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라진 동네책방 어릴 적 동네 골목을 한참 내려가면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이 정류장 앞에 작은 서점과 구둣방은 잊지 못할 놀이터였다. 친절한 구둣방 아저씨와는 쉽게 친해졌다. 상표가 모호한 구두들을 팔기도 하고 고단한 구두 뒤축도 갈아주던 아저씨는 손재주가 좋았다. 쓰다 남은 가죽과 고무줄, 철사로 만들어 주셨던 새총을 뒷주머니에 넣고 뽐내면서 돌아다녔다. 동네에서 가장 미끈한 이 새총에 정성껏 주워 모은 자갈 탄을 장전하고 참새를 잡겠다고 뛰어다녔다. 훌륭한 사냥꾼은 못되었지만, 도구는 멋있었다.
“골키퍼가 공도 없이, 그러나 공을 기다리면서 이리저리 뛰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요.”― 페터 한트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