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훌륭한 건축가는 모두 인류학자라고 생각한다. 인류학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 그리고 그런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권력구조를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틀 안에서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인류학자가 현장에 가서 (원)주민과 만나는 것은 건축가가 건축주들과 만나가는 과정과 기본적으로 같다. 상대를 만나기 위해 둘 다 참여관찰과 심층면접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건축학계 분들과 오래 전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그 쪽에서 부르면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가서 기꺼이 협업을 하는 편이다.
Q. 건축가를 ‘기획자’라고 말씀하신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사회 문제를 건축가 스스로 제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건축주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게 한 목적은 무엇인가요? 공모전 주제 선정의 구체적인 의도가 궁금합니다.
누가 둘러앉는가? 왜 마을인가? 사실 문화인류학에서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여기서 공간은 집 그리고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타나며 ‘공간적 감각’은 인문학에서 핵심적 기능을 담당한다. 요즘은 ‘공간’이라는 개념보다 ‘장소성(placeness)’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어떤 곳으로든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이 0.1 퍼센트였던 과거에는 어떻게, 어디에 집을 지어야 좋은지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기억하는 장소에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근대 초기에 아무데나 깃발을 꽂고 집을 지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김정임 서로 아키텍츠 건축가 유걸 아이아크 대표건축가 신승현 아이아크 건축가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