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논 픽션 다이어리>는 사회학 연구와 예술 작업의 경계에 있다. 이 영화가 1990년대 널리 알려진 지존파 사건을 일깨워 낯선 자극을 직조해 낼 때 그 씨실과 날실은 과거와 현재다. 분명 존재했던 사건은 놀라움과 굴종에 길들여지지 않는 예술가의 날 선 질문 사이에서 대련을 펼친다. 이 영화를 보고 사회학자 김홍중과 큐레이터 현시원이 만나 오랜 이야기를 나눈 이유다.
현재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와 홈플러스 비정규직 투쟁장과 달리, 부평의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자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업장은 아니다. 노조원 대다수가 남성 판매직이자 고학력자로 이루어진 대우자판 투쟁은 세상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가, 2011년 ‘인천지역 최대 규모의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왔다. 현재 장기 점거농성 중인 대우자판 본사 건물은 지난날 ‘삶의 터전’에서 ‘투쟁의 장소’로 변모되었는데, 최근 한 노조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간의 변화와 함께 삭제된 개인의 목소리에 주목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