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감시하게 하라, 건설보증제도
박인석
분량9,388자 / 10분
발행일2026년 3월 11일
유형오피니언
건설보증제도와 시공 품질
건축공사를 계약할 때 발주자(건축주)는 시공업체에 공사에 대한 보증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축공사는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이고 민간 건축물 공사에서도 건축주가 시공업체에 보증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시공업체는 보증(보험)회사에 보증 비용을 납부하고 보증회사는 건축주에게 공사에 대해 보증한다.
보증회사는 입찰서류, 계약조건, 사업계획 등 보증 대상 공사에 대한 사항과 함께 시공업체의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 기술 및 운영 능력, 보유 인력의 전문성, 유사 프로젝트 수행 실적 등을 검토-평가하여 보증 여부를 결정한다. 시공업체의 재무 상황이나 운영 능력 등이 불량하면 보증 가입을 거부한다. 마치 생명보험회사가 개인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여 질병 보험 가입을 승인하거나 거부하는 절차와 유사하다. 발주자는 이를 통해 발주・입찰 단계에서 부적격 업체를 배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시공업체들은 공사 수주를 위해 보증회사의 평가 기준을 충족하려 노력하기 마련이고 이는 시공업체들의 업무 수준을 일정 기준 이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건설보증은 크게 입찰보증, 공사이행보증, 하자보수보증으로 구성된다. 입찰보증은 시공업체가 낙찰받고도 공사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발주자가 입게 되는 손해에 대한 배상을 보증하는 것이고, 공사이행보증은 시공업체가 도산 등을 이유로 공사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발주자 손해 보상을 보증하는 것이다. 하자보수보증은 준공 후 하자 발생 시 보수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시공업체에게 재정적으로 보증한다. 결국 입찰보증, 공사이행보증, 하자보수보증은 발주자와 시공업체의 금전적 손해 발생에 대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 하자보수보증은 그 내용상 입찰보증이나 공사이행보증과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입찰과 공사이행은 발주자와 시공자 사이의 문제이고 이에 대한 보증은 공사 계약 및 시공 이행 여부로 판가름 되는, 단순한 구조의 문제다. 이에 비해 하자보수는 발주자와 시공자 사이에 사용자가 이해 당사자로 포함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시공 품질 수준에 따라 하자 발생 정도가 달라지고 하자 내용에 따라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경우도 많은, 질적이고 복잡한 구조를 갖는 문제다. 하자보수 이행 여부를 놓고 분쟁 발생이 잦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자 발생은 시공 품질과 직접 연결되는 것이므로 사후적 보상인 하자보수보증보다는 시공 품질 자체를 직접 보증하여 하자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시공업체들은 공사 수주를 위해서는 보증 가입이 필요하므로, 보증회사의 평가 기준을 충족하려 노력하기 마련이다. 보증회사들이 시공품질보증 상품을 출시하고 가입 조건으로 품질관리 평가 기준을 엄격히 설정한다면 건설업체들의 시공 품질관리 수준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시공 품질은 다른 사안과 달리 보증의 대상이 분명치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입찰보증, 공사이행보증, 하자보수보증이 모두 발주자나 시공업체에게 발생하는 금전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보증하는 것이지만 시공품질보증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확보되었음을 보증해야 한다. 보증 대상도, 보증으로 배상할 손해 정도도 분명치 않다. 이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시공 품질은 건설보증회사의 보증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보증회사 입장에서는 하자보수보증의 리스크에 직결되는 시공 품질이 중요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관리하거나 보증하기는 곤란하다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사후 보증이라 할 수 있는 하자보수보증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하자보수보증을 둘러싸고 분쟁이 잦은 데에는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시공 품질은 시공 과정이 품질 기준을 지키며 이루어지도록(이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확보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관리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시공업체가 수행하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모든 나라는 시공 과정 관리를 위한 각종 법령, 검사-확인 시스템 등 공적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하고 있다. ISO9000 인증처럼 시공업체의 자체적인 품질관리 체계를 공적 기관이 인증하는 체계를 운용하기도 한다.
어쨌든 보증회사의 이해관계에 직결된 시공 품질 수준에 대한 관리를 보증회사가 아니라 국가, 즉 공적 주체가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증회사는 어떤 입장을 취할까? 국가의 공적 시스템이 신뢰할 만하다면, 그래서 전반적으로 하자 발생 빈도가 높지 않다면, 낮은 수준의 리스크로(낮은 보증 비용을 수수하면서) 하자보수보증을 시행할 수 있다. 공적 시스템이 신뢰할 만하지 못하고 실제로 부실시공과 하자 발생 빈도가 높다면 하자보수보증 리스크가 높을 것이고 보증회사가 요구하는 보증 비용도 커질 것이다. 시공업체의 자체적 품질관리 실력이 미심쩍은 경우 아예 하자보수보증을 거절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하자보수보증제도의 운영 상황이 국가의 시공 품질관리 시스템의 기능과 합리성을 가늠하게 해주는 척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앞글(다른 나라의 건축공사 검사 제도)에서 살펴보았듯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모두 건축공사 품질관리를 위한 검사-확인 시스템을 지방정부 등 공적 주체들이 수행-관장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건설보증제도가 (한국에 비해) 진전된 것은 이러한 공적 시스템에 의한 시공 품질관리를 건설보증회사, 즉 시장이 신뢰하고 있음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감독, 건설보증제도: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한편, 미국의 건설보증제도의 운영 상황은 보증회사를 통한 시공 품질관리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보증회사들은 보증에 가입한 건축공사의 시공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현장 검사를 시행하는 등 시공 품질관리에 적극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정부의 검사-확인 시스템이 부실한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모든 건축공사는 지방정부나 주정부의 건축검사관에게 시공의 주요 단계마다 중간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장 검사 업무를 제3의 공적 기관에 일부 맡기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오히려 정부의 검사-확인 기능이 강력한 편이다. 미국 건설보증회사가 국가의 검사-확인 시스템에만 맡기는 수동적 역할에 머물지 않고 시공 품질관리에 직접 나서는 것은 하자보수 비용 보상 등 부실시공에 의한 재정적 손실 위험을 보다 철저하게 줄이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건설보증회사가 건축공사 과정에서 시공 품질관리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업무는 정기적 서류 모니터링과 현장 실사로 나뉜다. 보증회사는 보증 대상인 건축공사에 대해 건설업체로부터 정기적인 공정 보고서, 재무 보고서, 비용 집행 내역 등을 제출받아 서류상으로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보증회사의 인력이나 외부 컨설턴트가 1년에 1~2회 혹은 수시로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검사하고 평가한다. 공사 계획 대비 진척 상황, 계약 및 예산 대비 공사비 집행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것 이외에 품질관리나 안전관리의 적정성까지 조사하고 확인한다. 예컨대 시공 품질이 계약서와 설계 도면에 명시된 시방 기준(specs)을 충족하는지 여부, 현장 인력 및 장비 운용 상태, 안전관리 기준 준수 여부 등을 검사-확인한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클레임이나 분쟁 요소를 파악하고 그 해소 방안을 점검하는 것이다.
모니터링이나 현장 실사를 통해 공정 지연, 비용 초과, 하도급업체와의 분쟁 등 문제가 확인될 경우, 보증회사는 즉시 심층 감사를 시행하여 문제의 원인과 계약자의 이행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또한 건설업체에게 시정 조치 계획을 요구하고, 필요한 경우 기술적, 재정적 관리 지원을 제공하여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 모든 모니터링-검사-확인 업무는 발주자가 도급업체(건설업체)의 부실시공으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동시에 보증에 가입하고 보증 비용을 납부한 건설업체가 사고 발생으로 안게 될 재정적 부담을 완화해 주려는 것이다. 이 모든 검사-확인 절차는 보증 가입 계약서에 명기되고 검사-확인 업무는 보증회사가 고용, 혹은 위촉한 건축전문가나 전문기관에서 수행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증회사가 검사-확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를 정부나 공공기관이 나서서 따로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보증회사 입장에서는 사고 발생으로 떠안게 되는 비용(보상비, 재시공비 등)이 작을수록 이익이 커진다. 따라서 시공 품질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기 마련이다. 즉, 미국 건설보증 회사가 수행하는 시공 과정 관리의 핵심은 ‘사후 보증’이 아니라 문제 발생을 ‘사전 예방’하려는 것, 그리고 그 예방 노력이 정부의 개입 없이 관련 주체들의 이익 추구 동기, 즉 시장 원리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건설보증보험제도 역시 품질관리 기능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앞글에서 보았듯이 프랑스의 건축공사 검사제도는 건설기술관리회사(CTC)에 의한 건설공사 현장 검사를 주축으로 한다. 민간기관인 CTC가 수행하는 검사 기능의 실효성을 더해주는 중요한 제도가 의무보험제도다. 프랑스에서 건축허가를 받으려는 모든 건축주는 10년 공사손해보험에, 건설업체와 건축사 등 관련 전문가는 10년 민사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 보험은 하자보수 등 시공 품질로 인한 손해에 대해 신속한 재정적 보상을 보장함과 동시에 시공 품질 관리업무의 충실성을 견제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건축공사 과정에서 품질 검사를 수행하는 CTC의 의견을 시공자나 건축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CTC는 이를 공식 문서로 남긴다. 보험회사는 이 문서를 근거로 해당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보상을 거부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순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CTC의 의견을 보상 거부의 근거로 활용할 뿐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이 공사 과정에서 시공업체나 건축주가 검사-확인자(CTC)의 지적을 따르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건설보증보험제도가 건축공사 검사 제도의 기능을 강화해 주는 장치로 작동하는 셈이다.
시장 원리에 의한 감리나 감시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시공업체나 건축주와 이익 기반이 다른 주체라야 실질적인 감시와 견제를 기대할 수 있다. 보증회사의 감시와 감리 용역업체의 감시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증회사는 부실시공이 곧장 자신의 경제적 손실 리스크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서 시공업체의 부실시공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할 동기가 분명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감리 용역업체는 웬만한 하자 발생으로는 손해 볼 일이 없다. 법적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정도의 ‘큰 사고’만 없으면 된다. 상당 폭의 책임 방기 지대가 있는 것이다.
한국 건설보증의 현실: 검사-확인은 민간에게 맡기고 보증은 공공이?
한국에도 물론 건설보증제도가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에서는 모든 공공공사에 입찰보증금, 공사이행보증금(계약이행보증금), 하자보증금 납입을 의무화하고 있어 사실상 건설보증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민간 공사에서도 하자보증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고,1 공사이행보증은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중대형 규모 공사에서는 대부분 시공업체가 보증에 가입하여 발주자에게 보증서를 제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의 보증기관들은 시공 과정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품질관리 관련 업무로는, 준공 이후 발생하는 하자에 대한 보수공사를 보증하는 하자보수보증이 전부다. 이런 면에서 미국보다는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건설보증제도를 둘러싼 여건에서 본다면 이들 국가와도 큰 차이가 있다.
우선 건설보증을 운영하는 보증회사의 성격을 보자. 민간 보험사들이 건설보증 상품을 활발히 취급하는 미국, 유럽, 일본2과는 달리 한국 민간 보험사들은 건설보증 상품을 운용하지 않는다.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건설보증 시장은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건설업체 관련 공제조합들과 SGI서울보증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들은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특수법인이거나 공공 출자로 정부의 관리를 받는 사실상의 공적 기관이다. 한국의 건설보증은 시장 원리에 따른 보험 상품이 아니라 공공이 관리하는 공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다른 나라들의 이러한 차이는 무엇보다 건축공사 품질에 대한 검사-확인 시스템 차이에서 비롯한다. 지방정부 및 공적 기관이 직접 건축공사에 대한 검사-확인 업무를 수행하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모든 검사-확인 업무를 민간의 감리용역과 건축사협회에의 위탁업무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시공 품질에 대한 검사-확인 기능을 공공이 보장하면서 건설보증은 민간 시장에 맡기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검사-확인 기능은 민간 시장에 맡기고 건설보증을 공공이 떠안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건설보증 중 하자보증은 건축물의 시공 품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보증회사는 하자가 실제로 발생하여 보수 공사비를 보상해야 하는 리스크를 저울질할 것이다. 그 리스크의 정도에 맞춰 시공업체나 건축주에게 요구할 보증 가입비가 실제 시장에서 통용될 만한 수준인가를 저울질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저울질 결과에 따라 보증 상품 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건축공사 품질관리에 대한 공적 시스템을 신뢰하기 힘들다면, 따라서 하자 발생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면 시공 품질에 대한 보증회사의 보증, 즉 하자보증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건설보증 시장에 민간 보험사 참여를 막고 있는 것을 놓고 이런저런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다. 정작 보험사들은 시장 진출을 원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험사들이 원하는 것은 대형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보증보험 시장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당장은 공사이행보증 상품에 집중할 것이고 하자보증 상품에 대해서는 당분간 저울질이 계속될 것이다. 하자보증을 둘러싼 분쟁이 그칠 날 없는 중소규모 건축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 건설업체라 해도 하자 발생 리스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공적 성격의 보증기관들이 떠안고 있는 하자보증 시장의 실태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하자보증 분쟁이 많은 진짜 이유
우리나라 하자보증 제도에서 흔히 지적되는 문제는 ‘보증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하자보증은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는데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니 무슨 말일까? 2017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 이전에는 주거용 건축물은 연면적 661㎡ 이하, 비주거용 건축물은 연면적 495㎡ 이하이면 건설회사에게 도급하지 않고 건축주가 직접 시공하는 직영공사가 가능했었다. 매년 착공하는 건축물 중 이에 해당하는 건축물이 건물 수로는 약 80%, 총 연면적으로는 약 20%를 차지한다. 건축주 직영공사는 도급공사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므로 이들 소규모 공사 대부분은 직영공사로 신고된다. 그러나 실제로 건축주가 직접 시공하는 경우는 극히 적고 대부분은 이면 계약으로 건설업자에게 도급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면허가 없거나 부실한 건설업자들이 도급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당연히 하자보증 가입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공사 건수로 80%나 되는 건축공사 상황이 이러하니 건축 시장 전체가 하자 발생에 대한 책임과 보수공사 부담을 둘러싼 분쟁으로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2017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으로 건축주 직영공사가 가능한 건축물을 연면적 200㎡ 이하 건축물로 대폭 축소했다. 건축주 자신의 집을 건축하는 경우 이외에는 사실상 모든 건축물을 건설회사에 도급하여 시공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하자보증 사각지대 문제는 해소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무자격 업체가 종합건설업 면허를 불법으로 대여하여 공사를 맡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소규모 건축물은 공사비가 작아서 공사를 맡길 종합건설업 면허 업체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명목상의 시공업체와 실제 시공업자가 다르니 하자 보수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여 이를 둘러싼 분쟁이 여전하다.
하자를 둘러싼 분쟁은 소규모 건축 시장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하자보증 이행 주체가 분명한 경우에도 보수 범위와 보수 방식 및 비용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하자 원인이 설계 결함인지, 시공 불량 혹은 자재 불량인지, 아니면 사용자의 관리 소홀인지 등 하자 원인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도 만만치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신축 공동주택의 하자 발생에 대한 보수 거부나 지연 문제를 호소하는 피해구제 신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총 709건이 접수됐으며, 2025년 상반기 접수 건수는 전 년 동기 대비 약 28% 증가했다.
보증 사각지대가 큰 것, 건설업 면허 대여가 횡행하는 것, 그리고 하자 원인과 보증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것. 이 모두가 하자보증을 둘러싼 분쟁이 많아지는 이유임임 틀림없다. 그러나 하자보증 분쟁이 많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하자 발생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자 발생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시공 품질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공사의 검사-확인 업무를 공공이 수행하지 않고 민간 용역에 일임하고 있는 건축공사 품질관리 시스템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다. 특히 시공업체나 감리자의 품질관리 능력보다는 공공의 검사-확인 기능에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는 소규모 건축물 시장에는 치명적이다. 정말로 건축물의 품질을 걱정한다면, 보증 사각지대를 탓하기 전에 공공의 검사-확인 기능의 부재를 먼저 따져야 한다.
건설보증제도와 감리제도
건설보증회사나 감리업체나 모두 이윤 동기로 일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둘의 이윤 동기가 작동하는 방향은 전혀 다르다. 건설보증회사의 이윤 동기는 건설공사의 품질관리를 충실화하는 방향으로 맞추어져 있다. 품질관리의 충실성 정도가 곧바로 보증회사의 이윤 정도에 직결되므로 보증회사는 자신의 이윤을 위해서라도 품질관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비해 감리업체는 이윤 동기가 감리 용역 수주에 집중된다. 감리 업무 수행의 충실성 정도는 별도의 평가 대상일 뿐 이윤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감리 용역업무의 충실성은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을까? 부실시공 방지를 위해서는 감리 용역업체를 감독하는 또 다른 용역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감리 용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시공 품질관리 시스템이 빚어내는 블랙코미디다.
부실시공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근원은 공적 검사-확인 시스템의 허약함에 있다. 한국의 건설보증제도가 취약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선진 외국들은 건축공사 시공 품질에 대한 검사-확인 기능을 정부가 보장하는 가운데 건설보증을 민간 시장에 맡기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민간의 건설보증이 나름대로 시공 품질을 감시하는 긍정적 역할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정부가 시공 품질 검사-확인 업무에서 손을 뗀 채 민간 감리용역 시장에 맡기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시공 품질이 제대로 관리될 리 없다. 시공 품질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설보증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한국의 건설보증 시장을 민간 보험사들 참여 없이 공적 성격의 보증기관이 전담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시공 품질 감독과 검사는 민간에게 맡긴 채 건설보증은 공공이 맡는다? 언제까지 이런 기형적 체제를 계속할 것인가? 건축공사에 대한 공적 검사-확인 시스템 정상화가 요청되는 또 다른 이유다.
박인석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도시와 건축 및 주택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가 건축정책위원회 5기 위원과 6기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 생산 역사』(전 3권), 『건축이 바꾼다』, 『아파트 한국 사회』 등이 있다.
시장이 감시하게 하라, 건설보증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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