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간 대화는 쉽지 않다. 문화예술인과 경제학자의 대화는 특히 그렇다. 문과와 이과라는 생리적 이질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회적인 지식 권력의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학언어로 무장하고 정책수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경제학의 위상과 산업경제 지표에서 미비한 입지를 차지하는 (순수) 문화예술인들의 경제위상이 그 불균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대화의 난망함을 줄여보려는 노력에서 학제간 대화는 결국 어느 한쪽의 지식 패러다임에 무게중심을 두고 진행되기 마련이다. 문화예술과 경제 간의 대화는 따라서 십중팔구 미술시장, 작품(상품)가, 문화마케팅의 성과, 옥션시장 현황, 창작노동, 불공정 거래와 계약 등에 대한 자본주의 경제체제 프레임 안을 맴돌곤 한다. 대화가 좀 진일보하면, 피상적인 자본주의 비판, 현실경제 현장의 부정부패 토로를 거쳐 반자본주의에 의기투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다음 옵션이다. 본 대화는 문화와 경제 간의 불편한 동거나 학제간 비대칭성을 넘어서서, 자본의 문화와 삶, 인간적 경제라는 공동과제를 풀고싶은 사람들이 시작하는 대화의 도입부이다.1
멈포드와 거대 기계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는 저서 『예술과 기술』에서 인간과 자연의 교호 작용이라 할 ‘테크네techn ’를 다시 ‘테크놀로지’와 ‘아트’로 나누었다. 아주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전자는 일정한 결과를 얻기 위한 정해진 과정과 동작을 반복하는 것과 관련이 되어 있으며 후자는 인간 존재 스스로 변화 발전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자발적 활동과 관련되어 있다. 멈포드는 태고 이래의 인간 문명사를 이 두 가지 행동 양식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우러지고 또 서로를 교란하였는가로 설명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