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사가 끝난 뒤에야 건물을 만나는 편집자이기에 그 탄생의 순간을 알 길이 없다. 다만 상상할 뿐이다. 건축가와 클라이언트가 만나 어떤 인사로 대화를 시작할까, 클라이언트는 어떤 단어로 자신의 꿈을 설명할까. “요즘 사람들은 뭘 좋아하나요?” “요즘 거기가 유명하던데 그곳과 비슷하되 더욱 멋진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또는 사진을 빼곡하게 담아 놓은 폴더를 열어 보이며 “저는 이런, 이런 모습의 건물을 짓고 싶은데 어떨까요?”라고 운을 떼지 않을까.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격언처럼 둘은 마주 앉아 먼저 사회를, 오늘의 트렌드를 논하리라.
관찰자로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을 꼽으라면 포럼이 시작되기 10분 전 발표자 주위를 감도는 묘한 긴장감을 말하겠다. 창 너머를 바라보며 거듭 물 잔을 들이키는 건축가의 표정에는 갓 완성한 발표 자료를 되뇌어보는 아득함, 아직 비어 있는 자리를 눈으로 셈해보며 번뜩 스치는 걱정, 밀려드는 청중들 사이에서 지인을 찾은 반가움 등이 빠르게 오버랩되며 지나간다. 마치 첫 소개팅 자리처럼 어색함과 기대감이 공기 중에 녹아 있다. 만약 이런 자리에 능수능란한 고수였다면 이와 같은 풋풋함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