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기준 조세연(노말) 클라이언트의 보는 눈이 높아졌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이 더 많아지기도 했고 정보에 접근하기가 더 쉬워졌다. 인스타그램처럼 이미지 위주로 소통하는 플랫폼이 가장 많이 쓰이는 매체가 됐기 때문에 상업공간을 설계할 경우에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 한 샷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기획이라는 영역 조세연(노말) 요즘 많은 사람이 스테이나 카페 등에서 색다른 공간을 경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에 맞추어 하드웨어를 잘 설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총괄적으로 기획하고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맞춤으로써 경험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는 만가타 프로젝트에서 건축 설계와 함께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설계 의도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했고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했다. 실내 온도 기준부터 사물을 어떻게 둘 것인지, 음악은 어떤 장르의 곡을 틀 것인지, 손님을 어떻게 안내해 드리는지까지 공간 운영에 관한 세세한 설정을 아울렀다. 이런 내용은 건축적인 고려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공간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소프트웨어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기획이다. 건축가가 이 영역까지 다룰 수 있어야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간이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기획에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실무,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운 시간 이복기 졸업 작품 발표회 크리틱으로 만난 장영철 소장님과의 인연으로 와이즈 건축에 입사했다. 원클럽맨처럼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걸 꿈꿨기 때문에 와이즈 건축에서만 8년을 일했다. 그동안 포럼, 전시부터 주택, 근린생활시설, 박물관, 기업 사옥까지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단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실무 경험 중에서도 지금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장영철, 전숙희 소장님이 시공자 등 협업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곁에서 보고 배운 것이다. 프로젝트에서 결정을 내릴 때 그런 부분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장 소장님은 아이디어를 키워나가는 것에 관심이 많고, 전 소장님은 매우 꼼꼼하게 풀어가는 분이다. 이처럼 두 소장님의 성향이나 관심사가 매우 다름에도 조화를 이루며 한 단계씩 일하는 법을 배웠다. 노말의 세 소장도 성향이 완전히 다르지만, 두 분에게 보고 배운 것을 토대로 서로 채워주고 맞춰가고 있다.
도구의 언어로 소통하는 영역 전필준(이심전심) 앞으로의 세대에게는 ‘도구의 언어’(특히 컴퓨터의 언어)를 잘 다루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요구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야 우리의 잠재적 협력자가 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고, 협업하게 될 것이다. 소수를 제외한 건축 디자인 분야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런 것에 둔감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디자인과 제작에 적용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도구의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실무 경험: 기획부터 조직 운영까지 이주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해 현상설계 전담부서에만 3년 반 정도 있었다. 한 달에 마감을 서너 개 할 때도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디자인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다 보니 ‘정예부대’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한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미 누군가가 모든 규정을 만들어 놨고, 난 정해진 틀안에서 주어진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손일 뿐인가?’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기획’에 대한 갈증이었던 것 같다. 현상설계가 기획 영역에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지는 누군가가 정해 놨고, 왜 거기에 해야 하는지 모른 채로 설계하고, 프로그램과 설계 방향도 다 정해져 있고, 나는 그 틀안에서 끼워 맞추기 식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대형설계사무소라서 더 그런 느낌이 심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형태나 이미지에 치중할 때가 많았다. ‘그렇다면 공공 프로젝트든 민간 프로젝트든 기획 단계의 일은 도대체 언제 누가 어디서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기획이 건축의 시작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하는 갈급이 점점 심해졌다. 3~4년 차쯤 되었을 때니 그런 생각을 할 시기가 오기도 했었다.
건축가의 역할은 점점 세분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건축 프로젝트의 기획이나 좋은 건축주들을 만들기 위한 책 집필까지, 건축가의 관심사와 역량에 따라 충분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건축(가)의 새로운 영역’에 대해 이야기한 네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소수건축에서 유연성은 중요한 개념이다. 소수건축의 사무실은 고정된 벽체로 구획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무실의 공간 개념은 소수건축의 수평적 소통을 위함이다. 우리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내외부로 생각을 확장하고, 공유와 공감의 장을 넓히려고 한다.
“그들은 건축이 아니라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예술 세계의 전시나 공간 구성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 신세대 건축가들을 저 혼자 ‘파빌리온 계열’이라고 부릅니다.”1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이 시대 건축(가)이 개척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준 다섯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건축 기획 단계부터 도시계획, 신기술의 접목까지 건축이 개척할 수 있는 분야의 가능성을 고민한다. 이들은 건축의 업역을 넓히는 동시에 순수한 건축의 발전을 위해 건축가가 해야 할 일 또한 잊지 않는다. 건축의 새로운 시도와 탄탄한 기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요즘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불려다니거나 불러 모으는 일이 잦아지고 작게 쪼개진 일들의 동시 진행이 하나의 이유다. 마감을 어기는 일이 잦고, 갈팡질팡하다 중요한 순간을 놓친다. 일이 틀어지면 조마조마해서 심장은 쪼그라들고 사정없이 바늘에 찔린 듯 아찔해지는 것은 보너스다. 그래서 새해 계획은 탄탄한 기획서를 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착착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잘 짜여 있어 누구도 쉽게 반박할 수 없고, 결과가 명확해 관계자들의 순전한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해서 지난해 사업들을 잘 정리하고, 2월 안으로 올해 기획안을 완성해 3월부터는 사업들을 계획대로 진행하려고 거듭 다짐을 했다. 물론 이렇게 하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연초부터 전시와 출판 일의 방향이 바뀌고, 2월이 되어서도 포럼(프로젝트원, 토요집담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좌충우돌 사건사고가 연속되면서, 단단한 기획안은 온데간데 없어져 버렸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공들인 코-워킹 공간 프로젝트의 진척이 더뎌 아직 기획안을 붙들고 씨름 중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