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임 프로젝트에 착수할 때 어떤 마음이었나?
‘건물의 수명 연장’과 관련해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겠다. 벨기에의 앤 드묄르미스터(Ann Demeulemeester)라는 훌륭한 패션 디자이너가 있다. 2007년 서울에 이 분의 건물을 설계할 기회가 있어 그 계기로 앤 드묄르미스터와 그의 남편이자 예술적 동반자 패트릭 로빈(Patrick Robyn)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들은 르 코르뷔지에가 벨기에에 남긴 유일한 건축물인 메종 구에뜨에 사는 분들로 유명해 그 전부터 알고 있긴 했다.
과잉 사회에 적응 나는 ‘카제테리언Car-getarian’이다. 이 생소한 단어가 무슨 뜻인지 검색할 필요는 없다. 자동차와 채식주의자를 의미하는 두 영문 단어를 합성한, 내가 방금 만든 콩글리시 단어이기 때문이다. 자가용, TV, 스마트폰 또는 신용카드 등 문명사회가 주는 혜택을 당연시하지 않는 약간 유별난 사람들이 공유하는 느슨한 연대감에서 발상한 신조어 정도라고 하자. 가진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발적 결핍을 통한 또 다른 향유를 통해 개인 성향이 드러나는 것은, 역설적으로 과잉된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지 않은가. 나는 마치 러다이트Luddite처럼 과격하게 기계를 혐오하는 이도 아니고, 자가용 없이는 살아도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다 (만약 자동차와 전혀 상관없이 살겠다는 극단적인 이들이 존재한다면 ‘카비건Car-vegan’ 정도로 부르면 좋을 듯하다). 나는 서울에 지천으로 깔린, 미안할 정도로 저렴한 택시를 일주일에 10번은 타고 살며, 친절한 지인들의 자가용을 곧잘 얻어 타기도 한다. 2016년 현재 27년째 면허를 가지고 있지만 운전은 물론 평생 자가용을 소유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어느 날 갑자기 대오각성하고 내린 결정이 아니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소에 적응하며 살아온 행적의 결과일 뿐이다. 이 글을 이동성에 관한 나의 구체적인 경험과 발견에 관한 다소 파편적인 소사 정도로 여겨주시면 좋겠다.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한국관은 원래 남북 공동전시가 플랜 A였다. 하지만 지금 전시 중인 《한반도 오감도Crow’s Eye View: The Korean Peninsula》는 만일을 대비한 플랜 B이다. 이상의 <오감도烏瞰圖>에서 착안한 이 전시는 건축가, 사진가, 컬렉터, 화가, 디자이너, 비디오 작가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지난 100년의 한국 건축을 조망했다. 특히 분단 이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남북의 건축과 도시의 공통점을 건축가의 상상력으로 탐구하여 “훌륭하게 이상하다wonderfully bizarre”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