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는 앞으로 10년 간 공사 중일 학교 〈이상집〉을 최근에 완공했다. 건축가인 김인철은 기본적인 틀만 정하고, 디자인 학교 학생들이 스스로 스튜디오 작업의 집적으로 나머지 부분을 채워가는 방식이다. 건축가는 약간의 낭비와 불편을 감수하고 여백과 여유가 이 공간에 서서히 피어나기를 의도한다고 말한다. 이런 도전의 시작을 함께 한 건축가와 워크숍 참여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은 건축가에게 성찰의 기회다. 더군다나 낯선 곳에서의 작업이라면, 그 땅과 지역과의 교류는 더 깊고 풍부할 것이다. 건축가 김인철은 그동안 북부 히말라야 산중의 라다크와 캄보디아 바탐방, 네팔 무스탕 그리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지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오지다. 그는 그곳에서 지역주의, 풍토주의 건축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우리 삶의 건축에 대해 질문한다. 건축이 들어서는 땅과 주변에 대한 인정, 인간적인 척도, 그곳에서 쉽게 구하는 자연적인 재료, 수공에 의한 소박한 시공,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수용한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 한국 건축계는 ‘없음’이라는 이슈가 지배했다. 학문적 제도적으로 겪고 있는 한국 건축의 정체성 혼란과 거울의 자리를 비워둔 채 사냥감 몰이에 급급한 현재 건축계 모습이 그 이유다. 지금이라도 한국 건축은 주체성을 갖고 공동의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