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는 종묘에서 남산까지 서울 시내 총 8개의 블록을 근대적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재개발 계획을 맡았다. 이듬해, 세운상가는 오래된 도심 한가운데를 날카롭게 가로지르며 등장했다. 이후 이 거대 구조물은 주변의 사용자들에게 서서히 잠식당하며 도심 영세 산업의 숙주로써 개발 압력에 버티며 50년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2018년 현재, 세운상가를 활용한 공공영역의 재구축 시도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동시에 세운상가 주변 블록에 대한 재개발 압력 또한 커지고 있다.
뉴타운 키즈와 DDP 서울은 도시 공동의 장소의 기억을 삭제하는 것을 너머 그러한 공간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도시이다. DDP가 원래 동대문운동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20대는 거의 없다. 청계천이 원래 고가도로였다는 사실을, 한강이 백사장이 있고 물이 맑아 수영할 수 있는 강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문제는 한강변이나 청계천이 콘크리트여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콘크리트 건물에서 태어나 아파트 단지 내 조경을 자연 삼아 자란 세대에게 도시의 과거와 자연을 기억하자는 일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600년 된 도시의 역사를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우리 세대나 다음 세대는 동대문운동장이 어떤 공간이었는지, 청계천이 어떤 공간이었는지 기억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남다르다. 일반적으로 낙후되거나 주민이 떠난 지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역사, 녹지, 문화 등 기존의 지역적 자산을 가진 곳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속도가 빠르며, 폭력적이고, 그 과실이 소수의 자산가에 집중된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는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서울의 핫플레이스 여덟 군데를 꼼꼼한 현장 리서치를 기반으로 들여다봤다. 이 연구를 주도한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를 만나 최근 도시재생 사업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는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과거의 고도성장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사건으로, 도시관리의 패러다임이 개발과 재개발에서 재생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이후 2014년 선도지역 13개소를 선정해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하였는데, 본 지면에서는 그중에서도 가리봉동과 성수동 일대의 총괄계획을 맡은 배웅규, 남진 교수를 초대해 각 지역의 구체적인 도시재생 과정과 전망을 들어보았다.1
신제현 작가는 사회적 장소 내 사각지대를 찾아 그곳에 예술의 둥지를 트고, 새로운 빈틈을 노린다. 최근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했던 철거용역을 관객으로 한 공연처럼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김남시와는 《리얼 디엠지DMZ 프로젝트》에서 작가와 기획자로 만나고 있는데, 이들은 철원보다도 밀양, 4대강, 강정, 광화문이 ‘디엠지적 공간’이라는 데 공감하며, 첨예한 대립이 존재하는 장소에서 사회적 작업이 갖는 고민과 입장을 나눴다.
“교외의 분양택지에 살면서 도로변 상점가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 경관에 깊이 개입할 마음이 없다. 고작해야 교환 가능성에 대한 얄팍한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자가 소유자라도 집을 투자 가치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날 이런 얄팍함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이동성이 높고 변화무쌍한 현대 사회에서는 장소와 풍경에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다. 그래야 망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차별한 도시개발과 죽어가는 도시공간에 개입을 시도하는 다양한 움직임은 지금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 한창 지지를 받았던 그 많던 점거 운동의 묵시록은 이제 어떤 대안을 보여줄 수 있을까. 뉴욕과 도시에 대해 꾸준히 관련 글을 출판한 이와사부로 코소와, 도시와 공간을 소재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박재용 큐레이터가 이야기를 나눴다.
세운상가, 다시 살아나다 종묘 앞 큰길 너머에 낯선 이름, ‘초록띠 공원’이 있다. 2008년 말, 세운지구 들머리 현대상가 아파트를 보상에만 1,000억 원을 들여 허물고 들어선 공원이다. 이후 세운상가군 자리를 대신 할기다란 ‘띠’ 모양의 공원을 예비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그러나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초록띠 공원은 아직 그 모습 그대로이며 나머지 세운상가군 역시 그대로 서 있다. 2013년 6월 25일, 세운상가군을 그 인근 재개발 지구로부터 분리한다는 서울시의 공식발표가 있었다. 인접한 세운지구도 블록 전체를 전면철거 후 재개발하는 방법 대신 기존의 조직을 살리며 작은 단위로 정비해 나가겠다는 이른바 수복적 계획으로 변경을 알렸다. 도대체 이 사태의 전말은 무엇인가? 그리고 사태는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남기고 있는가?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