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구성과 어프로치 디자인 4년 전 『공간』 특집 기사에 내가 평소에 많이 고민해온 작업 주제들을 글과 작업으로 엮어서 실었다. ‘땅’, ‘입면’, ‘적층’ 등 모두 미학적 태도를 견지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건축을 그 속에서 설명했는데, 중요했던 포인트는 서양 건축과 동양 건축의 차이다. 서양 건축은 단면적이다. 전통적으로 조적식 구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입면을 만들어낸다. 동양 건축은 가구식 구조라서 사실상 입면이라는 게 없다. 보와 기둥만 있으면 되고, 나머지는 모두 문과 창이다. 일본 건축에서도 입면을 중시하지 않는다. 유럽과 달리 창을 예쁘게 뚫는 데는 아무 관심이 없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내 건축을 ‘평면을 적층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각기 다른 형식의 평면을 적층할 뿐 (입면의) 디자인이나 비례는 만들지 않는다. 그것이 내겐 중요한 ‘방향’이다.
얼마 전부터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학생들에게 명시적으로나 암시적으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모든 형태, 모든 아이디어가 반드시 건축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기한 것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학생들 중 몇몇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게, 자신에게 익숙한 어떤 대상(가령 꽃과 같은)을 그대로 건축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초월해 이러한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아마도 인간 본성에 내재한 일반 조형의 의지와 건축적 표현 사이의 구분을 배우지 못 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건축을 배우는 학생에게 그 차이를 인식시키고 건축의 기초와 방향을 짚어주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일반 조형과 건축을 가르는 차이는 무엇일까. 이 쉽지만 어려운 질문은 건축가로서 나 자신에게도 항상 던지는 질문이다. 무엇이 건축을 건축으로 만드는가. 무엇이 건축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