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계에서 말은 이미 힘을 잃어버렸다. 개인의 의견은 공공의 장으로 옮겨가기도 전에 소멸한다. ‘공동성’이나 ‘공통의 것’에 대한 논의는 더욱 부족하다. 건축가 이일훈은 건축에서의 ‘공동성’ 혹은 ‘공통의 것’은 일상을 가리는 위선의 축제가 아니라 일상과 함께하는 삶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건축가 이일훈은 불편하게 살기, 밖에 살기, 늘려 살기를 근간으로 하는 ‘채 나눔’1 을 주장하며, <가가불이>, <소행주> 등의 주거 건축, <도피안사 향적당>, <자비의 침묵 수도원>, <하늘 담은 성당>, <성 안드레아 성당> 등의 종교 건축, <문학과 지성사>, <청년사>, <세계사> 등의 출판사 사옥, <기찻길옆 공부방>,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부평 노동자 인성센터>, <우리안의 미래 연수원> 등의 착한 건축을 작업해 왔다. 얼마 전 그는 주택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의 건축주와 주고받은 이메일로 책을 엮어냈다. 새삼 ‘소통’의 중요성과 ‘일상’의 가치를 일깨우고, 건축 작업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이 책을 빌미삼아 2012년 겨울의 문턱, 글맛과 입담 좋기로 소문난 그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