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의 어깨 위에 서서
김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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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는 네 명의 위대한 히브리 선지자 어깨 위에 사복음서 저자들이 앉아 있다. 그 어깨 위에서 비로소 구약의 선지자들이 열망했던 메시아를 볼 수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전 물리학을 완성한 뉴턴도 “내가 멀리 바라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섰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꼭 거인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어깨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앞서 걸어갔던 사람들이 모두 후대에 기릴 만한 유무형의 유산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선조들의 유산 덕에 모든 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류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이렇게 선대들의 노고와 그 결과로 남겨진 유산 덕분이다. 그러므로 만약에 후대에 뭔가를 남기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서 있게 된 ‘어깨’를 잘 이해하고, 때로는 해석하고, 그리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