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임 프로젝트에 착수할 때 어떤 마음이었나?
공공일호 조재원 2000년 샘터사에 입사한 박은숙 경영이사가 ‘앞으로 건물을 손볼 일이 계속해서 생길 텐데 원형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료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에 하나둘씩 모은 자료가 기존 건물에 대한 자료로 거의 유일했다. 그 속에는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받은 청사진 도면을 비롯해 임대인과의 계약, 그동안의 다양한 규모의 개보수 공사 발주서 등이 있었다. 우리는 자료 꾸러미 일체를 넘겨받아 연대기를 파악하고 공란을 추적하며 건물의 변천사를 정리해나갔다.
공공일호 조재원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가장 크게 든 감정은 일종의 두려움이었다. ‘한국 근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김수근 선생의 작업을 고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바꿔야 할지 가구만 새로 넣는 식으로 최소한으로 손대야 할지 건축가로서 내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고민이 컸다. 결론은 ‘어떻게 계획할까’라는 질문보다 ‘어디에서 시작할까’라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질문의 방향을 바꾼 뒤로는 어렵지 않았다.
주한프랑스대사관 조민석 준공 당시 사진에서 대사 집무동 지붕을 보면 젊은 김중업 선생이 구조적으로 상당히 과감한 시도를 했음을 엿볼 수 있다. 콘크리트 면을 4.5m 간격의 기둥 4개가 들어 올린 형식에 모서리는 버선코의 맵시처럼 산뜻하게 하늘로 솟은 모습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현재는 네 처마의 가장자리 라인을 따라 기둥 총 8개가 추가됐고, 모서리는 곡선의 흔적이 사라져 평면적인 삼각형으로 접어 놓은 듯한 모양새에 가까웠다.1 원형의 우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1층 필로티는 기존 PC 패널과 비슷한 형태의 것으로 막아 실내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대사 집무동을 전면 재보수 및 복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공공일호 조재원 ‘스페이스에서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한 회사의 사옥을 플랫폼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샘터사옥의 역사적·건축적 맥락을 이어가며 동시에 플랫폼으로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했다.
공공일호 조재원 2017년 6월 17일 샘터사 김성구 대표의 인터뷰 글로 ‘샘터사옥이 그 가치를 존중해 줄 매수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가 보도됐다. 평소 미래세대를 위한 실험 공간에 관심이 있던 클라이언트는 기사를 읽고 ‘이를 기회로 삼아 가치 있는 건물에 혁신적인 테넌트를 더해 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1979년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완공된 샘터사옥은 한 회사의 사옥임에도 사유지인 건물 1층에 길을 내어 공공 통로를 두고 지하와 저층부에는 대학로 문화와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들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건축적·도시적 가치가 크다. 샘터사옥은 올해 새 소유주 공공그라운드를 만났다. 공공그라운드는 건축사적으로, 도시사적으로 의미 있는 오래된 건축물의 상징적 가치를 사회적 자산으로 본다. 한편으로는 지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활용함으로써 미래를 위한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사용자들의 열린 플랫폼으로 개발하는 일을 꿈꾼다. 공일스튜디오가 건축가로 참여한 샘터사옥 리노베이션은 이런 아젠다를 실행에 옮기는 첫 프로젝트(공공일호)로서 의미가 크다. 그래서 공일스튜디오와 공공그라운드는 함께 샘터사옥의 리노베이션 과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곳에 생겨날 새로운 생태계가 이전의 역사와 전환의 과정을 기억하고 새로운 문화의 바탕으로 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