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놓고 찾은 길 최윤영 희림건축에 신입으로 입사해서 10년 정도, 권이철 소장은 해안건축에서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15년을 있었다. 둘 다 기본적으로 주거본부에서 대규모 아파트 설계를 했고, 나는 주로 규모검토, 기획설계, 현상설계를 했다. 실무 10년 동안 현장이나 프로젝트 준공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고, 소규모 건축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기 때문에 ‘내 사무소’ 혹은 ‘우리 사무소’ 오픈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는데, 하루 2~3시간 쪽잠 자는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건강에 문제가 생겨 갑작스럽게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 어린 시절 꿈을 다시 꺼내 보기로 마음먹고 취미미술학원에 등록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덕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점차 치유되었고, 좋은 기회를 얻어 전시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다 한 아트페어로부터 외부 공간을 같이 기획해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쪽에서도 내 커리어를 신기하게 본 것 같다.) 조금씩 일을 진행하던 차에 자금난으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그 안을 실현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일을 계기로 건축과 미술 중간 어디쯤에 우리가 몰랐던 시장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라크랩(LACLAB)이라는 스튜디오를 개설해 공공미술, 전시기획, 연구 프로젝트, 기획설계, 법규검토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2년 정도 열심히 일을 찾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시도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권 소장도 드디어 독립을 생각하게 되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 )는 3년마다 열리는 국내 첫 공공예술 축제이다. 첫 APAP가 옛 유원지 시절부터 시민들의 휴식처였던 안양예술공원을 주 무대로 개최된 이후, 지난 15년간 안양시 곳곳에서 미술, 건축, 디자인,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선보이며 지역에 대한 문화적 의미를 생산해왔다.1 APAP는 안양의 도시환경과 역사, 공유재를 사용하는 공공성, 프로젝트의 한정된 기간, 예술의 생산과 장소성, 시민 참여 등 다양한 맥락을 함축하고 있다. 나는 제4회 APAP에서 아카이브를 함께 만들면서 APAP가 여러 장소와 시간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발생시킨 다양한 층위의 생산물과 지식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미술의 전통적인 제도와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경로를 그리는 공공예술에서 건축과 예술은 어떻게 같은 장소에 모이게 되는가, 미술관 바깥에서 건축은 어떠한 형태로 전시되는가, 건축은 작품으로서 위상과 저자성을 가질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그때 마음속에 모아두었던 것이다. 이 글은 1, 3회 APAP를 중심으로 각 예술감독의 기획 방향과 이와 관계하는 건축가의 작업을 선별해 소개하면서 앞의 질문들에 ‘건축 큐레이팅’ 이라는 사고와 행위를 교차해 생각하고 새로운 질문으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다.
함께와 혼자 사이 사람은 원래 ‘혼자’다. 하지만, 사회 안에서 혼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함께 할 누군가, 무언가, 어딘가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이러한 결핍을 ‘가족’이라는 오래된 공동체 속에서 ‘함께’라는 방법으로 치유하며 살아왔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도 원하면 언제든 혼자 또는 함께가 될 수 있었다. 마치 공기처럼 우리의 삶 곳곳에서 따뜻한 만남과 헤어짐으로 존재했었다.
2017. 4월 26일〈함께라는 방법〉이라는 모호한 연구모임으로의 초대 ――――――――――――――――――――
BARE (전진홍, 최윤희) BARE(바래, Bureau of Architecture, Research & Environment)는 건축 행위를 리서치(research)에서 시작하여 주변환경(environment)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까지 고민하는 건축 뷰로(Bureau)이다. 종묘 서쪽 담벼락 옆에 위치한 사무실 겸 집인 한옥에서 함께 운영하고, 함께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는 전진홍, 최윤희로 구성된 건축 듀오이다.
김종완 그래픽 디자이너.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관범은 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하였다. 대학원에서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주거, 일본 대도시의 외국인 밀집거주지에 대한 프로젝트에 참가, 연구를 진행하였다. 최근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계 브라질인 그룹의 형성과정과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동포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안아라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홈그라운드’ 작업장을 운영한다. 출장요리, 메뉴 개발, 요리워크숍, 전시 참여 등 요리를 매개로 다양한 방면의 일에 관여하고 있다. homeground.kr 에서 하는 일들의 이미지를 소개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계정은 꽤 사랑받고 있다.
*본 좌담은 ‘함께라는 방법’이 진행된 2017년 5월 16일부터 10월 24일까지 총 9회에 이르는 라운드테이블 중 본 프로젝트가 시도하고자 했던 새로운 공공미술의 내용과 형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들을 추린 것이다. 매 회의 라운드테이블에는 참여작가와 퍼실리테이터는 물론 각 회의 주제 혹은 직면한 문제에 맞는 관련 전문가를 초대한 것임을 밝힌다
퍼실리테이터가 일정 수의 작가나 팀을 추천하여 제안서를 받고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별하는 기존 방식은 절차적 편의성과 형식적 공정성 측면에서 만들어진 것일 뿐 실제로 유의미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기존 공모와 차별화 하여 작가들을 모아 팀을 구성하고, 주제를 정하는 과정까지 라운드테이블이라는 소통 창구를 활용했으며, 라운드테이블 안에서 참여 작가와 퍼실리테이터가 자율적으로 진행하면서 사업의 유연성을 극대화 했다. 아이디어 제안, 아트플랜 수립 단계에서는 사업 주최 측과 각 분야 전문가들의 승인을 거침으로써 공공미술로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공공미술은 공공의 문화 환경과 시민들의 예술 향유권 신장을 위해 도시 곳곳의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는 미술작품과 활동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질이 향상되고, 함께 사는 공동체를 일구는 공동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의 공공미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 가까이에 서 있다. 서울에 설치되어 있는 대다수의 공공미술 작품이 도시와 사회 변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논의를 공공의 문제로 소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아름답지 못한 세상에 대한 저항 정신이 별로 없어 보인다. 공공미술 작품을 통해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상상하고 성찰하는 공통의 무엇이기보다는 셀카 사진 수준의 안일하고, 동어 반복적이며, 지루한 상상력의 결과물이 더 많다. 아름답지 못한 세상을 초라한 상상력으로 가리 기에 급급하고, ‘대중적’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오히려 공공성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공동주택 공공미술 아트플랜 〈함께라는 방법〉의 과정과 결과물을 정리한 단행본입니다. 〈함께라는 방법〉은 독창(獨創)보다 공창(共創)의 의미를 좇는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디자인, 미술, 건축, 무용,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모여 공동주택 커뮤니티 안에서 문화 · 예술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는 공론장을 마련함으로써 공공미술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해보고자 했습니다.
공공미술의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다. 예술 활동의 공공성 개념도 새롭게 정의 중이다. 권력과 자본이 짜놓은 프레임 속에서 허덕이던 공공예술과 공동체예술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과연 어떤 길이 있을지 현재 공공미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기획자, 행정가가 모여 의견을 나눴다.
지독한 혹은 따뜻한 위로 _ <위로공단>은 지난 50여 년에 걸친 우리 산업화와 압축발전의 시간을 여성 노동자들의 공간을 통해 보여준다. 그들의 억압적 삶을 단순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성찰한다. “선택할 것이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처럼 가족을 위해 자신을 삶을 바친 여성 노동자들의 현장은 임흥순의 즉흥적이고 따뜻한 시선의 비판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폭압성과 더불어 여성적 위로를 떠올리게 한다. 미학자 양효실의 인터뷰와 사회학자 조은의 크리틱을 통해 임흥순의 세계를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주류 인사의 입에서 “요즘 ‘공공’이란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진짜 모르겠다”(김선정)거나, “《공공의 순간》에서 발행한 텍스트를 보면 전 도통 무슨 주장을 하는 것인지 잘 이해를 못 하겠다”(임근준)는 불평이 터져 나오는 사정은, 햇수와는 무관하게 가시적 성과물로 기억되지 못하는 공공미술 운동이 ‘운동 같지 않은’ 해프닝에 대한 회의감 때문은 아닐까. 즉 누구도 거역하기 힘든 명분(공익)에 기대어 조형적 무사안일주의에 빠졌던 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반이정, 국제작가포럼AFI 《공공의 순간》, 2006
예술가는 왜 도시로 나왔을까?도시의 삶과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보다는 구축하기를 제안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도시공간이 하나의 정치, 경제논리의 수단으로 이해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는 Listen to the City의 박은선, 그리고 미술관, 갤러리에서 회자되는 ‘공공’의 의미를 미술 밖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본 Work on Work의 박재용, 장혜진 기획자. 예술이라는 이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지위와 수직적인 형태를 전복시키며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예술가는 왜 도시로 나왔을까?도시의 삶과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보다는 구축하기를 제안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도시공간이 하나의 정치, 경제논리의 수단으로 이해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는 Listen to the City의 박은선, 그리고 미술관, 갤러리에서 회자되는 ‘공공’의 의미를 미술 밖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본 Work on Work의 박재용, 장혜진 기획자. 예술이라는 이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지위와 수직적인 형태를 전복시키며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