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7일 비공개 포럼 <건축가 김종성과 건축적 유산>에서 김종성과 김종성건축상 수상자인 이성관, 최욱, 황두진, 이정훈이 한자리에 모여 이 상의 의의에 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김종성건축상을 매개로 모인 이들은 ‘건축을 언어로 수사(修辭)하지 않는 건축가’이며, 건축을 유려하게 풀어내기 위한 어휘로서 테크놀로지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대화 속에서 건축가에게 테크놀로지가 갖는 의미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심사평 김종성건축상은 ‘테크놀로지와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수상작을 결정한다. 테크놀로지 자체가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관점은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재정의 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테크놀로지를 합목적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를 넘어, 테크놀로지를 미학의 최전방으로 끌어 올릴 것이 요구된다. 또한 김종성건축상은 건축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수많은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례와 균형, 질서 등 건축의 기본적 덕목을 끝까지 놓지 않고 추구하였는가는 이 상의 심사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해왔다.
사진: 윤수연 심사평 황두진의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는 몇 가지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심사위원단은 이 건물이 배구장을 중심으로 선수단 숙소와 러닝 트랙이라는 복잡한 기능들을 함께 집어넣으면서도, 체육관의 구조적 문제들을 비교적 일관되고 명확하게 처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건축가가 설계과정에서 빛과 실내공간의 관계를 많이 고려했고, 그 점은 김종성의 역도 경기장과의 연관성을 일정 부분 보여준 점도 인식했다. 건축가는 자연광을 최대한 실내로 받아들이기 위해, 건물 중앙에 천창을 설치했고, 지붕 구조를 싱글 레이어 구조로 처리했으며, 설비 시설들을 모두 체육관의 네 모서리로 배치했다. 또한 체육관 한 면에 대규모 철제 아치로 처리하여, 그 하단부의 벽체 기둥들을 없앴고, 이를 통해 시각적 투명성을 확보하려 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같은 건축가의 시도를 높이 평가하며, 황두진의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를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심사평 최욱의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된다. 우선, 외부 커튼월에서 보이는 정교한 기계적 구성과 재료의 투명성이 오피스 건물의 구축적 질서를 잘 드러냈다는 점이다. 현대카드의 이미지로부터 도출한 중첩된 커튼월은 조형적인 측면 뿐 아니라, 건물 내부에서 채광과 조망을 조절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이 건물은 오피스 건물이지만 주변의 도시적 맥락과 적절하게 조응하도록 설계되었다. 건축가는 대지의 일부를 마당으로 조성하며, 이것이 내부 공간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도록 하여 로비 공간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상층부의 사무공간은 양방향 코어의 설치로 인해 개방적이면서도 쾌적한 무주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이같은 건축가의 시도를 높이 평가하며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심사평 탄허대종사 기념박물관은 전통사찰 건축공간을 현대건축으로 재해석 해내는 시도로서 매우 의미 있는 해결 방법을 보여주었다. 수평적으로 연계되는 전통사찰의 내ㆍ외부 공간들을 입체화하여 단일 건물 속에서 다층의 집중적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건축가는 전통양식과 공간의 직설적인 재현보다 현대건축의 틀 안에서 은유와 상징을 통한 전통건축의 체험을 유도하였고, 이를 놀라운 집중력과 테크놀로지의 성취로써 근래 우리 건축에서 보기 드물게 완숙한 건축으로 완성했다.
개요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은 본 협회로 건축문화발전을 위해 기금을 기증한 건축가의 뜻에 따라 제정된 건축상이다. 그중에서 김종성건축상은 2010년 제정 이후 짝수 해마다 시행되는 특별상이다. 매 해당년도 이전 5년간에 완성된 작품을 대상으로, 디자인에 적용한 테크놀로지가 창의적이고 건축적 완성도가 뛰어난 건축물을 선정하며 그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 현대건축에 있어서 건축상의 시작점은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약칭 ‘국전’) 건축부문에 대한 시상에서 찾을 수 있다. 1949년 창설된 국전에 건축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1955년 제4회부터로, 배경에는 “건축의 예술성”을 천명코자 했던 건축인들의 노력이 있었다.1 그리고 1960년대 이래 지금까지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등이 각종의 전시회를 개최함과 동시에 우수작에 대해 시상함으로써 한국의 건축문화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 같은 건축전 및 건축상에 대한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근래의 한 리포트는 매년 수여되는 건축상이 60여 종에 이르면서도 다수가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말한다.2 그럼에도 여전히 건축상은 새로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각종의 주체가 운영해왔거나 신설하고자 하는 건축상은 그만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곰곰이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김종성건축상은 어떠한가? 2010년부터 한국건축가협회 특별상의 하나로 2년마다 시행하고 있는 이 상은 건축가 김종성(1935~)의 건축유산을 기리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이 상은 한국 건축계에서 김종성의 무게에 걸맞는 위상을 가져야 할 터이다. 이 글은 국내 건축상의 역사와 현황을 개괄적으로 살핌으로써, 김종성건축상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제언을 도출코자 한다. 건축상의 역사는 편의상 2000년을 기준으로 둘로 나누되, 상의 정체성이 비교적 뚜렷한 사례를 중심으로 의미를 약술하겠다.
건축가는 건축으로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통해 당시의 조건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건물의 계획부터 준공에 이르는 순간까지 책임진다. 여기에는 정해진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며, 그 과정은 건물 규모와 상관없이 늘 밀도가 높다. 그렇게 땅 위에 선 결과물은 관계자 모두의 한 시절을 담아낸다. 그러다 보니 건축가는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낸 건축사 속 건축물처럼 자신의 작업에 불멸의 생을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절대 우세종인 아파트만 해도 완공 후 30년이면 사망 선고를 받기 위해 줄을 선다. 그래서인지 건물 수명에 대한 우리 인식은 30년을 기준으로 형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