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공간, 신체, 자연
이타미 준 × 박성태
8,741자 / 17분 / 도판 7장
인터뷰
이타미 준 선생과 장충동 근처에서 지인 몇 분과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한정식집으로 기억한다. 선생은 조용히 식사하는 편이었고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자리는 아니었기에, 선생의 과묵함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땅에서 얻은 거친 재료로 추상의 세계 -그것도 세련된 모더니스트로서- 를 추구하는 선생다웠다. 선생은 지역과 전통의 문맥에서 자신의 감각을 총동원해 설계하는 건축가이기에 더 깊고 넓은 의미를 가진 말들을 전할 것으로 생각했다. 오랜 시간 거센 바람을 헤치고 온 건축가와 잠시의 ‘언어적 소통’은 언제나 미적지근하니까. 또 한 번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사당동에 있던 <각인의 탑>에서의 저녁 자리에 있었던 적이 있다. 단순하면서도 강한, 원시적이면서도 미래적인 그 공간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내게 오롯이 각인되어 있다. 선생의 후기 작업인 <제주 프로젝트>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선을 건드리는 강렬함과 원숙함을 느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으니, 그곳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오랜 희망은 이루어진 셈이다. 전시는 ‘소재의 탐색’, ‘원시성의 추구’, ‘매개의 건축’, ‘바람의 조형’과 같은 키워드를 통해 40여 년에 걸친 그의 작업을 되짚어보며 여러 겹의 문제를 던지고 있다. 아쉽게도 선생은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남겨진 자료와 기억을 되짚어 이 지면을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