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의 건축과 95%의 건축 전숙희 요즘 ‘5%의 건축과 95%의 건축’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건물을 잘 만들려면 5%의 건축 방식이 필요하고, 건물이 잘 쓰이려면 95%의 건축의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요즘 힘든 이유는 정말 멋진 5%의 건축, 많은 사람이 누리는 95%의 건축, 두 가지를 다 하고 싶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열려 있으면서도 다녀간 사람의 마음속에 각인되는 곳을 만들고 싶은데, 지금의 보편적이고 표준화된 방법으로는 그런 건물을 만들 수가 없다. 건물을 잘 만들려는 사람들은 건물을 사적으로만 쓰려고 하고, 공공이 향유하는 건물을 짓는 사람들(주로 공공기관)은 건물을 잘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 하는 중이다. 건축 업계 전체가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양의 일을 할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자기 계발이나 일에 대한 애정 같은 것은 사라졌다. 너무 답답했다.
smallness 전숙희 사무소를 개소할 때 당시 경제 버블이 한순간에 꺼지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건축 시장에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를 고민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smallness’로부터 시작하기로 했고, 스스로를 툰드라의 초식 생물로 생각했다. 육식 동물처럼 먹이를 많이 먹거나 독식하려고 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의 먹이를 천천히 찾아다니는 식으로 생존하기로 했다. 처음에 집중했던 것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첫 작업이 이상의 집 모바일 갤러리였다. ‘smallness’의 대원칙은 재료의 물성에 답하는 것이었다. ‘What do you want to be, brick?’이라는 루이스 칸의 말처럼, 재료의 특성이 구법으로 이어져서 그것이 건축의 본질이 되는 것을 연구하고 실천했다. 이런 마인드는 2013년 제주 애뉴알레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다.
94학번의 타임라인 전숙희 나는 94학번으로 수능 첫 세대다. 고2까지는 학력고사를 준비하다가 고3 때 갑자기 수능을 본 불안한 세대다. 그때부터 계속해서 사회가 시스템을 테스트하던 시기에 성실하게 몸과 마음을 바쳤다. 97년이 졸업 학기였고 98년 2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을 때다. 700~800원 하던 원달러 환율이 2,000원으로 세 배 가까이 치솟았고 주가지수가 300 밑으로 떨어졌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기업이 하나씩 부도났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국가가 망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로재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내가 마주한 세상의 모습이었다. 3년 동안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