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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 삼국지

박인석

건축의 시대: 한국 사회의 질곡, ‘40년건축’을 넘어서
2편. 부실시공, 공공책임 부재의 귀결 ④


감리용역 시장, 누가 얼마나 점유하고 있나

1970년 건축법 개정으로 공사감리를 의무화한 당시, 감리용역의 근거 법령은 건축법상 공사감리뿐이었다. 그러다가 건설공사 시공감리 규정(1984) 및 건설기술관리법(1987) 제정으로 일정 규모 이상 공공건축물에 대한 감리용역 시장이 분리되었다. 건축법 공사감리 용역 시장 한 귀퉁이에 건설기술관리법 시공감리 및 책임감리 시장이 자리잡은 형국이었다. 그러나 이후 책임감리 전면화 조치(1993) 등 공공 공사에 대한 감리가 강화되면서 건축공사 감리용역 시장은 본격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한다.

1994년 주택건설촉진법에 ‘주택의 감리’ 조항을 신설하여 이제까지 건축법 공사감리 대상이었던 민간 공동주택이 별도의 감리제도(이하 ‘주택감리’라 하기로 한다) 대상이 됐다. 민간 공동주택은 매년 신축되는 건축물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한 건축 유형으로, 건축법 공사감리 용역 시장으로서는 매우 큰 덩어리가 분리된 셈이었다. 주택건설촉진법은 2003년 주택법으로 바뀌면서 대폭 개정되었지만, 주택감리 규정은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95년에는 건축법 공사감리 대상 중 다중이용건축물은 감리원 배치기준 및 감리 대가를 건설기술관리법에 따르도록 했다. 건설기술관리법 책임감리 용역 시장이 더욱 커진 것이다. 다중이용건축물 이외의 건축물 중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은 전문분야별 감리원의 상주감리를 의무화했고1 이후 상주감리 의무화 대상에 준다중이용건축물을 추가하여(2015) 상주감리 대상을 더욱 늘렸다.

2019년에는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연면적 660㎡ 이상 공공건축물에 건설사업관리(책임감리)를 의무화했다. 이로써 당초 대규모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던 책임감리 시장이 사실상 모든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으로 확대됐다.

종합하면, 한국의 건축물 공사에 대한 감리제도는 크게 <건축법에 의한 공사감리: 민간건축물(공동주택과 다중이용건축물 제외)>,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한 건설사업관리: 모든 공공건축물 + 민간건축물 중 다중이용건축물>,2 <주택법에 의한 주택감리: 민간 공동주택>으로 편제되어 있다. 건축물 종류에 따라 세 개 법률에 근거한 세 가지 감리제도가 각각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건축공사 중 각각의 감리제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를 직접 집계한 통계가 없으므로 다른 관련 통계를 이용하여 추산해 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통계청 건설업 조사 중 ‘공사종류별 발주자별 기성액’(2023년)을 사용하여 전체 건축공사 중 각각의 감리제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추산했다. 통계의 건축물 종류 구분이 감리 구분에 필요한 구분과 일치하지 않아 다소의 추정이 가해졌고, 공사 기성액을 기준으로 추산한 탓에 얼마간 오차가 있겠지만 공사비, 혹은 연면적 기준으로 전체 건축물에서 각각의 감리제도가 차지하는 정도를 가늠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표 2-2] 건축물 종류별 감리용역 근거 법률
1) 통계상의 건축물 종류 중 시장・백화점・쇼핑센터, 업무용 빌딩(50%), 호텔・숙박시설, 병원(50%), 종교용 건물, 공연・집회장소, 경기장・운동장, 전시시설, 기타건축시설(50%) 합산.
2) 2023년 전체 건축공사 기성액 중 국내외 국기관 등 발주 공사와 해외 공사 기성액 불포함.

추산 결과에 따르면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한 건설사업관리(책임감리) 대상이 28.7%, 주택법에 의한 주택감리가 30.9%, 건축법에 의한 공사감리(상주감리 대상 건축물 포함)가 40.4%다.3 원래 건축법 공사감리 대상이었던 다중이용건축물(12.9%)을 건설기술진흥법 기준을 준용토록 함으로써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사업관리 대상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중이용건축물 공사 물량은 건설기술진흥법이 애초에 대상으로 삼았던 공공건축 공사 물량 전체와 맞먹는 규모다.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인 공공부문 공사를 대상으로 시작한 건설기술진흥법 책임감리제도가 정부의 건축공사 감리 강화 정책에 편승해 영향력을 키워간 경위를 확인할 수 있다.4

[그림 2-2] 건축공사 감리제도 근거 법률별 건축물 종류 및 공사비 비중

감리 삼국지에 공공은 없다?

그러나 근거 법률이 무엇이든, 세 가지 감리제도 모두 공사의 검사-확인 업무를 감리 용역에 포함하여 수행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사업관리 대상 공사든 건축법 공사감리 대상 공사든, 주택법 주택감리 대상 공사든 지방정부나 공공기관이 공사 과정에서 직접 검사-확인하는 절차가 없다. 1990년대 초까지 건축법과 예산회계법에 의해 당연한 절차로 이루어지던 공공에 의한 검사가 1990년대 중반에 모두 민간 용역 업무로 전환됐다.

건축법 공사감리와 주택법 주택감리에서는 그나마 공공의 사용검사 의무가 유지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민간 건축사가 대행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부실시공 방지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공사 과정 중의 검사(중간검사) 규정은 없다. 공사가 완료된 시점에 이루어지는 사용검사는 시공 결과물의 표면적 상태만을 확인 가능하다. 공사 과정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감리용역 업체가 작성한 검사보고서를 검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건설기술진흥법의 책임감리(시공 단계 건설사업관리)가 문제다. 공공의 검사-확인 기능을 민간 용역업체에게 넘기고, 이를 “발주청의 감독 권한 대행 업무”라고 아예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제39조 2항) 이에 따라 발주청들은 용역의 공식 명칭 자체를 “○○공사 감독 권한대행 등 건설사업관리용역”이라 붙이고 있다. 법률에서는 “발주청이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자 업무에 간섭하거나 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건설기술진흥법 제39조의4)

건설기술진흥법 하위 법령인 ‘건설공사 사업관리방식 검토기준 및 업무수행지침’은 발주청이 소속 직원을 공사관리관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지만, “감독 권한대행 등 건설사업관리용역 관리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임명하여야 한다”(제12조 10항)고 규정하고 있다. 시공 단계에서 모든 감독-검사 권한을 갖는 주체는 건설사업관리기술자, 즉 민간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고 발주청 공사관리자는 보조적 지위임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법령에서는 “공사관리관은 기성 및 준공검사 과정에 입회”하도록 하고 있지만 “입회자는 시공물량 확인 등 정량적인 검사업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박고 있다. 검사는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체가 수행하는 것이니 발주청 공사관리관은 이를 입회, 즉 서서 지켜보기만 하라는 것이다. LH 등 시공관리 능력을 지닌 일부 발주청이 공사관리관을 통해 기성검사 등 시공과정 중 검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건설사업관리 용역업체의 감독 권한대행 업무를 우선으로 하도록 하는 규정 등에 의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화하고 있다.

공공의 검사-확인 기능이 관건이다

다시 처음의 주제인 ‘부실공사’로 돌아가자. 무엇이 문제인가? 오랜 기간 수많은 대책이 반복됐음에도 부실공사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이고 그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체 무엇인가? 감리 강화? 설계-시공-감리 상호 견제 강화?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진짜 문제는 공공의 직접 검사를 없애고 감리용역에게 전권을 맡긴 감리제도에 있다.

현재의 제도는 공무원보다는 전문 지식과 자격을 갖춘 전문기관이나 전문가가 수행하는 것이 검사-확인 기능 강화에 효과적이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를 것이니, 일단 용역 발주를 통해 전문기관과 전문가를 활용하면 필요한 양의 전문인력을 조달하는 시장이 알아서 성립할 것이니 전문인력 수급을 걱정할 일도 없다. 공무원 소요 인력도 적어질 것이니 줄곧 국정의 지향점으로 거론되는 ‘작은 정부’의 취지에도 걸맞다. 이 모든 것이 시장 원리가 가져다주는 장점 아닌가.

그러나 이는 전혀 적절치 못하다. 검사-확인 제도의 최우선적 조건은 검사-확인 주체가 이해 충돌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감리제도는 건축주, 시공자와 검사-확인자의 관계를 시장의 상품 공급자-수요자의 관계처럼 경제적 공생관계나 협력관계로 만들어버렸다. 공생-협력관계에서 제대로 된 검사-확인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감리 기준을 강화하고 배치 인력을 늘린다 해도 공생-협력 생태계 규모가 커질 뿐이다. 이제껏 감리 강화를 거듭해왔지만, 부실공사와 안전사고가 지속되는 상황이 이를 반증한다. 감리용역 기준을 강화해 온 결과 공공건축 공사의 건설사업관리(책임감리) 용역비가 공사비의 20~30%에 달하는 경우가 허다한 현재 상황은 거대해진 공생-협력 생태계의 한 단면이다. “공사 현장 감리원 배치 기준이 과다하여 감리원들이 할 일이 별로 없다”거나 “높은 감리용역비는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지고 쇠고랑 차는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일 뿐이다”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횡행하는 형국이다. 시장 원리가 가져다주는 효율만을 생각했을 뿐 이해 충돌 배제에 무감각한 어설픈 시장주의가 초래한 상황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부실공사의 진짜 원인이다.

이해 충돌을 배제하려면 검사-확인 주체가 건축주나 시공자와 동일한 시장에 속하지 않아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공이 검사-확인 주체가 되는 것이다. 전문 지식과 자격을 갖춘 전문가는 공공에서도 얼마든지 갖출 수 있다. 공무원 직군에 공사 검사-확인 직군을 만들어 건축사나 기술사를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도 있고, 임기제의 공공검사관 제도를 운용할 수도 있다. 이미 제도화되어 여러 지자체에 설치된 지역건축안전센터 조직을 강화하고 확충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공공의 직접 검사-확인’ 기능을 갖추는 것이다. 

여러 다른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민간 검사기관이나 민간 검사자 제도를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의 필수적 전제는 이들 민간기관이나 전문가가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건설시장의 비즈니스 관계에서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검사-확인 업무 이외에 설계-시공 등 건설사업과 관련한 업무 일체에 대한 수임을 금지해서 이들을 일종의 ‘공적 주체’로 만들어야 한다. 업계 현실에서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신중한 검토가 선행되어야겠지만 말이다.

우리 사회 건축공사에 고질병처럼 들러붙어 있는 [재하도급 – 낮은 공사비 – 공기 재촉 / 비숙련 노동자 고용 증가 – 부실시공]의 악순환을 끊는 방아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건축주-시공업체-감리업체가 활동하는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공적 주체가 직접 검사-확인 주체로 나서는 것이다. 그래야 [부실시공 근절 압력 강화 – 공기 확보 / 숙련 노동자 필요성 증가 – 적정 공사비 압력 강화]라는 선순환이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박인석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명예교수. 도시와 건축 및 주택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가 건축정책위원회 5기 위원과 6기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 생산 역사』(전 3권), 『건축이 바꾼다』, 『아파트 한국 사회』 등이 있다.

감리 삼국지

분량5,203자 / 11분 / 도판 1장

발행일2026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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