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코로나 팬데믹 시절 2년 차의 한중간, 우리는 모두 ‘여행’에 목말라 있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던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19는 언제나 당연히 열려 있던 세계의 문을 모두 닫게 만들었고, 우리는 집안에 갇혀 배달 음식들로 연명하며 2년을 보냈다. 2023년 5월말 공식적인 엔데믹을 맞았다. 그런데 세계는 2022년 여름부터 사실상 엔데믹이었고,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도 그때 이미 공모전 세팅을 마쳤다. 그만큼 지긋지긋한 방구석을 떠나고 싶은 기운이 주위를 꽉 채우고 있었다. 참다못한 사람들은 그해 겨울부터 이미 앞다퉈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표 값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고, 모처럼 맛보는 이국의 풍경과 공기에 한껏 취해 돌아왔다. 그러기를 몇 개월, 해외여행의 열기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금세 잦아들었다. 복합적으로 엮인 직접적인 요인들과는 별개로, 코로나 시절 반사적으로 급증했던 국내 여행의 경험이 기존 여행의 어떤 부분을 바꿔놓은 것 같다. 그 변화의 배경도 당연히 복합적일 것이다.
건축이라는 학문 일본에서 건축은 학문이다. 건축 일의 시기와 단계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배운다. 건축가들 사이에서든 학생들 사이에서든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르면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그렇기에 알아야만 하는 것들을 찾아서 익힌다. 한국에서는 주로 ‘디자인’을 가르치는데, 가르치는 사람의 ‘취향’을 배우는 느낌이다. 그래서 건축을 배운다는 개념이 별로 없고, 학문으로 성립이 잘 안 되고, 그러다 보니 비평도 안 되고, 업계에서도 판단 기준이 없다. 신인들이 우후죽순 나왔다가 사라진다. 그저 유명해지는 것이 건축을 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