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융성의 시대유감 _ 검열의 당사자가 된 예술가들의 명단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연극, 시각예술, 영화, 문학에 이르기까지 검열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공공지원 통제를 통한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려는 시도가 목격되고 있다. 표현물 자체에 대한 검열에서 창작자의 작업과 삶에 대한 통제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점점 일상화되고 있는 예술검열이 오히려 예술의 사회성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제현 작가는 사회적 장소 내 사각지대를 찾아 그곳에 예술의 둥지를 트고, 새로운 빈틈을 노린다. 최근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했던 철거용역을 관객으로 한 공연처럼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김남시와는 《리얼 디엠지DMZ 프로젝트》에서 작가와 기획자로 만나고 있는데, 이들은 철원보다도 밀양, 4대강, 강정, 광화문이 ‘디엠지적 공간’이라는 데 공감하며, 첨예한 대립이 존재하는 장소에서 사회적 작업이 갖는 고민과 입장을 나눴다.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점에서 석 달 동안 지낸 적이 있다. 4년 전 봄과 여름 사이의 일이다. 카페 2층의 삼 분의 일 정도에 천막을 이용해 노마드오피스를 꾸몄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상업공간이나 공공공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간을 만들려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이질적인 공간이 어느 일상의 공간에 침투했을 때 새로운 문화적 삶의 지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창작자를 인터뷰하는 곳이자 사무실이자 누구나 반기는 환대의 공간이 콘셉트였다. 카페 손님들도 함께 앉을 수 있고 서로 섞여 이야기 나눠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절반은 닫혀있고, 절반은 열려있어 쉽게 경계를 넘을 수 있고 일단 들어오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건물 대신 분위기가 공간을 만들고, 이야기 할 수 있게 궁리하는 건축가를 만났다. 건축가 최장원의 진지한 고민과 다양한 시도들은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공간 사용자의 내면과 공간을 매칭시켜 사용자가 건축가이자 디자이너가 되는 순간을 발견하게 한다. 질문생산자로서 건축가 최장원이 던지는 질문들을 곱씹으며 건축의 경계를, 건축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