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 vs 건축: 더욱 커져가는 건축산업
박인석
분량5,753자 / 12분 / 도판 3개
발행일2026년 3월 25일
유형오피니언
대한민국에 건축산업은 없다?
국가 경제에서 건축산업이 차지하는 자리는 무엇이고 그것은 얼마나 중요할까? 주목해야 할 의미 있는 측면들이 여럿이지만 우선 건축산업이 국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산업규모’를 보자.
어떤 산업의 규모를 따지려면 그 산업의 개념과 범위가 정해져야 한다. 그런데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건축산업에 속하는 산업활동일까? 우리나라 국가통계에서는 건축산업을 독립된 산업 단위로 다루지 않는다. 건축과 토목, 산업설비, 조경 등을 모두 합하여 건설업으로 통계조사와 공표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건설업 전체의 매출액 통계는 있어도 건축산업만의 매출액을 따로 조사-공표하지 않는다. 건설업을 종합건설업과 전문직별공사업으로 구분한 매출액 통계는 있어도 건축산업과 토목산업을 구분한 매출액 통계는 없다. 제조업에서 전자산업, 자동차산업, 1차금속산업 등 분야별로 산업을 구분하여 통계를 조사하고 공표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통계’는 영어로 ‘statistics’다. 국가 업무를 관장하는 사람(statista)의 기술-지식(-ics), 즉 국가의 상황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단어다.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국토, 인구, 산업, 문화 등의 상황을 조사하고 분석한 통계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상황과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이에 대한 문제 및 잠재력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처방, 즉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분야가 국가통계에 없다는 것은 곧 국가가 그 분야의 문제 상황이나 발전 방향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나라 국가통계에서 제조업을 전자, 자동차, 1차금속, 화학 등 구체적 분야들로 구분하여 조사-공표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가 이들 산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각각의 발전을 위한 정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전담하는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있을 것은 당연하다. 이에 비해 건축을 건설업의 일부로 포함할 뿐 독립된 산업 단위로 다루지 않고 통계조사도 없다는 것은 국가가 건축산업을 주요한 정책 대상, 정책 단위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건축이 산업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도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토목, 산업설비 등과 뭉뚱그린 건설업만을 정책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다시 제조업과 비교한다면 전자산업, 자동차산업, 1차금속산업 등을 구분하여 조사하거나 발전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합쳐서 제조업으로 통계 조사하고 제조업 발전 정책을 수립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산업의 규모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용한 통계는 건설업 통계뿐이다. 나는 이미 십 년이나 지난 책이 돼버린 『건축이 바꾼다』(2017)에서 건축산업의 규모에 대해 더듬어 본 바가 있다. 이때 사용한 방법이 통계데이터처 공표 통계 중 건축공사 계약액(수주액) 및 기성액 통계를 산업 규모로 갈음하는 것이었다. 통계데이터처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인 국가통계포털(KOSIS)의 국내통계>주제별 통계>건설>건설업조사로 들어가면 건설업(2008~:10차산업분류기준)/ 건설업(2008~2015:9차산업분류기준)/건설업(1973~2007:8차산업분류기준)으로 산업분류기준이 달라진 시기별로 통계가 구분되어 있다. 이들 각각은 다시 ‘산업편 총괄’과 ‘공사실적편 총괄’, ‘해외건설’로 나뉘는데, 이 중 ‘공사실적편 총괄’로 들어가면 ‘공사종류별 계약액과 기성액’ 통계를 연도별로 찾을 수 있다. 이 통계에서 공사종류를 건축공사, 토목공사, 산업설비, 조경으로 구분하고 있으므로 이 중 건축공사의 계약액과 기성액을 건축산업의 규모로 간주했다.
당시에는 건축산업이 토목산업보다 월등히 큰 산업이라는 것, 건설업 전체에서 건축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큰 산업임을 강조하는 데에 집중했으므로 이것으로 큰 어려움이 없었다. 통계조사가 시작된 1973년부터 건축산업 규모가 커져 온 추세를 확인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다. 다만 제조업 산업들과의 산업규모 비교를 위해서는 매출액 통계가 필요했는데, 통계청에는 건설업 전체 매출액 통계만 있을 뿐 건축만의 매출액을 확인할 수 없어 일단 건축공사 기성액과 제조업의 출하액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산업규모를 비교했었다.
이러한 상황은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매출액 통계는 건설업 전체만 있을 뿐이다. 건설업 중분류 업종 구분은 제조업처럼 산업분야별 구분이 아니라 종합건설업과 전문직별공사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불완전한 방법 사용이 불가피하다. 추산과 추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일단 건축산업 규모 변화 추이를 분석하는 데에는 다시 건축공사 기성액 통계를 사용하였다. 건축산업 규모가 커지는 추세와 건설업 전체에서의 비중을 확인하는 데에는 이것으로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축산업의 실제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제조업과의 산업규모 비교를 위해서는 매출액 통계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건설업 전체 매출액을 공사종류별 기성액 비율로 나누어서 공사 종류별 매출액으로 추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여기에 2021년부터 국가통계가 시작된 건축서비스산업실태조사에 있는 건축서비스산업 매출액을 더하여 이를 건축산업 매출액으로 계산했다.
더욱 커지고 있는 건축산업
[그림 3-1]은 건설산업의 기성액 변화 추이를 공사 종류별로 보인 것이다. 그래프는 건설산업 규모가 1990년대 중반부터 급팽창했음을, 그리고 그 주역은 건축산업임을 보여준다. 2024년 건축공사 기성액은 248조 원으로 건설산업 전체 기성액(364조 원)의 68.3%에 달하고, 토목(56조)과 비교하면 4.8배에 이르는 규모다. <건축이 바꾼다>(2017)에서 사용한 2015년 통계가 건축 151조 원, 토목 53조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9년 만에 건축 기성액은 1.64배로 커졌고 토목과의 격차는 2.8배에서 4.8배로 커졌다. 한국 경제 규모는 2015년 GDP 1,741조 원에서 2024년 2,557조 원으로 커졌다. GDP가 47% 성장한 데 비해 건축산업은 64%가 성장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계속 커진다면 건축산업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토목과의 격차도 더 벌어질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견인차라고 일컫는 제조업과 비교해보자. [그림 3-2]에서 건축산업은 10대 제조업 대부분을 압도하는 규모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견줄 수 있는 것은 전자, 자동차, 화학, 1차금속 정도인데 2010년대 후반부터는 건축산업이 급팽창하며 이들 모든 산업을 넘어섰다. 2024년의 경우 건축산업 매출액(추산)은 376조 원으로 제조업 중 가장 산업규모가 큰 전자산업(340조 원)보다도 10% 이상 더 크다, 2015년 통계를 사용했던 <건축이 바꾼다>(2017)에서의 비교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건축공사 기성액이 아니라 건축산업 매출액 수치를 적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 9년 동안 건축산업 매출액이 다른 산업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더 큰 이유다.

자료: KOSIS, 건설업조사

자료: KOSIS, 건설업조사/ 광업・제조업조사
*공사종류별 기성액 비율을 기준으로 건설업 전체 매출액에서 건축부문 매출액을 추산하였다. 이렇게 추산한 건축부문 매출액에 건축서비스산업 매출액을 더하여 건축산업 매출액을 추정하였다. 건축서비스산업 매출액 통계가 없는 2021년 이전 연도는 2021~23년 3개년간 건축공사 매출액에 대한 건축서비스산업 매출액의 비율 평균값을 기준으로 각 연도 건축서비스산업 매출액을 추산하여 적용했다.
*한편, 통계데이터처 제조업 통계는 출하액 통계를 공표하고 있어서 건설업과 직접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출하액은 매출액에서 구매상품 매출액과 공장내부간 거래금액을 가감한 것으로 둘은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통상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통계데이터처의 제조업 통계에서는 ‘출하액’을, 산업연구원의 산업통계(ISTANS)에서는 ‘매출액’을 공표하고 있지만 두 금액은 동일하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통계데이터처 제조업 통계의 출하액을 매출액으로 간주하고 사용했다.
국가, 국민과 상생하는 산업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건축산업 규모 증가 추이 곡선이 GDP 증가 곡선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이다. [그림 3-1]과 [그림 3-3]을 비교해 보면 두 곡선의 일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두 곡선이 닮았다는 것은 건축산업이 국가경제 규모에 비례하여 성장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건축산업은 국가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국민의 소득 수준, 소비 성향 변화와 맥을 같이하며 성장하는 ‘국가경제 동반 산업’이자 ‘국민 산업’이다. 국민의 경제 활동과 더불어 성장하며 상생하는 산업인 것이다.

건축은 토목에 비해 개별 생산물의 규모가 작다. 도로・항만・철도・하천・댐 등과 비교한다면 건축물 하나하나의 규모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작은 생산물이다. 물론 건축물 중에도 규모가 제법 큰 것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 수는 매우 적다. 202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총 건축물 재고량 7,421,603동을 건축물 면적별로 보면 연면적 500㎡(150평) 미만인 건축물이 84.4%이고 그중 200㎡(60평) 미만이 66%나 된다.1 10,000㎡(3,000평) 이상인 건물은 72,230동으로 0.97%에 지나지 않는다. 평형과 세대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20층짜리 아파트 한 동이 대략 10,000㎡다.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20층 이상 아파트가 48,864동이니2 아파트를 빼면 10,000㎡ 이상인 건물의 숫자는 0.3% 남짓이다.
그만큼 건축생산의 한 단위는 작다. 작은 건축물들이 저마다 다른 땅에 저마다 다른 사정을 살피며 건축된다. 게다가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대부분 건축주들에게는 거의 전 재산을 걸고 하는 일생일대의 사업이다. 땅 한 뼘을 재고 벽돌 몇 장을 따져가며 짓는다. 그만큼 섬세한 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너무도 소중한 일이다.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진행되기 마련인 토목, 혹은 건설사업과는 질적으로 다른 일이다.
그런데 이런 작은 건축이 산업규모에서는 토목의 4.8배에 이른다. 수없이 많고 많은 건축생산 활동들이 이 땅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수없이 많고 많은 사람들이 건축에 매달려서 저마다의 세심한 고민과 결정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1990년대부터 건축생산이 급증하며 건설업의 중심 산업이 되었다는 것은 그때부터 이미 한국사회는 이러한 작은 일들이, 세심한 결정이 요청되는 일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진입했음을 뜻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건설의 시대’를 지나 ‘건축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건설의 시대를 지나 건축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은 우리 사회가 경제-물량 중심의 건설을 넘어 문화-질 중심의 건축을 중시하는 사회로 진전했다는 뜻이 아니다. 경제든 문화든, 양적 문제든 질적 문제든 다르지 않다. 미리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밀어붙이는 건설이 아니라, 장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매번 다른 고민을 하고 매번 다른 결정을 해야 하는 건축적 방법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건축산업의 성장 그래프는 한국 사회가 이미 삼십 년 전부터 그런 사회로 진입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박인석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도시와 건축 및 주택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가 건축정책위원회 5기 위원과 6기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 생산 역사』(전 3권), 『건축이 바꾼다』, 『아파트 한국 사회』 등이 있다.
국가경제 vs 건축: 더욱 커져가는 건축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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