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성원이라는 감각 김현종(ATELIER KHJ) 건축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 건축가 또한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만, 건축가에게 더 많은 사회적 역할과 태도를 요구하는 것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건축가로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보다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면 아닌 것 같다. 공공 프로젝트로 사회가 기대하는 건축가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도 있겠지만, 공공 프로젝트는 현상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되어야만 작업할 수 있기에 그 기회가 한정적이다. 나와 내가 이끄는 ATELIER KHJ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도시 전반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화적 경험을 우리의 시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 그 경험의 형태는 건축이나 공간, 가구, 전시 등이 될 것이고, 사람들에게 우리의 시각을 전달하는 것으로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지 생각한다.
라이프건축은 황수용과 한지영이 2016년 서울 부암동에서 시작한 작은 건축가 그룹이다. 우리는 라이프를 시작하기 이전에도 다수의 공모전을 함께 작업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그 신뢰라는 것이 두 사람이 같은 방법론과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황수용은 도시나 사이트의 경관, 주변과의 관계에서 건축 설계를 시작하고, 한지영은 내부의 프로그램이나 동선, 사람이 건축 공간에서 경험하는 감각으로부터 설계를 시작한다. 어느 쪽에서 시작하든지 다양한 지점에 대해 서로를 설득하고 인정하며 결국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나간다.
ATELIER KHJ는 이제 막 5년을 넘겼다. 아직 호기심이 많고 여러모로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우당탕거리는 과정 속에 크고 작은 일들을 진행했다. 일의 규모와 상관없이 무엇이든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분열된 사회 정체성 공공건축가 시스템이 만들어진 뒤 많은 건축가가 공공건축 설계에 참여하고 좋은 건물을 만들어갈 기회가 마련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지방에 이 제도가 도입되며 공공건축물을 짓는 과정이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여전히 공공건축의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건축 자체의 퀄리티는 하향평준화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또 건축가가 전문가로서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마음으로 이런 일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희생을 강요당하는 면도 있다.
공공이라는 구호 공공성, 공공(이 발주하는) 건축, 공공건축가제도, 이 세 가지를 분리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에 공공건축이라고 하면 공공이 발주하는 건물이다. 그런데 겪어보니까 공공이 발주하더라도 발주처의 관리 편이를 중요시하거나, 시장님의 치적 쌓기로 수렴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반드시 공공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 건축물 같은 경우에도 건축가는 항상 공공성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은 분명히 공공의 본질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공공이 발주하는 건축과 공공성을 갖는 건축은 구분되어야 할 것 같다.
AEA(아에아건축)는 프랑스어 Atelier Espa:ce Architectes (아틀리에 에스빠스 아키텍트)의 머리글자 조합이다. ‘Espace’는 공간 또는 장소라는 뜻이며 이것을 탐구하는 건축가 그룹이라는 뜻으로 지었다. 우리 두 사람은 배병길도시건축연구소에서 함께 실무 경험을 쌓았고, 파리 라빌레트 건축학교에서 석사 졸업 후 파리에서 실무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첫 프로젝트였던 경남 사천시 상가주택 H1115-7을 계기로 귀국, 2016년 경남 진주라는 지방도시에 정식으로 사무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