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럼을 준비하며 처음 심사위원 셋이 모였을 때를 떠올렸습니다. 한국성을 주제로 삼는 공모전의 제목을 정해야 하는데, 한국성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정면 돌파를 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성을 다시 이야기한다면, 과거의 논의와는 달라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습니다. 그런 공감대 안에서 ‘지금, 한국성’이라는 주제를 던졌습니다. 지난 시간에 민주식 교수님이 선언한 것처럼, 저도 한국성의 어떤 고유한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성한 주제설명문은 ‘왜 지금 다시 한국성을 질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우리가 마주한 상황을 이해하고, 한국성을 질문한다는 것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와 태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제 글은 졸문이므로, 다른 글을 빌어서 생각을 펼쳐보려고 합니다.
심사위원 박정현 ‘한국성’은 한국의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1960년 이래 건축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적 없는 문제적 개념입니다. 일본과 다른 정체성에 대해 묻는 부담감은 사라졌지만,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장에서 한국 건축의 문화적 배경과 내러티브를 설정해야 하는 지금도 한국성은 여전히 논쟁적 문제이자 물음입니다.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해준 모든 참여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주제설명회 개요 • 일정: 2021년 11월 20일 (토) 오후 5:00~7: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유튜브 생중계)• 심사위원 : 김효영(김효영건축 대표), 서재원(에이오에이 아키텍츠 대표), 박정현(도서출판 마티 편집장)
2022년 정림학생건축상은 ‘지금, 한국성’을 묻습니다. 케케묵은 것처럼 보이는 ‘한국성’을 ‘지금’과 만나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 현대 건축의 흐름을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지난 세기 한국성은 한국 건축의 성배였습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고 국민국가를 형성해나가던 1960년대 이래, 정부청사, 미술관과 박물관, 극장과 공연장, 체육관과 박람회장 등 국가를 상징하는 모든 건축물은 한국성을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식민지배와 전쟁 이후, 타자와 다른(무엇보다 일본과 다른) 한국이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획득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이 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습니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현재 건축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준 여덟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선배로서, 선생으로서 마주한 건축학과 학생들을 통해 한국 건축 교육을 진단한다. 건축학과의 5년제 커리큘럼이 보편화되면서 교육 환경은 나아졌지만 자율성은 떨어졌다. 실무자의 시각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축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이 시대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준 여섯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건축은 개개인의 삶과 도시에 좋든 싫든 영향을 미친다. 예술처럼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순간을 만들거나,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삶의 방식을 사회에 제안할 수 있다. 건축이 사람과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쳐야 할지 끝없이 고민하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이 시대 건축(가)이 개척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준 다섯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건축 기획 단계부터 도시계획, 신기술의 접목까지 건축이 개척할 수 있는 분야의 가능성을 고민한다. 이들은 건축의 업역을 넓히는 동시에 순수한 건축의 발전을 위해 건축가가 해야 할 일 또한 잊지 않는다. 건축의 새로운 시도와 탄탄한 기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살아 있는 것 건축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유롭지 못하다. 건축주의 목적, 땅의 여건, 각종 법규와 제약, 무엇보다 비용과 자본의 논리, 건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항상 이러한 조건들에 종속적이어서 각각의 상황에 적당히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도시를 빼곡히 메운 건물들이 용적률 게임을 하며 그 틈 안에서 저마다의 해법을 찾아내 비집고 서 있는 모습이 우리 시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같다. 그러나 우리는 건축이 비바람을 막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거기서 더 나아갈 때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