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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설계공모: 남쪽 바다 모여드는 집

남소영, 윤근주, 최지백

‘지역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 사업의 시작

남소영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사업은 정책 과제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201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문화관광연구원이 주관해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조성 기본계획 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때 사업 내용의 대부분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연구를 보면 인구 구조가 변화해서 새로운 유형의 관광 수요가 있고, 지역의 숙박 시설 자체가 관광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는 요지에서 사업이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연구의 핵심적인 개념을 보면, 공공은 일종의 하드웨어를 투입하고, 민간의 전문가들이 지역 특화 음식을 개발하거나 문화 예술 체험, 이벤트를 운영해 숙박 시설 자체가 관광목적지가 되는 ‘지역 특화형 숙박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역특화형 숙박시설이라는 사업은 지역의 유휴 시설과 낙후 숙박 시설을 개선해서 지역에 맞춤화된 콘셉트의 숙박 시설을 조성하고, 유무형 관광자원을 연계해서 지역의 관광 명소로 거듭날 수 있게 하려는 사업이다. 처음에는 중소 도시를 지원 대상으로 했다가, 연구 이후 사업비가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전환되어 인구소멸지역을 대상으로 조정됐다. 그런데, 지자체를 이미 선정해둔 다음에 예산이 변경돼 이미 선정됐던 지자체가 제외되는 등 곤란한 상황이 있었다. 대상 지자체는 지자체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지역 특화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사업을 추진할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지역민의 수요나 운영 계획, 기대 효과,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 등을 평가했다. 지원 금액은 처음부터 80억 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지역특화 숙박시설 공모 절차에 대해 지자체의 기획과 자격 요건을 확인해서 지자체를 선정하되, 지자체가 건축사사무소, 공간 기획 사무실, 시공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모를 했으면 좋겠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또한 이후에 숙박시설 조성 후 운영까지 이 사업 안에서 관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있었고.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투입됐을 때 고민을 많이 한 포괄적인 사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기존 공공 숙박 정책이 중앙에서 조성한 후에 운영 단체를 뽑는 방식이었는데, 이 지역특화형 숙박시설 사업은 민간이 주도했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강력했고, 그런 연유에서 제대로랩과 올어바웃플레이스가 함께 공모 기획을 하고 운영을 하게 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다른 방식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기획 과정 안에서 그래도 공간 기획자와 건축가가 같이 뭔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남해에서 그런 모델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이후 윤근주 소장님과 최지백 대표님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공모 방식 찾기

남소영 공모 기획 과정에서 첫 번째로 선정된 두 지자체가 있었다. 경북 봉화에 있는 분천분교 그리고 전남 해남의 우수영 유스호스텔이다. 규모도 다르고 노후된 정도도 다른 두 가지 건물을 같은 공모 안에 넣기 위해 여러 가지 검토를 했다. 어쨌든 기존 연구에서 시작된 사업이기도 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입장에서는 성과가 빨리 나왔으면 하다보니, 초반에는 어떻게 하면 운영사, 시공사까지 같이 선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그때부터 정귀원 대표님과 함께 정말 많은 분을 만나고 여러 법규를 검토하면서 가능한 방향일지를 확인했다. 이것이 용역 사업으로 갔을 때와 보조금 사업으로 갔을 때, 그리고 각각 이 안에서도 시공사를 포함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와 시공사를 제외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로 나누어 장점과 단점 각 경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를 쭉 정리했다. 이 자료를 두고 사업의 주최측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사업의 주관처였던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어떤 방향이 좋을지를 계속 검토했다.

공모 방식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다. 결정적으로 걸리는 것이 「공유재산법」이었다. 「공유재산법」 제20조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건물 등을 활용할 때 어떻게 위탁을 줘야 하는지, 수익금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등을 정하고 있다. 이 법률과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에서 공모를 우선해야 한다는 법률(제21조 (설계공모의 활성화 등) 제2항, 제3항)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검토를 해보아도 도저히 운영사와 설계사를 함께 선정할 방안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 사례를 보면 가능할 것도 같다는 분들도 만나봤고, 공유재산 업무편람이라고 거의 300쪽에 달하는 자료들을 다 보면서 우리가 피해갈 만한 지점이 있을까도 고민해봤지만, 확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공모방식 검토에만 거의 1년이 걸렸다.

공모 방식을 검토하며 다른 공모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참고했다. 하나는 철도 공단에서 진행한 사업주관자 공모다. 사업 주관자를 모집해서 설계와 시공까지 다 같이 할 수 있게 해주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민간 투자 촉진이라는 전제가 있었고, 철도공단과 공동 출자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기다. 그렇게 이 방식은 제외됐다. 다른 하나는 민간사업자 공모다. 이건 일종의 지자체가 투자 유치를 위해 하는 사업으로, 시행자 입찰을 하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이었고, 또 다른 법률로 분류되는 부분이라 우리가 따라할 수는 없는 방식이었다.

서울로7017 사업에서 일종의 운영 용역으로 공고를 내면서 리모델링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위탁운영자 입찰이 있어서 찾아봤는데, 이것도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과 충돌이 있어서 제외했다. 또 LH 공사가 했던 통영 리스타트 사업에서도 일종의 위탁 사업자와 설계팀을 함께 선정하는 공모를 진행했는데, 이 때 메타라는 기획사와 포스코가 함께 당선됐었다. 이 공모 과정을 찾아보니 LH는 공사기 때문에 공공의 사업과는 다르게 자체적인 내규가 있어 가능했던 거였다.

마지막 우리의 희망은 군산시민문화회관 민관협력형 운영자 선정 공모다. 운영자를 먼저 뽑고나서 건축가를 뽑은 공모를 한 사례가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고 사업을 진행했던 분들을 찾아뵙고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아주 복잡한 공모 과정을 거쳤는데, 기본 제안서를 심사하고, 조달청에서 하는 경쟁적 대화 단계라는 것을 거치고, 이 과정에서 시범 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최종 제안서를 심사하고, 여기서 최종 두 팀을 선정해 일종의 지명 공모 형식으로 건축 공모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이 길기도 하거니와 과정 자체도 쉽지 않다 보니 공모에 참여한 팀이 계속해서 군산시를 설득하며 진행한 사업이었다. 이 방식을 굉장히 따르고 싶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주 밀착해 작업을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벤치마킹하긴 어려웠다.

실명을 거론하진 못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났다. 서울시의 도시공간개선단 주무관님, 사회주택사업단 차장님, 공공건축지원센터 센터장님 그리고 여러 대학 교수님, 설계사무소 대표님, 건축도시연구원 연구위원님까지. 이렇게 여러 가지 좀 검토 과정을 거쳐서 공모를 기획했다.

건축 설계 공모 준비

남소영 운영자와 설계자를 함께 선정할 수 없다면, 이 예산 안에서 운영까지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을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보통 지자체들이 80억의 예산을 받으면 전부 시설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반부터 기획이나 운영에 관해 고민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비용이 없어서 혹은 초반에 고민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관광 차원에서 이런 지점에 대해 논의하려고 호텔관광학과 교수님, 야놀자에 계신 사업개발팀 팀장님 등을 만나 뵙고 인터뷰하며 호텔이 조성되는 데 얼마나 많은 과정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그렇게 조성비의 10%~15% 정도는 서비스 개발, 초기 홍보, 운영을 위해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인테리어나 지역 특화 부분에서 추가 시설비가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도 짚어주었다. 그리고 이 당시에는 5년 내에 사업을 진행하려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후에 어떤 조건으로 위탁 운영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눴다.

건축 설계 공모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지은 후, 그래도 기획자나 숙박 시설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컨소시엄으로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의도 아래 구체적인 공모 과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해당 공모 명칭을 보면, 단순히 설계공모가 아닌 기획·설계 공모다. 설계공모가 아닌 기획·설계 공모라는 이름으로 공모를 내기 위해 정말 많은 설득 과정이 있었다. 지차체도, 참여할 건축가도, 지역 주민들도 건축 설계와 기획 분야의 역할이 기존 설계공모 보다도 더 분명히 나뉘어 있는 사업임을 알았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간/숙박 기획과 건축설계의 역할을 구분한 최종 공고안을 결정했다. 최종안을 보면, 공간/숙박 기획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역할이 있고, 건축 설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역할이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 공모를 해야 하고, 추후 시공자를 선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시공을 마치고 운영 사업자를 선정하다 보니까, 운영 사업자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운영할 공간이 사업이나 프로그램 유형에 맞지 않게 조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운영사를 설계가 진행되는 과정 중 선정해 시공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법률 안에서 하기 굉장히 하기 어려운 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중에는, 운영사가 미리 뽑힌다고 하더라도 조성되는 과정 동안 이 운영사는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지 그 비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산정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노들섬 공모 때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이후 제대로랩에서 이 과정 전체를 담은 메뉴얼을 만들기도 했다. 

남해 사업 공모 준비

남소영 오늘의 주인공인 남해 이야기를 해보자. 남해의 경우, 하동의 공모 초기 단계에서 경상남도가 자체적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받아서 동일한 지역 특화형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경상남도 담당자를 만나 지역 특화형 숙박시설 사업이 어떻게 진행됐고, 매뉴얼은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컨설팅했다. 그 사업에 남해, 의령, 고성이 공모를 냈는데, 그중 남해가 선정됐다.

남해 측에서 아주 임박한 시점에 공모를 함께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 김태곤 소장님이 사전 기획을 맡았다. 김태곤 소장님과 검토를 하다 문제를 발견했다. 숙박시설을 조성하고자 공모에 제안하고, 남해군이 여러 사전 검토를 진행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지가 숙박 시설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여러 가지를 고민하다 결국 캠핑장을 조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게 됐다.

이번에 함께 일한 공무원 팀이 관광팀이었기 때문에 설계 공모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공모 과정 그리고 공모 기획에 포함되는 업무 등에 대해 설명하고, 법률 검토했던 내용들도 다시 전달하는 과정이 있었다. 담당 공무원이 나중에는 다시는 건축 공모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공모 과정이 복잡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렇게 함께 공모 지침을 수립하고, 당선작 선정 방법을 정하고, 평가 기준 지침서를 마련했는데, 이 일들이 점점 늦어지며 공모가 12월 말에서야 공고가 진행되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건축, 조경, 지역문화, 관광, 공간・숙박 기획 및 운영 등의 다분야의 전문가가 논의를 통해 좋은 안을 선정할 수 있는 심사위원단을 구성할 수 있었다.

공모가 진행되기 이전에 이렇게 많은 과정이 있었다. 그 요인 중에는 이 공모가 관광 시설 조성을 위한 공모라는 점도 있을 것 같다. 규모가 크지 않은 공간이거나, 대규모 공간이라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운영 주체가 명확한 경우에는 사전 연구나 기획 과정 그리고 예산 검토를 여러번 하며 공모 사전 과정이 탄탄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의 경우 유휴시설을 이용하니 더 빠르게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더해지다 보니, 공모를 진행할 시점에 운영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해당 공간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될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한이 많지만, 건축가와 기획자 또는 운영자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음속으로 기대하며 건축 타분야 컨소시엄이 가능한 제안공모 형식을 채택할 수 밖에 없었다.

팀 꾸리기와 이름 짓기

윤근주 공모에 참여하겠다 결심하고, 제안서를 보니 일구구공 혼자 들어가면 안되겠다, 운영자가 반드시 있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과업지시서에서도 그렇게 쓰여 있지만, 심사위원 구성에서도 그게 드러났다. 엄연히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하는 심사위원 중 둘이 콘텐츠 운영 기획을 하는 인사였기 때문에 운영이 굉장히 중요할 거라고 판단했다.

그 즈음 사무실 자체적으로 설악산의 오색 약수터를 활용할 계획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이걸 가지고 무작정 찾아가 군 의원까지 만나 방향 제시도 하고, 완결된 보고서로 묶어내기도 한 나름 의미있는 자체 연구였다. 그 과정 중 강원도에서 워케이션 위크를 기획한 최지백 대표를 알게 돼 사무실 직원들이 찾아가 만나고 오기도 했다. 마침 그 최지백 대표님이 떠오른 거다. 최지백 대표님이 폐교를 활용해서 공간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함께 공모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안을 했고, 아주 기쁘게 수락해주셨다.

앵커형 캠핑장

윤근주 과업지시서의 여러 이야기 중 처음에는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시적인 내용이 하나 들어있었다. 여수와 남해를 이을 해저터널과 이 프로젝트의 관계를 만들라는 것이다. 마침 우연히 미국을 여행하는 사람의 기사를 봤다. 미국의 마더로드라는 길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더로드는 미국의 해안을 따라 연결돼 있는 루트66의 별칭이다. 이 길을 마더로드라고 부르는 이유는 미국의 정신, 즉 자유와 개척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마더로드는 탐험하는 사람들의 길이다. 그들에게는 바다를 따라 나의 국토를 순환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루트66에서 만난 사람들의 커뮤니티도 대단하고, 그 여정에 캠핑장 등의 시설도 많이 조성돼 있다.

이에 착안해 거창하게 말하자면 한국식 마더 로드, 77번 국도가 완성되면 이 캠핑장이 캠핑카를 이용해 전국을 투어하는 캠퍼들의 앵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전 학교 위치에 만들어 둔 스트럭처에 그들을 위한 정박지를 제안했다. 77번 국도는 루트 66처럼 우리나라 해안선을 연결해 놓은 국도고, 여수와 남해를 이을 해저터널이 77번 국도의 화룡점점인거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77번 국도가 다 조성돼 있는데, 이 해저 터널이 가장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이것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라.

이 정박지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 첫 번째는 거창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전국을 투어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캠핑카를 업그레이드 할 정비소를 만드는 등 캠퍼들이 모여 튜닝을 자랑하는 등 교류하는 것이다. 옆에 주차장이 널찍하게 있으니 이곳을 점유해 캠핑카 잼버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는 지역의 지원 사업과 연계한 사용이다. 사실 캠핑장 사업은 생각보다 지역 주민들에게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 캠핑 갈 때 다들 밀키트까지 싸가지고 가지 않나. 그 동네에 가서 사는 거라곤 장작 정도일 것이다. 들고 가기 무거우니까. 실제로 캠핑을 오면 번잡해지고 쓰레기만 두고 가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없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장기 체류형을 선호한다. 다만, 장기 체류형 텐트를 조성하라는 의미는 아닐 테다. 

우리가 떠올린 것은 농어촌공사가 지원하는 농어촌 활성화 사업 중 하나로, 어떤 지역을 앵커로 두고 주변의 위성 시설까지 자동차로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중심 사업지에서 요리 관련 위성 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그곳에서 일하는 강사들이 사업지로 차를 가지고 가서 지역의 취미 생활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캠핑장의 한 유닛이 그런 서비스를 위한 정박지가 될 수도 있다. 주중에 일정만 잘 조정한다면, 도서관차, 취미차, 혹은 건강검진차가 정박해 지역을 지원하고, 캠퍼의 야드로 쓰이는 곳에서 각종 마을 행사들이 일어날 수도 혹은 지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속마음 읽기

윤근주 마지막으로 우리가 공모를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 좀 짚어보려 한다. 먼저 우리는 제안서를 굉장히 열심히 읽는다. 이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보려한다. 특히 과업지시서와 함께 살피면 더 명확하게 보인다. 과업지시서에는 공무원의 속마음이 다 들어 있다. 그러다 보니, 당선 후 가장 어려운 게 과업지시서 협의다. 설계 공모 지침을 어긴다면 당선이 안 될 테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과업지시서를 꼼꼼히 읽지 않고 당선됐다가 이 과업을 하려고 보니 너무 과다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곤 한다. 너무 과다한 업무는 줄여나갈 필요가 분명 있지만, 이 업무들을 왜 하려고 했는지를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뭐가 걱정됐길래, 뭐가 필요했길래 이런 과업을 요구할까 생각해보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제안공모일 경우 항상 그 필요를 읽고 이에 대한 추가 제안을 한다. 다만, 추가 제안을 삭제하고도 그 안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발주처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읽어낸 후 양념을 치는 것처럼 마스터플랜을 제안하는 거다.

또 공모 사전 검토 업무 경험이 있다보니 알게 된 것인데, 발주처의 업무 진행 과정보다 그들이 지금 요구하는 것 보다 한 걸음 앞서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제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공공에서는 사업 예산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사업 예산을 잘 지켜야 한다. 남쪽 바다 모여드는 집에서도 공사비를 넘어 일부 계획이 잘렸다고 말하긴 했지만, 감수하고 제안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취지상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생각처럼 잘 되진 않았다. 어쨌든 공사비를 초과하는 제안을 하더라도 사업 예산의 사용 방식이나 확보 방식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또 우리는 공간 운영 기획자와 함께 공모에 참여하라고 요청하지 않는 경우에도 운영적인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두고 공모에 임한다. 특히 관공서 프로젝트의 경우 공간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사용 주체가 없지 않나. 그들의 불안감은 이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법적으로 이걸 미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잘 읽고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해를 대하는 자세

윤근주 이 장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건축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선 후  사무실 구성원들과 함께 남해의 주요 캠핑장들을 답사한 적이 있다. 이 투어 후에 이해했다, 남해군수 보고 때 이 대상지의 풍경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할 때 있던 많은 국장님들이 막 웃었던 이유를 말이다. 남해에 풍경이 좋은 곳이 너무 많았던 거다. 그런 곳에 비하면 이곳은 여수 산단이 보이는 막힌 만일 뿐이었다. 그게 뭐가 좋냐는 웃음이었던 거다.  그렇다면 차별점을 주기 위해서 건축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건축의 존재감과 활용성에 (당선안 보다 더) 힘을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또 건축의 구축 방식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스틸로 지붕을 만들고, 1층부는 조적조로 계획했다. 요새 누가 조적조로 건물을 짓냐고 반문할 수 있다. 조적조는 요즘 구조사무소도 잘 모른다. 여러 자료와 협의를 통해 안전을 고려한 만만치 않은 디테일을 풀어냈다. 이런 노력을 했던 이유는 지역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건축 유형을 수용하면서 건축물의 활용 방법 변화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을 담기 위해서였다. 건물을 모두 부수고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면서도 건축물의 개념이 유지되길 바랐다. 구축술을 형태와 디자인의 바탕으로 생각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진행했다. 이를 위해 일본 캠핑 트렌드도 리서치했다. 일본은 지금 3차 캠핑 붐이 가라앉는 중이라고 하더라. 일본에서 캠핑 트렌드가 변할 때마다 캠핑장 내 부대시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가서 살펴봤다. 지금 일본 캠핑 시장의 왕이랄 수 있는 스노우피크가 어떤 식으로 건축과 협업을 하고 있는지도 봤다. 구마 겐코가 거기서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 건물들이 어떻게 지역에서 환영받는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를 보면서 건축의 힘과 어떻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과업지시서 공부하기

최지백 나도 과업지시서를 보며 숨겨진 남해군의 의도를 파악했다. 다양성과 상품성을 갖춘 숙박시설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위치가 남해군 서면이었다. 알아보니 서면과 남면 인근에 대규모 인원을 받을 수 있는 숙박시설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폐교가 있었고, 폐교의 위치가 남해와 여수를 잇는 해저터널과 인접해 있었다. 그래서 아 앞으로 한 5년을 기대하고 이곳에 예산을 투자하는 구나를 그러한 지리적 입지를 보고 알 수 있었다. 또 사업 목적에는 ‘관광 숙박 공간 자체로 지역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면, 이 지역 근방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숙박 공간 안에서 다 해결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도 주변 지역의 관광자원과 연계해야 하고, 새로운 경험적 관광 체류가 가능해야 하며, 관광 트렌드를 반영해야 했다.

과업지시서를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지역 자원에 대해 데스크 리서치였다. 보통은 지역 자원에 대해 알아보고, 그 안에서 가능한 로컬 콘텐츠가 뭘까를 고민한 후 이를 상품으로까지 만드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이번 공모의 경우 지역 자원에 대한 리서치까지만 필요했다.

우선 지역의 인구, 지리, 교통, 환경에 대해 파악한다. 경상남도 지도를 보면, 남해가 비교적 소외되어 있고, 전라남도와 인접해 있다. 경상남도에 워낙 쟁쟁한 도시가 많다 보니 대부분의 주요 시설이 사천 혹은 진주에 있더라. 이러한 상황에서 남해의 특장점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남해군이 올해(2024) 관광객 6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더라. 인구가 5만도 되지 않는 도시에서 6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이 사실 아주 부풀려진 수치겠다고 생각했다. 좀 더 정확한 수요를 파악하고자 했다. 강릉의 경우 수도권에서 2시간 가량 걸릴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수도권에 방문객이 많다. 남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경남에서 오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고. 그러면 이들이 남해에 왜 방문할까? 진주, 사천, 김해에서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보러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앞서 언급한 도시들의 경우 비교적 인구 수가 많으니 남해에서 조용하게 관광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지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남해군을 검색하면 바로 관광 홈페이지로 들어가게 해놓았더라. 그만큼 관광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지역인 것이다. 남해군청 홈페이지를 뒤지며 남해군수가 어떤 생각과 신념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남해 유자를 가지고 대기업과 협업도 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남해-여수 해저터널에 꽂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남해군의 서면장의 인사말에서는 스포츠, 해양경관, 어촌체험마을, 낚시터 등 많은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 서면보다는 남해-여수 해저터널이 포인트구나 라고 생각했다.

현장 답사와 리서치

최지백 남해군에는 상주면 쪽 고급 호텔을 제외하면 괜찮은 숙박시설이 없다. 그런데, 서면에는 남해-여수 해저터널이라는 지역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대형 숙박 시설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니 캠핑장에 많은 방문객을 받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강릉에서 6시간을 달려 현장 실사를 갔는데, 풍경이 참 좋더라. 좋긴 한데, 이전의 건물을 다 철거해놓은 후라 그런지 무슨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건축 설계가 진행됨에 따라 생기는 공간적인 제약에 따라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서로 주고받으며 발전시켰다. 이곳에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남쪽 바다 모여드는 집, South Coast Cottages, 약어로 SSC라는 이름의 계획안을 제안했다. 남해군이라는 지역이 남해, South Coast를 대표하도록 하는 콘텐츠를 제안한다면, 물론 심사위원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지만, 남해군 입장에서는 아주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남해-여수 해저터널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 남해는 해저 터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자부심을 살려줄 수 있는 사업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지역의 입지를 담은 제목을 넣어 계획안을 소개했다.

그리고 폐교라는 맥락을 어떻게 반영할까 고민했다. 이는 지역에 가서 일하며 쉰다는 워케이션에 홈스쿨링 개념을 도입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워케이션을 제안했다. 이 외에는 대부분 남해군의 요청사항에 맞춘 제안들이었다. 특히 밀키트를 강조했다. 군수 보고에서도 들었던 이야기고. 캠핑장을 운영하며 공간을 판매하는 것 외에 부가적인 매출을 낼 수 있는 것은 결국 F&B라고 판단했다. 남해에는 유자, 시금치, 멸치 등의 특산품이 있고, 이들이 캠핑 식재료와 잘 어울렸다. 게다가 남해군은 기존에 대기업과 협업을 다수 진행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더더욱 밀키트 서비스를 제안했다.

제안을 앞둔 고민

최지백 다만, 이런 비즈니스모델을 짜면서 굉장히 난처한 면이 있었다. 공간도 운영주체도 없는 상황에서 억단위의 매출을 예측하려면 어떤 근거를 대아 할까 아주 많은 고민을 해야했다. 역시나 당선된 후의 과업 수행을 하면서도 가장 어려웠던 것은 숫자 싸움이었다. 이 사업의 경우 재정 투자 심사를 받아야 했고, 이에 대한 근거 자료를 우리가 작성해야 했고, 숫자를 정확하게 계산해야 했다. 심사를 받으며 이 숫자의 근거가 뭐냐, 고객 수요는 어떻게 측정했냐, 이 고객의 수요는 캠핑에 대한 수요냐 남해에 대한 수요냐 이런 질문에 계속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작성한 자료를 보면, 이건 왜 이렇게 추정이 됐고 등을 설명하는 주석이 많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중 하나가, 캠핑장 사이트의 수량에 따라 매출이 굉장히 많이 바뀐다는 거였다. 사이트가 하나 줄어들 때마다 몇 억단위를 잃게 되고, 손익 분기점과 멀어지게 되고. 그렇다고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지역의 다른 캠핑장 가격과 어떻게 조율할거냐는 부분도 있었고. 이런 것들을 조율하면서 가격대를 맞춰 나갔다.

또 하나 어려웠던 부분이 노무비였다. 지금 노무비를 보면 12명이 들어가 있다. 이 인건비를 감당 가능한 매출을 내야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캠핑장 금액을 올리거나, 수요를 더 긍정적으로 예측해야 했는데,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하겠더라. 그래서 인건비를 줄이거나 거의 자동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을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좀 어려웠고, 아직도 설득이 된 것 같진않다. (웃음..;;)

사실 다른 도시재생, 유휴공간재생 사업에서도 보통 운영에 대한 예측안을 요청하는데, 이 예측에서 가장 큰 비용이 인건비다. 그래서 이 인건비를 줄인 방안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지자체에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사업으로 인한 일자리 발생, 경제 활성화 효과 등도 지역에서는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점에 대해 지자체가 잘 조율해두고 사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결국 우리의 생각보다는 공무원의 입장에 맞춰가는 쪽으로 숫자를 조절했다.

이외에 재미있었던 부분은 폐교된 서면중학교 노스텔지어 아카이브였다. 이는 남해군에서 이번 공모 사업을 통해 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업성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이 공간을 통해서 남해군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서면중학교 출신 향우분들이 학교의 추억을 기억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항우분들을 인터뷰해 인터뷰집을 제작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질의응답

당선 이후 소통 과정

남소영 공모 운영을 담당했던 남해군 공무원들이 여전히 설계도 담당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지자체 담당 부서가 건축 부서가 아니다 보니, 쉽지 않은 과정일 것이라 생각된다. 또 공공 건축의 특성상 여러 분야의 협업에 중심에 담당 공무원이 있다. 자연스레 이들을 설득하거나 뭔가를 알려주어야 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당선 후 공무원들과의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윤근주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업무 처리가 문서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것을 문서로 남겨야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시작한다. 좀 번거롭더라도 이를 루틴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또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책임감 있게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자주 보는 것이다. 물론 과업지시서를 조율할 때는 회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실제로 업무에 임하면 그것보다 더 많이 만나는 거다. 우리 사무실은 서울에, 최지백 대표는 당시에는 강원도에, 발주처는 남해에 있으니 지리적으로 어렵긴 했다.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며 줌 회의가 가능해졌고, 원활하게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남해로 찾아가기로 해 당일치기로 남해를 여러 번 다녀오기도 했다. 다른 지자체보다 남해의 담당 공무원들이나 해당 부서의 분위기가 협조적이고 좋았다고 느꼈다. 일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달까. 우리 이야기도 잘 귀담아 들어주었다.

한 가지 어려웠던 점은 공사비 측정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개발 밀도가 높은 도시에 높은 건물을 지었고, 이 사례들을 가지고 평균 공사비를 냈다. 공정별로도, 공사 분야별로도. 근데 이번 공모의 경우 건폐율이 20%가 되지 않는 땅이 대상지였다. 굉장히 넓은 외부 공간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외부 공간은 텅 비어 있어 새로운 외부 환경을 조성해야 했다. 그게 파고라든, 폴이든, 조경이든. 이에 전 분야에서 공사비 측정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원래 기본 설계와 어느 정도의 공사비 측정만 납품하면 됐는데, 산출까지 다 해서 중간 점검을 했다.

최지백 비용편익분석(BC검토)를 하며 이 사업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그 과정에서 든 우려가, 아무리 비용편익분석을 긍정적으로 잡아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2040년이 넘어야 한다는 거다. 이걸 운영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계속 걱정이 됐다. 그렇다면 이때까지의 공공 사업들이 이런 비용편익분석을 제대로 하고 진행한 건가 하는 의문도 들었고. 어쨌든 우리가 기획했고, 운영 기획에도 어느정도 참여했으니 수익률이 명확하게 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해 이에 대해 공무원에게 계속 설득했다. 

운영 기획자의 역할 범위와 계약 방식

청중 A 남소영 대표님에게 이런 종류의 공모에서 심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묻고 싶다. 워낙 전문 분야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당일에 모여 단기에 심사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건축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분들을 위한 사전 워크숍이나 회의 과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심사 운영에 있어서의 주안점에 대해 알려달라.

남소영 지역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 첫 번째 공모 때부터 심사위원 워크숍을 진행했다. 현장 워크숍도 진행했고. 두 번째 공모였던 해남의 경우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윤승현 교수님을 비롯해 모든 심사위원과 공무원이 해남에 다 같이 모여 공공건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그런 과정들을 많이 만들어왔기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촘촘한 과정 설계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청중 A 최지백 대표님에게 드리는 질문이다. 일반적인 설계 공모의 경우 당선이 되고 나면 설계권을 가져가는 것으로 용역 계약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공동으로 참여한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업무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행정적으로 용역 계약을 따로 하는지가 궁금하다. 

최지백 컨소시엄의 형태로, 조경처럼 별도의 분야라고 생각해서 우리의 지분율을 정하고 들어갔다. 사실 공모에 선정돼야 (계약이?) 확정되는 거다 보니까 일구구공도시건축과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고 들어갔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프로젝트에 더 잘 참여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남소영 덧붙여 설명하자면, 지역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 첫 번째 공모 때부터 기획과 설계를 나눠서 계약하게끔 하려고 설계 산출 내역 등의 근거 자료를 많이 만들었었다. 그런데, 계약 심사 과정에서 이게 기술 계약인데 이런 식으로 용역을 나눌 수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설계 컨소시엄으로 구성을 하게 됐다. 아쉬운 지점이다.

운영 기획과 위탁 운영

정귀원 사실 위탁 운영자와 설계자를 함께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 근거법도, 선정하는 과정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그걸 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한 자구책이 운영 기획자가 공모에 컨소시엄의 형태로 함께 들어와서 뽑는 것이다. 다만, 나도 이전부터 했던 고민은, 운영 기획 단계에서 이렇게 기획을 잘 해두었는데, 이후에는 또 이걸 실제로 위탁받아 운영할 위탁 운영자가 또 입찰을 통해 뽑히게 된다. 그 위탁 운영자에게 이런 촘촘한 기획들이 어떻게 전달 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이번 남해 공모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이 있는지?

남소영 나도 궁금하다. 사실 공모운영단에서 더 기획을 잘 해서 넘기고 싶었고 그런 부분에 대해 관심도 있었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였던 것 같다. 거기까지는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러면 운영자를 선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쨌든 공간 기획팀이 선정이 돼었으니, 설계자와 기획자가 이에 대해서 지자체와 논의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특히 이번 남해 공모의 경우 굉장히 거칠게 ‘주민이 운영한다’는 전제만 가지고 있다. 그 주민이 누구인지, 전문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캠핑장을 운영할 역량이 있을지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가 없는 점이 아쉽다.

최지백 BC 검토를 하며 주로 숫자를 다루긴 하지만, 이 숫자가 이렇게 나와야 하는 이유에 대한 것들은 글로도 적어 둔다. 하지만 주로 이런 근거가 되는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변한다. 캠핑에서 차박으로, 또 글램핑장으로 넘어가고, 이 글램핑장에 대한 가격도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며 사업을 해야 한다. 지금 내가 이런 근거에 대해 상세하게 글로 남겨둔다고 해도 위탁 운영자가 선정되는 시점의 상황은 또 바뀌어 있을 거다. 게다가 선정된 위탁운영자도 결국 기획사일테고 본인들만의 기획을 하고 싶지 않을까? 그래서 결국 우리가 직접 운영을 하지 않는 이상 이 기획이 구현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소멸 위기에 있는 지역들의 경우 현실적으로 주민들이 운영하기 어렵고, 이 사실을 지자체가 명확하게 알고 있을 거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운영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다가 결국에는 위탁 계약으로 풀어 서울에 있는 외부 업체를 불러오게 될 거다. 그게 이미 내정된 수순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도 남해군과 관계를 맺으며 남해군 안에서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남해군 내의 청년 창업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많이 설득했다. 남해 안에도 좋은 인재들이 있다. 팜프라, 카카카 등. 이렇게 외부적으로 보면 활용이 가능할 것 같은데, 강릉 지역의 내부인으로서 강릉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안 될 것 같다, 서울에 맡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우리와 같은 작은 규모의 기획사가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번 공모의 규모도 작고 캠핑장이라는 사업적 목적이 뚜렷했기 때문이 아닐까.

윤근주 공유재산법 때문에 건축물이 만들어지고 공유자산이 되기 전에는 운영자 선정을 할 수가 없다. 그 문제를 우리도 잘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지백 대표님과 함께 하고 싶어서 제안을 드렸다. 공모의 설계비 산출에는 운영 계획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그 설계비를 나눠서라도 드리자는 마음으로 한 거다. 실제로 우리의 어떤 협력사보다 많은 비율을 제안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조경이 이겨버렸다. 미안하다. 아무래도 발주처 측에서 조경에 기대하는 바가 너무 커서 그렇게 됐다.

그리고 계약을 한 후 우리가 마스터플랜을 세울 때 제안했던 내용이, 운영 계획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가져가되, 실시 설계를 완료하고 공사가 시작되면 운영자 선정을 위한 기본 계획을 먼저 수립하라는 거였다. 그리고 이 영역을 가능하면, 수의계약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다면, 최지백 대표님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면중학교 노스텔지아 아카이브 사업은 건축 과업내용서 안에 들어 있었지만, 우리는 이건 건축과업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래도 이걸 누군가는 해야 하니, 가능하면 최지백 대표님이 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모색해 진행하게 됐던 것이다.

이런 노력들을 한 이유는 내가 파트너와 함께 이런 종류의 업무를 할 때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제안하기 위한 합리적인 타당성이 있어야 할 것이고.

사업 운영비 산정 방식

청중 B 기획에 참여했던 건축가로서 질문이 하나 있다. 건축 기획 업무에서 공사비 산정이나 사업비 산정이 아주 중요하다. 그 사업비 산정의 기준을 현재로서는 건축 설계로 기준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지백 대표님께서 했던 사업의 타당성 조사는 500억 이상 규모에서는 하게끔 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다만, 공공업무시설과 같은 경우에는 그런 계산이 의미 없지만, 사람들을 집객해야 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그런 경우 숫자에 약하고 경제적인 분석을 잘 못함에도 불구하고 건축가가 이런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데다가 합당한 비용도 책정되어 있지 않다. 이와 관련된 법령이 없다 보니 간과되는 부분인데, 이에 대해 최지백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나?

최지백 현재 평창군과도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사업을 기획하고 계획서를 쓰는 일이 나의 주된 업무와 역할이다. 이전에 우리가 한 번 해봤던 프로젝트들을 다 대입해보며 매출 등을 포함한 사업비 산정을 하게 된다. 이런 근거들을 다 확인해야 하다 보니 적잖은 리소스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용은 아주 투박하게 몇 개월만큼의 인건비로 정산한다. 몇 명의 연구진들이 들어갔는지, 대표의 학력은 얼마나 되는지 같은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입장에서는 사업의 크기를 키울 수 없는 시장 구조라고 느껴지고, 오히려 건축 설계 쪽의 비용 계산 기준이 상대적으로 명확해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프로젝트에 더 많이 참여해보고 싶다. 하지만, 이번 남해 공모도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가까스로 성사된 것이니 앞으로 이런 프로젝트가 많이 없겠다 싶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웃음) 어쨌든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해봤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결국에는 위탁 운영을 따내고, 거기에 실질적으로 많은 인력을 투입해 운영을 하는 것이 더웨이브컴퍼니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행정안전부에서도 공유주거든 워케이션이든 공간을 만들어놓고 나면 보통 위탁 운영을 맡긴다. 그런 곳에서 운영을 하려면 임차료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공공사업의 경우 대부분 난이도가 높은 지역에 있다. 즉, 위탁 운영 사업자가 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은 돈 벌기도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공공 프로젝트에 운영 사업자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자해도 될까 말까한 사업이지 않나 생각한다. 답변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현황을 말하자면 거의 돈을 못 받는다는 건 확실하다.

남소영 지난번 포럼에서 이정희 대표님이 비용 책정 단계에서부터 경상비의 비율을 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모든 예산이 조성비로 잡히면, 건축 비용 안에서 배분해야 하는 상황이라 다른 분야와의 협업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진다. 이 이야기를 듣고 지금 포럼에 참석하신 엄운진 센터장님에게 예산의 항목에 대해 물어보았었는데, 이에 관해서는 다음 주에 답변해주시기로 했다. 그 답변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원고화 김보경 / 편집 김상호


남소영

건축과 관광개발을 전공했다. 건축 전문지 기자와 지역 문화기획자를 거쳐 2016년부터 공간과 장소성을 기반으로 문화/관광 프로젝트의 기획 및 운영전략을 수립하는 올어바웃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공간이 작동하는 체계와 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이를 통해 사람과 지역과 도시가 보다 다양성에 기반하여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윤근주

서울역4호선 문화예술철도를 비롯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경기도박물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등 공공 사업 설계공모에 당선되어 최종설계까지 진행했다. 청주시청 신청사 국제설계에 최종 지명되어 소규모사무소 능동적 연합 가능성을 알렸고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자양4동 골목길사업 등 도시재생사업에도 당선되어 적극 참여했다. 최근 리서치툴(NOB)을 개발하여 새로운 건축 모델을 발굴하고 서울시도시건축학교(SCALE)를 공동 기획운영 하는 등 도시건축의 미래 가치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있다.

최지백

강원도 강릉, 양양, 속초 등 동해안 지역자원을 활용한 로컬(지역) 비즈니스(사업)들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지역소멸위기를 막기 위한 생활인구 창출을 목적으로 2021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에 선정되어 2024년까지 4년간 강릉으로 청년들을 이주 및 정착시키고 있다. 최근 지역 범위를 넓혀 정착 및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되는 남해 폐교활용 캠핑장, 평창 워케이션 센터 사업에서 초기 사업계획 수립 부분을 맡아 지역이 지속가능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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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19,503자 / 40분 / 도판 9개

발행일2026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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