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희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두 분이 “왜 우리가 짝꿍이 됐냐”라고 물어 우회적으로 답을 드렸다. “수명 연장 1회차의 주제는 김수근, 김중업의 건축물로 묶이는 건축자산 이야기였고, 2회차는 일상, 3회차는 종교건축, 4회차는 산업자산이다”라고. 내 말을 쭉 듣고는 “우리 건축물은 평범한건가?”라고 되물었는데 농담을 섞어 솔직하게 말하면 ‘족보 없는 건축’이라고 말하겠다. (웃음) 하나 족보가 없다는 것은 곧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우리네 주거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세대주택의 다음 스텝에 대한 대답이고, 하나플레이스원 또한 흔한 상업시설 또는 업무시설의 다음 단계를 보여준다. ‘족보 없는 건축’이라고 표현했지만 두 건물 모두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두 사람의 손에 의해 족보가 생겼다고 할 수 있겠다. (웃음) 먼저 두 분에게 두 가지 키워드로 질문하고 싶다. 설계할 때 기존 건물이 가진 시간과 스케일을 어떻게 느꼈는가?
1966년,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는 종묘에서 남산까지 서울 시내 총 8개의 블록을 근대적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재개발 계획을 맡았다. 이듬해, 세운상가는 오래된 도심 한가운데를 날카롭게 가로지르며 등장했다. 이후 이 거대 구조물은 주변의 사용자들에게 서서히 잠식당하며 도심 영세 산업의 숙주로써 개발 압력에 버티며 50년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2018년 현재, 세운상가를 활용한 공공영역의 재구축 시도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동시에 세운상가 주변 블록에 대한 재개발 압력 또한 커지고 있다.
소필지 주거지의 원룸화 1970년대 50 – 60평 필지로 구획된 서울 도심의 주거지역에 단층의 전후 보급형 주택들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서구식 주거 방식이 도입되면서 ‘양옥’으로 통칭하던 2층짜리 단독주택이 도심 주거지역을 채우기 시작했다. 1990년 다가구 주택이 법제화되면서 반지하 위에 지상 2층을 얹어 총 세 개 층으로 이루어진 주택 유형이 소필지 주거지역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반지하에 두 세대, 1층에 두 세대, 2층과 옥탑에 주인 세대가 거주하는, 다셋 세대가 모여 사는 옥외 계단형 다가구 주택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1990년대 말에 이르러 옥외 계단실을 실내로 전용하여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옥외 계단을 건폐율에 산입하도록 건축법이 개정되었다. 이와 함께 공용공간을 실내화한 ‘중앙 계단형 다층 다가구·다세대 주택’이라는 유형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