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창일 연세대학교 건설공학과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ROTC 1기 공병 장교로 군 복무 시에도 건축 실무를 익혔다. 한국은행을 거쳐 1967년부터 정림건축에서 48년간 재직하며 사장을 역임했다.
이 글은 김정철의 일대기도 정림건축의 첫 20년에 관한 밀도 있는 비평도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고 60년대에 창업해 국내에서 가장 큰 설계사무소를 일군 한 인물의 전기를 쓰기 위해서는 개인사에 대한 내밀하고 세세한 정보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그러나 20세기 한국의 역사는 각종 문서와 자료를 충실히 챙기고 보존할 여유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주지 않았다. 김정철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헤쳐온 시대를 증언해줄 수 있는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생전에 남긴 미공개 회고록과 몇 장의 사진이 전부다. 창업자의 정보가 이렇게 소실되어 가는 동안 정림건축 초기의 많은 자료 역시 망각의 늪에 빠졌다. 다행히 주요 작업에 관한 슬라이드 필름과 마이크로필름이 남아 있었지만, 대형 설계사무소가 어떻게 운영되고 몸집을 키워냈는지 확인하기에는 부족했다. 제출과 함께 사라진 현상설계안뿐만 아니라 각종 상세도면, 직원 명부와 조직도 같은 회사가 생산한 문서를 충분히 살펴볼 수는 없었다. 이 부재는 한국 현대 건축사 서술의 조건과 같다. 대단히 파편적이고 불연속적인 단서와 정보들의 불완전한 조합이다. 이 글도 마찬가지다. 김정철 개인사의 주요 지점을 한국 현대사의 문맥 속에서, 초기 정림건축의 주요 분기점을 한국 현대 건축사의 흐름 속에서 읽어보고자 했다. 이 짧은 에세이는 직소퍼즐을 맞출 때 제일 처음 놓는 몇 개의 조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