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네 편의 영상과 세 편의 퍼포먼스로 구성된 «무빙/이미지»가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렸다. 1층의 블랙박스와 위층의 박스시어터를 오가며 작품을 관람하고 퍼포먼스에 직간접 참여한 관객들의 모습은, 다소 건조한 전시 제목과는 다른 긴장과 온도를 띄었다. 밀도 있는 구성으로 그간 움츠린 퍼포먼스 페스티벌 중에 짧지만 유쾌한 프로젝트였다. 선별한 작품들에는 시간의 미학과 안무에 잠재된 사회성, 그리고 시각 이외의 감각과 신체성에 대한 이슈가 잘 안배되어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퍼포먼스 분석을 시도한 김해주 큐레이터를 만나 움직임 속 이미지 읽기를 들어본다.
예전에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던 시절, 2년 동안 공영주차장에서 야간근무를 했다. 간밤에 틈틈이 순찰하고 열여섯대 정도의 CCTV를 모니터로 확인하면서 문제는 없는지 부정주차된 차량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는데 대부분 별일 없이 하루가 갔다. 그런데 어느 날 주차장에 기술자가 찾아와서 1층에 CCTV를 하나 추가하고 나머지 하나는 공익근무요원이 상주하고 있는 관리실이 보이도록 앵글을 돌려놓았다. 감시의 목적이 바뀐 것이다. CCTV는 간밤에 홀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의 이탈을 적발하기 위한 용도로 바뀌었다. 똑같이 순찰을 하고 있지만 나와 CCTV는 이제 서로 적대적이 되었다. 4층짜리 주차장에 혼자 있으면서 CCTV와 벌이게 된 실랑이는 의문점을 남겼다. CCTV 너머의 공무원들을 엄격한 관리자가 아니라 관객 또는 시청자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공영주차장에서 벌일 수 있는 <만마력 사운드>라는 공연을 기획했다. 주차장에 주차된 모든 자동차의 엔진의 힘을 합산한 말 10,000 필匹의 에너지가 요동치는 광경을 그렸다. CCTV 너머에 있는 대상들이 볼 수 있는 이 퍼포먼스는 민원이 무서워 가상에 머물렀지만 그때 만든 공연 포스터가 있다. 공익근무요원이었던 당시의 나는 당국의 가장 말단 신분이었고, 지금은 공직에서 내려온 상태이다.
최태윤 작가는 도시 시스템의 경계를 거대 담론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물건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지형도를 만들어 공유한다. 그의 활동범위는 매우 넓고 한순간도 머리와 손과 몸을 놀리지 못해서, 끊임없이 읽고, 드로잉하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태깅하고, 거리에서 몸으로 부딪친다. 작업의 범주와 분야가 매우 광범위해 이야기가 한눈에 잡히진 않지만, 공공예술의 전방에서 그를 어렵지 않게 곧잘 마주치게 되는 것은, 그가 동시대 도시에서의 인간 삶에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구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