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 용역비 얼마나 늘었나 (2)
박인석
분량6,855자 / 14분 / 도판 1장
발행일2026년 1월 9일
유형오피니언
건축의 시대: 한국 사회의 질곡, ‘40년건축’을 넘어서
2편. 부실시공, 공공책임 부재의 귀결 ⑥
부실시공 대책으로 감리 용역을 계속 강화해 온 정부 정책 속에서 감리 용역비 또한 크게 늘어왔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늘었을까? 세간에는 설계비보다 감리비가 커진 것은 이미 오래고 2배 이상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 정설처럼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건축법 공사감리비의 경우 대가기준으로 보면 설계비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렇다면 “설계비보다 감리비가 크다”는 얘기는 건축법 공사감리가 아니라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나 주택법 주택감리를 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앞글(④ 감리 삼국지)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의 약 60%가 책임감리나 주택감리 대상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규모가 큰 건축물이다. 책임감리나 주택감리 대상이 아닌 건축법 공사감리 대상은 대체로 소규모 건축물들이란 얘기다. 그러니 정확히 말한다면 “소규모 건축물에서는 감리비가 설계비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대규모 건축물에서는 설계비의 2배를 넘는다”라고 해야 한다.
설계비의 2배면 공사감리비의 8배다. 실제로 “책임감리비가 공사감리비의 10배가 넘는다”는 얘기도 드물지 않게 들린다. 건축법 공사감리에 익숙한 중소규모 건축설계 사무소 건축사들로서는 ‘설계비의 2배를 넘는 감리비’, ‘공사감리비의 10배를 넘는 감리비’가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일 것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의아하기도 할 것이다. 앞에서 감리제도가 강화되어 온 경위를 통해 얼마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보자.
이 글에서는 1989년, 1995년, 2005년, 2024년 4개 시점에서 동일한 건축공사를 대상으로 건축법 공사감리,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 주택법 주택감리 각각에 대해 당시의 대가기준을 적용하여 감리비를 산출, 비교하였다. 1989년은 건설기술관리법이 시행되고(1988.1) 엔지니어링사업의 대가기준이 인상된(1988.8) 직후 시점이고, 1995년은 건설기술관리법에 근거한 책임감리 대가기준과 주택건설촉진법에 근거한 주택감리 대가기준이 신설되어(1995) 적용된 시점이다. 2005년은 책임감리와 주택감리 대가기준을 인하(1998)하고 책임감리에서 감리기간(공사기간) 차이에 따른 인・월 수 가감 기준을 추가한 (2001) 이후 시점, 그리고 2024년은 건설기술진흥법에 근거해 제정된 ‘공사기간-인・일 방식’의 새로운 대가기준이 적용되는 현재 시점이다.

* 중급기술자, 고급감리원, 감리사 등의 기준임금은 적용 시점을 고려하여 해당 연도의 전년도 기준임금 적용
비교 분석 대상 사례는 2024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입찰 공고한 <○○아파트 건설공사 1공구 시공단계 감독권한대행 등 건설사업관리용역>을 사용했다. 건설사업관리용역의 대가기준은 앞에서 말한 대로 업무 내용을 설계 전 단계, 기본설계 단계, 실시설계 단계, 구매조달 단계, 시공 단계, 시공 후 단계로 구분하여 매 단계 세부 업무항목별로 소요 감리원 인력량(인・일)과 업무수행기간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 중 시공단계 업무는 감리업무에 해당한다. ‘감독권한 대행’은 발주청의 감독 권한을 용역업체가 대행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시공단계 감독권한대행 등 건설사업관리용역’의 업무 내용은 종전의 책임감리 용역과 동일한 것으로 보면 된다.
2024년은 실제 공고된 공사비(공사예정금액), 감리비(용역예정금액), 감리인원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1989년, 1995년, 2005년은 통계청이 공포하는 건설공사비지수 중 주거용건축공사비지수를 사용하여 2024년 공사비를 각 연도 공사비로 환산하고1 여기에 당해 연도 대가기준을 적용하여 감리비를 산출했다.
건축법 공사감리비
비교 결과에서 보듯이 건축법에 의한 공사감리비는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나 주택법 주택감리에 비해 매우 낮게 산출된다. 1995년 공사감리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1993년에 산출방식을 공사비요율 방식에서 공사비-인수 방식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다시 공사비요율 방식으로 바꾼 2002년 이후인 2005년, 2024년은 공사감리비가 낮아진다.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에서도 공사비요율 방식 대가기준이었던 1989년에 비해 공사비-인수 방식 대가기준을 사용한 1995년 이후 감리비가 매우 높아짐을 볼 수 있다. 한편, 주택법 주택감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공사비-인수 방식이었던 1995년에 비해 공사비요율 방식으로 바꾼 2005년 이후 감리비가 더 높아졌다. 공사비요율 방식이라도 요율 책정 수준에 따라 대가가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05년과 2024년은 동일한 공사에 대가기준도 동일했음에도 공사감리비가 2005년 5.54억 원에서 2024년 5.4억 원으로 약 2.5% 낮아졌다. 물가 인상으로 명목 공사비가 커지면서 해당 요율이 작아짐에 따라 발생한 현상이다. 공사비요율 방식은 물가가 오름에 따라 대가가 자동으로 감소되는 산출방식이라고 앞에서 언급한 내용이 실제 사례로 확인된 것이다.
한편, 2015년 민간건축물 중 준다중이용건축물에 상주감리를 의무화하면서 이에 대한 감리비도 상주 감리원 배치 인력 수와 직접인건비를 기준으로 한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산출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산출가액에 많이 못 미치는 금액으로 절충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공사비요율 기준 공사감리비보다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 그러나 공사에 따라 상주 감리원 배치 인원이 달라지는 등 일정한 기준으로 감리비 산출이 곤란하여 이 글에서는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비
표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책임감리비가 건축법 공사감리비의 2~13배, 주택감리비의 2~5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1989년은 책임감리 대가기준이 건축법 공사감리와 동일하게 공사비요율 방식이었는데도 금액이 약 2배다. 당시 ‘엔지니어링사업의 대가기준’의 요율이 ‘건축사업무 및 보수기준’의 요율보다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역시 동일한 ‘공사비-인수 방식’ 대가기준이었던 1995년에도 책임감리비가 공사감리비의 1.7배, 주택감리비의 2배인데, 이 역시 책임감리 인・월 수 기준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즉, 동일한 공사에 대해 감리원 수가 더 많이 책정된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책임감리비가 공사감리비의 5.8배로 격차가 커진다. 동일한 공사비-인수 방식인 1995년에 비해서도 2005년 책임감리비는 60% 증가한다. 그 사이 감리원 기준임금이 2배 이상 상승한 탓이 크지만, 1995년에 비해 감리원 수 자체가 약 10% 많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2001년에 건설공사 감리대가기준에 평균 공사기간 기준을 설정하고 공사기간이 이보다 길어질 경우 감리원 수가 늘어나도록 했기 때문이다.
2024년은 책임감리비가 다른 감리와의 비교가 무색할 만큼 커진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것은 2005년에 비해 2024년에 감리원 수가 무려 2.34배로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책임감리용역비도 2배 이상으로 커졌다. 동일한 공사에 동일한 책임감리 용역임에도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2013년 건설기술관리법을 전부개정한 건설기술진흥법의 하위 기준으로 ‘건설기술용역 대가 등에 관한 기준’을 새로 제정(2015.6)하면서 감리원 배치기준을 대폭 상향했기 때문이다. 이전 ‘건설공사 감리대가기준’에서는 공사비 규모에 따라 총감리원 수를 규정하는 방식이었다. 새로운 기준에서는 업무 단계별로 업무항목을 세세히 구분하고 매 업무항목마다 필요 인력 수 기준을 설정하여 여기에 일일이 업무 수행기간(용역기간, 혹은 공사기간)을 곱해 인력량을 산출하는 방식(공사기간-인수 방식)으로 바꾸었다. “잘게 나누어 크게 만든다”는 비법이 시전된 것이다.
주택법 주택감리비
민간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감리 용역비는 공사감리와 책임감리의 중간 수준이다. 그러나 건축법 공사감리에 비해서는 거의 2.5배 수준으로 높은 수준이다.
2024년은 2005년에 비해 주택감리비가 15% 정도 감소했다. 2008년 대가기준(주택건설공사 감리비 지급기준) 개정으로 공사비 300억 원 이상에 대한 요율을 12%가량 인하한 결과다. 여기에 물가 인상으로 명목 공사비가 커지면서 해당 요율이 작아지고 실질적 대가도 줄어드는 공사비요율 방식의 구조적 문제가 더해진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1995년 공사비-인수 방식 대가기준이었던 주택감리비가 공사비요율 방식으로 바꾼 이후인 2005년에 감리비가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공사비요율 방식으로 바꾸면서 요율을 매우 높게 책정한 결과다. 민간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한 대책으로 감리 강화를 강조하던 정부 정책을 업은 감리 업계의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종합: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건축법 공사감리에 비해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 감리비는 13배, 주택법 주택감리비는 2.5배다. 공사비와 건축 규모가 같아도 그 건축물이 공사감리 대상이냐 책임감리 대상이냐 주택감리 대상이냐에 따라 감리용역비가 무려 10배 이상까지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건축법 공사감리비가 과소하거나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비가 과다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앞글에서 세세히 보았듯이,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는 공공건축물과 다중이용건축물의 감리 강화 대책이었고, 주택법 주택감리는 민간 아파트에 대한 감리 강화 대책이었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되는 가운데 그 대책으로 ‘감리 강화’에 매달리면서, 공공건축물, 아파트 등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회적 여파가 큰 건축물에 대해 감리 기준을 대폭 강화해 온 것이다. 책임감리비의 거듭된 급등과 주택감리비의 만만치 않은 수준은 이러한 ‘감리 강화 정책’의 귀결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건축법 공사감리는? 건축법 공사감리 대상인 건축물은 대부분 소규모 건축물이다. 소규모 건축물이라 해서 부실시공 문제가 없을 리 없다. 2024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의 65%가 공사비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2 부실시공으로 인한 문제가 가장 많은 곳이 소규모 건축물 시공 현장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돼왔다. 그런데 왜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건축법 공사감리비가 책임감리나 주택감리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이들 건축물에 대해서는 정부가 ‘감리 강화’ 정책에 적극적이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왜 이들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감리 강화 대책은 신통치 않은 것일까? 감리 강화가 아니라면 다른 대책은 무엇일까? 다른 대책이 있긴 했을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숱한 의문들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여기서는 이 글의 주제인 감리비, 특히 책임감리비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기로 하자.
앞에서 살펴본 대로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제도는 건설공사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생겨났고, 이후에도 거듭되는 사고 속에서 이에 대한 중심적 대책으로, 아니 거의 유일한 대책으로 동원되며 강화돼 왔다. 아파트, 다중이용건축물 등 공공의 관리 책임이 큰 건축물의 안전-품질 관리를 ‘감독권한 대행’까지 불사하며 전적으로 민간 감리용역에 맡기는 제도가 ‘부실시공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성립한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책임감리 용역비가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리제도 강화와 함께 대가기준 역시 강화되면서 과다한 인력 배치기준과 과다한 비용기준 책정이 용인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정부 부처에서는 책임감리 용역비 예산 배정을 두고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공공건축물의 책임감리 용역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침은 ‘책임감리비’에 자체적인 공사비요율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3 앞에서 분석한 사례인 공사비 551.18억 원 공사의 책임감리비를 이 기준에 따라 산출하면 29.51억 원으로 실제로 입찰 공고된 감리비 69.77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토교통부가 관장하는 건설기술진흥법 대가기준과 기획재정부가 운용하는 예산 편성용 대가기준이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문제로 건축공사 책임감리 용역 발주 실무를 수행하는 발주청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교통부 기준에 따라 산출한 용역비를 기획재정부로부터 승인받아 예산으로 편성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가기준의 업무항목 중 일부를 누락시켜 기획재정부 기준에 금액을 맞추거나, 기준금액 초과가 불가피한 금액은 건별 협의를 통해 승인을 받아내느라 많은 시간을 쓰고 업무 기간도 길어지는 문제를 감수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편법으로 일단 공사기간을 줄여서(감리원 인・일 수를 줄여서) 금액을 맞추어 예산을 편성 받은 후 나중에 설계변경으로 공사기간을 다시 늘리고 증가한 용역비 예산을 따로 신청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이것도 어려울 경우 예정가격과 낙찰가격 차액으로 변통하는 편법도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부실공사에 대한 유일한 대책으로 책임감리를 강화하고, 한쪽에서는 예산 편성 주무 부처조차 과다하다고 인정하지 않는 불협화음 속에서 책임감리 용역비는 계속 증가하고 감리용역 시장은 급팽창해왔다. 앞의 사례 분석 대상 공사의 경우 책임감리 용역비가 공사비의 12.6%에 달한다. 공사비 규모가 20~100억 원 규모로 내려가면 공사비의 30~40%에 육박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4 이런 상황을 두고 모 부처 공무원이 했다는 말이 황당하다. “건설사업관리 등 건설공사 관리 비용이 공사비의 20% 이상인 것이 선진국들의 상례다. 우리나라 건설공사도 이제 그 궤도에 오른 것이다.” 부실시공 대책을 민간 감리용역 시장에 떠맡겨 온 어설픈 시장 의존적 정책 속에 비정상적으로 커진 감리용역비를 두고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바야흐로 감리공화국이 되어버린 사회가 드러내는 난맥상이다.
박인석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도시와 건축 및 주택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가 건축정책위원회 5기 위원과 6기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 생산 역사』(전 3권), 『건축이 바꾼다』, 『아파트 한국 사회』 등이 있다.
감리 용역비 얼마나 늘었나 (2)
분량6,855자 / 14분 / 도판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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