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행위의 목표가 지식 생산이라면 건축적 지식이 가장 순수하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는 아이디어가 건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전시 속의 건축적 상황이 아닐까? 1980년 처음 개최된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서 <스트라다 노비시마(Strada Novissima)>라는 거대한 설치 작업에 포함된 건축가 중 한 명인 레온 크리어는 “내가 건물을 짓지 않는 이유는 내가 건축가이기 때문” 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자신이 건물을 짓지 않는 것이 저항적이고 대안적인 선택임을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건축 이론을 책과 전시라는 대안적 매체를 통해 실현하는 것을 선호했다. 답사를 통해 얻는 지식과 전시를 통해 얻는 지식은 동일한 영역 속에 존재하며 표현 수단이 다를 뿐이라고 가정한다면, 건축가의 의도가 최대한 간섭받지 않고 존중되며 외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전시 공간 속에서 건축가의 작업은 더 온전히 구현될 수 있다. 물론 건물의 배경이 되는 지형과 주변 환경의 맥락 속에 품길 때 느낄 수 있는 신체적 또는 현상적 경험은 있다. 그러나 답사를 통해 기억되는 경험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감상적인 반면, 책이나 그림, 설치 등 전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지식은 한결 집중된 주제 의식과 더불어 시대와 사회적 관념 속에서 편집된 명료하고 생산적인 지식일 수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최근 건축 전시의 수와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건축의 지적 세력이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건물보다 전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면서 누가 다음, 어느 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 선정될 것인가에 대한 루머와 추측들이 건축계의 뉴스거리가 된 것이 사실이다.
최근 많은 미술관이 건축과 디자인 전시를 가진다. 관해서 강조하는 융복합의 유행과 어느 정도 맞물려 있기도 하지만, 최근의 지식생산 체계 변화와 삶의 조건들이 변화하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미술관 큐레이터들과 건축 전시 성황의 이유와 앞으로의 전망을 이야기 나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독일건축박물관(DAM Deutsches Architektur Museum)의 외형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9세기 빌라와 비슷하다. 반면 내부는 ‘집 속의 집’과 격자를 기본으로 한 담백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 건축가 O.M. 웅거스Oswald Mathias Ungers가 설계한 이 건물은 1984년 일반에 공개된 이후 건축전문박물관이자 건축 자료 보관소로 역할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건축과 사회의 매개자로 건축 자료 아카이빙, 새로운 건축가 소개, 다양한 분야가 섞이는 만남의 장소meeting place로서 수집과 전시, 출판 활동도 겸한다. 국내에서도 건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고 개발 열풍 이후 새로운 도시와 건축의 생각을 담아낼 건축박물관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건축계 내부에서는 한국 건축의 공동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동시대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전시, 출판, 컨퍼런스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독일건축박물관의 피터 슈말Peter Schmal 관장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미팅룸 미팅룸meetingroom.co.kr은 큐레이팅과 아카이브에 관한 정보검색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 큐레이토리얼 리서치 플랫폼이자, 황정인, 홍이지, 지가은 현직 큐레이터 3인이 모여 활동하는 콜렉티브 Curatorial Collective이다. 지난 3월 문을 열어 큐레이팅, 아카이브, 기록학, 작품보존수복에 관한 정보를 다루고 있으며, 담당 에디터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나의 상상력과 너의 지적 호기심이 만날 때세계적인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은 전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담는다고 했던가. 홍보라, 현시원 두 사람이 기획해온 전시를 보면 그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대상이 얼마나 다양한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그리고 지적이고 창의적인 공동체를 존중하며 만들어가는 이들의 전시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큐레이팅이라는 것이 어떤 기쁨의 원천이 되는지 들어보았다.
나의 상상력과 너의 지적 호기심이 만날 때세계적인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은 전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담는다고 했던가. 홍보라, 현시원 두 사람이 기획해온 전시를 보면 그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대상이 얼마나 다양한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그리고 지적이고 창의적인 공동체를 존중하며 만들어가는 이들의 전시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큐레이팅이라는 것이 어떤 기쁨의 원천이 되는지 들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