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
이주한
8,984자 / 18분 / 도판 6장
인터뷰
실무 경험: 기획부터 조직 운영까지
이주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해 현상설계 전담부서에만 3년 반 정도 있었다. 한 달에 마감을 서너 개 할 때도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디자인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다 보니 ‘정예부대’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한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미 누군가가 모든 규정을 만들어 놨고, 난 정해진 틀안에서 주어진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손일 뿐인가?’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기획’에 대한 갈증이었던 것 같다. 현상설계가 기획 영역에 가장 가까이에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지는 누군가가 정해 놨고, 왜 거기에 해야 하는지 모른 채로 설계하고, 프로그램과 설계 방향도 다 정해져 있고, 나는 그 틀안에서 끼워 맞추기 식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대형설계사무소라서 더 그런 느낌이 심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형태나 이미지에 치중할 때가 많았다. ‘그렇다면 공공 프로젝트든 민간 프로젝트든 기획 단계의 일은 도대체 언제 누가 어디서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기획이 건축의 시작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하는 갈급이 점점 심해졌다. 3~4년 차쯤 되었을 때니 그런 생각을 할 시기가 오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