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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양극화 vs 건축: 좋은 일자리와 건축산업

박인석

소득 양극화,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양극화, 즉 빈부 격차 확대 문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 평균 순자산은 5.0% 증가했지만 상위 20%(소득 5분위 중 5분위) 가구가 7.9% 증가한 데에 비해 4분위는 4.7%, 3분위는 2.3%, 2분위는 3.3% 증가에 그쳤다. 1분위(하위 20%)는 아예 4.9%나 감소했다. 또 다른 통계인 ‘계층별 순자산 점유율’은 양극화가 비단 하위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다. 순자산 상위 10%가 전체 가구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46.1%로 1년 전보다 1.6% 상승한 반면 나머지 90% 가구의 점유율은 모두 감소했다. 중간 이하 50% 계층이 보유한 순자산 비율은 전체의 9.1%로 전년보다 0.7% 포인트 감소했다.1 상위 일부 계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의 자산 상태가 취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자산 불평등 못지않게 소득 불평등도 심해지고 있다. 모든 소득 구간에서 시장소득 자체는 증가했지만, 상위 10%, 20%는 각각 6.1%, 5.3% 오른 데 비해 5분위 이하 계층은 3.0~0.2% 오르는 데 그쳤다. 총 시장소득 중 점유율은 상위 20%(5분위) 계층이 0.5% 증가하고 차상위 계층인 4분위는 정체, 나머지 1~3분위 계층은 모두 감소했다.

흥미 본위의 언론 기사들은 상위 1% 부자의 자산 내역과 그 증가 속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정작 양극화 문제의 핵심은 중하위계층 소득 및 자산의 상대적 감소 속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이 증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소득의 상대적 감소라 할 수 있다.

왜 중하위계층 소득이 감소할까?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구조적 문제’, ‘저성장 경제’ 등 원론적 진단이 분분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으로 가장 흔히 꼽히는 것이 ‘일자리 감소’다. 정확히 말한다면 ‘좋은 일자리 감소’다. 좋은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안정성이 낮거나 보수가 낮은 ‘좋지 않은 일자리’만 남거나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란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를 말하는 것일까? 그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인가? ‘고용 없는 성장’이니 ‘노동의 종말’을 운위하는 시대이니만큼 이제 더 이상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없다는 얘기인가? 도대체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ㆍ개선책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일자리 정책의 목표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그래야 해법도 보일 터이니.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일자리 중 ‘좋은 일자리’는 어떤 일자리를 말하는 것이며 어디에 얼마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일자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진단에서 시작해보자.

대기업 vs 중소기업, 정규직 vs 비정규직이라는 두 개의 양분 체제에 따르면 일자리는 대기업-정규직, 대기업-비정규직, 중소기업-정규직, 중소기업-비정규직이라는 4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 중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대기업-정규직’ 일자리뿐이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지 않은 일자리라는 것이 통설이다. 소위 ‘좋은 일자리’의 정체는 대기업-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중소기업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에 비해 20∼29세가 65.2%, 40∼44세는 49.4%, 50∼54세에는 42.4%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2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역시 크다. 2025년 8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의 최근 3개월 월평균 임금은 208만 8,000원으로 정규직 389만 6,000원의 절반 수준이다.3 대학생들이 대기업-정규직 취업에 인생을 걸다시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5년 현재 이들 4개 유형별 임금 근로자 비율은 [표 1]과 같다.4 ‘좋은 일자리’인 대기업-정규직이 12.7%다. 소득 불평등 상황을 가리키는 소위 ‘10 : 90 사회’는 ‘대기업-정규직 : 그 외의 일자리’로 구분된 일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기업-정규직이 아닌 일자리는 대부분 중소기업 일자리다. 전체 일자리의 85%가 중소기업 일자리다.

[표 1] 종사자규모별-근로형태별 임금근로자 수 (* 자료: 통계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경제 통계에서 대기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상시 임금근로자 300인 이상이다.5 흔히들 떠올리는 삼성, 현대, LG 등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준이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이 1만 개를 넘는다는 사실도 ‘대기업’에 대해 우리가 통상적으로 갖는 이미지와는 다르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상시근로자 수 300인 이상’이라는 기준이 적절해 보인다. ‘상시근로자 수 300인 이상’인 1만 개가량의 기업이 우리가 ‘좋은 일자리’라고 부르는 일자리의 구체적 정체인 것이다.

결국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대기업-정규직을 늘린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이 가능한가? 현재 전체 임금근로자의 12.7%에 불과한 대기업-정규직을 늘린다면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 이것이 소득 불평등 개선을 위한 일자리 대책의 중심이 될만할까? 모든 기업을 대기업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재 대기업은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하다. 99.9%가 중소기업이다.

이러한 사실은 일자리 문제에 대한 시각 조정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대기업-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뻔하다. AI나 로봇 자동화는 대부분 대기업 생산라인에 해당하는 얘기다. 대기업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으면 다행인 게 현실이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일자리 대부분을 점하는 ‘중소기업 일자리 컨디션을 개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아니, 될 수밖에 없다. 안 좋은 일자리를 더 나은 상태로 개선하는 것, 이것이 일자리 정책의 핵심이다.

건축산업은 중소기업 중심, 일자리 많은 산업

건축산업은 중소기업 생산 비중이 큰 산업이다. [표 2]에서 건설업체들의 기업규모별 시장(매출액) 점유율을 보자.6 2023년 기준 건설업 전체 매출액의 60.8%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전체 산업 평균(44.9%)이나 제조업(32.1%)에 비해 월등히 크다. 일자리 양과 직결되는 ‘종사자 수’를 보면 중소규모 업체 중심의 건축산업의 특징이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건설업은 전체 종사자의 84.6%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제조업(67.5%)에 비해 훨씬 큰 비중이다.

건설업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노동 집약적 산업이라는 점이다. 매출액 1조 원당 종사자 수가 3,825명으로 제조업(1,969명)의 2배에 가깝다. 건설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노동투입량이 많고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산업활동으로 산출한 가치량에서 노동소득, 즉 임금으로 배분하는 양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는 건축산업이 국민의 소득 제공을 위한 일자리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산업임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건설산업은 주요 생산성지표인 부가가치율, 노동소득분배율이 모두 높은 산업이다. 표에서 보듯이 제조업에 비해 부가가치율은 1.5배, 노동소득분배율은 1.3배다. 부가가치율은 기업이 생산한 총액(매출액) 중 실제로 새로 창출한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고(부가가치율=부가가치/매출액), 노동소득분배율은 창출된 부가가치 중에서 노동의 대가(인건비)로 배분된 양의 비중(노동소득분배율 = 인건비/부가가치)이다. 건설산업은 매출액 대비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높고 이를 대부분 노동소득, 즉 임금으로 배분하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일자리 제공에 의한 국민의 소득 창출에 매우 효율적이며 기여도가 높다는 얘기다.

[표 2] 건설업과 제조업 기업규모별 매출액-종사자 수-생산성지표 비교 (*자료: 통계데이터처, 기업경영분석)

*중소기업: 매출액이 기준(건설업 1.200억원 이하, 자산 5천억원 미만)이하인 기업, 중기업: 중소기업 중 소기업을 제외한 기업, 소기업: 매출액이 소규모인 기업(건설업 90억원 이하/제조업 120~140억원 이하), 소상공인: 소기업 중 상시근로자 수가 5명(건설업. 제조업 10명) 미만인 기업

건축산업은 저임금 산업인가

그런데 노동 투입량이 많다거나 노동집약적이라는 특성은 곧 임금 수준이 낮다는 문제로 연결되곤 한다. 건설산업, 즉 건축산업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다는 것이 통설이다. 많은 일자리 창출도 좋지만, 임금 수준이 낮다면 결국 ‘안 좋은 일자리’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뿐이라는 얘기가 된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건데?

‘건설산업은 임금 수준이 낮다’는 통설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통계를 뒤져 보자. 우선 앞의 [표 2]에서 ‘매출액-종사자 수-생산성지표’를 이용하여 소위 ‘이론적 평균임금’을 계산할 수 있다. 매출액에 부가가치율과 노동소득분배율을 곱하면 총임금이 되므로 이를 총종사자 수로 나누면 평균임금을 구할 수 있다. 표에서 보듯이 그 결과는 통설과 다르다. 건설업의 평균임금이 전체 산업 평균보다 높고(116%) 제조업과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91%)이다. 건설업이 매출액 당 종사자 수는 많지만, 부가가치율과 노동소득분배율이 높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그러나 ‘이론적 평균임금’은 실제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과 차이가 있다. 노동소득분배율 계산에 산입되는 노동소득에는 노동자가 받는 급여뿐 아니라, 회사가 대신 내주는 4대 보험료(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와 퇴직급여 충당금이 모두 포함된다. 또한 자영업자와 그 가족(무급가족종사자)의 노동 기여분이 부가가치에는 포함되지만, 그들이 전유하는 영업이익은 노동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들이 반영된 실제 임금 조사에 의한 ‘산업별 임금 및 근로시간’ 통계로 건설업의 임금 수준을 다시 확인했다. [표 3]에서 보듯이 실제 상용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이론적 평균임금’(표 2)과는 전혀 다르다. 건설업 월평균 임금은 3,455,292원으로 매우 낮다. 전체 산업 4,079,258원의 85%, 제조업 4,754,798원의 72% 수준이다. 이론적 평균임금과 실제 임금에 이런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 3] 산업/규모별 임금 및 근로시간(2024) (*자료: 통계데이터처, 사업체 노동력조사)

실마리는 이론적 평균임금 산출식(매출액 × 부가가치율 × 노동소득분배율 ÷ 종사자 수)에서 ‘종사자 수’가 산업별로 크게 다르다는 데에 있다. 건설업 종사자 중 ‘자영업자 +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이 4.2%로 전체 산업 10.3%에 비해 매우 낮다.8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는 ‘종사자 수’에는 포함되지만, 이들의 노동 기여는 영업이익으로 전유될 뿐 임금으로 산입되지 않는다. 즉, 노동소득배분율에 산입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비율이 높을수록 평균임금은 낮게 산출된다. 그러나 실제 임금은,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제외한 임금근로자들에게만 배분되므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높아진다. 건설업은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이 낮으므로 상대적으로 이론적 평균임금은 높게 산출되고 실제 임금은 그보다 낮은 것이다.

그런데 건설업 임금 수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고용형태별 임금’이다. [표 3]은 산업별 임금을 ‘상용근로자’ 임금과 고용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일용근로자’ 임금으로 구분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임시일용근로자 임금이 상용근로자 임금보다 매우 낮은 가운데 건설업의 임금은 특별한 양상을 보인다. 상용근로자, 임시일용근로자 임금이 모두 다른 산업에 비해 높다. 특히 ‘임시일용근로자 임금’은 다른 산업의 1.4배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정리하자. 건설업은 상용근로자, 임시일용근로자 모두 임금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다. 그런데 이 둘을 합한 평균임금은 다른 산업에 비해 낮다. 이는 건설업에 임시일용직 고용이 많기 때문이다. [표 4]에서 보듯이 건설업의 임시일용근로자 비율이 36.9%에 이른다. 전체 산업 9.5%, 제조업 2.8%에 비해 매우 높은 비율이다.9

[표 4]  산업/규모별 고용(2024) (*자료: 통계데이터처, 사업체 노동력조사)

건설업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려면

유럽 각국 및 미국, 일본도 건설업은 일용직 고용 비율이 높다. 건축생산 특성상 현장 프로젝트 단위로 단속적 작업이 진행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공사가 끝나면 인력이 필요 없으므로 정규직으로 유지하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중층적 하도급 구조가 더해진다. 하청 업체들은 최저가 낙찰 경쟁 속에서 고정비(상용직 임금, 복리후생비)를 줄이기 위해 필요할 때만 인력을 공급받는 일용직 형태를 선호한다.

임시일용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사회보험 가입 등 근로 안정성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험법,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4대 사회보험 근거 법률들은 임시일용 근로자도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10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임시일용 근로자(비정규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4대 사회보험 가입률이 매우 낮다.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건설업 비정규 근로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4대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 건강보험 가입률은 다른 산업 평균의 2/3 수준이고, 상여금 수령 비율, 퇴직연금 가입 비율은 1/3 ~ 1/6 수준에 그친다.

한편, 고용보험의 경우 사업장 단위 설문조사표 방식의 고용노동부 통계상으로는 가입률이 높지만, 실제 보험 가입 명부 대조에 의한 행정 데이터를 근거로 “건설업 일용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18.8%에 그치고 있다”11는 발표도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다른 사회보험들 가입률 역시 실제로는 통계 수치보다 더욱 낮을 것이라 볼 수 있다. 요컨대 건설업 전체 일자리의 36%에 이르는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사회적 안전망이 지극히 취약한 것이다. 건설산업 전체에 씌워진 ‘직업 안정성이 좋지 않은 일자리’라는 이미지는 바로 이 때문인 것이다.

[표 5] 산업별 사회보험 등 가입률 (*자료: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통계포털>통계DB>사회보험)

다른 나라들 역시 건설업의 임시일용 근로자 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이들의 사회 안전망도 좋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영국과 미국은 임시일용직 노동자를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 형태의 노동으로 간주하며, 이를 명분으로 사회보험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프랑스는 노동조합과의 ‘산별 협약’에 따라 건설업체가 임시직에게도 정규직과 유사한 수준의 사회보험 혜택을 적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건설업 노조 가입률은 10% 수준이지만 노조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단체협약 효력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독일 역시 노조 가입률은 15~20% 수준이지만 모든 건설업체가 건설업 사회복지기금(SOKA-BAU)에 가입해야 하는 등 임시직 노동자의 휴가비, 퇴직금 등을 관리하는 강력한 공제제도를 갖추고, 임시일용직 노동자도 공적 부조 체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업 일용근로자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사회보험료 사후정산제도’를 꼽을 수 있다. 건설업체가 노동자의 사회보험료(국민연금, 건강보험 등)를 먼저 납부하면 발주자가 그만큼 돌려주도록 함으로써, 건설업체의 부담을 없애 사회보험 가입을 촉진하려는 제도다. 2006년 공공공사를 대상으로 시작하여 건설산업기본법에 관련 조항을 명문화하고 2013년 민간공사에까지 확대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규모 건축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건설 현장 일용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의 정책 경험은 참고할 만하다. 일본의 건설업은 2011년까지만 해도 기업 기준으로 약 84%, 노동자 개인 기준으로는 후생연금 가입률이 60% 미만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사회보장 사각지대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용직・단기근로자 비중이 높아 가입이 누락되고, 영세 사업주들이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가입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인건비 예산이 줄어 업체의 보험료 부담이 어려워지는 것 역시 고질적 문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2012년 ‘법정복리비 별도 계상’과 ‘사회보험 미가입자 현장 진입 차단’이라는 강력한 정책을 동원했다. 하도급 계약을 포함한 모든 공사 계약에서 사회보험료 별도 책정을 의무화했다. 또한 사회보험 미가입 노동자는 건설 현장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정책 시행 8년 만인 2020년 건설업의 사회보험 가입률 조사 결과 기업의 가입률은 99%, 노동자 가입률은 90% 이상으로 대폭 상승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2020년 건설업법을 개정하여 법정복리비를 포함한 적정 공사비를 보장하지 않는 부당한 저가 계약을 금지하는 법적 구속력을 강화했다. 프랑스, 독일과 달리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강하지 못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일본의 정부 정책과 효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소기업 일자리 개선 정책으로서의 건축산업정책

다시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로 돌아가자. 소득 양극화는 중하위계층 자산-소득 감소가 핵심 문제다. 이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적정한 소득 수준과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좋은 일자리’ 확충이 필요하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로 모두가 선호하는 대기업-정규직 일자리는 10% 남짓한 수준이고 이를 더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나머지 일자리는 대부분 중소기업의 정규직/비정규직 일자리다. 일자리 정책의 중심은 중소기업 일자리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건축산업은 대표적인 중소기업 중심 산업이다. 건설업 전체 매출액의 60.8%를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고, 전체 종사자의 84.6%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제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비중이 월등히 큰 산업이다. 이는 건축산업이 일자리 정책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주요 대상이자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율이 높고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은 산업이다. 또한 ‘임금이 낮고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다른 산업에 비해 소득수준이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상용직와 임시일용직으로 구분하여 보면 둘 다 임금이 다른 산업보다 높다. 임시일용직 비율이 높아서 전체 평균 임금이 낮게 계산될 뿐이다. 그러나 근로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임시일용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 치명적 약점이다.

종합하면, 소득수준 측면에서는 건설업 일자리가 나쁘지 않다.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높여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기만 한다면 ‘좋은 일자리’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 일용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건축산업정책이자 일자리 정책이다. 이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경험한 일본 등의 사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물론 이 외에도 건축산업을 좋은 일자리 산업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필요하다. 건축 생산과정에 고질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비합리를 거둬내고 기술과 품질로 경쟁하는 건강한 시장 여건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모든 공사를 종합건설업체와 도급 계약하도록 하여 종합건설업체가 하도급업체 관리 역할에 안주하도록 하는 공사의 분할계약 금지 법령12 등에 대한 개혁적 검토가 필요하다. 소규모 건축공사까지 종합건설업체에 도급하도록 함으로써 불법 면허 대여가 횡행하도록 만드는 건설업 업종 구분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대기업과 영세업체로 양극화한 건설산업계의 체질 강화를 위해 견실한 중소 규모 건축생산 주체를 지원-육성하는 정책, 이를 위해 아파트단지 개발과 필지형 다세대-다가구주택 건축으로 양극화한 주거건축과는 다른 새로운 중간 규모 주거건축을 활성화하는 정책도 긴요하다. 이들은 모두 건축산업의 부가가치 생산성 증대로 귀결되고, 이는 다시 건축산업을 더욱 좋은 일자리를 품는 산업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정책이 중소규모 생산주체 중심인 건축산업의 특성에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행여 “일단 대규모 아파트 건축공사에 우선 적용한다”며 정작 중소규모 건축산업은 방치하는, 이제껏 수많은 건축정책이 범했던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건축산업은 수많은 중소규모 건축물 생산 비중이 큰 산업이다. 건축산업 정책을 소득 양극화 문제 해소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바로 이 특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인석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도시와 건축 및 주택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가 건축정책위원회 5기 위원과 6기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 생산 역사』(전 3권), 『건축이 바꾼다』, 『아파트 한국 사회』 등이 있다.

소득 양극화 vs 건축: 좋은 일자리와 건축산업

분량9,919자 / 20분 / 도판 5개

발행일2026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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