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에 제출한 297팀의 제안을 읽고 2차 발표팀 17팀을, 17팀의 발표를 듣고 5팀의 제안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심사 과정은 내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응모작들의 사고와 언어가 새로운 만큼, 그 상상의 지평이 넓은 만큼, 심사를 맡은 우리의 독해도 새롭게 확장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정임 프로젝트에 착수할 때 어떤 마음이었나?
1979년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완공된 샘터사옥은 한 회사의 사옥임에도 사유지인 건물 1층에 길을 내어 공공 통로를 두고 지하와 저층부에는 대학로 문화와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들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건축적·도시적 가치가 크다. 샘터사옥은 올해 새 소유주 공공그라운드를 만났다. 공공그라운드는 건축사적으로, 도시사적으로 의미 있는 오래된 건축물의 상징적 가치를 사회적 자산으로 본다. 한편으로는 지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활용함으로써 미래를 위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사용자들의 열린 플랫폼으로 개발하는 일을 꿈꾼다. 공일스튜디오가 건축가로 참여한 샘터사옥 리노베이션은 이런 아젠다를 실행에 옮기는 첫 프로젝트(공공일호)로서 의미가 크다. 그래서 공일스튜디오와 공공그라운드는 함께 샘터사옥의 리노베이션 과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곳에 생겨날 새로운 생태계가 이전의 역사와 전환의 과정을 기억하고 새로운 문화의 바탕으로 삼기를 희망한다.
《협력적 주거 공동체》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두 달간 열렸다. 2만 명의 관람객을 맞은 이 전시는 순백의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9개의 제안을 담았다. 한번은 생각해봄 직한 현실적인 제안부터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제안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하지만 주거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완성도가 부족했고 상징적 작업으로써도 충분히 아름답지 못했다. 이 전시를 통해 큐레이팅 팀과 참여 건축가들은 무엇을 하려 했고, 무엇을 얻었을까? 이 시대의 주거 공간에 대한 강력한 주장은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졌을까? 전시를 마무리하고 참여건축가와 큐레이터가 라운드어바웃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나눴다.1
시나리오: 조재원 자는 것 외에는 집과 동네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지 않는 하숙 같은 방, TV를 켜지 않고서는 이야기를 나누기 어색한 거실, 일주일에 몇 번 같이 식사하기 어려운 식탁과 주방, 가족이 한 공간에 모여 살지만, 대부분 시간은 가족 외의 사람들과 집 밖에서 보내는 상태를 ‘거주’라고 하고, 그 장소를 ‘집’이라고 부르는 현재. 더하여 1인 가구에게 아파트는 맞지 않는 옷과 같고, 원룸과 오피스텔은 여럿이 살지만, 더 혼자가 되는 공간이다. 대가족, 마을과 동네라는 규모 있는 공동체가 기초단위를 이룰 때는 공간, 지식, 자원의 공유가 자연스럽고 안배도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핵가족화를 지나 1인 가구가 전 가구의 1/4을 넘은 오늘날, 혼자 살아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살아야 하는, 그래서 더 협소하고, 부족한 공간과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중복하여 저마다 소유하는 것이 ‘거주’에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거주의 구성원이 생산하고 문화의 씨앗을 만들고, 다음 세대에 지혜를 전수하는 베이스캠프가 돼주어야 할 ‘집’이 평생의 짐이 되고, 그 때문에 진짜 가치 있는 거주의 시간을 잃어버리는 모순이 생기고 있다.
우리의 주거 공간은 4인 가족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바깥으로는 철저하게 닫힌 내부 지향적 구조다. 1인 가구의 주거는 이것보다 심한 단절을 겪고 있다. 사회적 분리는 물론, 공간도 허술하다 보니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을 넘나드는 경험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1인 가구가 급속하게 늘고 있지만, 이미 심화된 공간의 자본화로 마땅히 살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대안으로 공유지를 갖는 ‘혼자 사는 우리 집’이 등장하고 있다. ‘통의동집’ 거주자인 건축가 조재원이 사회학자 노명우를 인터뷰하고, 사회학자 조은이 청년이 가져야만 하는 공유지에 대한 칼럼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