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리빙 라이트 리빙 라이트(Living Light) / 자료 제공: 삶것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 10여 년간 유지되다가 2년 전 철거되었다. 강의 외에 다른 작업이 없던 시절이라 뉴욕과 서울을 비행기로 오가며 3년간 여기에만 몰두했다. 발주처는 서울시였고, 예산은 디자인, 제작, 설치, 운영을 포함해 약 1억 원 규모의 작업이었다. 파트너와 단둘이서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재미있었고, 지금까지도 관심 있는 분야와 맞닿아 있는 작업이다.
기술(art)과 이야기(story), 삶것에는 두 개의 스레드가 상시 작동한다. 삶것의 기술은 건축술(technology)이 아니라, 건축술을 구현하는 기술을 고안해내는 기술이다. 건축을 구상하는 방식으로서의 기술에 대한 원리적인 접근은 자연스럽게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화시켜 말하면 ‘다이어그램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에서 어떤 결과(결론)를 만들어내는 다이어그램(기계)을 고안해 프로젝트(를 생각하는 머리) 안에 집어넣고 가동시키는 것이다. 직관과 통찰에서 나오는 이 다이어그램은 분석적인 기계가 아니라 생성적인 기계다. 일단 스위치가 켜지면 기계는 자율적(기계적)으로 돌아가고, 그것의 고안자는 기계가 움직이며 그려내는 경로를 추적, 관찰한다. 최종적으로 도달한 결과물이 마음에 들면 취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다른 것으로 교체한다.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기술은 삶것의 특기로 잘 알려진 컴퓨테이션이나 알고리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손에 잡히는) 조작 가능한 레고 블록식 모형, (더 통념적인) 그래픽 다이어그램, (더 직설적인) 프로젝트의 조건이 투사된 윤곽선, (더 개인적인) 영감을 받은 일상 속 이미지나 장면 등등 어디에든 들어 있다. 나열한 예시들이 뒤로 갈수록 기술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겠지만, 그것은 생각을 밖으로 꺼내 설명하기 위해 시각적으로 볼 수 있고, 떠올릴 수 있는 연상물로 표현하고, 대체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는 저마다 보이지 않는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
전숙희 오늘의 주제는 산업자산의 활용이다. 부천아트벙커 B39가 공공에서 산업자산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준다면 코스모40은 민간에서 산업자산을 다루는 방식을 말한다. 앞으로 산업자산은 더 많아질 테다. 용도 폐기, 도심 확장으로 인한 이전 등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건축물의 노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앞으로 이들을 어떻게 대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이니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해달라.
공공일호 조재원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가장 크게 든 감정은 일종의 두려움이었다. ‘한국 근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김수근 선생의 작업을 고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바꿔야 할지 가구만 새로 넣는 식으로 최소한으로 손대야 할지 건축가로서 내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고민이 컸다. 결론은 ‘어떻게 계획할까’라는 질문보다 ‘어디에서 시작할까’라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질문의 방향을 바꾼 뒤로는 어렵지 않았다.
구산동도서관마을 최재원 연면적이 설계 계약 당시에는 1,876㎡이었는데1 준공 당시에는 2,550.25㎡로 늘었다. 건물끼리 연결하는 디자인 영향도 있지만 최초로 연면적을 산정할 때 발코니 면적을 누락한 탓이다. 그 값이 더해지면서 설계 업무량도 늘어났다.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측량 데이터가 있어야 건축가는 합리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와 같은 운영적인 측면은 보완이 필요하다.
공공일호 조재원 2017년 6월 17일 샘터사 김성구 대표의 인터뷰 글로 ‘샘터사옥이 그 가치를 존중해 줄 매수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가 보도됐다. 평소 미래세대를 위한 실험 공간에 관심이 있던 클라이언트는 기사를 읽고 ‘이를 기회로 삼아 가치 있는 건물에 혁신적인 테넌트를 더해 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