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처음 시작할 때가 떠오른다. 당시에는 임시 학장이었던 마크 위글리(Mark Wigley) 교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뉴욕이 높은 밀도를 가진 도시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또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는 장소라고 했다. 이 스쳐 지나감이 단순히 지나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에게 작은 흔적을 남기며 수많은 흔적이 쌓이게 되는 것이 뉴욕에서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뉴욕에서 유일하게 독립된 캠퍼스를 가지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밀집된 환경에서 비좁은 공간과 환경에서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학생들의 불만을 원천차단하고 오히려 거기서 장점을 찾아내기를 바라는 계산된 이야기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흔적이라는 불완전 정보도 때론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점과 많은 중요한 연구와 활동이 이런 작은 흔적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애정결핍 우리가 거주하는 집의 형식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과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학의 제분야 중에서 주택과 관련된 학문은 별도의 독자적인 줄기로 어느 정도 독립성을 띠고 있다. 인간의 몸과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일체화되는 집은 여러모로 골치 아픈, 복잡한 존재다. 다양한 욕구가 집이라는 단어 위에 실타래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건축가들이 집을 순수하게 공간의 질과 감흥으로 치환된 건축적 경험으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도시에서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하는 인간의 실존의지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과 해석들이 집에서 교차되면서 집을 특별한 장르로 만든다.
1 코리빙 설계자로서 가끔 강연을 하곤 하는데, 청중으로부터 받은 가장 신랄한 질문은 이것이었다.
‘노력’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애쓰는 과정으로, 결심과 같은 정신적 활동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 시간, 자원의 투입을 포함한다. 반면, ‘시도’는 특정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으로, 이전의 노력이 실패했을 때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을 의미하며, 성공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이 글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실패를 감수하며 시도하는 행동을 구분해 논의하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과 시도가 포기되어서는 안 될 대상으로서 ‘더 나은 아파트’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공동주택의 사회적 현실 공동주택은 서울에서는 이미 80%가 넘는 주택 유형으로 공동주택에서 살지 않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주택에 대한 개념이나 이웃에 대한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한 건물에 살고 있지만 함께 사는 공동주택이라는 생각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옆집이지만 전혀 대면이 없거나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함께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개별 주택에서 원하는 프라이버시는 점점 강화되고, 함께 사는 공동주택에서의 공동체성은 우리 삶에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주택은 도시에서 필연적인 건물이자 필수적인 생활 공간이며, 분야와 계층을 가로질러 모두의 관심과 역할이 한데 쏠리는 사회의 공통 기반입니다. 마치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어서 누군가는 만들고,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사고팔면서, 커다란 환경이 계속 응축,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진지한 논의 테이블에서 점점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만큼 이전의 논의들이 이제는 보편적 수준에 다다랐다는 반증일 수도 있고, 시장과 자본의 논리가 주거의 조건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은 우리 공동주택의 현재 상황과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오랜만에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렸습니다. 2023년에 진행한 <공동주택연구> 포럼에서는 ‘공동주택의 흐름과 공동체성에 대하여’라는 주제 아래 공동주택을 크기에 따라 아파트, 공유주택, 다세대다가구로 구분해서 살펴봤습니다. 이 책은 그 논의의 기록입니다.1.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60% 이상이 아파트입니다. 전국에 지어진 아파트는 사회적 경제적 관점에서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매일매일 이야기되는 주택의 형태입니다.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그 폐쇄성에 따른 문제점도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새로운 제안과 시도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습니다.2. 10여 년 전 셰어하우스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국내에 등장했습니다. 치솟기 시작한 1인 주거와 때마침 시작된 공유경제 등의 새로운 사회적 도구들과 맞물려 붐업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셰어하우스는 무브먼트 차원에서 비즈니스 차원으로 포지션을 옮겼고, 최근에는 코리빙하우스라는 네이밍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새로운 실험적 유형이 기업화된 사업 모델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무엇이 달려졌는지, 무엇이 그 변화를 가능하게 이끌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3. 다세대 다가구 주택은 많은 건축가들이 다양한 건축적 아이디어를 시도해온 공동주택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의 ‘공동성’과 공용공간에 대한 세심한 연구와 설계를 볼 수 있는 사례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소규모 민간 주택이라는 이 영역에서 우리는 어떤 공동의 집을 원하고 있는지, 불특정 거주자 그룹 안에서 공용공간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했습니다.
서울소셜스탠다드는 ‘매일의 경험이 새로운 집’이라는 슬로건으로 일을 시작했고, 주택을 기획, 공급,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창업했는지부터, 전환점, 그리고 지금의 관심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BARE (전진홍, 최윤희) BARE(바래, 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는 건축 행위를 리서치(research)에서 시작하여 주변환경(environment)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까지 고민하는 건축 뷰로(Bureau)이다. 종묘 서쪽 담벼락 옆에 위치한 사무실 겸 집인 한옥에서 함께 운영하고, 함께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는 전진홍, 최윤희로 구성된 건축 듀오이다.
*본 좌담은 ‘함께라는 방법’이 진행된 2017년 5월 16일부터 10월 24일까지 총 9회에 이르는 라운드테이블 중 본 프로젝트가 시도하고자 했던 새로운 공공미술의 내용과 형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들을 추린 것이다. 매 회의 라운드테이블에는 참여작가와 퍼실리테이터는 물론 각 회의 주제 혹은 직면한 문제에 맞는 관련 전문가를 초대한 것임을 밝힌다
공동주택 공공미술 아트플랜 〈함께라는 방법〉의 과정과 결과물을 정리한 단행본입니다. 〈함께라는 방법〉은 독창(獨創)보다 공창(共創)의 의미를 좇는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디자인, 미술, 건축, 무용,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모여 공동주택 커뮤니티 안에서 문화 · 예술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는 공론장을 마련함으로써 공공미술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해보고자 했습니다.
아파트, 공동주택에서 집합주택으로 최근 몇 년 새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에 관한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파트』, 『아파트 한국사회』,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게임』 등. 반백 년 아파트 생활을 두고 벌어지는 사회적, 문화적 분석과 비평의 시선이 새롭다. 이제 아파트는 공동주택의 한 가지 유형을 넘어서 우리 삶을 구성하고 구조화하는 하나의 문화적 정체성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