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대신 분위기가 공간을 만들고, 이야기 할 수 있게 궁리하는 건축가를 만났다. 건축가 최장원의 진지한 고민과 다양한 시도들은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공간 사용자의 내면과 공간을 매칭시켜 사용자가 건축가이자 디자이너가 되는 순간을 발견하게 한다. 질문생산자로서 건축가 최장원이 던지는 질문들을 곱씹으며 건축의 경계를, 건축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한다.
서울을 여행하자는 투어 가이드가 있다.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굽이진 골목길을 걷고, 버스나 지하철 노선표에는 그려져 있지 않은 길을 나서게 한다. 새로운 것을 보도록 이끄는 관광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색채를 보는 것이 중요한 여행이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에 쉼표를 찍으며 수십 년 전의 시간과 오늘을 이어주는 투어 가이드, 아마추어서울을 인터뷰했다.
디자이너 정진열은 디자이너라는 기질을 활용하여 도시를 구성하는 개별적인 모든 것들을 총체적으로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도시에 대한 관찰은 결과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정체성, 개인과 집단, 상호관계성’은 도시라는 장소에 대한 이해에 진입하는 매개체이다.
≪REAL DMZ PROJECT 2012≫, 강원도 철원 DMZ 접경지역, 2012. 7. 28 ~ 9. 1 2000년 이후 DMZ와 관련되어 기억할만한 전시들로 ≪DMZ on the WEB≫(2000), ≪DMZ_2005≫(2005), ≪베를린에서 DMZ까지≫ (2005)와 최근 열린 ≪REAL DMZ PROJECT 2012≫(2012)를 포함한 4개로 압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제외하고도 평화와 통일, 남과 북의 긴장관계를 다루었던 전시들이 있었지만 전시의 주된 언어로 DMZ가 사용된 전시들만 추려보기로 한다. 이렇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DMZ에 대한 관심은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계기성 이벤트로서 규모는 확대되어 왔다. 앞으로는 더 전략적이면서도 활발하게 관련 전시 및 행사들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전 60 주년이 되는 2013년에는 DMZ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학술회의, 산업지대조성계획, DMZ대학원 설립 등 관련 이벤트들이 열릴 계획이다. 또한 DMZ 국제 예술 심포지엄과 비엔날레도 개최될 예정이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는 철원은 철원평화·문화광장을 중심으로 DMZ를 국제적인 명소로서 알릴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앞으로 계획된 이벤트들만 보고 있노라면 DMZ라는 곳이 잠정적으로 전쟁을 멈추고 있는 곳으로서의 긴장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간의 전시들이 주는 긴장감이 오히려 낯설게 보일 뿐이다. 2000년에서 현재까지의 전시들을 통해 시대의 문맥을 반영하여 DMZ는 어떤 변화를 관통해왔을까. ≪DMZ on the WEB≫은 역사적 장소로서의 구성된 기억, 생태에 대한 탐구, 인간과 자연의 치유의 장으로 상상하는 DMZ를 구성했다. 8명의 국내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고 과거와 현실에 대한 반성과 천혜의 자연환경으로서의 DMZ에 대한 이해와 해석들이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이후 한국전쟁 발발 55주년이었던 2005년에 문화관광부와 광복 60주년 기념 문화사업추진위원회가 공동주최 ≪베를린에서 DMZ까지≫가 열렸다. 휴전선 근처에서 철거된 대북 심리전에 사용되었던 확성기와 방음벽과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 작품들로 전시가 구성되었다. 동독과 서독을 구분 짓던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난 후 파생된 장벽 덩어리도 역시 작품으로 쓰였다. 사용된 오브제들의 출처나 성격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공통된 언어는 분단과 통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DMZ_2005≫ 역시 분쟁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야기들을 통해 분쟁국가의 상황과 이데올로기를 풀었다. 앞서의 전시들과의 다른 점이라면 한국과 비슷한 조건에 있는 분쟁국가 (북아일랜드, 독일, 팔레스타인, 이라크, 이스라엘, 멕시코 등)의 작가들을 초청하여 국제적 조건과 상황 속에서 DMZ를 살펴보려 했다는 점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임진각, 통일전망대, 헤이리 등 12곳으로 전시장소가 미술관 밖으로 확장되었다. 세 전시들은 분단국가라는 현실 속 개인으로서의 작가의 경험에 많은 부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단의 역사와 아픔을 국내적인 상황 속에서 통찰하고 미래를 예측하던 것에서 국제적인 상황 속에서 DMZ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으로서 범주가 보다 넓혀졌다. 이로부터 7년의 시간이 흐른, 2012년의 DMZ 전시는 이전의 전시들과 비교해 얼마나 다른 면들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을까?
나의 상상력과 너의 지적 호기심이 만날 때세계적인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은 전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담는다고 했던가. 홍보라, 현시원 두 사람이 기획해온 전시를 보면 그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대상이 얼마나 다양한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그리고 지적이고 창의적인 공동체를 존중하며 만들어가는 이들의 전시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큐레이팅이라는 것이 어떤 기쁨의 원천이 되는지 들어보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일상은 한고비를 지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위기의 문이 열리기 바쁘다. 차라리 게임오버를 선언하는 것이 덜 피곤할 것 같다. 하지만 고독과 불안함 밖으로 나와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예술가와 디자이너를 포함한 비정규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예술과 삶을 분리하고 구분 짓는 일은 더는 불필요해 보인다. 동시대 삶과 예술에 내려진 재앙과 재난을 바라보던 냉소적 무기력함은 그들의 유쾌한 행진을 통해서 거두고, 생기를 가진 협업과 연대를 찾는 과정에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