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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공건축의 요건

김하나, 김상호, 김용국, 남성우, 김영현


김하나 서울소셜스탠다드 공동대표

김상호 정림건축문화재단 실장

김용국 건축공간연구원(AURI)

남성우 건축공간연구원(AURI)

사회자 김영현 건축공간연구원(AURI)


토론을 시작하며

김영현  오늘 자리의 큰 주제는 ‘건축의 공공성과 공공건축의 DNA’입니다. 앞서서 엄운진 센터장이 좋은 공공건축을 만들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과 앞으로 더 해야할 일들을 말해주었고, 그 앞에서는 공공건축 현장에서의 애로사항들과 변화가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건축의 공공성은 큰 주제입니다. 건축기본법에서 건축 정책의 방향이 건축의 공공성 구현입니다. 건축의 공공성 구현은 건축기본법에 따르면 생활 공간의 공공성, 즉 시민의 일상 생활 속 공간을 잘 만드는 것입니다. 또 두 번째로는 사회적 공공성, 즉 미래 사회, 인구 변화, 첨단 기술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공공성을 구현할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문화적 공공성입니다. 물리적 환경뿐만이 아니라 시민의 건축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혀야 하는 것입니다. 건축기본법은 이 세 가지 측면에서 건축의 공공성을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토론자들도 이 세 측면에서 소개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김하나 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님입니다. 주거 부분에서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해왔고, 공공건축 사업 운영 부분에서도 역할을 맡았었고, 지금 공공건축지원센터를 비롯해 우리 연구원에서 하는 다양한 연구를 많이 돕고 있습니다. 두 번째 토론자는 건축문화의 전문성에 대해 이야기해주 김상호 정림건축문화재단 실장님입니다. 건축문화의 매개자,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고,  정림건축문화재단은 미디어, 출판, 연구,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히 오늘 자리에서 기대하는 것들은 시민에 대한 건축문화를 교육하는 부분에서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겠습니다. 이어서, 건축의 사회적 공공성을 담당하고 있는 두 박사님을 모셨습니다. 김영국 박사님은 조경 분야에서 공공공간과 도시 공원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줄 예정입니다. 또 국토부에서 하고 있는 공공건축 리뉴얼 사업의 총괄 책임자로서 공공건축에 어떤 새로운 기술들을 도입,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남성호 박사님입니다. 첨단 기술의 도입을 위해서 스마트플러스빌딩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래 기술에 대비해 공공건축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이야기해줄 예정입니다.

규제와 제약을 넘어

김하나  1인 가구 주거 문제를 당사자로서 주택이 부족한 서울에서 임대주택을 어떻게 잘 공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친구들과 창업을 한 서울소셜스탠다드에 김하나라고 합니다. 제가 왜 여기 왔나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희가 새로운 유형의 주거에 대해서 고민해보니까 결국 세상에 새로운 건 없지만 과정이 새로워야 그것이 새롭다는 것을 사훈으로 삼고 있는데, (그 지점이 오늘 자리와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저희 회사가 2022, 2023년에 국토부에서 하고 있는 공공건축상 운영 용역을 맡게 되었어요. 마침 공공건축에서는 사후 유지 관리 운영에 대한 고민들이 점점 깊어지던 시기였는데, 공공건축상 운영위원회에서 주문 사항이 있었습니다. 준공 직후에 바로 상을 줄 게 아니라 3년 정도 지켜보면서 정말 그곳이 잘 운영되는지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업인지 모니터링해서 그 노고를 치하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해부터 준공 후 3년된 사업을 후보로 지원할 수 있게 상의 운영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그랬더니 기존엔 보통 100여 점이 응모를 했었는데, 10개밖에 들어오지 않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23년도부터는 준공 후 2년으로 줄이게 되었습니다.

공공건축상을 들여다보면서 재밌었던 것은, 2007년 이후로 공공건축상 수상 작품의 70% 이상이 수의계약을 통해 수행된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의 의미는 어쩌면 우리가 좋은 공공건축물을 만드는 방법이 설계경기라는 경쟁적인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국토부에 나눴던 점이다. 그리고 다음 1년을 더 운영하면서 그런 정량적 정보뿐 아니라 정성적인 면도 들여다보았다. 특히, 당진시의 사례가 인상적이어서 ‘왜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공공건축물이 좋은 결과를 얻었을까’를 인터뷰했는데, 발주처에서 설계자를 선택하는 과정, 즉 ‘이 사람이랑 일하고 싶어’라고 찾아내는 과정이 매우 의미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절차를 통해 만나는 건축가도 중요하지만, 발주처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고를 수 있는 것이 수의계약의 성공 요인이었다.

오늘 자리의 주제로 ‘좋은 공공건축의 요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좋은 공공건축 평균을 올리기 위해서는 잘 사례들을 보는 것보다는 잘 안 된 것들을 모니터링하고 그 원인을 밝혀서 평균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앞서 사례 발표 자리에서 소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할까, 이것이 내 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계속 여기저기 쫓아다녀야만 할까, 누구 좋으라고 저렇게 할까,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사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망한 사례는 왜 망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감사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어려운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지원하거나 다르게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좋은 사례는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질 것 같고, 공공건축의 평균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잘 안 된 사례들에 집중해야 한다.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앞서 발표 시간에 나온 ‘돌연변이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크게 공감했는데, 무엇이든 마음껏 만들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는 어떤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특히 아우리에는 규제혁신센터라든가 제도를 연구하는 여러 기관이 있기 때문에, 공공건축의 작은 사례는 특별건축기획구역을 활용한다든가, 서울시의 창의혁신디자인공모 같은 것을 민간이 아니라 공공건축의 영역으로 돌려서 규제를 조정하며 할 수 있는 사업을 선도적으로 해보면 좋겠다. 그러면서 어떤 변이가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예를 들면, 공공임대주택에서 주차장 개수를 완화해준다든가, 허브 기금을 통해서 공사비를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전에 리켄 야마모토가 참여한 공공임대주택 사업에서도 특별법을 통해서 규제를 완화했던 사례가 이미 있다. 민간과 공공을 이원화해서 다뤄선 안 되지만, 이런 특별법 적용 사례를 참조해서 앞으로의 공공건축에서도 규제나 제약을 뛰어넘는 사례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다른 예로, 최근 서울시가 운영하게 된 ‘쉼터’라는 프로그램은 다행히 코로나 시기와 잘 맞아떨어져서 수용되었지만, 이를 결정하기까지는 담당 공무원들은 2-3년 넘게 고민하며 망설이고 보류했었다. 공공건축물은 뚜렷한 기능을 가져야 해서, 놀이방, 책방, 카페 같은 것은 가능해도 기능이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의 역할을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고, 거의 논의를 포기하다시피해서 결정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곳이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OO쉼터’라는 공간이 더 확산되게 되었다. 앞으로의 공공공간의 기능은 기존에 있었던 것들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제도 밖으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그것이 실현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김영현  김하나 대표님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줬다. 공공건축으로 발주되는 총 공사비가 28조 원이나 된다. 그중에서 좋은 공공건축물의 사례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 공사비 500억 원 이상의 건물이다. 공공건축 제도가 촘촘히 짜여 있고, 각 영역에서 여러 기획이 저마다 이루어지고 있는데, 오늘 자리에 참석한 분들은 소규모 공공건축을 주로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는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소규모 공공건축물의 전체적인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라 같은 것을 활용해서라도 공공건축에서 새로운 시도와 변이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된다는 이야기였다.

문화라는 인식

김상호  저도 궁금해서 여기 왔어요. 이곳에 모인 여러분은 다 직접 (공공건축에) 관여되어 계신 분들이고, 저는 아마 상대적으로 일반인에 가까운 사람일 것 같아요. 제가 건축계에서 일한 지 오래됐지만 이런 곳에 오면 변방에 서 있는 사람일 것 같아요. 건축문화를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해 주셨는데, 건축문화라는 것이 물리적인 건축과 분리되어 있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무 그룹에 들어와서 보면 건축문화의 활동이라는 것이 뭐랄까요, 자꾸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재단에서 하고 있는 포럼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입니다. 그 포럼의 시작이 사실은 이런 모든 궁금증에서 비롯된 거였어요. 왜 저렇게 될까, 다들 노력하고 애쓰는데 왜 안 돌아갈까. 어제오늘 나눠주신 이야기가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에서 3년 동안 들었던 얘기입니다. 저 얘기가 우리가 할 때도 똑같고 여기서 할 때도 똑같고, 서울에서 할 때도 똑같고 제주에서 할 때도 똑같구나 생각하면서 참석하고 있습니다. 같은 질문들이 제도와 시스템 안에서 갇혀 있는 것 같아요.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는 공모의 당선작이 나오고 난 다음에 그것들이 어떻게 실현되어가는지를 보는 거였는데, 짐작은 했지만 그 앞단에 있는 이야기들에서부터 이미 그 고생길이 예정되어 있는 거잖아요. 예산은 어쩔 수 없고, 시스템은 이렇고, 공무원 조직은 이렇게 돌아가고 하는 것들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니, 그 뒤에 당선작들을 어떻게 뽑든, 건축가든 어떻든, 설계안이 어떻든 모두 똑같은 과정을 겪는 거예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건축문화를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건축문화 영역에 저를 꼭 짚어 얘기해주셨으니 제 생각으로 설명해볼게요. 재단에서 이사회를 하면, ‘그래서 당신의 미션은 도대체 뭐냐’, ‘재단이 건축문화를 위해서 일을 한다는데, 그 건축문화가 뭐냐’라고 계속 묻습니다. 답할 말이 없더라고요. 딱히 정리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문화’라는 말이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시달리다가 몇 년 전에 정리한 문장에 있어서 그대로 읽어드릴게요. “건축문화란 건축의 활동과 행위가 결과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인간 삶의 질을 위한 건축의 기능과 역할과 미학,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이해, 합의, 실천, 지식 활동 등을 뜻한다”라고 정리를 했어요. 압축적인 말이라 단번에 와닿지 않겠지만, 담고자 했던 것은 건축의 행위나 설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다 엮여서 돌아가고, 아까도 말씀하셨던 스마트 기술, 기후변화, 시민의식 같은 것들이 다 맞물려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공공건축을 통해서 우리는 뭘 하려고 하는 걸까요? 건축문화라는 것이 지향하는 바, 목적하는 바를 이루어내려는 것일 수도 있죠. 뭔가 말이 깔끔하게 정리 안 됩니다만, 각각의 공공건축 사업이 지향하는 바, 원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앞서 발표 시간에 잠시 나온 얘기처럼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으십니까”라는 질문으로 공공건축물이 시작되잖아요. 저도 여러분도 여기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다 일반 시민의 한 사람입니다. 여기서 나눈 말들을 일반인 입장에서 ‘정말 내가 살고 싶은 환경을 어떻게 만드느냐’, ‘그걸 어떻게 그릴 수 있느냐’ 하는 질문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여기서 한 발만 밖으로 나가도 어제오늘 나눈 이야기들을 아무도 모릅니다. 이것이 우리 이야기 속에서 가장 크게 비어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결국 시민들한테 여기서 나눈 이야기와 여기서 하고 있는 고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제도가 문제고 예산이 없다고 하지만, 제도와 예산을 극복하고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여론이라고 생각해요. 공공에서 뭘 만들고 있고, 어떤 노력을 하는지가 시민들한테 전달이 돼야 하는데 여러분이 그 고민을 안 하시는 것 같아요.

공공건축에 대해서 10년 넘게 고생해오고 있지만 너무 ‘시스템’만 만들려 하고, 너무 ‘건축계’만 들여다보는 거 아닌가요? 건축가들이나 공공건축 담당자들만 서로 바라보고 있는데, 거기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아까 말씀하신 진화나 돌연변이가 생길 여지를 주지 않는 ‘시스템’이 공고해지면 공고해질수록, 우리가 바라는 것이 완벽한 시스템이면 그냥 그 상태에서 멈추게 될 거예요. 건축 혹은 건축문화의 진화나 발전이 과연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고민과 이런 일을 공공건축지원센터에서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는 국토부와 각 지자체 사이에서 저희 정림건축문화재단 같은 포지션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영현  김상호 실장님은 건축의 문화적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줬다. 결국 우리가 만드는 공공건축물을 사용하는 것은 시민들이고, 시민들은 건축가들과 다른 시각에서 공공건축을 바라본다.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 수 것이 우리 숙제일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나누고 또 만들려고 한 것은 결국 시민들한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자리에서 우리가 제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예산 부족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정말 시민이 원하는 공간은 무엇일까, 그것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그를 위해서 어떤 교육이나 문화 활동이 무엇이 있을까 등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획일화되는 공공성

김용국  올해 공공건축 리뉴얼 사업이라는 수탁 연구를 국토부와 진행하고 있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노후 공공건축물 가운데 두세 개 정도를 매년 선정해서 그에 대한 기본설계를 제안해주는 사업이다. 10년 가까이 운영해오고 있는데, 작년부터는 스마트 플러스 빌딩 서비스를 더해서 UAM이나 로봇이나 자율주행 같은 것들을 미리 수용할 수 있는 공간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확장했다. 그런데 좀처럼 호응이 없다. 아무래도 사업비를 지원하는 게 아니다 보니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응모를 많이 안 하는 것 같다. 오늘 오신 분들이 아무래도 공공건축 일선에 있는 분들이니 앞으로 이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오늘 발제 내용을 들으면서 연구자로서 내가 하고 있는 공공성이라는 이름의 연구 과제들이 어떤 측면에서는 공공성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공공성이라는 이름 아래 굉장히 촘촘하고 포지티브한 제도들을 만들고 있는데, 이것들이 오히려 건축의 질이나 미적 경험을 저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제가 이해가 높지는 않지만, 공공건축 관련된 제도들이 결국 이런저런 것을 시범적으로 공공에 적용해서 민간으로 확산해나가고자 하는 취지를 갖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오히려 이런 공공건축물의 모습들이 여러 제도로 인해 획일화되거나 표준화되는 면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부분에서 이런 연구기관에서 공공성과 관련해 우리가 만들어놓은 제도들의 명암, 성과, 한계 등을 살피게 되고, 나쁜 공공성을 만드는 제도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됐다.

요즘 BF 인증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게 공공건축 조성 과정에서 굉장히 큰 이슈더라. 이 제도는 다른 제도들 처럼 80점 이상이면 합격 식이 아니라 전부 다 충족해야 하는 것이더라. 그래서 이런 제도들로 최초에 꿈꿨던 설계안들이 인증을 거치면서 다 바뀌는 과정을 봤다. 도대체 모두를 위한 공공성이라는 게 어디까지인가 생각하게 됐다. 이런 부분에서 공공건축지원센터가 나서서 각종 인증과 관련된 문제이라든지, 사전 기획이나 사전 검토 과정에서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가 공공조경 분야에 있다보니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공공건축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데는 개별 건축물의 성능도 있지만, 요즘은 사용자와 건축물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맡는 조경 공간의 질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공공우체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조경의 설계나 유지관리 같은 것이 어떻게 꼼꼼하게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는 앉고 싶은 공간이 많은 곳이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픈스페이스는 만들어놨지만 썩 앉고 싶지는 않은 곳이 많더라. 그래서 공공건축물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조경 공간에 좀더 관심을 갖고, 공개공지나 대지조경 같은 공간에 대한 점검과 개선 방안도 마련되면 좋겠다.

기술 도입의 테스트 베드

남성우  오늘 발제부터 토론 내용이 대부분 비단 공공건축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건축 생태계의 문제 전반을 짚어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이런 논의를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이렇게 쳇바퀴 돌듯 이런 논의가 계속되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걸 보면 뭔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건축이 다른 어떤 분야에 비해 변화가 상당히 늦고, 사회 전환이나 지금 얘기할 디지털 전환 같은 데서도 굉장히 취약적인 분야다. 돌파구를 위해서는 융합적 사고를 통한 건축의 변화가 필요하고, 그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하고 더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건축 산업 생태계로 건축계 구성원들이 먼저 노력을 해야 우리의 건축도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토론이 DNA, 진화, 돌연변이 같은 키워드들 속에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융합적 사고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스마트 기술이나 스마트 모빌리티 같은 혁신적 기술 변화가 건축에도 분명히 반영될 텐데, 정책적으로나 생태계적으로 이에 대한 준비가 빨리 되어야 건축도 사회와 같이 발전하고 기존 건축 생태계의 문제들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건축에서 기술 혁신성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전통적인 건축 디자인의 인증, 지능형 건축물 인증, 초고속 홈네트워크를 갖춘 스마트 빌딩 기술, 녹색 건축 기술 등이 도입되어 왔다. 최근 도심환경교통, 자율주행자동차 같은 것들도 이제 공공건축 공간에 접목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도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이런 기술 융합 방식에 대한 정책 로드맵, 제도, 관련 모델 개발을 위한 인증 등이다. 가장 중요한 건 민간 협상인데, 항상 인센티브, 제도 완화, 규제 개선 같은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쉽지 않다. 그래서 공공건축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술 혁신을 빨리 받아들여서 선도적인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건축이 선도성과 혁신성을 갖고 새로운 기술 융합적 공간의 변화를 보여주고, 공공건축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면, 그것이 공공건축의 DNA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공공건축 조건은 이런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취약층에 기술의 보편성을 제공해주고, 기술 선도적 건축물을 공공건축이 먼저 실험함으로써 민간에 확산시킬 수 있고, 큰 변화를 맞은 건축문화도 바꿀 수 있다.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을 정부에서 준비해갈 테니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기 바란다.

김영현  김용국 박사님과 남성호 박사님이 얘기해 주신 것은 최근 변화에 대한 것들이다. 스마트 플러스 팩토리 같은 것은 요즘 국토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이다. 공공건축에 새로운 변이를 만들려면 어떤 명분이나 촉매가 필요한데, 새로운 기술 변화가 접목되면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제 공공건축이라는 게 건물뿐 아니라 그 외부공간의 공공성도 매우 중요해졌다. 공공건축물이 이제 공원 안에 들어서서 새롭게 변이함으로써 더 좋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벌써 마칠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오늘 자리는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원고화 및 편집 김상호

좋은 공공건축의 요건

분량9,507자 / 20분

발행일2026년 3월 13일

유형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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