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1. 어느 무명씨의 고백 나에게 건축은 생업이다. 실제로도 그러하고 또 응당 그러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5년제 대학 졸업과 아뜰리에 실무 경험. 더 이상 털어낼 것도 없이 한껏 가벼운 내 프로필은 정확히 건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대변한다. 건축가는 다른 어떤 직능과 비교해 절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며, 그것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 양생 과정은 그저 건축가의 여러 필요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니 건축 전공자로서 설계로 벌어먹고 사는 것은 중요한 의미이다. 약간은 오기로라도 말이다. 내 업이 실체 없는 일이 될 수는 없으므로 어떻게든 생업을 꾸려야 했지만, 스쳐 지나간 몇몇 예비 클라이언트들은 포트폴리오 하나 없는 익명의 사무실(안 아키텍트 시절)을 유령 회사로 치부하곤 했다. 내 사무소가 ‘실체 없는 건축회사’였다니! 자존심이 상한다. 결국 지어낸 하나가 필요함을 깨달은 것은 비루한 생존 본능이었다. 안 될 일도 되게 해서 어떻게든 하나를 꾸역꾸역 지어냈다. 첫 건물을 설계하고 나서야 사무소 이름을 대표자의 이름 석 자로 바꿨다.
기반은 같되 다른 결을 가진 우리의 건축 공부가 보여주듯, 최소의 건축공간에서부터 공동체의 플랫폼인 도시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관심사를 서로 상보적으로 공유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건축에 기초하지만 건축설계에 함몰되지 않는, 실무와 연구, 교육과 사회봉사 전반에 기여할 수 있는 폭넓은 건축 직능을 갖추고자 노력 중이다. 작은 협소주택에서부터 갤러리, 근린생활시설, 물류창고, 공동주택, 업무시설, 리모델링 등 용도와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건축설계 작업과 도시재생 뉴딜사업, 마스터플랜까지 다양한 연구와 건축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