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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공모 이전의 일들

엄운진

포럼의 배경

개인적으로는 이번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 시리즈는 시간대에 따라 설계공모로 진행됐던 사업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설계공모 이후의 일들을 생각해보면, 설계 후 시공 관련 문제도 있을 것 같고, 지은지 40년 정도 된 건물들의 경우에는 철거 혹은 리모델링, 증축 등의 이슈가 있을 수도 있고. 그동안에서는 설계공모라는 아주 짧은 시간대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아서 이번에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특히, 설계공모 이전의 기획 단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사례 위주로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준비하면서는 사실 공공건축을 다룰 수는 없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공무원들이 나와서 이걸 어떻게 진행했고, 어떤 문제가 있었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게 굉장히 힘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계공모가 잘 된 사례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나는 게속 아모레퍼시픽 사옥 등 대기업에서 예산을 많이 투입하고, 심사비를 충분히 주며 진행했던 사례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못했고, 결국 남해남쪽바다와 의성성냥공장 이 두 가지 사례로 진행하게 됐다.

포럼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면 좋을까 고민하다 설계공모의 시간대를 생각해봤다. 예를 들어, 얼마전 이건희 기념관(가칭) 건립사업 국제설계공모의 심사가 끝났는데, 아직 발표는 나지 않았다. 내부 기관장 보고를 끝내야 발표를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이후 설계공모 당선을 발표하고, 건축가에게 통보한 후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는 건축사들이 잘 알 것 같다. 나는 잘 모른다. 오히려 건축사들은 그 앞단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궁금해하더라. 여전히 많은 건축사들이 사업 검토 등 앞단에서 진행된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 설계 공고가 뜬 후에야 공모에 참여할지 말지를 고민하더라. 한 해에 1,000 개 가량의 공공건축을 짓는다고 한다. 그 건물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계의 일이라기 보다는, 공공에서 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올해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에서는 건축사가 아닌 기획자들과 대화를 하며 사업이 어떻게 시작, 진행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실 법에 다 나와 있긴 하지만, 이번 포럼을 준비하면서 건축 기획, 공모 기획, 심사 위원회 등 이런 것들이 어떻게, 어느 사업 부서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건축 기획

지역 특화형 숙박시설 설계공모 ‘남쪽바다모여드는집’은 심사위원단을 건축사만이 아니라 운영 전문가들도 함께 구성한 것을 보고 대체 어떻게 한 걸까 생각했는데, 역시 기획자가 관여한 거였다. 기획자는 자신을 ‘그냥 업자’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1,000개의 공공건축을 짓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1,000 개의 설계공모를 관리해야 한다. 설계공모의 심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누군가는 그 자리를 준비해야만 심사가 진행된다. 그런 사람들이 뒤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이 공모 운영을 법에서는 지자체의 책무라고 정하고 있지만, 이걸 실현하기 위한 과정 하나하나가 사실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은 그런 일들인 거다. 그래서 이를 용역으로 맡기는 일이 일어나는 것 같고.

설계공모 앞단에는 건축 기획, 사전 검토, 공공건축 심의 등의 제도들이 있다. 의성성냥공장 포럼 자리에서도 나온 이야기인데, 건축 기획은 사업 기획과 설계 기획이 있다. 건축사가 사업 기획까지 다 해야 하냐, 그건 공무원의 일이 아니냐라고 하기도 했지만, 현행법에서는 건축사가 사업 기획까지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어 그렇게 정해져 있다. 건축 기획을 맡기는 방식에 따라 설계 부분만 맡는 경우도 있다.

사전 검토

우리(공공건축지원센터들)는 기획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검토를 한다. 사실 건축 기획이나 공공건축 심의 제도가 없었을 때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가며 사전 검토라는 것을 진행했다. 그런데 제도가 생기면서 예전의 사전 검토가 다뤘던 내용을 건축 기획에 반영시켜 진행하게 됐다. 그리고 설계공모 기획이 적절한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조직은 각 기관, 지자체에 있는 공공건축 심의위원회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사전 검토에서 이건 하면 안 될 것 같고,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더라도 각 공공건축 심의위원회가 의견을 무시하고 원래 기획대로 갈 수도 있다. 그 책임은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가 져야 한다. 혹은 그렇게 결정한 심의위원회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심의위원을 그런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려고 하고, 교육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차제마다 기관마다 상황이 다르니 설계공모에 참여하기 전에 혹은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한 번 찾아보기를 바란다.

모든 일의 시작에는 법이 있다. 법은 사회적 약속들을 모아서 명시해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 건축법도 그렇고, 모든 법의 1조는 그 법이 만들어진 목적을 명시한다. 2조부터는 계속 수정될 수 있지만 1조는 수정되지 않는다. 설계공모를 통해 공공건축의 발전이나 공간 문화를 창조한다고 되어 있는데, 설계공모의 기반이 되는 것은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은 건축 업계가 진흥되는 것이 곧 사회에도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한다. 그리고 이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은 건축 기본법에 근거한다. 그래서 가장 철저하게 나누어 정하고 있는 것이 국가 및 지자체와 국민의 책무다. 책임과 의무를 갖고 건축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이 있는 거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다 빼고 설계공모라는 것만 들여다 보면 공모의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만 하게 되는 것 같다. 무엇을 위해서 공정해야 하는지, 궁극적으로 누가 잘못하고 있는 건지를 놓치고, 심사위원들만 잘못한 것처럼 이야기하게 된다. 그러면 안된다. 사업을 발주하는 발주처가 생각을 똑바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건축 정책도 마련하도록 정해져 있는데, 제도만 있고 정작 정책의 방향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도와 정책이 잘 마련되어 있다면) 시장의 추진 사업에 대해 시민이 이야기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도 사전 검토를 할 때 오타 검수까지 아주 꼼꼼하게 열심히 하는데, 이것이 모두 무엇을 위해서 하는 건가를 놓치면 일할 동력이 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다 같이 상기해보고자 이번 포럼을 공동으로 기획했다.

원고화 및 편집 김상호


엄운진

건축공간연구원(AURI)에서 건축정책본부 부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024년 AURI의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장이었으며 건축도시아카이브, 도시건축박물관 기획을 비롯해 공공건축 관련 업무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설계공모 이전의 일들

분량3,160 자 / 6분

발행일2026년 3월 13일

유형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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