. (사진 속 물건들의) 공통점이 다들 보이시나요? 화장품이죠. 이런 것에 관심이 있다면 제품 뒷면의 재활용 코드를 보면 됩니다. 의외로 라면 봉지도 Other로 분류됩니다. 같은 비닐봉지라도 소스가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건축재료도 대부분이 합성재료이기 때문에 플라스틱과 섞여있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Other에 속합니다. 그래서 바닥재나 내부 마감재 같은 많은 건축재료 샘플들을 가져와서 같이 전시했습니다. 파주 건축문화제 《건축, 에너지 다시보기》 (15:32~17:01)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내용은 지난해 파주 건축문화제의 ‘건축, 에너지 다시보기’라는 전시입니다. 이전 전시에서 건축재료인 플라스틱을 살펴보고 나니, 다음에는 재료가 포함하고 있는 에너지를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래프(좌측에서 2번째 그래프)를 보시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건축행위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좀 봐야 될 필요가 있었고요. 사실 에너지가 굉장히 추상적인 아이디어여서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도대체 건축가들은 이걸(이런 자료들을) 갖고 어떻게 (대응)하는지 현황도 궁금했습니다. 한편, 1인당 전력 소비량이 이렇게 치솟고 있다는 부분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전시공간 자체는 굉장히 심플해요. 높이 15m의 큐브 공간인데, 인트로로 시작해서 사물과 재료를 먼저 봅니다. 그 다음에 건축과 도시를 본 후 아웃트로를 통해서 나가는 구조입니다. 가운데 보이드는 사람들이 우회를 할 수도 있고 공간을 가로질러갈 수도 있기 때문에 비우는 방식으로 배치했습니다. 에너지 사물, 재료 – 내재에너지/내재탄소 (17:02~19:07) 처음에 마주하는 ‘사물과 재료’에서는 좌측 이미지처럼 헤어드라이기를 쓰는 게 전력을 얼마나 소비하는지와 같은 내용을 직관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그 다음에 (우측 이미지) 건축재료로 건축물을 만들 때 들어가는 내재에너지와 내재탄소라는 두 가지 개념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내재에너지는 건축재료를 자연에서 채취하는 단계부터 제조, 운송, 공사 그리고 철거단계까지 들어가는 에너지입니다. 내재에너지량과 내재탄소량, 그리고 배출되는 탄소량 모두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피라미드를 보면, 기준 수치는 나라마다, 기관마다 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패턴은 같습니다. (내재탄소량이) 낮은 것은 마이너스 수치를 갖는데, 마이너스는 탄소를 흡수, 포집한다는 의미이고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는 대체로 목재입니다. 배출을 하는 대신에 (탄소를) 끌어안는거고요. 그다음에 (피라미드) 상단을 보시면 대부분 금속류나 알루미늄이 있습니다. 근데 금속류의 좋은 점은 재활용이 가능해요. 녹여서 다시 쓸 수 있어요. 그래서 단지 (내재탄소량)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애매하게 위치한 플라스틱이 있는데, 플라스틱은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하죠. 이런 점을 고려하는 것이 미래 건축에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시에 내재에너지량과 내재탄소량을 합한 온난화 수치가 가장 낮은 재료부터 높은 재료까지 나열해서 전시한 섹션도 있었습니다. 에너지 사물, 재료 – 바이오소재/폐기물 활용 (19:10~20:15) 다음 섹션은 바이오 소재나 어떤 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이용한 새로운 재료에 대한 실험, 시도입니다. (윤정원 교수님 발표 내용과 연관되는 부분입니다.) 첫 번째는 포스코 같은 철강 제조 회사에서 나오는 슬래그로, 철강 부산물의 거의 80%를 차지해요. 슬래그와 플라스틱을 섞어서 만든 마감재, 거품집, 도로포장재가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 원두 찌꺼기에 목분과 플라스틱을 더해 데크를 만듭니다. 섬유, 폐 의류는 재활용이 많이 될 것 같지만 거의 안 돼요. 그래서 이것을 분해해서 솜으로 만든 다음에 압축하면 섬유 패널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것들을 모아서 전시했고, 사진 좌측상단이 윤정원 교수님이 제작한 콘크리트, 시멘트 블록입니다. Exploded View Beyond Building – 바이오소재로 만든 집 (20:15~21:06) 이런 재료를 보았으니, 그 재료로 집을 짓는 하나의 예시로 해외 사례를 같이 전시했습니다. 바이오베이스드 크리에이션즈(Biobased Creations)라는 큐레이터이자 프로듀서의 작업으로,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 2021)에서 진행했던 ‘건축을 뛰어넘는 분해도’라는 집입니다. 구조는 당연히 목재이고 바이오 소재를 이용한 100개 이상의 재료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잔디로 벽돌을 만들거나 해조류로 타일을 만들거나 조개껍질로 요소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고단열,고기밀 Super-E 주택 & 은평 미래주거 신모델 조성사업 친환경 특화동 (20:06~21:55) 본격적으로 건축 섹션으로 들어가면 국내 건축가와 해외 건축가의 작업이 섞여 있는데, 대부분 국내 건축가 작업입니다. 근데 (작업) 패턴이 몇 가지 보입니다. 첫 번째 패턴은 목재의 사용입니다. 왼쪽의 예시처럼 전형적인 중목구조 주택으로, 고단열,고기밀의 에너지 효율 주택을 설계합니다. 두 번째로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는 실정상 (건축자재로서) 목재를 아직도 불안해하고 친숙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익숙한 기존의 콘크리트 구조로 설계하되, 벽과 지붕을 우드 프레이밍 시스템으로 만들면 에너지 효율성이나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입장으로 우드월 시스템을 제시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Wind Flow & 태양놀이터 (21:55~22:39) 젊은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나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분석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왼쪽 이미지 같은 경우, 옥상에 설치된 파빌리온인데, 유속을 조사해서 윈드터널을 만들었습니다. 윈드터널이 미세먼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합니다. 오른쪽 같은 경우는 태양광 패널을 마을 중심에 설치해 (여기서 발전된) 전기를 공용으로 사용하고,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는 방식도 있었습니다. 신타 생태학적 발전소 & 별이 빛나는 층운 (22:39~23:14) 그리고 태양광 에너지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한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태양광 패널이 지금은 검은색의 단단한 판재로 생산되고 있는데, 나중에는 말랑말랑한 책받침도 될 수 있고 투명해지거나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건축가들도 있었습니다. 한 가지 예시로, 낮에는 태양광 패널처럼 펼쳐져 있다가 저녁에는 그게 오그라들어서 조명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담은 프로젝트도 전시했었습니다. 이스트게이트 센터 – 믹 피어스 (23:14~25:17) 다음은 제가 이 전시를 하게 된 계기이자,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던 믹 피어스(Mick Pearce)라는 건축가의 작업입니다. 이 분은 보통 생체모방(biomimicry) 건축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만 얘기하기에는 너무 설명이 부족합니다.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er, Harare, Zimbabwe, 1996)는 친환경 건축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굉장히 유명합니다. (23:48) 짐바브웨가 굉장히 더운 나라이기도 하고 일교차가 큰데, 여기에 에어컨이 없는 건물을 지어야 했습니다. 건축주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자연으로 눈을 돌린 거죠. (건축물을 설계할 때 참고한 것은) 흰개미 동굴인데요. 흰개미집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방식에서 착안해서 흰개미 동굴을 건축화했어요. 위쪽으로 한 50개의 굴뚝이 있어서 더운 연기가 그 굴뚝으로 배출이 되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쪽에서 유입되어 바닥재에 저장됩니다. 아래에서 위로 순환되는 공기의 원리를 이용해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방식으로 에어컨이 없는 건물이 탄생했습니다. 여기에 쓰인 또 하나의 레퍼런스는 바로 매끈한 면과 까끌까끌한 면(을 가진 선인장이 있습니다.) 선인장이 덥고 건조한 사막에서 생존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표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매끈한 유리 같은 재료보다는 까끌까끌한 벽돌을 사용하거나 면을 일부러 울퉁불퉁하게 디자인하고 식재도 같이 적용한 거죠. 이 건물은 일반 건축물이 쓰는 에너지의 10% 정도만 쓴다고 합니다. 아웃트로 (25:20~27:29) 전시의 아웃트로는 사실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 중에 하나인데, 그 얘기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잘 안 하려고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왼쪽의 그림은 지역별 전력 자립도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역의 자립도인데 가장 하단의 검은 색 선이 서울이에요. 이제 막 10%에 이르렀죠. 서울은 다른 지역이 없으면 (자력으로) 살아갈 수 없는 전력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오른쪽 이미지는 OECD 주요 국가의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인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는 국가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와 대체 에너지에 대한 생각이 없고 정책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거죠. 결국 우리가 전력,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기대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예요.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요즘 뉴스로 많이 나오지만, 여러분이 알고 계셔야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많이 의존하는 게 석탄화력발전소입니다. 원자력은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서 비율은 높지 않아요. 하지만 이제 막 (수를) 늘리려는 추세가 있어요. 이 두 개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직 대체 에너지인 수력, 풍력 그리고 태양에너지에 대한 부분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수도권에 전기를 가져가기 위해서 (지방에서) 전기를 생산을 하고 (수도권) 바깥에 위치한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인근의 마을 주민들은 이런 것(검은 석탄가루와 질병)들과 같이 살아야한다는 거죠. 어떤 면에서는 석유 경제(petro economia), 석유 환경(petro environment)이 가진 딜레마라고 얘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열악한 (환경을 가진) 사람은 계속 (환경이) 열악해지고, 보호를 받는 사람은 계속 보호를 받는 상황을 과연 어떻게 건축적 담론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실행적인 방식으로 끌고 와야 하겠지만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27:30~28:27) 그래서 이런 주제다 보니 전시 설치 방식을 많이 고민했어요. (전시 방식으로) 나무와 비계라는 두 가지 옵션이 있었어요. 그런데 나무도 결국에는 버려질 것 같아서 비계를 빌려서 전시하는 걸로 했고요. 모든 종이를 접착하지 않고, 스틸 케이블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집게같은 문구류를 이용해서 비계 사이에 걸어놓는 방식으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그냥 종이가 아니라 타이백이라는 페이퍼를 사용했는데요. 그 타이백 페이퍼의 좋은 점은 헝겊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콘서트 때 팔찌로 착용하는 그런 재료이기 때문에 (나중에) 에코백을 제작했어요. (전시 이후에) 이걸 다 해체해서 버리는 게 아니라, 재생산해서 누군가는 가지고 다닐 수 있게끔 빌리고 돌려줄 수 있는 방식으로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전시 전경 (28:28~29:52) 전시장 전경을 보면, 워낙 비계 구조가 다 투명하고 (뒤에 있는 것도) 다 보이기 때문에 타이백 페이퍼들이 파티션 같은 역할도 했습니다. 사진들이 이런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이 전에 언급했던 화력발전에 대한 얘기는 영상으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얘기는 사진으로 전시하는 두 가지 방식을 택했습니다. (전시 공간 중앙에 위치한) 보이드 공간은 멀리 떨어져서 봐야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캐치프레이즈, 인용구 같은 것들을 한눈으로 관망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었고요. (심리적으로) 가장 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사진과 우리한테 가장 가까운 물건들에 대한 (다이어그램을 놓고) 이 두 개를 병치시키려는 노력도 했습니다. 나무, 목재를 다루는 섹션에서는 작은 모형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을 직접 보고 만져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실물 샘플 모형을 갖다 놓기도 했고요. (전시 공간을 이룬) 비계가 모든 면을 노출시키기 때문에 정면도 있지만 측면도 다 보이고 뒷면도 다 보였고, 굉장히 독특한 시각적 경험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스크립트 정리 심하늘
포럼 개요 제목: 공존의 환경으로서 집일시 및 장소: 2023년 11월 8일 오후 7:30~9: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온/오프라인)발표: 김지현(밭멍 대표), 이지연(동물해방물결 대표) 정림학생건축상 2024 사전포럼 – 공존의 환경으로서 집 – 이지연(동물해방물결) 타임코드 00:00~11:25 동물해방물결의 철학과 꽃풀소 보금자리 프로젝트 배경11:25~17:09 소 구출부터 터전을 마련하기까지17:09~29:33 보금자리를 만드는 과정29:43~33:26 프로젝트가 마주한 고민33:37~36:05 동물권 운동을 가시화하는 매체이자 실체로서 건축의 역할 스크립트 동물해방물결과 소 보금자리 프로젝트 (00:00~03:07) 안녕하세요. 저는 동물해방물결이라는 동물권단체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는 이지연입니다. 저희도 2017년 겨울에 설립해서 만 6년이 되어가고 있어서 밭멍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작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영어로는 생추어리(sanctuary)라고 하는 소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었어요. 오늘은 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저희의 활동에 대해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보통의 시민단체는 대시민 활동, 국회나 대정부적인 활동 그리고 거리 캠페인을 주로 하는데 많은 경우에 이게 서울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였고요. 동물권 이슈로 그런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가 왜 지금 소 보금자리를 만들게 되었는지가 오늘 제가 드릴 설명의 주요 내용이 될 거예요. 저희가 동물해방을 주장하고, 소들이 고기가 아닌 존재로서 살 수 있어야 된다고 얘기하지만, 저희 활동가 중에 아무도 소와 반려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당연히 소들의 집을 지어본 적도 없어서 많은 고민이 있었거든요. 이제 11월 11일이면 소들이 이사한지 딱 1년이 되는데, 저희가 꼬박 1년동안 많이 배우고 느낀 것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과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위주로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정말 처음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 소를 구해서, 소들이 살 수 있는 곳을 찾으려다가 청년 활동가들이 마을로 이주하게 된 케이스예요. 저는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고, 재작년까지도 내가 농촌에서 살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을 못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탈서울은 좀 하고 싶었지만요.) 지금은 저를 포함한 활동가들이 마을로 이주를 해서 이제 마을 생활을 시작해 나가는 단계에 있습니다. 동물해방물결의 사상적 배경: 비거니즘 (03:09~06:17) 일단은 저희의 활동에 대한 사상적인 배경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 저희는 2017년 11월에 발족을 했습니다. 비거니즘에 대해서는 요즘에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17년 당시에는 동물복지나 동물보호라는 개념으로 많이 이야기를 했지 저희가 얘기하는 동물해방, 종차별 철폐 그리고 무엇보다 비거니즘 관련된 이야기를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아직 운동이 발생하기 전이어서요. 지난 3년 간의 활동을 돌아봤을 때 한국에서 비건 지향인, 그러니까 채식을 지향하거나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이 기후든 건강이든 동물권이든 그 이유야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생각하고 그런 제품들이 출시되는 등 시장의 변화도 눈에 띕니다. 사실 이렇게 동물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비건을 지향하는 동료들을 늘리기 위해 시작한 거에요. 저희 단체가 한국에서는 제일 처음으로 모든 동물의 해방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해방에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은 착취, 학대, 살상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종차별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우리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인종차별이라고 하고,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성차별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종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는 행위를 종차별이라고 하는데, 그걸 철폐한다는 거죠. 그 이유인 즉슨, 이 모든 동물권 사상의 핵심은 사실 동물을 지각 있는 존재, 고통을 느끼는 존재로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산업적으로 먹기 위해, 입기 위해, 아니면 전시하기 위해, 감금하고 도살할 때 모든 동물들은 고통을 느낍니다. 꼭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인간도 결국은 동물이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했을 때 비명을 지르거나 회피하려는 반응을 보면 이런 경험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명백히 알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동물도 지각이 있는 존재이고, 이 동물 안에 인간도 포함되어 있다면, 종이 다르다고 해서 같은 동물끼리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이 동물권 사상입니다. 이 사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의 양식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게 비거니즘인데, 기후 위기나 동물권을 위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차원에서 동물성 제품을 하나씩 없애나가는 거예요. 그리고 비거니즘의 완벽성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 궁극적인 형태를 한번 상상해보면, 내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동물의 학대나 죽음을 없애고,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내 삶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장려하는 철학이자 생활 방식인 거죠. 저희는 이러한 사상을 기치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동물 산업의 구조와 생추어리의 대두 (06:20~08:15) 사실 동물권 운동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카테고리는 반려동물입니다. 강아지 공장, 고양이 공장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런 것처럼 반려 동물도 다 공장식으로 상품처럼 생산을 하거든요. 그래서 동물과 연관된 산업 카테고리를 반려, 축산, 전시, 실험, 모피 식으로 나누어서 보고 있습니다. 용도는 다르지만 동물을 특정한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번식해서 감금하고 사육하다 도살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그랬을 때 산업적인 착취로 가장 많은 동물들이 죽는 산업이 사실 축산업이고, 머리수로 보면 압도적이죠.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11억 명1 정도의 소, 돼지, 닭, 오리, 양 등의 동물들이 도살되는데, 한국 인구의 약 22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동물해방을 생각했을 때 축산업을 가장 먼저 다룰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러면 이 산업이 없어진다고 했을 때 고기가 아닌 존재로서의 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저희가 구조 현장에 나가보면 고통 받고 있는 동물들이 너무 많아요. 이 동물들을 구조해야 하는데, 사실 구조를 하고 나면 당장 그 다음부터 어딘가에는 살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이 나라에 없는 거예요. 사실 외국에는 꽤 오래 전부터 이런 생추어리들이 설립이 되기 시작해서, 세계적으로는 제법 많이 분포해 있습니다. 이 생추어리의 정의는 농장 동물이 고기가 아닌 동물로서 인정받아 평생 도살의 위험 없이 자연사 할 때까지 살 수 있는 공간이에요. 한국에서는 돼지가 살고 있는 새벽이 생추어리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생겼고요. 저희는 소들이 살고 있는 보금자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08:20~11:25) 해외에는 좋은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자연에 사는 동물들의 생활 반경이 굉장히 넓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단 땅 자체가 작다보니, 그렇게 넓은 자연 면적을 동물에게 내줄 수가 없죠. 적어도 아직은 그런 사례가 없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 가서 보금자리를 방문하고 왔는데, 유럽이나 미주를 보면 일단 땅 자체가 기본적으로 만 평을 넘어가요. 그게 굉장히 다릅니다. 저희가 왜 생추어리를 지을 생각을 처음 하게 됐냐면,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19년도에 대대적으로 수해가 나서 축사에서 도망친 소들이 섬으로 헤엄쳐서 가다가 발견이 되고, 지붕에 올라가서도 발견이 되면서, 뉴스에 굉장히 많이 났었어요. 소들이 이렇게 살기 위해서 도망쳤다, 소들의 삶에 대한 의지, 같은 제목의 기사들도 많이 나왔고요. 그 소들이 구조됐다고 뉴스에는 나왔지만, 이 소들은 결국은 상품이자 재산이기 때문에 농장주들에게 돌아가서는 결국 다 도살되는 운명을 겪은 것이죠. 이 사태를 보면서 만약에 해외에 있는 보금자리가 우리나라에 단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 도망친 많은 소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구조가 돼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 수 있었다면, 우리가 미션으로 생각하는 동물해방의 일환으로서의 축산의 점진적인 축소와 종식에 커다란 진보가 되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때의 아쉬움이 너무 커서 이걸 직접 만들자는 이야기를 내부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만들자는 생각을 하는 것은 쉽죠. 그런데 무슨 돈으로, 어디에 만들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도전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운명처럼 기회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인천 계양산에서 불법으로 운영되던 개농장이 이슈가 되면서, 200여 명의 개들을 다른 동물단체에서 구조를 했어요. 그 단체에서 연락이 와서, 같은 농장에 소도 15명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희도 개농장을 많이 갔었지만 소를 같이 키우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동물해방물결은 동물 해방의 연장선에서 탈축산, 비거니즘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소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없겠냐는 취지에서 연락을 주신 거였어요. 개농장에 살던 여섯 명의 소들을 구출하다 (11:25~13:04)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때, 한둘도 아닌 열다섯을 전부 구조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내부적인 논의를 통해 어떻게든 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장소도 대책도 없었지만 일단 구조에 나서게 됐어요. 일단 소들을 그해 추석까지 키우고 도살장에 보낸다고 해서, 일단은 도살장에 가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자, 인위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소유권을 우리가 넘겨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모금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열다섯 중에 몇을 살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취지에 공감하시는 시민 여러분들이 모금에 동참해 주시면, 저희가 살릴 수 있는 만큼 살려보겠습니다고 얘기를 하고 모금함을 설치했습니다. 아직 위치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 홍보도 많이 안 했거든요. 그런데도 두 달여 남짓 동안 1,684명이 참여를 해서 4,600만 원 가량이 모였어요. 그렇게 예산은 어느 정도 확보를 했는데 추석 직전까지도 부지 선정이 난항이었습니다. 땅이 없으면 몇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백방으로 뛰었는데도 참 쉽지가 않았어요. 그러던 찰나에 농장주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 주에 도살장에 보낼 건데 몇을 데려갈 거냐고요. 청천벽력이었죠. (13:04~15:04) 그동안 연락을 하며 지내던 분 중에,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에 있는 DMZ 평화생명동산의 정성헌 이사장님이라는 분이 계신데요. 조금만 뉴스를 검색해보시면 바로 찾으실 수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생명살림과 민주화를 위해 운동을 해오신 분이세요. 이분이 2000년대 초반부터 인제군에 자리를 잡고 계셨는데, 이 분이 저희를 도와주셨습니다. 생명살림 운동을 계속 해오신 분이라 직접적으로 동물권이나 비거니즘 같은 말을 쓰지는 않으셔도 저희가 소들을 살리고 싶다고 얘기했을 때 바로 이해해주셨어요. 일단 땅을 못 구했고 소가 살 집도 없으니 임시보호할 곳이 필요한데, 합법적으로 하려면 농장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사장님이 본인 마을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을 수소문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그 중에 권충규 대표님이라는 분이 맡아주시기로 했습니다. 운영 중이신 농장에서 두 칸을 내어 주셨는데, 한 칸에 세 명씩 총 여섯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어요. 공간의 한계 상 안타깝게도 아홉 명은 도살장에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그 이야기를 전부 시민들에게 전하고, 한겨레 신문에서도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친구들에게는 다 이름이 있어요. 이름 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이 태반인 상황에서 이름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이름이 있으면 개성이 보이고, 하나하나가 고유한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연결이 시작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안타깝게 먼저 떠난 친구들도 굉장히 특별한 존재들이었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저희가 여섯 명을 구조해 아이러니하게도 한우 농장에서 임시 보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인제에 가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신월리 달뜨는 마을과의 인연 (15:05~17:09) 정성헌 이사장님의 도움으로 인제군청을 포함한 마을 네트워크에 가닿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인연을 바탕으로 저희랑 협력할 수 있는 마을을 물색했어요. 두세 마을 정도를 방문했는데, 어느 마을은 어르신분들이 별로 탐탁지 않아 하시고, 또 어떤 마을은 마땅히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딱 이 신월리 달뜨는 마을에 2019년에 폐교된 부지가 있었어요. 행정명칭으로는 신월리고, 한글로는 달뜨는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에요. 약 3,000평 규모의 부지 운영권이 마을에 주어져서 운영을 하긴 해야하는데, 무엇으로 해야할지가 미정인 상태였습니다. 전형적인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마을이라 운영위원회 어르신들께서는 청년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동안 하도 거절을 당하다보니 만나면 딱 느낌이 오는데, 신월리 운영을 맡고 계신 김경림 사무장님과 당시의 이장님을 만났을 때 뭔가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희의 취지를 설명드리고 운영위원회에도 소들과 함께 이 마을로 오겠다는 제안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소들이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짓기 위해 시작했지만, 마을과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이를 통해 사람들이 더 마을에 방문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도 개발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그게 또 저희 미션과 잘 맞았습니다.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시작 (17:09~19:36) 저희가 보금자리를 처음에 지으려고 했던 취지가 물론 특정 개체들의 집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그 공간의 존재를 통해서 사람들이 고기가 아닌 존재로서의 동물을 만날 수 있는 일종의 교육 공간이자 캠페인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인데요. 청년들을 불러모을 만한 콘텐츠가 필요했던 신월리의 니즈와 우리의 취지가 잘 맞아떨어져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거죠. 소들의 자연 수명이 통상 20-30년 정도이기 때문에 업무 협약도 30년으로 맺었습니다. 저희는 소들을 꽃풀소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를 잠시 설명드리면, 보통 이 소들을 육우, 말 그대로 고기 육(肉)에 소 우(牛)자를 써서 불러요. 이 소들과 한우의 차이점은, 우유를 생산한다는 겁니다. 우유는 여성2 소들이 임신을 해야 나오기 때문에, 생애 7번 정도의 임신과 출산을 연달아 하며 우유를 생산한 뒤 고기로 도축이 됩니다. 임신을 하면 우유도 나오지만 새끼도 태어나죠. 그때 여성 소가 태어나면 똑같이 착유되고 도축되는 어미소의 삶을 살고, 남성3으로 태어나면 고기용으로 길러집니다. 이 모두를 통틀어 ‘육우’라고 불러요. 그래서 저희는 육우가 아닌 다른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시민분들과 함께 고민한 끝에 살아남으라는 의미로 ‘꽃풀소’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이 꽃풀소들이 신월리로 이사를 할 때, 서울을 기반으로 생활하고 계시던 돌보미 가족도 함께 이주를 하셨습니다. 원래 캐나다에서 사시다가 퍼머컬처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에서 퍼머컬처를 실천하면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땅을 찾고 계시던 분들인데 저희랑 타이밍이 잘 맞았던 거죠. 그래서 저희한테 먼저 소들을 돌보면서 자급자족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지금도 소들의 상시 돌봄을 추현욱 돌보미님께서 해주고 계신데, 정말 아이들을 키우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소를 돌봐주고 계세요. 공간에 대한 고민들 (19:36~20:47) 이주를 한 후 소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은 있어요. 소와 사람이 말 그대로 한 지붕 아래에 사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지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3,000여 평이 되는 분교 부지 안에서 우리 활동가 청년들도 거주를 하고, 문을 열면 바로 소들이 보이는 그런 공간을 꿈꾸고 있어요. 일단 저희에게 주어진 조건을 간단히 소개드리면, (여러 번 말씀드린 것처럼) 학교 부지(20:20)입니다. 운동장이 있고, 교실이 있던 폐교 건물, 그리고 교사들이 이용하던 관사 두 동이 있어요. 뒤뜰에는 실습장이 있었는데, 이 부지의 절반 정도에 비닐하우스로 소집을 지어서 일단 이주를 시켰습니다. (20:47~23:16) 저희가 신월리에 청년 보금자리 조성사업을 맡으면서, 인구 소멸 대응 기금이라는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되었어요. 지자체들이 개발한 콘텐츠로 지원해서 중앙정부에서 선정이 되면, 지방 정부로 기금이 내려와서 마을 단위로 돈이 집행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지원한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해드리면 관내 청정 농산물과 산채를 활용한 다양한 농촌 체험 활동 및 관광사업 확대를 통한 마을 소득 증대와 농촌 경제 발전, 비건 관계 인구 발전을 위한 청년 보금자리 조성, 귀농귀촌 정착 지원으로 지방소멸 위기 극복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귀농귀촌 모델로 시작을 하긴 했지만, 마을로 사람을 불러들여서 농촌을 살리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예요. 이 목적을 위해 내려온 예산이 총 26억 원인데 대부분을 시설비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이 신월분교가 작은 방 6칸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통으로 트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해서 여기에서 교육을 하거나 세미나를 하는 등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에요. 관사의 경우 너무 노후되었고 활용하기에는 구조도 애매한 부분이 있어 철거를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 위치에 저희 활동가들과 돌보미 가족이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그 옆에는 소집을 지을 예정입니다. 지금 저희가 임시로 지은 소집은 부수고, 넓게 소 운동장도 만들고 내실도 만들어서 제대로 된 집을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지금은 이 사업 덕분에 주어진 조건을 바탕으로 공간적인 상상을 키워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설명드린 것처럼 이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들이 함께 복작거리며 살아가고, 사람들도 불러서 교육도 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소들을 위한 건축 (23:20~26:42) 저희 소들의 현재 무게가 1톤인데, 점점 크고 있어서 다 자라면 1-2톤 사이가 될 거예요. 풀로 모든 영양소를 충족하면서 이 무게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풀을 굉장히 많이 먹어요.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하는게 일상인 동물이다보니 넓은 반경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임시 공간의 규모는 약 300평 정도이고, 이게 늘어난다고 해도 600평 남짓이 될 텐데 사실은 터무니없이 부족하죠. 지금은 저희가 건초를 수입해서 먹이는데, 저 정도 규모라면 건초를 주지 않는다면 굶어 죽을 겁니다. 풀이 자랄 새 없이 다 먹어버릴 테니까요.그래서 불완전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저희의 보금자리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장애 운동 쪽에서는 장애인분들을 자립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탈시설 운동이 주가 되고 있어요. 그런데 동물은 아직 ‘탈시설’을 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보금자리를 짓는 거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시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실 시설이라는 말 자체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해외의 사례를 보면, 원래 굉장히 넓은 부지를 사용하던 축산업자가 자식에게 물려주면서 이 넓은 부지를 생추어리로 전환하고 거기서 관광 사업을 덧붙여 운영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시설 자체가 별로 필요가 없고, 있더라도 운동장 부지가 워낙 넓어서 자연에 사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게 느껴져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건설될 보금자리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그렇게 넓어지기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당장은 이렇게 건초를 보급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대동물로 분류가 되는 소는 몸집이 커서 많이 먹기도 하지만, 먹는 것들 자체의 무게도 무거워요. 저희가 이 집을 지으면서 충분히 예상을 못한 부분 중에 하나가 건초의 무게였어요. 건초 한 단을 둘이 드는 것도 무겁습니다. 이 정도 되는 물품을 원활하게 이동하려면 사실 하우스 안에서 트랙터와 지게차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확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지어진 공간에서는 그게 안 되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손수 들어서 옮기고 있습니다. 내년에 공사를 해서 새로운 소집이 지어졌을 때 가장 기대되는 부분도 사실 이거에요. 건초를 직접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거. (26:42~28:19) 그래도 일반적인 축사에는 스탄치온이라는 구조물이 있거든요. 보통은 파이프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데, 스탄치온에는 이런 고리가 있어서 소들이 진짜 정말 목만 빼낼 수 있어요. 건초를 먹기 위해 코로 밀어서 스탄치온으로 고개를 빼미는데 저희는 그걸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운동장에는 땅과 관련된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가 한번 이 땅을 다 밀었거든요. 현재는 합법적으로 축사를 운영하기 위해서 반드시 시멘트를 깔아야 하기 때문에 내실에는 시멘트가 깔려 있어요. 그런 공사를 하기 위해서 이 300평 부지 전체를 한번 땅갈이를 했는데, 그러고 나니 1년 동안 풀이 잘 안 납니다. 이 소들이 콘크리트 위에 분변이 쌓인 똥 바닥에서 살지 않고 자유롭게 흙을 밟을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차이이긴 하지만, 여기서 풀을 뜯을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저희가 계속 풀을 주고 있는 상태고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건축이라면 건축이고, 조경이라면 조경일 텐데 앞으로 어떻게 소들이 풀을 뜯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가 큰 화두입니다. (28:19~29:33) 지금 생각으로는 공사를 할 때 여기까지(수목이 남아있는 대지 경계까지) 파이프를 둘러 되도록 땅갈이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계가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수준으로 파이프만 몇 개 박을 생각이에요. 이쪽에 수목을 좀 남겨놔서, 두 곳을 왔다 갔다 하게 하면 한 쪽이 좀 쉴 수 있으니까요. 땅이 넓지 않을 때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분변인데요. 소들이 많이 먹는 만큼 많이 싸잖아요. 똥을 치우지 않으면 밭이 비옥해지는 것과 썩는 것이 한 끗 차이더라고요. 저희가 매일매일 치우지만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땅이 군데군데 썩어서 이번에도 한번 전체적으로 흙을 교체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다보니 작업을 할 때나 땅을 며칠이라도 쉬게 해주고 싶을 때, 다른 데로 소들을 옮겨줄 수 있는 구분된 제2운동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행정 절차 상의 어려움 (29:43~32:10) 사실 이 사업의 실행 주체가 저희가 아니에요. 사업의 예산이 마을과 저희의 시설을 개선하는 데 쓰이지만, 이걸 집행하는 주체는 인제군청이거든요. 건축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무조건 입찰제로 진행해야 하고 업체를 저희 마음대로 선정할 수가 없습니다. 입찰가와 절차에 따라서 정해져요. 사실 26억 원도 큰 돈이지만, 건설 규모만 놓고 보면 더 큰 예산도 많잖아요. 그랬을 때 기존에 비슷한 건축 경험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는다거나, 위원회를 운영하여 질적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희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이라는 자원이 부족했어요. 일부는 소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소들은 당장 오늘이라도 집이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프로그램을 해서 우리가 마을을 살려야 하는데, 실험을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거든요. 처음 이야기할 때에는 흙집을 짓고 살자, 이런 이야기도 했었는데 행정 절차 상 지금 이행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희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관에서도 어려워하고 계세요. 우리는 계속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어져야 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온다, 이런 분들은 인위적이고 못생긴 공간은 싫어한다고 말씀을 드려도 잘 이해를 못하시더라구요.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것처럼요. 아직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초기에 소통하는 게 어렵게 느껴졌어요. (32:10~33:26) 올 한 해가 실시설계 단계입니다. 올해 봄-여름까지 기본 계획을 진행했고, 2023년 11월 현재 실시설계 막바지 단계에 있어요. 올해 말에 실시설계가 완료되면 시공업체 입찰이 시작되는데요. 약 6개월 간 소통을 해오면서 저희도 서로 양보할 게 어느 정도인 건지 이해하게 되고, 이제는 좀 손발이 맞아가는 것 같아요. 여러 레퍼런스를 찾아보면서 시도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한정된 예산 안에서 분교도 리모델링하고 5가구를 위한 주택도 짓고 축사도 지어야 하니 일단 갖출 수 있는 것부터 먼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 안에서 생활을 하면서 자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들이 무엇인지 활동가들끼리 논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서, 고치고 가꿔나가게 될 것 같아요. 대한민국 최초의 비건마을로 거듭나기 위해 (33:37~36:05) 저희가 처음에 신월리 달뜨는 마을에 갔을 때 너무 좋았어요. 저는 물을 보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 만약에 산만 있었으면 좀 답답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마을은 산이 소양호를 감싸주고 있는 모양이라 참 좋았어요. 소들의 운동장에서도 물이 보여요. 그 전경이 너무 좋아서 이 마을을 저희가 동물해방의 실제를 보여주는 지역 사례로 구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모든 동물을 해방한다고 하면 쉽게 상상하기 어렵죠. 너무 멀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고. 그런데 이게 실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여기 있는 다섯 명의 꽃풀소들은 전국에서 최초로 마을분들 전체의 인정 하에 공동체의 일부가 된 소예요. 그렇게 살아가는 동물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마을이고, 여기에 점차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하거나 동물 인구로 형성이 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건친화적인 마을이 될 것이라는 장기적인 미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희가 집회를 하고 캠페인도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외치는 변화의 구체적인 사례가 없으면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축산업이 탈축산이나 탈육식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려면 결국에는 협력해야 합니다. 농장주들과 싸우고 반목할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해요. 이 분들도 사실은 업으로 하고 계신 거고, 저 역시 옛날에는 고기를 먹었던 사람이니까요. 접점을 찾아 뜻을 모았을 때 정의로운 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생업을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 미래의 구상을 함께 쌓아나가는 것이 정책화와 제도화에 있어 중요한 사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을 살리려고 시작한 일이 마을을 살리고, 마을에서 시도하는 자연친화적이고 비건적인 삶의 양식이 결과적으로는 지구 살림에 도움이 되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점차 현실화시켜 나갈 거예요. (36:15~37:37) 마지막으로는 건축과 연결되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고 싶습니다. 신월리에도 보면 산이 많아요. 그런데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 가서 보니 소들이 반드시 평지에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축산업에서도 임간축산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경사가 있어도 소들이 충분히 오르내릴 수 있고, 살 수 있다고요. 직선이 아니라 사선으로 길을 뚫으면 소들이 충분히 다닐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점차 확장해나갈 거고, 그러려면 어떤 구조물은 최소화하고, 어디에는 구조물이 덧붙이게 되겠지만 계속 건축과 맞닿을 것 같아요. 한 번도 내 집을 짓는다는 생각을 안 해봐서, 이곳을 설계하라고 했을 때 상상하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는데요. 앞으로도 이걸 계속 해나간다고 생각하니 건축 쪽과도 더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도 활동만 하지 않고, 건축에도 더 관심을 가질 거고요. 건축하시는 여러분들도 본업에 집중하시면서도 자연친화적인 건축과 축사나 동물원이 아닌 다른 방식의 동물의 집 건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크립트 정리 최정원
포럼 개요 제목: 공존의 환경으로서 집일시 및 장소: 2023년 11월 8일 오후 7:30~9: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온/오프라인)발표: 김지현(밭멍 대표), 이지연(동물해방물결 대표) 정림학생건축상 2024 사전포럼 – 공존의 환경으로서 집 – 김지현(밭멍) 타임코드 00:00~05:29 밭멍의 원칙과 철학05:29~11:51 밭멍의 시작11:51~19:45 공동체 공간을 만드는 과정19:46~23:26 밭멍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23:36~27:35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스크립트 밭멍 소개 (00:00~01:24)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영월에서 청년들과 함께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는 밭멍 대표 김지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에는, 왜 건축문화재단에서 저를 불러주셨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저는 건축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모든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이 점점 대두되는 것 같아요.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퍼머컬처라는 게 농업을 넘어서 문화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위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포럼 주제가 환경과 지속 가능한 집이다 보니 농업을 할 때 물리적인 환경을 어떻게 조성했는지, 그리고 공간을 조성할 때 어떤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었는지, 그리고 사람과 공간을 기반으로 앞으로 어떻게 지속 가능한 청년들의 커뮤니티,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싶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퍼머컬처의 원칙과 철학 (01:24~03:24) 저희는 퍼머컬처(permaculture)라는 큰 개념을 가지고 농장을 운영을 하고 있어요. 사실 농장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 기반의 여러 가지 공간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퍼머컬처는 내 집, 내 공간의 주변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디자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퍼머컬처를 검색하면 이런, 식물이 주가 되는 공간의 이미지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퍼머컬처는 호주에서 처음 생겨난 개념이고, 단순히 농장이나 정원 디자인이 아닌 에티컬 디자인(Ethical Design), 윤리적인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내가 살고 있는 집, 더 나아가서는 마을, 전체 사회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12가지의 원칙과 3가지의 철학을 근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02:38) 우리가 집을 지을 때도 우선 사계절을 보내보라고 하잖아요. 이처럼 퍼머컬처 디자인을 할 때 제일 첫 번째 단계가 관찰 상호작용입니다. 이 첫 번째 원칙으로 시작해서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어떤 피드백을 주고받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지나 마지막 열두 번째 원칙은 ‘변화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는 나의 시각과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퍼머컬처 디자인은 12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설계를 합니다. (03:24~05:29) 퍼머컬처의 3가지 철학이자 윤리적 원칙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지구를 돌보는 것,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 그리고 공정하게 자원을 분배하는 것. 이 원칙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와 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전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퍼머컬처 디자이너스 매뉴얼’(Permaculture: A Designer’s Manual)에 나와 있습니다. 모든 퍼머컬처 디자이너들은 이 원칙에 기반하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농업뿐만 아니라 7가지의 영역에 걸쳐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04:13) 저희 같은 경우에는 교육이나 문화 기반의 활동, 그리고 청년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지요. 또 빌딩(building)이라는 분야와, 도구와 기술(Tool and Tech)라는 분야가 있는데 이 두 가지가 건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퍼머컬처의 설계 방법론 중에 조닝(zoning)이라고 해서 zone 0부터 시작해서 5까지 설계하는 기법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존0에 해당하는 게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어떻게보면 이게 제가 퍼머컬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요. 집을 지을 때는 클라이언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하는지가 제일 중요하잖아요. 제 농장을 설계할 때, 제게는 그 클라이언트가 바로 저 자신이었어요. 만드는 사람도 나, 설계하는 사람도 나. 그러다보니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물어보는 사람도 나인 거에요. 내가 누군지를 잘 알아야 이 스토리가 담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농장, 집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거든요. 퍼머컬처를 시작하게 된 계기 (05:29~07:17)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드리려면 제 개인사를 약간 밝혀야 할 것 같은데요. 대가족의 장남인 아버지 밑에 아들 한 명 없이 세 딸 중 장녀로 태어나 책임감을 요구받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방의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조차 실제로 해볼 수 없어서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전부였죠. 동생들과 세 명이서 나누어 써야 하니까 공간이 매우 비좁았죠. 이런 상황 속에서 저는 가족의 맏딸이자 큰 손녀로서 정해진 교육을 받으며 평범하게 자랐습니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저를 마지막으로 폐교되었습니다. 서울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죠. 1년에 한 번 정도 홍대를 방문할 일이 있는데, 그럴 때면 마치 홍콩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에요. 사실 농사가 싫어서 저는 강원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부산으로 학교를 갔습니다. 당시 항공관광 전공으로 전국을 돌다가 2010년에 강원랜드에 입사하여 13년 정도 근무한 뒤 퇴사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쭉 관광 쪽에 있었어요. 그런 제가 왜 농사를 짓게 되었는지 궁금하시죠? (07:17~08:19) 제가 관광업계의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강원랜드에 입사했을 당시, 저희 아버지도 큰 꿈을 가지고 절임배추 공장을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약 4년 간 열심히 운영을 하셨는데, 과로사로 쓰러지면서 3주만에 산더미 같은 배추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이 배추를 처분하러 돌아왔습니다. 배추를 더이상 키우지 않고 농사도 짓지 않겠다, 다 없애버리겠다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이게 마음처럼 쉽지 않더군요. 마을 기업이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군에서 지원 받은 비용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왕 하는거 이 3,000평의 밭을 잘 활용해서 돈이라도 벌어보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통장을 열어보니 4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 벌어둔 돈은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왕 하는거 돈을 많이 벌어보자고 생각하게 된 거죠. 농업과 관광의 결합, 퍼머컬처와의 만남 (08:19~10:10)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밤에는 배추를 절이는 생활을 1년을 하다보니 돈이 서서히 벌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2년, 3년이 되니까 돈이 벌리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더라구요. 거기서 농업의 한계점을 보았습니다. 왜 농사를 해서 돈을 벌 수 없을까? 왜 일년에 한 번만 돈을 버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강원랜드에서 계약 과정으로 강원대학교에 있는 관광학과에 편입해서 다니게 되었고, 거기에서 퍼머컬처를 처음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때 수강했던 과목 중에 지속가능한 관광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거기에 교수님으로 오셨던 인재개발센터장님이 퍼머컬처라는 개념을 알려주셨어요. 강원도가 농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인데, 기존 농업과 다르게 차별화된 농업을 한다면 관광에 있어서도 충분히 승산 있는 모델이 된다고 말씀해주셨죠. 그때 처음 이 개념에 눈을 뜨고 나서 정말 열심히 배웠습니다. 이 과목에서는 시험을 보지 않고 설계도를 그렸어요. 지금 보여드리는 이 그림(09:33)이 과제물이자 시험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없는 집을 상상하면서 진입로와 먹거리 정원, 과수원을 상상하면서 여기에서는 어떤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을까, 어떤 관광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하는 과정에서 땅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배추만 키울게 아니라 가능성이 너무 많은 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사내 벤처로 시작한 애플체인 키친가든 (10:10~11:51) 그때 바로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2년 뒤에 강원랜드 내 사내 벤처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과 두 명의 제자가 강원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퍼머컬처를 확산시키는 사업을 기획했고, 2년 동안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450평 규모의 실험 농장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 숲을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2년 동안 자체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모델을 개발해 나갔습니다. 100평의 비닐하우스와 300평의 농지에 과실수 숲을 조성하며, 한국에 특화된 교육과 체험을 사람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초반에는 교육생이 거의 없었지만, 5년차가 되는 현재는 교육생이 1,000명을 넘어서는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와도 협업을 하고, 영국의 사례를 기반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애플체인 키친가든이라는 강원랜드 사내벤처로 시작했던 이 사업은 이제 ‘맛있는 정원 코리아’와 ‘밭멍’이라는 두 이름으로 분사하여 협력 구조를 가지고 모든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실험으로 시작한 나뭇잎 밭 (11:51~13:40) 밭멍에서 시도하는 지속가능한 퍼머컬처 모델은 사실 한국에 기존 사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실험 농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3,000평의 배추밭을 나뭇잎 밭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어요. 이곳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고, 이동 동선을 효율화하면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이렇게 조닝을 했어요. 접근성이 가장 높은 곳을 존 1, 가장 낮은 곳을 존 5로 설정해서 식재도 서로 다르게 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상품들도 차별화하여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첫 해에는 나뭇잎 밭을 중심으로 테스트베드 겸 농장을 구축했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던 땅이 3년이 지나면서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도전은 남아있는데, 사람들이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농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연중 고른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과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수확 시즌에만 딱 한 번 수익이 발생하고, 그 외의 시간은 그걸 준비하기 위한 과정인 거지요. 우리 농장은 서울에서 3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문제가 됩니다. 이런 단점을 콘텐츠로 보완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다보니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없더라구요. (13:40~14:35) 그래서 유휴 공간들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빈집들을 하나씩 고쳐가면서 사무실도 만들고,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창고 같은 곳들을 계속 바꿔나갔습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갔고,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던 곳들도 정원으로 바꾸었습니다. 또 20마리의 소를 키우던 축사 공간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되, 자원을 과하게 투입하지 않고 그 모습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공간으로 (14:35~17:11)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저희에게 합류한 건축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쓰레기에 현타를 느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공사를 하면서 알았어요. 내가 쓰레기 속에서 살고 있었구나. 그런데 내가 이걸 또 돈을 내고 버려야 되는구나. 처음부터 안 버릴 걸로 지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진짜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퍼머컬처가 왜 건축까지 얘기하는지를 경험으로 알게 되었죠. 기존에 있는 것을 무조건 부수고 다시 짓는 게 아니라, 살릴 것은 살리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고, 도저히 안 되는 것은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으로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공간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려면 그 사람들이 원하는 공간을 알아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제 3의 공간’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제 1의 공간이 집이고, 제 2의 공간이 직장이라면,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제 3의 공간, 집도 직장도 아닌 애매한 중간적인 커뮤니티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일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과 직장을 떠나 머무를 수 있는 숙소를 다시 만들었어요. 메주를 띄우던 메주 공장의 벽을 다시 다 뜯어내고 볏짚을 쌓아서 스트로베일 하우스(Strawbale House)로 바꿨습니다. 왜 바꾸었냐면, 운영을 하다보니 이 숙소라는게 에너지를 먹는 하마더라고요. 겨울에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난방을 하려다 보니 전기세만 50만 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이를 절약할 수 있는 재료를 찾다가 볏짚과 황토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알게 되어 이곳을 스트로베일 하우스로 바꾸기로 했죠. 자연친화적으로 오랫동안 머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숙소 공간으로요. 사실 겉에서 보면 진짜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허허벌판에 딱 이 집 한 채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안에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얘기해주면 사람들은 여기에 머물고 싶어하더라구요. 짓는 방법도 궁금해하고요. 이번에 브리크에 저희 공간이 소개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안을 보시면 굉장히 울퉁불퉁하지만, 그럼에도 애착이 가는 이유가 저희가 황토 바르는 걸 다 직접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숙소 공간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17:11~19:45) 아버지께 물려받은 절임 배추 공장 이야기 기억하시죠? 그 공간이 저희가 신축하지 않고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3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공간을 다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최소한의 단열을 하고, 안을 채우는 건 우리가 직접 하자고 했죠. 위험한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한 거죠. 배추 나르던 컨베이어 벨트 같은 걸 버리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사용했고, 절임 배추 박스를 가지고 외부를 볼 수 있는 평상 형태의 자리를 만든다든지, 절임 배추를 건져서 물을 빼는 받침대를 세워서 테이블로 바꾼다든지 하는 부분을 전부 직접 했어요. 기존에 안 쓰던 것들에 대한 가치를 우리가 재해석함으로써 청년들이 계속 사용하게 된다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거죠. 단점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생각하고 기획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잘 이루어지면 좋은 사례로 남게 되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예전에 절임 배추 공장이었던 곳이 청년들이 같이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져 있고요. 외부는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직도 김장 시즌에 절임 배추 사러 그냥 문 열고 들어와요. 안에는 청년들이 상주하면서 교육하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저런 공간이 생기니까 여러 친구들이 더 많이 모일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행안부 사업으로 지원을 받아 청년마을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도 그냥 사비를 들여서 계속 지역 살이를 해왔습니다. 다들 농업 하면 무슨 농사를 짓는지, 그래서 뭘 파는지를 궁금해하는데 그 한계점을 저희는 컨텐츠로 보완하고 있어요. <시골의 밭으로>라는 행사로 채소를 그대로 파는 게 아니라 채소 부케를 만들어 간다든지, 수확한 채소를 가지고 먹거리 체험을 한다든지, 아니면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나 색을 가지고 보물찾기를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사실 작년부터는 못하고 있긴 합니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참여자들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행사를 하기 시작했고, 여기 오는 청년들이 더 많아져야 된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지속가능한 농업과 커뮤니티 프로젝트 (19:46~21:34) 그래서 로컬투어부터 시작해서 퍼머컬처를 매개로 어떻게 우리 동네에 내가 같이 살 수 있을까를 2년 동안 계속 실험하고 있고요. 밭에 나가는 행사도 하고, 고기 없는 금요일이라는 행사도 하면서 자급자족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 계속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많은 청년들이 오가며 꼭 농업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로 풀 수 있는 것들, 그리고 무형의 자원으로 풀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시도하고 있고, <이었던 공작소> 같은 게 그 시도 중 하나였어요. 버려진 자재들로 우리한테 필요한 무언가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키친가든이라고 하는 먹거리 정원을 만들 때도 사서 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돌과 버려지는 나무 더미들을 이용해서 퇴비장도 만들고, 퇴비장에 정원을 덧붙인 형태로 식물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경제적 소득이 나는 게 아니라, 함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학습 공동체로서의 활동. 그래서 저희는 이번에 이렇게 커다란 포레스트 가든을 만들면서 닭장도 지었거든요. 터키에서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축가들이 참여한 닭장을 모델로 한국에 맞게 변형해서 작업했습니다. 설계도 같이 하고, 건축 자재를 보는 법, 설계 도면을 읽는 법, 그리고 공구를 쓰는 법을 같이 배우면서 3일 만에 이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했었어요. 먹거리로 함께 성장하는 지역 사회 (21:34~23:36) 이에 덧붙여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결국 지속가능해지려면 단발성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계속하기 위해서 9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각자 있는 지역에서 이게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모이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환대해 주지 않으면 지역에 살 수 없거든요. 그래서 마을에도 경제적으로 어떻게 환원을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합니다. 지역에 있는 자원을 발견해서 잘 이어주는 방식으로 이번에 <느리게 느리게>라는 행사를 하면서 아이들, 청소년, 마을 어르신들이랑도 친해질 수 있었어요. 이 행사를 계기로 전국에서 60명 정도가 3시간 거리를 무릅쓰고 1박 2일 행사를 와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폐교에서 거의 몇 십 년 만에 운동회가 다시 열린 거죠. 그런 변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플리마켓을 할 때에도 부스는 다 지역 중학생들이랑 같이 직접 운영을 했고요. 이 행사를 계기로 이장님이 홍수에 떠내려간 다리도 다시 놔주시면서 텅 빈 광장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플리마켓에서도 기성 제품을 사와서 파는 게 아니라 할머니들 주방에서 우리가 직접 다 공수해온 옛날 컵, 옛날 그릇 같은 것을 되팔아서 할머니들의 용돈을 드리는 형태로 순환의 형태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게 거의 꽉 채운 3년이 되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점차 진심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동체의 고민 (23:36~27:35) 우리 활동을 하는 청년들 중에 강원도에서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오는데, 이 친구들이 실험을 하며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이제는 지속가능성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의 경우에는 그 시도들을 묶어 하나의 가치가 바로 ‘퍼머컬처’라는 개념이었어요. 이 하나의 개념이 7개의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러 결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서 그 다양성 덕분에 폭넓은 행사를 많이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렇게 저희는 5년 동안 꽉 채운 시간을 보냈고, 심지어는 장기 프로젝트 다큐멘터리를 찍자며 제작사들까지 연락이 왔어요. 이렇게 정림건축문화재단에 온 것도 그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항상 ‘시각’을 중요하게 여겨왔어요. 어떤 시각으로 집, 사람, 공간, 공동체를 바라보는지가 중요한데, 저는 항상 ‘자연’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제일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은 자연과의 파트너십’이라고 했다고 하죠. 자연은 절대 거짓말을 말을 하지 않거든요. 언제나 내가 하는 만큼 돌려주기 때문에 그 점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하고, 언제나 시작이라는 것을 되뇌이려고 합니다. 우리의 규모나 영향력 더 선하게 펼치려면 정말 무해함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내가 한 발짝 걸으면 한 걸음 나아가는 건데, 친구들 열 명이랑 한 발짝을 내딛으면 열 걸음 나아가는 거라고. 그래서 주변에 친구들이 정말 중요하다고요. 저희 주변에도 건축을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애플체인 키친가든을 함께 했던 ‘맛있는 정원’의 이진호 대표님도 건축 전공이시고요. 저희도 해외에서 하는 협회 기반의 퍼머컬처 활동을 우리나라 기반으로 조직화, 체계화, 다양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보니 다양한 친구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해외 사례는 어디까지나 참고일뿐, 결국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모델이 나와야 되고 그 안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아야 될 거예요. 지속 가능성이라는 게 사실은 굉장히 큰 분야잖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지속 가능하면 어떠한 집이든, 마을이든, 공동체든 간에 시간은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성장하고 그게 완전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 시각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으려고 하고, 여기가 한국이라는 건 절대 잊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나라에 맞는 모델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변해야 된다는 거죠. 해외에 좋은 사례가 너무 많아요. 하지만 그 중에 우리나라에서 못하는 게 훨씬 많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맞는 것들을 계속해서 찾아 나가려고 하고, 저희와 함께 하는 무해한 사람들로부터 시작을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내년이 올해보다 더 재밌어질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올해도 너무 재밌게 하고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 건축을 하실 때, 아니 꼭 건축이 아니라 나의 삶을 디자인할 때도 그 선한 시각을 바탕으로 내 주변의 사람과 자연을 함께 고려하는 무해한 집, 무해한 디자인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응원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립트 정리 최정원
포럼 개요 제목: 다시 야생으로: 자연주의 조경과 정원활동일시 및 장소: 2023년 10월 19일 오후 7:30~9: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온/오프라인)발표: 김현아(마인드풀가드너스 대표), 신준호(연수당 대표) 정림학생건축상 2024 사전포럼 – 다시 야생으로: 자연주의 조경과 정원활동 – 신준호(연수당) 타임코드 00:00~03:20 발표 개요03:24~19:28 아모레 성수 가든19:30~25:43 모노하 한남25:44~41:31 어반 포레스트 가든 스크립트 함께 살기 위한 정원 만들기 (00:00~03:20) 제주도 서귀포에서 연수당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준호입니다. 지금 화면에 보이는 사진은 코로나 시기 때 영국 웨일즈가 락다운되면서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으니까 야생 염소가 도시를 활보하는 사진입니다. (실제로 유튜브에 있는 영상입니다.) 도시에 정말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활보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어요. 사실은 그들이 원래 살던 공간이었는데, 인간들이 도시에 모여 살기 위해서 도시를 만들면서 그들을 쫓아낸 거잖아요. 그런데 인간이 활동을 하지 않는 시기에, 그들이 원래 살던 환경과는 상당히 달라졌음에도 다시 찾아오는 걸 보고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라는 곳이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원’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개인 취향을 담아서 예쁘게 만들거나 좀더 확장된 개념으로 보더라도 도시의 법에 의해, 녹지의 양을 늘리기 위해, 그늘을 만들기 위해, 각종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원, 공원 이런 녹지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저는 거기에서 조금 더 나가서 앞에서 얘기했던 인간 외에 다른 생명들까지도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도시, 그런 공간 환경을 만들기 위한 활동으로 정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정원 디자인과 직접 시공하는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연수당을 차리기 전에 제가 다녔던 더가든에서 김봉찬 대표와 같이 했던 3개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세 프로젝트가 다 서울에 있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했던 프로젝트들이어서 비교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모레 성수 가든 (03:24~05:57) 첫 번째 프로젝트는 아모레 성수 가든입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의뢰를 받아서 진행했습니다. 성수역 바로 근처에 이런 공장지대는 풀이나 녹지를 보기가 힘든 지역입니다. 이 지역을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주변에 제일 유명한 곳은 어니언 커피고요. 바로 옆에 신도리코가 있습니다. 정원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갔을 때 처음 모습(04:12)입니다. 여기가 원래는 자동차 정비소였어요. 정비를 위한 공간이니까 대부분이 다 차가 다닐 수 있게 콘크리트로 포장이 돼 있었고 건물 밑을 필로티로 해서 차가 들락날락할 수 있는 구조였는데 이 공간을 아모레퍼시픽에서 쇼룸 형태로 만들고 2층에 카페를 놓고 관리 동선도 만들고, 정비 공간은 실내 공간으로 만들고, 바깥에 정원이 생기는 가운데 공간에 정원을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실제로 여기 틈바구니에서 조금의 토양 같은 데서 흔히 얘기하는 잡초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요. 아주 잠깐 비워놓은 시기에도 이렇게 된 거죠. 그리고, (외부 공간이었던 정비 공간에) 창을 끼워서 내부 공간으로 만들고, 정원과 분리해서 사람들은 안에서 정원을 바라보게 하는 그런 구조로 계획을 했었습니다. 이건 저희보다는 먼저 건축에서 그렇게 계획이 돼서 나중에 이 공간에 대한 정원의 설계와 시공 의뢰가 온 거죠. 그래서 보셨다시피, 여기가 건물로 ㄷ자로 둘러싸여서(05:36) 대부분 내부지향적인 곳이고, 실제 공간의 좁은 폭이 한 9.5m, 긴 폭이 23.5m이었으니까 규모가 그렇게 큰 공간이 아니에요. (05:57~09:05) 저희가 처음에 고민했던 것은 (대지가) 좁고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까 햇빛도 거의 안 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좁고 그늘진 공간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깊이감 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두 번째는 콘크리트로 돼 있다 보니까 여기에 식물을 심으려면 방법은 두 가지인 거죠. 거기에 흙을 돋구거나, 콘크리트를 깨고 흙을 드러내서 식재를 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건물의 레벨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결국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정원을 만드는 방식을 택하게 됐고, 그랬을 때 이왕 땅을 파는 김에 더 파서 공간의 깊이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간의 골격을 잡았습니다. 그늘진 공간이다 보니까 여기에 일반 초지 같은 것을 만들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숲의 분위기를 ‘서식처’로 설정을 했고, 바깥에 입구부의 일부 공간만 (G라고 써 있는 부분) 그라스 가든 초지를 조성하는 걸로 큰 골격을 잡아놓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골격이 잡히면 그 땅의 전체적인 골격을 잡고, 그 상층에 교목으로 중요한 골격을 잡아 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여기 같은 경우는 건물이 이미 거대한 숲처럼 바람도 막아주고 그늘도 생성해주는 구조였기 때문에 상록성 교목보다는 낙엽수 위주로 선정했고, 하부에 일부만 상록성 관목, 즉 키가 작은 나무로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조경에서 잘 다루지 않는 영역인데, 교목층, 관목층 하부에 초지를 구성할 때, 패턴으로 식물을 심는 게 아니라 서식처에 맞는 군락 단위로 식물을 묶어서 식재 계획을 합니다. 사실은 이 부분이 저희가 하는 자연주의 정원의 핵심인 거죠. 그래서 1번부터 5번까지의 군락이 있으면, 거기에 식물 종별로 자라는 크기라든지 식물들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밀도나 식재 비율을 설정해서 계획했습니다. (09:05~11:12) 그래서 이 정원을 설계하면서 도심에서 경험하기 힘든 오래된 숲(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산 좋아하는 분들도 오래된 숲을 가서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근데 도시에, 성수동 같은 데 들어왔을 때 그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고, 당시에 미세먼지 이슈가 있어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의 이미지로부터 촉촉함 등을 차용하고 언급하면서 진행했어요. 실내에서 바라 보는 이미지가 중요해서 이를 고려했고, 땅을 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낮춤으로써 시선이 좁아지면서 바깥쪽 앞에 있는 건물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공간을 더 확보하려 했고, 그다음에 반대편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이나 앞에 보이는 공업사 같은 도시 풍경이 완전히 가려지는 게 아니라 그것까지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고민했습니다. 옥상 정원도 계획했지만,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하중 등의 문제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외부의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고민했어요. 제가 만드는 정원뿐만 아니라 그 정원을 거쳐서 보이는 외부의 풍경이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고민했습니다. (11:18~13:22) 정리된 도면으로 보여드리면 이런 구조(11:23)입니다. 여기는 숲 정원이면서, 빗물 정원입니다. 비가 왔을 때 여기가 중정형이다 보니까 빗물이 빠져나갈 곳이 없거든요. 그래서 자칫하면 건물로 넘칠 수 있기 때문에 땅을 팝니다. 땅을 파는 이유로는 공간 디자인도 있지만 실제 그 우수 처리를 하는 방식의 핵심이 있으면서 이 땅에 내린 물과 건물 지붕에 쏟아진 물이 다 가운데 정원으로 모여서 일시적으로 습지가 됐다가 오버플로우 포트를 통해서 일정 수위 이상의 물만 우수관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구조가 돼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시적으로 물이 고여 만들어진 습지다 보니까 그 물과의 관계나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서 해가 들어오는 양이 달라집니다. 거기에 맞춰서 식재 군락 패턴이 결정됐습니다. 입구 쪽에는 초지를 만들어서 분위기 전환도 하고, 안에서 봤을 때 초지를 거쳐서 바깥의 풍경이 보일 수 있게 계획했습니다. 식물종은 교목부터 관목, 초본류들을 서식처 별로 다양하게 식재했습니다. 종으로만 따져도 거의 70종 넘게 심었던 것 같아요. 여기가 80평이 안 됩니다. 단순히 많은 걸 심는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지만, 식물의 종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여기에 찾아오는 벌, 나비, 새와 같은 동물종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그런 걸 고려했습니다. (13:22~17:19) 조성 과정을 (사진을 보면서) 말씀드릴게요. 저희가 샘플로 1m x 1m x 1m를 파보았는데 땅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어요. 밑에 기름기도 많았고, 한강 주변이니까 진흙 토양이었고, 오랫동안 (콘크리트에) 덮여져 있다 보니까 배수가 워낙 안 돼서 약간 냄새도 났어요. 그래서 식물을 심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1m(깊이의 땅)를 다 걷어내고 새로 흙을 붓는 과정부터가 정원 조성의 시작입니다. ‘서식처’를 얘기할 때,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고요. 흙을 부은 다음에 기본적인 지형을 만듭니다. 좁은 데서 땅을 파다 보니까 흙의 각도와 같은 것이 안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돌을 가지고 그 지형을 다시 잡아가면서 계획된 수목들을 심습니다. (대지가) 좁으니까 가장 안쪽부터 시작해서 바깥으로 빠져나가면서 장비 작업을 합니다. 이제 한 번 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죠. 이때 추석 연휴 끼고 태풍이 왔는데, 나무들을 다 제주에서 갖고 왔거든요. 9월에 공사하고 10월에 오픈하는 일정이어서 식물들을 미리 준비한 다음 최상의 상태로 딱 전시하듯이 (마무리)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너무 악조건이었어요. 그래서 추석 때 일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지형에 맞춰서 (배치)했고요. 교목이 공간에 비해서 좀 많아 보일 수는 있는데, 아파트 조경할 때보다 수량, 밀도가 적게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핵심이 나무가 한 그루여도 여러 그루처럼 보이게 다간형, (밑동에서) 여러 가지로 올라오는 교목을 썼어요. 사람들이 ㄷ자로 내부 공간을 돌아서 지나가니까 움직임에 따라서 이게 중첩되어 보이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처음에 (대지 조성을 위해) 받았던 흙은 마사토라고 하는 일반 토양인데, 숲 정원에 사는 식물들을 위해서 보습성을 높이는 피트모스(peatmoss)라는 흙을 섞어 토양 개량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형을 다시 잡고 어느 정도 정리를 합니다. (조금씩 모양이 나오죠.) 건물 지붕에서 나온 물을 여기로(정원 내부에 설치된 관으로) 뺍니다. 사람이 계속 들어가서 관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관수 시설 등을 다 설치했고요. 제일 마지막에 풀 종류를 심었습니다. 물이 고이는 밑바닥부터 가장 습한 데 자라는 식물부터 상대적으로 건조한 곳에 자라는 식물까지 심었어요. 마지막에 포장이 다 끝난 다음에 초지까지 해서 일차적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멀칭(mulching)으로 우드칩, 바크(bark)를 써서 식재면을 마감했습니다. (17:26~19:28) 이 프로젝트의 대지가 좁지만, 사람들이 옥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층별로 또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 정원이 계속 달리 보이는 매력이 있어요. 그런 것을 고려해서 건축 파트와 창의 크기라든지 높이 등을 논의하면서 설계했었고요. 가장 하이라이트(17:49)는 이 안쪽에서 이렇게 길게 볼 때 모습이고요. 10월에 오픈하고 다음 해 봄의 모습입니다. 저희가 일반적으로 이렇게까지는 잘 안 하는데, 식물을 최대한 큰 것들을 가지고 세팅을 했었어요. 다음 해 새로 순이 나온 식물들이에요. 낙엽성 식물이 대부분이었고요. 처음보다 물도 깨끗해졌죠. 비 온 후인데 이 정도 물이 거의 항상 고여있습니다. (건물) 안에서 본 모습입니다. 꽃도 피고 어두운 내부 공간과 바깥 정원의 밝은 곳에 선이 중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도 내부 공간에서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계속 바꿔가면서 하는데, 그런 것과 변화되는 모습도 재밌습니다. 정원은 계절에 따라 변하고 건물 안에 프로그램은 그때그때 기획해서 바꿉니다. (정원 조성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깊이감이나 촉촉함이 느껴지시나요? 바깥 초지에 큰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상황이 안 돼서 능수버들 한 그루를 심었는데, 이게 건물의 포인트가 됐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이렇게 계절에 따라서 서로 다른 식물들이 꽃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노하 한남 (19:30~22:35) 같은 해에 모노하 한남을 작업했습니다. 여기는 아모레 성수와 비슷한 조건이긴 했어요. 여기도 (대지가) 좁고 콘크리트를 걷어내서 할 수밖에 없었고요. 다른 점은, 아모레 성수는 (건물의) 창을 통창으로 낼 수 있었던 것에 비해서 여기는 구조적으로 반창으로(할 수 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이 정원에 나가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아모레 성수보다 훨씬 더 좁은 데다가 동선까지 확보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건물 뒤편에 정원을 만드는 거라서 나무들을 다 크레인으로 옮겨서 심었고요. (공간이 좁아서) 미니 장비가 겨우 들어가서 땅을 팔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완성된 것만 보면 상상이 잘 안 가는데,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나무들이 어느 정도 세팅되면 동선을 내고 작업하는 순서는 비슷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포장 작업이 추가됐습니다. 저희가 작업할 때 실내에 어떤 브랜드가 들어오는지도 몰랐어요. 클라이언트 분이 패션 디자이너여서 쇼룸 같은 거라고만 얘기를 들었거든요. 근데 다 만들고 나서 ‘혹시 너희가 모노하 정원(설계)했냐’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거기가 어디냐?’ 물었더니 한남(동)이래요. 그제야 저희 프로젝트가 모노하 한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이렇게 프로그램을 모른 채 공간의 구조만 가지고서 디자인을 했고, 전체적으로는 일본 디자이너(마키시 나미)가 건축 계획, 인테리어를 했어요. (정원으로 바로 통하는) 유일한 출입구 폭이 한 2.5m, 3m가 안됩니다. (21:47) 원래 계획에서 여기는 직원들이 보조동선처럼 쓰는 곳이니, 방문객은 건물 주출입구로 들어와서 정원을 나가고 싶은 사람들만 나가도록 하겠다고 해서, 저희는 최소한의 동선만 확보하는 대신에 여기에(정원 바로 옆 건물 벽에) 창이 엄청 큰 게 있어서 밖이 보이는데 거기를 삭막하게 둘 수 없으니 최소한의 행위만 하겠다 생각하고 풀었습니다. 이끼를 좀 심어가지고 숲의 분위기를 더 내려고 했고, 공간이 좁으니까 오히려 너무 거친 것들로 (구성)하기보다 깔끔한 면을 두고 뒤에 거친 것들이 보여지게 하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22:35~25:43) 그런데 오픈한 뒤 연락받고 가보니까 주출입구가 (정원 쪽 입구로) 바뀌었더라고요. 다 만들어 놓고 보니까 건축주도 여기가 너무 좋았대요. 그래서 오히려 정원을 통해서 건물로 진입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폭은 좁지만 출입구를 아예 여기로 바꿨어요. 내부 전시도 기획이 계속 바뀌는데 정원의 변화와 같이 보게 되는 맛이 있습니다. 건물 안에서 통창으로 내다봤을 때 가느다란 나무 딱 두 그루를 심었는데, 자리를 잡으면서 점점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23:46) 브랜드 이름인 ‘모노하’가 일본어로 모노파(もの派), 단색화 그룹을 의미하는데, 그런 분위기를 생각하고 한 건 아니지만 나중에 보니까 잘했구나 (느꼈습니다). 반창을 통해서는 나무 선들이 뒷편의 담벼락 면과 만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건 특히 잎이 떨어진 다음에야 드러나게 되죠. 출입구 부분도 저는 딱 이 계절이 좋아요. 사실은 잎이 다 떨어지고 밑에 면하고 선만 남는…. 겨울로 갈수록 해의 각도가 내려가면서 해가 엄청 깊이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벽에 비치는 그림자나, 건물 안쪽까지 나무 그림자가 지면서 정원이 이 건물 안까지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죠. 비 오는 날도 갔었는데, 환경이나 계절 변화에 따라서 작은 정원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가 갔던 날에도 새들이 나무에 많이 앉아서 쉬고 있었습니다. 아모레 성수 같은 경우는 물웅덩이가 있으니까, 새들이 와서 목욕도 많이 하고요. 정원을 만들어 놓으면 그런 걸 관찰하는 재미가 있어요. 어반 포레스트 가든 (25:44~26:47) 마지막으로, 2021년 작업한 어반 포레스트 가든입니다. (사이트는) 피크닉이라는, 남대문 시장에서 남산쪽으로 올라가면 있는 전시공간인데, 원래 제약회사 건물이었고 리모델링해서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2021년에 피크닉에서 정원을 주제로 《정원 만들기》 전시 기획을 하면서 실내 전시도 하지만 바깥에 정원을 실제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체험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1층에는 김봉찬 대표와 제가 공동작가로 참여하게 됐고, 옥상 정원은 서안조경의 정영선 선생님이 작업했습니다. 처음에 전시라고 그래서 김봉찬 대표가 거절했었는데, (정원을) 존치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진행했습니다. (26:47~29:57) 기존에도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이거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1월에도 눈이 안 녹고 쌓여 있을 정도로 그늘이 많이 지고요. (여기가 건물의 북면이어서 그렇습니다.) 사진에서 잘 안 보일 수도 있는데 바닥에 판석 말고 구조물이 있어요. 실이 있어서 앞의 사례처럼 (바닥을) 까낼 수가 없고, 흙을 돋워야 하는데, 다행히 건물 레벨이 높아서 저희가 흙을 평균 50cm로 복토한 다음에 정원을 조성했습니다. 대신에 사람들이 통행을 해야 하다보니, 통행로를 띄워서 데크 형식으로 만드는 기본적인 개념을 갖고 시작했고요. 그리고 북면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앞에 서울의 도시경관들이 이렇게 보입니다. 그리고 기존에도 이런 숲 정원이 어느 정도 조성이 되어 있었는데, 천이 단계(숲의 발달 단계)로 보면 아랫단계에 있는 숲이라고 생각해서 저희는 이거보단 더 오래된 숲을 여기다가 조성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걸 정리하는 작업을 같이 진행했고요. 두 번째로 저희가 현장에 갔을 때는 어느 정도 계획안을 갖고 갔는데, 이 정원이 어떻게 하면 아름다워 보일지도 중요하지만, 정원을 통해서 도시가 아름다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그래서 어느 높이에서 어느 각도로 보면 이게 좋게 보일까, 그런 고민을 해서 올라가도 보고, 원래 바닥 높이에서도 보고, 트럭 위에도 올라가서도 (경관을) 봤고요. 그 반대편에도 레스토랑이 있는 건물이 있는데 그쪽에서 또 봤을 때 가장 긴 축으로 보는 정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이 세 개 정원이 다 동서축으로 긴 정원이고, 그게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해의 각도에 따라서 정원의 깊이가 결정되는데 동서로 했을 때 그게(원하는 깊이가)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했어요. (29:57~31:49) 김봉찬 대표가 동선을 그리면 최정화 작가가 받아서 수정하는 식으로 작업하다가 결국엔 비용 때문에 (규모가) 절반이 줄었죠. 그늘이 지는 곳은 대부분 숲으로 하고, 다양성을 만들기 위해서 그나마 해가 좀 들어오는 곳에 초지를 계획했었는데 나중에는 이 초지 영역이 좀 더 넓어졌습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기존의 수목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과, 토심을 많이 확보하지 못하니까 식물을 식재하는 위치를 정교하게 설정해야 했습니다. 특히나 밑에 배수 문제라든지 흙의 하중도 중요한데, 배수가 잘 안 돼서 물이 너무 오래 머금고 있으면 그게 또 하중을 증가시킵니다. 오래된 건물이라서 아예 하중 계산 자체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최소화했습니다. 데크도 사람들이 이동해야 해서 필요한 시설이긴 했는데, 데크를 2m 폭으로 만들면 그 밑에 그늘이 지고 비도 안 들어가니까 죽은 공간, 식물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레이팅(grating)을 써서 그런 문제를 해결했고, 대신에 힐을 신고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최소폭만 목재 데크로 계획했습니다. (31:49~36:36) 아모레 성수 때 생각했던 개념에 더해서 도시와의 관계를 좀더 고민하고, 설득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여기도 아모레 성수랑 숲 정원이라는 기본 개념이 같기 때문에 비슷한 식물을 쓰면서 규격을 다르게 했고, 토심 등을 고려해서 식물군에 변화를 줬고요. 시공 과정 보시면(32:22) 여기는 처음에 구조물 설치부터 시작해서 흙 붓기 전에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통로만 확보하고, 데크 설치하고 배수판 깔아서 나중에 배수 잘 되게 하고 흙을 붓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사대문 안이라서 대형 화물차가 평일 낮에 못 들어와요. 그래서 일요일 저녁에 흙을 받아서 주차장에 하차를 해두고 월요일, 피크닉 휴무날 작업을 해야만 했어요. 아침에 장비차로 흙을 옮기면 지게차로 떠서 건물 뒤편로 돌아서 흙을 붓는 식으로 릴레이를 한 거죠. 이렇게 미니 장비가 다리 사이를 지나다니면서 (작업했습니다). 그래서 장비가 올라탈 수 있게 배수판도 일반 조경용 배수판보단 두꺼운 걸 썼고요. 그리고 여기도 피트모스 같은 것도 많은 양을 한번에 가져올 수 없어서 사람이 들어서 나를 수 있는 정도의 상토를 가지고 만들어진 흙을 배합해서 숲 정원의 토양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에 있는 수목 중 옮길 수 있는 것들은 옮겨서 정리했고, 그 다음에 최정화 작가 작품을 하나 설치해야 해서 일부 들어냈죠. 그리고 그레이팅을 시험 삼아 설치한 모습이고, 구조물을 먼저 만든 다음에 나머지는 사람이 들어다가 심는 나무들로 위치를 잡았습니다. 작고 가느다란 나무를 하나만 뒀을 땐 보잘 것 없지만, 여러 그루를 모아서 분위기를 만들고 중첩시켜서 대비감 등을 고려해 조성했습니다. (조성하는) 그 사이에 막 순이 올라왔어요. (34:32) 도시 풍경 속 덩어리와 면 위로 선이 걸쳐지고 녹색의 점들이 생겨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밑에는 풀을 심습니다. 해가 들어올 때마다 모습이 이렇게 바뀌어요, 공사하는 순간에도. 그나마 아침에 동쪽 해가 가장 길게 들어오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와서 보는 게 제일 좋은데 운영 시간이 있어서 항상 아쉬워요. 아모레 성수(의 정원)도 동쪽 해가 깊게 들어오는 그 시간에 보는 게 좋은데 (매장) 오픈 시간이 늦어요. 그런 게 상업 공간이 갖는 한계 같아요. 같은 시간대에 옥상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그리고 물빠짐 등을 생각해서 500mm을 평균으로는 삼았지만 그 안에 미세 지형을 조절하면서 바탕을 만들어 놓고 식재하는 모습입니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된 모습입니다. (작업이) 끝나면 이렇게 물을 주고, 그 다음에 스프링클러 설치해서 자동으로 관수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춰 놨고요. 경관 연출이기도 하고 관리 측면에서도 필요한 작업입니다. 끝나고 나면 바크 작업을 합니다. 그렇게 하면 토양의 보습성도 유지하고 잡초가 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크는)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토양으로 돌아가는데, 정원 작업하는 데에 필수입니다. 비가 왔을 때 흙탕물이 튀는 것도 방지해 주고 마감재 역할도 합니다. (36:36~41:31) 그런데 문제는, 저희가 심은 식물들이 잘 안보였다는 겁니다.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작은 식물을 많이 심다보니 그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여건에 맞추다 보니 일단은 이렇게 만들어 놓고 식물까지 다 심은 다음에 데크 완료하고 한 달 만에 원래 있던 나무나 작은 나무들은 잎이 많이 났고, 큰 나무들은 좀 늦게 나오는 편이죠. 잎이 난 다음 모습이고 전시가 거의 다 다가왔는데도 식물들이 너무 안 보인다 그래서 이끼를 보완했었고요. (37:26) 이끼 심는 도중에도 식물들이 자라는 느낌이 나죠. 그렇게 하고 나서 전시 반응이 꽤 좋았고요. 가을에 또 가서 찍은 모습들인데, (37:42) 한 계절 만에 이렇게 바뀌었고 실제 (작업의) 핵심이었던 이 그레이팅 밑에도 작은 식물을 심었는데 1년 만에 이렇게 바뀌었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은 해외에서 많이 하는, (뉴욕) 하이라인 같은 데서 이미 쓰고 있는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시공하기가 까다로워서 안 하던 거를 저희가 공들여서 했고, 지금은 많은 쇼 가든 등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절마다 바뀌는 모습(38:21)이고요. 건물 그림자도 있지만, 숲으로 생기는 이런 어두움이나 밝음의 대비가 이 공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정화 작가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대길 정원사와 같이 식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저희가 제주도에 있는 회사다 보니까 주기적으로 관리하기가 힘든데, 이 친구를 처음부터 작업에 참여시키고 소개해서 전시기간 동안 관리를 맡아서 했어요. 여기에 도시에서 보기 힘든 식물들이 있거든요. 특히나 50cm 깊이의 흙에서, 원래 아무것도 없던 데서 이런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거죠. 그리고 여기(프레젠테이션)에는 다 담지 못했는데, 이대길 정원사가 매주 관리를 하면서 여기에 일어나는 변화들을 계속 보내줬어요. 근데 저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곤충이나 새의 활동이 여기서 일어났어요. 그런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원에서는) 계절의 변화도 중요한데 여기는 그런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모니터링했고요. 여기가 전시 기간 동안은 유료였는데, 요즘에는 개방이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회 되시면 한번, 요즘(가을철)에 가면 이 정도 모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야경 같은 경우도 저희가 보통 공원에 사용되는 업라이팅을 안 썼고, 다 다운라이팅 썼거든요. 그래서 그것도 정원의 포인트입니다. 수목 하나하나에 포인트를 주기보다 서울의 야경 자체가 아름다워 보였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이용하는 데만 불편하지 않은 정도로 빛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했었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까 그레이팅 밑에 있는 식물도 야간에 더 돋보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제가 준비한 자료는 여기까지고요. 나머지는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서 좀 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립트 정리 심미선
포럼 개요 제목: 다시 야생으로: 자연주의 조경과 정원활동일시 및 장소: 2023년 10월 19일 오후 7:30~9: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온/오프라인)발표: 김현아(마인드풀가드너스 대표), 신준호(연수당 대표) 정림학생건축상 2024 사전포럼 – 다시 야생으로: 자연주의 조경과 정원활동 – 김현아(마인드풀가드너스) 타임코드 00:00~08:07 마인드풀가드너스 소개08:10~13:35 정원활동 프로젝트: 캠페인(컷플라워 가드닝, 와일드볼)과 콘텐츠 제작13:35~24:35 정원활동의 확산을 위한 활동(플랫폼, 전시, 페스티벌 등)24:35~31:48 해외 사례와 마인드풀가드너스의 비전 스크립트 마인드풀가드너스 (00:00~02:24) 안녕하세요. 소개받은 마인드풀가드너스의 김현아입니다. 저희는 정원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고요. 저희를 소개할 때 정원과 액티비즘을 연결해서 공동체 회복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비영리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다들 알텐데, 비영리가 붙은 스타트업은 아마 익숙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민간 지원재단 같은 단체에서 기존의 비영리 단체의 활동 방식과는 다르게 스타트업적인 성격을 가진 새로운 주제나 영역을 발굴해서 활동하는 단체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어요. 저희가 그 육성사업의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선정되어서 활동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고요. 대외적으로 저희를 홍보할 때는 꼭 이 말을 붙여서 쓰라고 했기 때문에 ‘비영리 스타트업’입니다. 그리고 저희 스스로를 정원활동가, 가든 액티비스트(Garden activist) 혹은 액티비스트 가드너(Activist gardener)라고 얘기합니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냐면, 저는 비영리 단체에서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비전을 갖고 오랜 기간 활동했습니다. 어느 날 가드닝을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게 어떻게 보면 공동체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 굉장히 중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고 비영리 영역에 접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생태 환경을 많이 고려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정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기후 위기, 변화가 몸소 체감되는 부분이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가드너의 숙명이겠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원활동 선언문 (02:35~03:30) 비슷한 영역에서 활동을 하는, 정원활동가라고 명명해드릴 만한 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부분 공감했고, 기후 위기에 저희가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기후위기 정원활동 선언문’을 2021년에 발표했어요. 우리 모두가 정원활동가가 돼야 하고,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내용들을 다 고려해서 넣은 선언문이었어요. 자연감각 (03:30~06:55) 저희 단체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보통 비영리 단체는 문제인식과 솔루션을 바탕으로 일합니다. 저희가 활동을 하면서 기후 위기라든가 공동체 붕괴가 가속화되는 원인 중에 하나는 사람들이 자연 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취미로 정원활동, 가드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플랜테리어, 집을 꾸미고 반려 식물을 들이는 데부터 출발했고, 자꾸 (식물을) 죽이니까 ‘이게 왜 그럴까?’하는 고민이 들어서 공부를 하다 보니 결국은 자연에서 식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아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식물 덕후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로 가게 됐습니다. 거기에서 다알리아 구근을 분양받았는데 누군가가 ‘이걸 언제 심나요?’ 질문했고, 그걸 분양해 주신 분이 ‘복사꽃 필 무렵 심으면 맞다’고 답했죠. 그랬더니 다들 ‘복사꽃을 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나눈 거예요. 농(農)이라는 작업이 우리에게 익숙한 일이었을 때는 절기마다, 시기마다 할 일들이 일상에 맞물려서 돌아갔는데, 지금은 그런 것을 잊고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정원활동을 통해서 회복해야 되는 자연감각을 세 가지로 정의했어요. 하나는 계절이 변화하는 절기 감각이 아니라 기후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매년 정원활동을 하고 텃밭에 뭘 심어 보면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계속 다르다는 걸 매년 느낍니다. 저는 꽃을 주로 많이 키웠는데, 점점 더 노지에서 꽃을 키우는 것은 어렵겠구나라는 게 절감이 되고, 일년 주기로 텃밭 농사를 지어보면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패턴이 나오는데 그게 굉장히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그래서 기후변화도 인지할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겠다 (생각합니다). 한편, 도시라는 공간이 사실은 자연과는 굉장히 먼 이분법적인 구분이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도시 안에도 굉장히 많은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다는 걸 정원활동을 통해서 발견했어요. ‘정원사는 식물이 아니라 땅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는 것처럼, 땅은 모든 생명이 살고 있는 서식처고, 도시도 서식처라는 걸 인지해야 된다는 게 중요한 감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도시에 얼마나 많은 새가 있는지 잘 모르시고 지나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관심을 갖고 보면 보이기 시작합니다. 생명들이 도시 안에도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생태공동체의 일원임을 이해하고 그(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된다는 내용이 저희가 목표로 두고 있는 자연감각입니다. 자연감각 회복의 단계 (06:57~08:07) 저희가 자연감각을 회복하는 단계로 생각한 것이 처음에는 1)경험하기고요. 경험을 통해서 2)깨닫는 것입니다. 저희가 정의하는 정원활동은, 정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식물을 가꾸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도시 안에 인위적으로 만든 녹지 공간에서 하는 모든 활동을 포괄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원에서 탐조하는 분을 만났어요. 그분을 만나 뵙고 돌아온 뒤로부터 계속 제 눈에 곤줄박이 같은, 그전에는 몰랐던 새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 경험을 하고 거기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는 계속 보입니다. 그러면 그런 존재가 이 도시에서 잘 살아가도록 우리도 뭔가를 도와야 되지 않을까를 3)살피고, 4)실천하는 과정으로 넘어가야 된다는 게 저희가 생각하는 네 단계입니다. 컷플라워 가드닝 캠페인 (08:10~09:55) 저희 단체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초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계부터 정원을 공부한 정원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컷플라워 가드닝 캠페인을 시범 사업 인큐베이팅하는 기간에 제일 처음으로 했어요. 텃밭에서 먹거리 작물보다는 꽃을 주로 키웠고, 씨앗 파종부터 자라는 모습을 계속 관찰하고 키운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서 이웃한테 전달하고 인사를 건네는 캠페인이었죠. 주로 정원을 가꾸는 커뮤니티가 참여해서 진행했었고 한 2년 정도 이 캠페인을 연속 진행했는데 처음에 36개 커뮤니티가, 그다음에 53개 커뮤니티가 참여했고 꽃을 나눈 횟수를 집계하니까 150회, 190회였습니다. 참가자가,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굉장히 즐거워했고, 씨앗 파종부터 키우고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마음이 치유되었다고 경험을 나누어 줬어요. 사회적 변화를 위한 정원활동으로서 시작할 수 있는 캠페인으로 제안을 했습니다. 리와일드볼 캠페인 (09:55~11:32) 그 다음엔 리와일드볼 캠페인을 했습니다. 요즘 흙과 씨앗을 뭉쳐서 만든 씨드볼을 마을, 학교, 기관 등에서 게릴라 가드닝 도구로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저희도 그런 맥락에서 야생화로 리와일드볼을 만들었어요. 리와일드볼 안에 야생화 씨앗 믹스 26종이 들어있습니다. 야생화가 자라면서 황폐화된 토양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또 지상부에 꽃을 피워서 꽃가루 매개자들에게 먹이도 제공하고,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하는 활동을 진행했어요. 리와일드볼 만드는 워크숍을 한 뒤에 그것을 어딘가에 던지고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내 일상공간 가까운 장소, 출퇴근길 같은 데 던져서 어떻게 자라는지를 보라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왼쪽 네모난 박스 안에 있는 사진(11:03)은 공을 던진 지 7일 됐을 때 싹이 난 모습이에요. 근데 여기가 도시공원 같은 곳이었기 때문에 한 달쯤 됐을 때 예초기로 다 베였는데, 그 모습까지도 관찰을 해서 도시공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보자. 내 주변의 공원은 어떤 주기로 풀을 베는지도 관찰하는 것이 저희 캠페인의 목적이기 때문에 꽃을 못 보더라도 실망하지 말자(고 다독이면서), 이런 내용으로 진행했습니다. 정원활동 콘텐츠 (11:35~13:35) 더 많은 분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기를 바라며 앞서 말씀드린 두 활동의 키트를 만들어 보급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공동체 정원활동하는 분들이 대부분은 ‘시민정원사’라고 해서 지자체 교육과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정원을 가꾸고 관리할 수 있는 원예기술을 배운 분들이고, 이미 공공영역에서 자원봉사로 정원을 가꾸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정원활동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배경에는 이런 분들에게 기후위기에 대응한 생태적인 정원을 가꾸는 방법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한국엔 많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저희에게 그 콘텐츠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런 내용들을 정리해서 네 가지 정도를 만들었고요. 제일 마지막에 만든 게 ‘서식처 정원을 만드는 정원가들을 위한 초화식재 안내서’라는 긴 제목의 책자입니다. (옆에 계신) 신준호 대표님은 서식처 기반 정원이라는 걸 너무 잘 아실 것 같아요. 정원을 조성할 때 식재방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결국은 서식처, 즉 ‘장소에 맞는 식물을 심는다’가 기본 원리인 거예요. 이런 내용이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고, 이제는 조경이나 정원을 하는 분들도 생태적인 정원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에 전문가 분들도 그런 내용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전문가들이 그 내용을 학습해서 대중에게 전달해 주기까지 기다리기엔 저희 마음이 급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도 해보자’라고 시작했고, 안내서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정원 커뮤니티 활동 (13:35~19:03) 그리고 난 다음에 서식처 정원 식재 탐구단이라는 걸 꾸렸어요. 주로 공동체 정원을 가꾸시는 분들이고요. 이분들이 이 앞에 서식처 기반 정원이라는 내용을 학습을 하고, 서울식물원의 식재 설계 공모전이라는, 다른 정원 박람회와는 조금 다르게 식재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공모전이 있어요. 그래서 거기 1, 2, 3의 정원을 같이 연구해보았습니다. 각 정원을 조성한 작가님들을 모셔서 이게 어떠한 서식처를 상정하고 식물을 배치했는지를 배운 후에 각자의 공동체 정원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심고 가꾼 정원의 식물이 지금 어떻게 식재되었는지 조사해서 리스트업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정원을 꽤 오래 가꾸신 팀도 있었는데 이렇게 식재리스트를 기록하는 거는 처음 해봤다는 이야기들이 많으셨어요. 그리고 리스트업하는 거에 그치지 않고 매년 관찰해서 어떻게 자라는지를 봐야 된다는 것이 이 활동의 주요한 내용입니다. 왜 그랬냐면 저희가 이 책을 만들고 이 과정을 하는 게 결국은 생태적인 정원을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출발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이에요. 시민정원사들한테 그런 걸 알려줄 만한 교육 컨텐츠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어디부터 출발해야 될까 이런 얘기를 하다가 생태학과에 계신 어떤 교수님한테 자문을 받는 과정에서 아마 국내 조경가들 중에서 이거를 얘기할 만한 사람은 이제 김봉찬 더가든 대표님이나 신준호 대표님 외엔 없을 거라는 얘기를 했었고, 그래서 오히려 그런 방향보다는 동네에 식물을 굉장히 잘 키우는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민속학적인 방법으로 수집하는 게 오히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을 아는, 지금으로서는 더 적합한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공공정원을 갖고 있는 시민정원사분들은 경험이 좀 있는 분들이니 공동체 정원을 조사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계속 연속되면 좋은데, 저희도 어떤 환경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한 사업이고, 사업비가 없어서 이어가지 못해 좀 안타깝습니다. 자투리땅 탐사대는 정원을 향유하는 거는 꼭 땅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지점에서 출발했고 땅이 없는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정원활동은 뭐가 있을까라는 걸로 이제 온라인에서 모여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토론을 해서 동네에 있는 자투리 땅, 우리가 쓸 수 있는 공공의 땅이거나 사유지인데 방치된 땅 등을 한번 맵핑해보자 해서 시범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저희가 나중에 이제 온라인 시스템에서 이런 거를 서로 맵핑해서 기록을 올리고 누구나 볼 수 있으면 내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같이 할 사람을 모으고 이런 걸 하면 좋겠다라는 취지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씨앗을 교류하는 시드 스왑(Seed Swap) 커뮤니티 활동도 있습니다. 주로 농업 분야에서 토종 씨앗 관련 운동을 하시는 곳도 있고 종자와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조경이나 정원 식물에서 친환경적, 생태적으로 안전하게 키워진 정원 조경 식물이라는 건 사실은 보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먹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잔류농약 검사도 안 하고 그게 어떻게 생산됐는지 생산 이력도 알 수 없어요. 근데 사실 이게 굉장히 문제가 되는 게 뭐냐면, 작년부터 굉장히 심각하게 얘기가 나왔던 벌 감소와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식물체나 토양에 남아있는 농약이 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어요.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게 보급이 되고 소수라도 하는 거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니까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정원 조경 식물도 어떻게 생산이 되었나에 대해서 소비자로서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냥 모종을 사는 것보다 씨앗을 채종해서 쓰고 그걸 교류하는 것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원에서 식물을 가꾸는 것만이 아니라 생태관찰 시민과학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어떠한 생물종을 발견하면 기록하는 플랫폼 네이처링을 사용해서, 저희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공간이긴 하지만 생명 다양성을 고려해서 만든 정원에서 발견된 생물종을 기록해보면 어떨까라는 취지입니다. 정원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기서 일상적으로 관찰하면서 기록하는 활동으로 기획해 진행했습니다. 정원활동을 연결하는 플랫폼 (19:15~20:45) 이 모든 게 사실은 저희만의 활동이 아니라 이미 이런 활동을 하고 계시는 팀들을 만나서 그 팀들과 협업하기도 하고, 공공정원을 가꾸는 자원봉사하는 정원활동도 굉장히 소중한 가치가 있지만 좀 더 다양한 정원활동의 모습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너무 재미있는 자기만의 기획을 하고 계신 팀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들을 어딘가에 좀 아카이빙해서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공간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정원 커뮤니티들도 다른 사례를 보고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이름이 좀 어려워서 저희가 닉네임으로 엠지와(MGWW)라고 부르는데 풀네임은 마인드풀 가든 와이드웹이에요. 가든 와이드웹은 ‘우드 와이드웹’이라는, 나무가 지하부에 뿌리균으로 연결돼서 서로 소통한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거기서 차용한 말입니다. 모든 미소(微小) 정원들이 마치 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활동가들을 통해 하나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를 담은 플랫폼입니다. 소소하지만 기발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자연주의 정원 만들기 (20:45~21:05) 저희가 정원 만드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정원보다는 조금 더 생명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정원같은 것은 보통 기업에서 후원한 정원이거나 공공기관과 함께하는 정원을 만들기도 합니다.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전시와 페스티벌 (21:05~24:35) 저희가 이런 것들을 나누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축제 같은 형태를 온라인 플랫폼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 함께 만나서 교류하는 게 정원은 중요한 것 같아서 이런 전시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저희가 활동한 3년동안 매년 전시를 했고요. 저희가 올해 하는 전시가 마인드풀 페스티벌 2023인데 슬로건이 ‘리와일딩 아우어 마인드(Rewilding Our Mind)’예요. 신준호 대표님도 발표하러 와주시고요. 국내에서 자연주의 조경가라고 할만한 분이 정말 손에 꼽거든요. 섭외할 수 있는 분이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오시기로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연사 중에는 특히나 리와일딩 아우어 마인드라는 게 리와일딩과 관련된 여러 논의들이 나오는 와중에 저희 같은 단체에서 할 수 있는 건 결국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슬로건을 잡았어요. 또 한 가지 대주제는 인간, 비인간 존재가 함께 공생하는 정원, 그리고 그쪽으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내용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는 겁니다. 최근에 낯선 곤충이 대규모 출현하는 사건들이 있어서 특히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생태적인 정원도 좋지만 그래도 벌레가 나오는 정원을 견디기 어려워하시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도 좋지만 내 정원 안에서 이 곤충과 어떻게 공생해야 될지가 고민인 거예요. 물론 그 이전에 새도 있고 길고양이도 있고 여러 생물종이 있지만 아마도 벌레가 가장 난감한 부분이 아닐까. 근데 이런 벌레, 곤충과 우리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해봐야 되지 않을까 해서 곤충학자도 오시고, 정원활동하는 정원활동가도 오고, 김아영 교수님이 생태 정원과 관련해 문화사회학적으로 보는 정원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고, 최진우 박사님이 토론자로 토크쇼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11월 3일, 4일이니까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엠지와 플랫폼에서 했던 정원 프로젝트들도 전시할 예정이에요. 한 15팀 정도 재밌는 사례를 보여드릴 예정인데 재개발 지역에서 유기된 식물을 구조하는 팀도 있었고, 비가 오는 날 번개를 해서 지렁이를 주워서 텃밭에 돌려놓는 프로젝트를 하는 팀도 있었고, 우리가 이제 소위 말해서 잡초라고 말하는 풀에 대한 쓸모를 찾아보는 팀도 있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정원활동보다 기발한 프로젝트들이 있어요. 그래서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외 사례 소개 (24:35~30:23) 마지막으로 리와일딩과 관련된 해외 사례 한 가지만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북미나 유럽 쪽에서는 리와일딩 관련된 실천이 나오고 있었는데 2022년 영국의 제일 유명한 정원박람회라고 할 수 있는 첼시 플라워 쇼에서 리와일딩을 주제로 한 정원이 대상을 받았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쇼 가든’ 같은 정원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산속 오두막집 앞에 들풀이 자라는 것 같은 모습이고 그 옆에 비버의 서식처를 구현해놓은 정원을 만든 거예요. 일종의 쇼와 같은 정원박람회에서조차 리와일딩과 관련된 주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에 이걸 봤을 때 비버의 서식처를 구현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좀 의아하기도 했어요. 이 정원박람회는 나중에 철수를 하거든요. 잠깐 보여주고 마는 정원박람회에 이런 것을 하는 이유가 뭘까라고 궁금해서 나중에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리와일딩은 과거와는 조금 다르게 생태계 프로세스를 보존하는 방식입니다. 리와일딩은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대규모 생태 보존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까지 다양한 층위로 진행될 수 있는데, 정원박람회에 이게 등장했다는 것은 결국 인식을 바꾸는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런 쇼 가든이 굉장히 효과적이므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 작업에 구현된 내용이 보기에 자연스러워 보이는 정원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리와일딩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내용들을 담고 있어요. 그중에 하나는 찾아보니까 생태 프로세스를 복원하는 형태를 할 때 제일 많이 언급되는 것 중에 하나가 키스톤 생물종을 복원하는 형태를 한다고 하는데 영국에서는 그 종 중 하나가 비버라고 해요. 비버가 댐을 만들고, 서식처가 만들어지면 거긴 자연스럽게 습지가 되는 거죠. 그래서 이 정원에 구현한 게 비버의 댐에 의해서 만들어진 개울 그리고 습초지에서 자라는 식물도 그 환경에 맞게 자라는 식물들이 있고요. 여기에 집을 구현했고 그 옆에는 제가 ‘마른 돌담’이라고 번역을 했는데 이것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담을 쌓은 것인데 그 사이에 몰탈이나 석회 반죽 같은 걸 쓰지 않고 돌만 쌓아서 하는 방식이에요. 유네스코 같은 기관에서도 생태 문화적 경관으로도 중요하고 공동체의 기술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유산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을) 보호하는 운동들을 많이 하고 있고요. 그렇게 쌓은 담 안에 틈이 있다 보니까 양서류나 곤충 등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처가 되기도 하는 공간인 거예요. 그래서 이런 마른 돌담을 사용했고 또 이제 산책로는 목재를 쌓아서 산책로를 만들었고 특히 이제 영국의 자생종 야생화 초원을 만들었다는 내용들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리와일딩을 정원에서 구현하는 내용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이런 주요한 내용들이 들어 있는 상황이고요. 마른 돌담 관련해서는 일본에서조차 이 마른 돌담 쌓기 기술을 지자체에서도 보존해주고 활성화하는 마을 공동체를 지원해주고 있어요. 국내에는 예전에 마른 돌담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 기술이 남아있지 않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적정 기술을 연구하는 팀과 이거를 한번 해보자 해서 해외 자료들을 가지고서는 연구하시는 팀이 있어요. 파주에서 워크숍이 진행돼서 저도 한번 가봤는데 보급이 되면 굉장히 좋을 만한 기술이지만 공동체가 함께 해야지만 쌓을 수 있다는 것이고, 돌 자체가 너무 무겁더라고요. 그럼에도 이런 기술들도 사용돼서 한국에서 리와일딩 관련된 논의들이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들을 저희는 어디 가서 좀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 수집하고 들을 수 있을지 정보가 없어요. 좀 더 많은 전문가들과 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그리고 건축에서도 이런 내용들이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이 돼서 저희 같은 시민정원사들과 함께 활동하는 팀들이 이 내용들을 좀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중장기 비전 (30:23~31:48) 끝으로 저희 단체의 중장기 비전입니다. 생태보존 환경운동을 하는 팀의 활동 영역이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하나는 동물권이나 생명권 같은 생물종의 존엄성을 지키는 활동이고요. 하나는 연결망을 만드는 활동입니다. 저희는 정원을 대상으로 하지만 정원도 큰 정원, 작은 정원, 미소 정원을 연결하면 그거 자체가 다양한 생물들이 징검다리 삼아서 다닐 수 있는 서식처가 되는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도시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이나 공공기관 옥상정원 같은 곳들을 저희 활동의 대상지로 삼고, 거기에 아까 우드 와이드 웹의 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활동가들이 서식처라는 개념을 갖고 생태적인 정원을 가꾸면 이게 하나의 정원연결망을 이루지 않을까, 그래서 언젠가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연결되는 것을 넘어서서 오프라인상에서도 거대한 정원연결망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게 저희의 비전입니다. 스크립트 정리 심미선
고백하자면, 공모전 기획 단계에서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를 다루기로 정한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나는 이 거대한 이슈를 마주할 때마다 무력감을 느꼈다. 분리수거를 착실히 한다든가 에어컨을 높은 온도로 약하게 트는 소소한 실천과 별개로 ‘나 혼자 아무리 노력한들…’을 읊조리며 이 문제를 논하는 테이블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건축계에서 이 사안에 침묵하고 있는 이유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건축 행위가 자원을 극도로 소모하는 일이자 생태계 파괴를 수반하는 일이므로 환경 문제를 입 밖으로 꺼내면 생업이 곤란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니 애써 한쪽 눈을 감는 것이다. 더군다나 건축학과에서 쓰는 환경이라는 개념은 주로 ‘친환경’을 연상케 하거나 기술적 측면으로 다뤄지기에 자칫하면 참가자들이 과제를 해석하는 폭이 좁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비인간을 고려하는 건축이라니! 아찔했다. 공모전 담당자 입장에서 여러 고민에 휩싸였다.
출발은 장애인이었다. 장애를 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돌보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데, 건축은 갑갑할 만큼 그 변화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있다. 배리어 프리가 제도화된 덕분에 건축설계 시 거쳐야 할 온갖 인증이 하나 더 늘었고, 유니버셜 디자인 개념이 느닷없이 다시 소환되어 떠돌고 있는 정도다. 건축가의 시각에서는 이 둘은 장애인 공간을 본질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기계적 방편과 문자적 구호로 여겨질 뿐이다. 사회의 요구와 질문은 쌓여만 가고, 건축의 호응이나 대답은 요원해보인다. 더 늦기 전에 양쪽을 테이블에 앉히고 진짜 논의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장애를 설계 요건 이상의 진지한 관심사로 둔 건축가조차 건축계에서는 귀한 존재였다. 고민 끝에 조재원과 김정임 두 건축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재원은 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리모델링하며 그 과정을 상세한 기록으로 남긴 바 있어서였고, 김정임은 최근 들어 장애와 돌봄의 공간에 관심이 생겨 공부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다.
정림학생건축상 2024는 ‘모두의 집: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을 주제로 삼아 급격한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를 마주한 오늘날의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탐구했습니다. 심사위원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대표, 최진우 환경생태 연구활동가는 기획 초기부터 공모전이라는 형식과 기회를 빌려 전 인류에 닥친 시급한 문제를 학생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 건축계에 ‘새로운 지식 생산의 초석’을 놓자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참가자에게 각자가 정한 대상지의 리노베이션 시나리오 과제를 부여하여 지구상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와의 공존을 위한 거주 방식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체 일정 참가 신청: 2022년 11월 7일(월)~2023년 1월 5일(목)주제설명회: 2022년 11월 24일(목) 오후 7:00 온라인(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과제 제출: 2023년 1월 16일(월)~19일(목)1차 심사 기간: 2023년 1월 25일~2월 15일(수)1차 심사 결과 발표: 2023년 2월 16일(목)최종 공개 심사: 2023년 3월 4일(토) 오후 1:00최종 심사 결과 발표: 2023년 3월 6일(월)포럼: 2023년 6월 22일(목), 27일(화) 과제 요강 설계과제 여러분은 건축가임과 동시에 기획자이자 브랜드 디자이너이고 운영자이며 또 하나의 이용자라는 것을 염두에 두기를 바랍니다. 모든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바라기보다 특별하고도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기대합니다. 여러분이 선정하는 여행지는 그 지역만의 특징과 의미가 공감되어야 하며,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에게 기대감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김재현 세종대학교 건축학과신효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이수원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강서연 삼육대학교 건축학과김가영 삼육대학교 건축학과김민준 삼육대학교 건축학과
안민영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건축설계학과오정은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건축설계학과정효원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건축설계학과
박윤빈 세종대학교 건축학과서연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윤지웅 경북대학교 건축학부이희섭 경북대학교 건축학부
공문영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이승준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최연재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강재현 조선대학교 건축학과박지훈 조선대학교 건축학과
김동범 국민대학교 건축학부김태규 국민대학교 건축학부오동근 국민대학교 건축학부
서예은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서창연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신창배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오창경 인하공업전문대학 실내건축과이민재 인하공업전문대학 실내건축과
김영훈 충북대학교 건축학과박유빈 충북대학교 건축학과한승주 충북대학교 건축학과
문용제 인하대학교 의류디자인학과서홍승 인하대학교 건축학과정서연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신동휘 고려대학교 건축학과이인혁 고려대학교 건축학과정수이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강민정 아주대학교 건축학과박희준 아주대학교 건축학과장예린 홍익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학과
정림학생건축상 2023의 발제를 하고 심사를 진행하면서 몇 가지 기대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건축공모전으로서 스테이의 공간적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심사의 중심에 두었지만, 건축공모전 이상의 가치 또한 찾아보고자 하였습니다.
주제설명회 개요 일정: 2022년 11월 24일 (목) 오후 7:00~8:3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유튜브 생중계)심사위원 : 노경록, 박중현(지랩 대표)멘토: 이상묵(스테이폴리오 대표) 정림학생건축상 2023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 주제설명회 영상 사전 질문 Q1. 스테이 전체의 수용 인원이 4인인가? 아니면 팀 당 최대 4인이며 총 숙박 인원/팀의 수는 제한이 없는 건가? 이를 테면 네 명씩 네 팀이어서 총 열여섯 명이어도 가능한건지?
초대의 글 시대는 바뀌고 기술은 진화합니다.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 안에서 공간은 결국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며 새로운 양식과 이즘을 만들어왔습니다. 지금의 시대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단연코 ‘초개인화’의 시대일 것입니다. 이런 때에 여러분이 보여줄 여행의 공간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공명을 일으키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여러분은 그 변곡점에 선 세대이자 누구보다 큰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러니 도전적인 모습과 더불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너무나 설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3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 연계 포럼 두 번째 주제는 ‘건축으로 창업을 꿈꾼다면’이다. 건축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사업화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함으로써 건축의 경계를 넓히는 이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첫 번째 순서로 건축이라는 공통된 배경을 가진 기획자/사업가/디렉터인 김하나(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 문승규(블랭크 대표), 이상묵(스테이폴리오 대표), 홍주석(어반플레이 대표)이 각자의 창업 경험과 사업을 소개했고,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박성진(사이트앤페이지 대표)의 진행으로 창업이라는 특정 시기와 상황, 그리고 건축 혹은 공간이 소비재로서 사람들에게 공급되고 경험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 공간 비즈니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3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 연계 포럼 두 번째 주제는 ‘건축으로 창업을 꿈꾼다면’이다. 건축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심사를 사업화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함으로써 건축의 경계를 넓히는 이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첫 번째 순서로 건축이라는 공통된 배경을 가진 기획자/사업가/디렉터인 김하나(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 문승규(블랭크 대표), 이상묵(스테이폴리오 대표), 홍주석(어반플레이 대표)이 각자의 창업 경험과 사업을 소개했고,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박성진(사이트앤페이지 대표)의 진행으로 창업이라는 특정 시기와 상황, 그리고 건축 혹은 공간이 소비재로서 사람들에게 공급되고 경험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 공간 비즈니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축과 도시 설계에만 몰두했던 20대를 지나, 2011년 처음으로 아이폰 4를 만나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는 ‘기술의 변화’라는 호랑이의 등 위에 올라타야만 내가 원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을 걱정 없이 할 수 있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도 하고, 일상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건축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IT, 기술 분야로 나아가야 했고요. 그런데 저는 개발자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머릿속으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반플레이는 ‘도시에도 os가 필요하다’는 슬로건으로 2013년에 시작한 회사입니다. 도시 콘텐츠 전문 기업으로 시작했고,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1들이 비즈니스 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 복합형 공간기획과 동네 기획, 운영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산업 생태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유통 판매를 중심으로 해온 오프라인 시장 또한 콘텐츠 경험,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도시 개발 시대가 저물고 로컬 라이프 스타일 산업의 시대로 갈 거라고 예상하고, 그와 관련된 콘텐츠 중심의 소프트웨어 디벨로퍼로서 역할을 해 보자는 생각으로 어반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건축’이라는 틀에 우리의 역할을 한정하지 않는다.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 사람들의 참여, 운영되는 방식,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등에 관심을 두고 건축가의 지역적,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 문승규 공동대표, 대한건축학회 「 건축 」 2019년 12월호 ‘프로젝트 블랭크’ 中
서울소셜스탠다드는 ‘매일의 경험이 새로운 집’이라는 슬로건으로 일을 시작했고, 주택을 기획, 공급,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창업했는지부터, 전환점, 그리고 지금의 관심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3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 연계 포럼 첫 번째 주제는 ‘한국적 현상으로서의 스테이’다. 고영성, 이성범(포머티브), 박지현, 조성학(비유에스), 최재영(더퍼스트펭귄), 노경록, 박중현(지랩)까지 네 팀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스테이 작업을 통해 스테이 설계의 주안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모더레이터 임태병(문도호제 대표)의 진행으로 취향이 머무는 집, 스테이가 갖는 다양한 건축적 가능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지랩은 올해로 10년 된 회사입니다.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스테이 프로젝트입니다. 지금까지 44개를 오픈했고 진행 중인 것까지 합치니까 55개째 설계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가 될 줄은 몰랐는데, 돌이켜보니까 이렇게 한 가지에 집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퍼스트펭귄은 건축이라는 바운더리보다는 좀더 넓은 영역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팀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도 다른 팀들처럼 스테이 프로젝트를 위한 별도의 관점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저희 스튜디오의 일관된 방법론 안에서 스테이 작업에 접근하고 있어요.
용도 초월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일단 저희는 건축에서 용도를 초월한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건축을 할 때 용도 자체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스테이 프로젝트에서 트렌디한 스타일링이나 인테리어는 건축주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고영성 저희는 스테이 프로젝트만을 위한 개념을 특별히 만들어 내진 않습니다. 다만 저희 작업 전반의 주제를 네 가지 꼭지로 서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제는 ‘드러냄의 해법’ 입니다. 건축은 결국 드러내는 것인데, 관념적으로 드러내는가 아니면 실체적으로 드러내는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건축은 모형만으로도 사람들의 관념 속에서 살아 움직이면서 작동하고, 또 어떤 건축은 표면으로 잘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에게 바로 인지되어 작동합니다.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 것은 건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희가 드러냄의 해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관된 독특함’이라든지 ‘비일상의 변용’이라든지 ‘시도하는 것에 집착하는 태도’를 아우르면서 건축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건축공모전 과제는 대개 건축 설계 결과물(도면)을 중심으로, 이를 부연하는 텍스트나 그래픽을 포함하며, 간혹 모형을 요구한다. 그러나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은 과제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다. 참가자 모두에게 주어진 1차 과제로, 스테이에 머무는 사람(페르소나)과 장소(여행지) 설정, 스테이 설계, 여정 시나리오 작성, 여행자 피드백(SNS 게시글) 작성 등을 부여함으로써 기획부터 건축 설계까지 풀어내야 했고, 현장 심사 대상자는 (모형을 포함하여) 브로셔 제작, 1일 숙박 가격 설정, 한 문장의 카피와 같이 셀링, 마케팅 영역의 추가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즉, 과정 자체가 지랩이 일컫는 ‘토탈 디자인’을 적용한 스테이 프로젝트 프로세스와, 스테이폴리오에서 스테이 운영 전략을 세우는 과정과 유사하다. 따라서 다른 공모전과 비교했을 때 과제에서 드러난 차이가 곧 스테이 프로젝트의 차별점이라 볼 수 있다.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 팬데믹 시절 2년 차의 한중간, 우리는 모두 ‘여행’에 목말라 있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던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19는 언제나 당연히 열려 있던 세계의 문을 모두 닫게 만들었고, 우리는 집안에 갇혀 배달 음식들로 연명하며 2년을 보냈다. 2023년 5월말 공식적인 엔데믹을 맞았다. 그런데 세계는 2022년 여름부터 사실상 엔데믹이었고,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도 그때 이미 공모전 세팅을 마쳤다. 그만큼 지긋지긋한 방구석을 떠나고 싶은 기운이 주위를 꽉 채우고 있었다. 참다못한 사람들은 그해 겨울부터 이미 앞다퉈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표 값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고, 모처럼 맛보는 이국의 풍경과 공기에 한껏 취해 돌아왔다. 그러기를 몇 개월, 해외여행의 열기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금세 잦아들었다. 복합적으로 엮인 직접적인 요인들과는 별개로, 코로나 시절 반사적으로 급증했던 국내 여행의 경험이 기존 여행의 어떤 부분을 바꿔놓은 것 같다. 그 변화의 배경도 당연히 복합적일 것이다.
정림학생건축상 2023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여행의 의미, 여행을 위한 공간, 우리가 가진 여행의 자원 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심사위원 노경록 님, 박중현 님, 멘토 이상묵 님은 참가자 과제로, 여행자 페르소나 설정, 여행지 제안, 스테이 디자인, 여정 시나리오, 게스트 SNS 게시글 상상도 등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새로운 여행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건축의 프로세스와 업역을 더욱 넓게 보는 기회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전체 일정 참가 신청: 2021년 11월 8일~2022년 1월 17일(월)주제설명회: 2021년 11월 20일(토) 오후 5:00~7:00과제 제출: 2022년 1월 24~28일(금)1차 심사 기간: 2022년 2월 7~22일(화)1차 심사 결과 발표: 2022년 2월 23일(수)최종 공개 심사: 2022년 3월 12일(토) 오후 13:00~17:30(정림건축 9층 김정철홀,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길 12 해남2빌딩) 포럼: 2022년 7월 14일, 21일(목) 과제 요강 설계과제 프로그램: 단독주택사이트: 자유 (실재하는 전국 각지, 모든 산과 들 포함)면적: 제한 없음법규: 제한 없음 제출물 콘셉트 드로잉엑소노메트릭전층 평면도단면도(2장 이상)입면도(2장 이상)배치도(적정 스케일)도면 스케일: 1:100 (치수선 없이, 스케일바 삽입)그 외 모든 자유로운 표현 가능 프로젝트 설명글 (공백 포함 2,000자 내외) 최종 심사 추가 과제 프리젠테이션 자료 (7분 이내, PDF/PPT, A3 출력물 1부, 도면 스케일 1/100)건물 전체 모형 (1/50)사이트 모형 (1/300, 바닥판 크기: 30*30cm, 주변 건물 포함) 심사위원 김효영 단국대학교와 경기건축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여러 젊은 건축가의 아틀리에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김효영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건축이 만들어지는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여 어떤 성격을 찾아내고 표현하며, 이를 통해 생겨나는 질문으로 지금의 우리를 건축과 묶어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영주시, 서울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공공건축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이승훈 한양대학교 건축학부정동준 한양대학교 의류학과
유예빈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구민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최호승 홍익대학교 건축학과김상호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박재용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건축학전공정유정 홍익대학교 건축디자인전공조예원 홍익대학교 건축디자인전공
우지원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노혜진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강정우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건축학전공강지원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건축학전공장호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건축학전공
이건호 USI Accademia di Architettura di Mendrisio 건축학과조영일 Carnegie Mellon University 건축학과정준우 Carnegie Mellon University 산업디자인과
유정민 국민대학교 건축학과김승묵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한현수 강원대학교 건축학과
박서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양유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최맑은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이미래 단국대학교 건축학과김상윤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이지웅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이석주 연세대학교 건축학과최인학 연세대학교 건축학과조휘준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이번 발제 제목은 ‘한국미론의 실체’입니다. 그런데 나는 한국미론은 실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깡통 발제인 셈이지요.”
‘한국성’이란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가 그만큼 타자화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강연 제목을 ‘한국’, ‘철학’ 그리고 ‘현대’라고 쓰고, 각 개념어에 따옴표 처리를 한 이유는 이 개념들 모두 20세기부터 사용된 용어로, 단 하나도 전통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념, 또는 그런 틀을 사용하여 우리 것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향을 향한 마음이 강렬해지는 것은 타향에 있을 때입니다. 우리가 어떤 의미에서 ‘한국다움’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있으므로 자꾸 한국다움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포럼을 준비하며 처음 심사위원 셋이 모였을 때를 떠올렸습니다. 한국성을 주제로 삼는 공모전의 제목을 정해야 하는데, 한국성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정면 돌파를 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성을 다시 이야기한다면, 과거의 논의와는 달라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습니다. 그런 공감대 안에서 ‘지금, 한국성’이라는 주제를 던졌습니다. 지난 시간에 민주식 교수님이 선언한 것처럼, 저도 한국성의 어떤 고유한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성한 주제설명문은 ‘왜 지금 다시 한국성을 질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우리가 마주한 상황을 이해하고, 한국성을 질문한다는 것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와 태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제 글은 졸문이므로, 다른 글을 빌어서 생각을 펼쳐보려고 합니다.
저는 한국성을 이야기하는 일이 굉장히 설레고,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 한국성이라는 게 쉽게 정리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도 하고, 제가 느끼는 것이 한국성인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 명의 건축가로서 제가 갖고 있는 태도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1. 한국미 담론의 의미 우리는 요즈음 ‘한국미’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체가 과연 무엇이며 또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는지를 말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한국미라는 것은 이전부터 주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됨으로써 비로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발단은 1920년대에 접어들어서이다. 초창기에는 비록 외국인 연구자들에 의해 행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지만,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하여 오늘날까지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야나기 무네요시와 고유섭이 제시한 한국미론이 현재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주로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한국미를 조명하려 했으며, 나아가 90년대 이후 세계화를 맞이하며 글로벌 공동체라는 시야 속에서 한국미가 무엇인지를 고찰하려는 반성이 일기도 하였다. 우리는 한국미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처럼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미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언제나 움직이며 변화하고 있으며, 또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한국성이 불거지는 조건 우선, 건축에서 한국성이 늘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성이란 이슈가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로 등장했던 것은 특정한 시대적 조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김수근 선생과 강병기 선생 등 일본 동경대학에서 유학하고 있던 대학원생들이 1959년에 국회의사당 현상설계에 참여했는데요. 현상설계 지침을 확인해보진 않았습니다만, 당선안으로 미루어보건대 우리나라 최초의 국회의사당 현상설계임에도 ‘한국성을 어떻게 구현하라’든가 ‘전통을 어떻게 표현하라’는 요구 조건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승만 대통령의 호를 딴 우남회관이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자리에 지어집니다. 이 역시 굉장히 기념비적인 건물이고, 타워 부분이 10층 정도 높이로 상당히 높은 건물이었죠. 광화문 앞 육조거리라는 장소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성을 어떻게 구현해내라는 이슈는 전혀 불거지지 않았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이 해방된 후, 기념비적 건축물은 규모가 크든 작든 하나둘 건립되었지만, 한국성이 문제 되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1940~50년대는 한국이 미국 주도 아래 재편되는 전후 국제 사회 속에 어떻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느냐가 더 큰 문제였습니다. 한국 국가 예산의 90% 이상이 미국의 국가 원조로 이루어지던 시절에는 한국성이란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심사위원 박정현 ‘한국성’은 한국의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1960년 이래 건축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적 없는 문제적 개념입니다. 일본과 다른 정체성에 대해 묻는 부담감은 사라졌지만,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장에서 한국 건축의 문화적 배경과 내러티브를 설정해야 하는 지금도 한국성은 여전히 논쟁적 문제이자 물음입니다.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해준 모든 참여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주제설명회 개요 • 일정: 2021년 11월 20일 (토) 오후 5:00~7: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유튜브 생중계)• 심사위원 : 김효영(김효영건축 대표), 서재원(에이오에이 아키텍츠 대표), 박정현(도서출판 마티 편집장)
2022년 정림학생건축상은 ‘지금, 한국성’을 묻습니다. 케케묵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성’을 ‘지금’과 만나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 현대 건축의 흐름을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지난 세기 한국성은 한국 건축의 성배였습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고 국민국가를 형성해나가던 1960년대 이래, 정부청사, 미술관과 박물관, 극장과 공연장, 체육관과 박람회장 등 국가를 상징하는 모든 건축물은 한국성을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식민지배와 전쟁 이후, 타자와 다른(무엇보다 일본과 다른) 한국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획득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이 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2002년 10월 일본 히로시마대학에서 ‘일본 근대미학과 예술 사상의 콘텍스트’를 주제로 제53회 일본 미학회 전국대회가 열렸다. 여기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인 미학자 이인범은 아래와 같이 소회를 밝혔다.
‘한국성’의 출현은 이렇다. 2021년 봄 다음 공모전 구상을 시작하면서 수년째 공모전 운영 매니저를 맡아온 김보현 씨에게 혹시 탐구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문화기획자이자 큐레이터이기도 한데 스스로 건축에는 문외한으로 여겨 답을 저어하다가 며칠 뒤, 건축의 ‘한국성’이 궁금하며 사실 자신의 오랜 관심사라고 했다. 뜬금없다고 생각하면서 ‘건축상 주제 후보’라는 제목의 메모장에 ‘한국성’을 타이핑해 넣었다. 거기엔 이미 뜨문뜨문 메모해둔 그럴듯해 보이는 대여섯 개의 후보가 적혀 있었다. 그 후 메모를 종종 펼쳐보던 어느 날, ‘안 될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묵고 철 지난,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난 것 같은 그 단어가 그렇게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고, 어느새 나도 궁금해졌다.
정림학생건축상 2022는 ‘지금, 한국성’에 도전했습니다. 건축계에서 ‘한국성’이란 케케묵은 주제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소위 K-문화가 부상한 ‘지금’이라면 다시 한번 불씨를 지펴볼만한, 그리고 우리의 일상과 현실 속에서 새로운 한국성을 발견할만한 조건이 갖춰졌다는 데에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하여 박정현 건축 비평가, 서재원 건축가, 김효영 건축가를 심사위원으로 초대하고, 참가자의 시각으로 오늘날 한국성을 해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주택을 설계하는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한국성이 풀어내기 어려운 주제인만큼 시야를 넓히기 위해 후속 포럼을 진행하였습니다. 미학자 민주식, 철학자 이병태를 초대하여 한국 미학과 철학 분야에서의 한국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곽무룡 명지대학교 건축학과곽태혁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정혜수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김유나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최경하 명지대학교 건축학과한정아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최제광 중앙대학교 건축학과김진관 중앙대학교 건축학과박수진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이건희 단국대학교 건축학과이한솔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이재단 국민대학교 건축학과이준형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온진성 연세대학교 건축학과홍현석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배준현 세종대학교 건축학과안주희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이연호 국민대학교 건축학과하동균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김연진 공주대학교 건축학과
박성민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박상훈 홍익대학교 건축학과김요엘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신창하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학과이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학과김지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박범수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임화선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이진우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주제설명조남호(심사위원), 문강형준(멘토)
2016년 정림학생건축상의 주제인 ‘재난건축’은 응모자들에게 난감함을 주었을 법하다. ‘재난’과 ‘건축’이라는 단어의 결합 자체가 모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재난’의 속성이 ‘파괴, 소멸, 망가짐’이라면, ‘건축’의 속성은 ‘구성, 제작, 생성’이기 때문이다. ‘재난건축’은 그래서 다양한 의미의 결합을 그 안에 담고 있다. ‘재난 (이후의) 건축’일 수도 있고, ‘재난 (속의) 건축’일 수도 있으며, ‘재난 (앞에서의) 건축’일 수도 있다. 어떤 결합을 택할지, 혹은 어떻게 새로운 의미 결합을 만들어낼지는 온전히 응모 학생들이 재난과 건축을 바라보는 인식과 상상력에 달려있었다.
재난건축 공모전 설명회를 통해서 ‘건축은 역사와 사회를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인용했다. 과거를 통해 지혜를 얻고, 오늘의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가라고 근원을 묻는 것(archi)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물리적인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tecture)이 건축이다. 재난건축은 모든 것이 파괴되고 일상의 삶으로부터 단절이 되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맥락적이기 보다 근원적이다. 재난건축의 주제는 우리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인간적인 존엄을 유지하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가 하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 되고, 이 주제를 건축의 언어로 해석하는 일이다. 많은 재난으로부터 확인되는 사항은 재난에서 유지되어야 할 최소한의 것은 삶의 존엄을 유지시켜주는 최소한의 물리적인 조건으로서 셸터와 공동체 내에서 일어나는 상호부조이다. 재난건축은 건축의 기본을 묻는 일이다.
정림학생건축상은 건축이 다양한 분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를 학제간 협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추구한다.
윤서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학과김세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학과김나형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건축학과
김범규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박태홍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교육학과조보경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교육학과김종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수리복원학과
김서정 인하대학교 건축학과김인경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이성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김청산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전성훈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김종찬 세종대학교 건축학과박준형 세종대학교 건축학과정주혜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김준영 광운대학교 건축학과
최수영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최성우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최재욱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김지원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김상원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김승모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허아린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김파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강민식 인하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박찬우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최규순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이윤석 콜롬비아대학교 건축학과
김민영 건국대학교 건축설계학과문은설 건국대학교 건축설계학과최석희 건국대학교 건축설계학과
일시: 2014.11.29. 오후 3시~5시장소: 정림건축 정림홀
심사위원 대표 황두진 <정림학생건축상 2015>에서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졌다. 우선 과정이 길고 험난했다. 참가자들은 예선 기간 동안 3회에 걸쳐 성과물을 제출해야 했고 최종 결선은 또 이와 별도였다. 결국 4회의 성과물 제출이 있었던 셈이다.
정림학생건축상은 다양한 분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한 건축적 해결에 초점을 맞춰왔다. 정림학생건축상 2015은 도시의 근간을 이루는 ‘밀도’와 ‘복합’에 초점을 맞춰 <다공성 무지개떡 도시: Porous Rainbow-Cake City>를 주제로 삼았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고층-고밀도’ 아파트는 지역과의 단절, 높은 기계 의존도, 단지 밖을 벗어나는 긴 그림자 등의 문제가 있다. 이에 반해 ‘저층-고밀도’ 주거형태는 복잡한 도시 상황을 보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건물의 전 층이 단일 용도로 구성되는 것을 소위 ‘시루떡’에 비유한다면, 층별로 용도가 달라지는 경우는 ‘무지개떡’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용도의 건축물은 직장과 주거 간의 근접성을 높이고 건물과 길의 관계를 긴밀하게 만들 수 있는 잠재성이 있다. 이는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의 도시 디자인이 고민하는 것으로, 건축상 2015은 국제 공모전을 개최함으로써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동시대가 공통적으로 겪는 도시 문제를 건축을 비롯한 다양한 전공 분야의 교류로 해결하고자 했다.
<정림학생건축상 2015>는 , 도시의 근간을 이루는 ‘밀도’와 ‘복합’에 초점을 맞춰 ‘다공성 무지개떡 도시Porous Rainbow-Cake City’를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도시의 주를 이루는 ‘고층-고밀도’ 아파트는 지역과의 단절, 높은 기계 의존도, 단지 밖을 벗어나는 긴 그림자 등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데 반해, ‘저층-고밀도’ 주거형태는 복잡한 도시 상황을 보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건물의 전 층이 단일 용도로 구성되는 것을 소위 ‘시루떡’에 비유한다면, 층별로 용도가 달라지는 경우는 ‘무지개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의 도시 디자인이 고민하는 것으로, 건축상 2015은 국제 공모전을 개최함으로써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동시대가 공통적으로 겪는 도시 문제를 건축을 비롯한 다양한 전공 분야의 교류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김유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학과손희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
양형원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이수빈 한양대학교 건축학과김선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이세나 한양대학교 건축학과김정연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김민영 건국대학교 건축설계학과손민지 건국대학교 건축설계학과정세호 건국대학교 건축설계학과
강인준 동국대학교 건축학과김재일 동국대학교 건축학과손보미 동국대학교 건축학과
윤용철 세종대학교 건축학과배두루찬 세종대학교 건축학과유승하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윤순혁 중앙대학교 건축학과최석 중앙대학교 건축학과이상준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정혜수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이동준 명지대학교 건축학과김계형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이상명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조아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장한권 동아대학교 건축학과김민정 동아대학교 건축학과오찬미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신태섭 건국대학교 건축설계학과손지훈 경희대학교 건축설계학과
서종현 세종대학교 건축학과최은석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심사위원 김찬중 이번 학생 건축상 주제는 ‘the space for me: micro-customization’이였다. 공모전의 취지는 산업화의 변화가 한 개인의 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대해 나름의 창의적인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축적으로 구체화한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기서 주제 자체가 포괄하고 있는 범위는 미래 산업의 변화 예측이라는 비교적 객관적 변화에 대한 추론 이외에도, 한 개인의 성향이라는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분석의 특성이 서로 적절히 섞여야 한다는 데서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공모전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정림학생건축상은 5년제 건축학 전공분야가 생기고 인증시스템이 도입되어 대학의 건축교육이 정상화 되어가는 시점에서, 도시의 모습을 바꾸어 나갈 잠재적 건축가인 대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분야와 협력 및 소통으로 적극적인 해결 능력을 기르게 하기 위한 것으로, 주제는 5년 뒤의 근미래를 감안하여 프로젝트의 매 단계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추상적 언어로 장식된 거대 담론에 매달린 건축보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공간에 발을 딛고 있는 보다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집중함으로써, 졸업 후의 현실 감각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주제와 과제도 현실과 긴밀히 연결된 5, 10년 뒤의 근미래 도시와 건축을 미리 그려보는 것을 기본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건축뿐만 아니라 미술, 과학,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와의 협업을 권장하여 보다 다각적인 접근과 논의를 개진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2005년 시작한 정림학생건축상은 2009년 제5회를 마치고 2년 동안 휴지기를 가졌습니다. 5년제 건축학 전공분야가 생기고 인증시스템이 도입되어 건축교육이 정상화되어가는 시점에서 학생 공모전의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재검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나 유명 건축가인 심사위원이 제시하는 새로운 건축설계 방향 등 한국 건축의 주요 관심사를 학생들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컸지만, 이러한 것은 정상화된 교육시스템 안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대학의 교육은 분업적 체계 속의 전문화라는 패러다임 하에 작동됩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는 소통과 통섭을 요구합니다.
나는 훌륭한 건축가는 모두 인류학자라고 생각한다. 인류학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 그리고 그런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권력구조를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틀 안에서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인류학자가 현장에 가서 (원)주민과 만나는 것은 건축가가 건축주들과 만나가는 과정과 기본적으로 같다. 상대를 만나기 위해 둘 다 참여관찰과 심층면접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건축학계 분들과 오래 전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그 쪽에서 부르면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가서 기꺼이 협업을 하는 편이다.
명지대 건축학과 안호진 명지대 건축학과 김태우
성균관대 건축학과 이종상성균관대 건축학과 강명지성균관대 건축학과 이어진
연세대 건축학과 오세철 연세대 건축학과 서유빈 건국대 건축학과 홍성준
명지대 건축학과 이진우 명지대 건축학과 장준태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신지연 숙명여대 환경디자인과 이호영
인하대 대학원 건축공학과 이동균 인하대 대학원 건축공학과 김정은 인하대 건축학과 허아린
한양대 대학원 건축학과 원종훈 한양대 대학원 건축학과 백윤경 한양대 대학원 건축학과 김신혜
연세대 건축학과 이형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구윤규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김예진
한양대 건축학과 김지현 한양대 건축학과 허준영 한양대 건축학과 정기역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조상민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오은주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김선혜
홍익대 건축학과 김현숙 홍익대 예술학과 정희윤
Q. 건축가를 ‘기획자’라고 말씀하신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사회 문제를 건축가 스스로 제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건축주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게 한 목적은 무엇인가요? 공모전 주제 선정의 구체적인 의도가 궁금합니다.
유걸 아이아크 대표건축가 김정임 서로 아키텍츠 건축가 신승현 아이아크 건축가
김일현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인터뷰 김상호 《다큐멘텀》 편집장
김성홍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터뷰 김상호 《다큐멘텀》 편집장
김광수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인터뷰 김상호 《다큐멘텀》 편집장
김정임 서로 아키텍츠 건축가 유걸 아이아크 대표건축가 신승현 아이아크 건축가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가끔 동네의 한적한 공원에 산책을 나간다. 비록 크진 않지만 도심 한복판의 밀집한 건물 사이에서 풀과 나무, 바람 등 날것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꽤나 멋스런 장소이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작은 나무 아래 벤치에 몸을 기대었다.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는 가까운 곳에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장소이자 나무와 그늘이 있어서였다.
우리는 왜 ‘일상’에 주목하는가? 우리가 ‘일상의 건축’ 혹은 ‘건축의 일상성’을 다루기에 앞서, 먼저 던져야 할 물음이 있다면 바로 이것일 터이다. 이런 질문은 ‘일상(성)’이란 용어가 다시 담론의 내부에 들어온 배경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고, 동시에 “일상(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피해 갈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이 두 번째 물음에 대한 사유가 첫 번째 물음 -우리는 왜 일상에 주목하는가?-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유인 즉, 두 번째 물음이 ‘일상’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배경과 떼어내어 생각할 수 없고, 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당시의 시대적, 사회적 상황을 ‘지금-여기’ 우리의 상황과 간접적으로나마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 첫 번째 물음으로 돌아가 보자.
건축이 일상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건축은 결과물 이전에 그 과정을 건축가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번 정림학생건축상 ‘일상의 건축’은 가정에 근거한 추상적 결과물보다 내용의 구체성을 주의 깊게 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