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일이란 대부분 상위 1%의 건물주를 대상으로 한다. 매번 다른 조건과 이에 따른 특수한 해법을 찾는 것이 건축설계다. 그 과정과 결과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게 당연하다. 건축가 유걸은 99%를 위한 건축을 제안한다. 그는 지금까지 건축가가 집중해 온 특수한 해결에서, 보편적인 공간 제공과 사용자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이러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협력적 주거 공동체》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두 달간 열렸다. 2만 명의 관람객을 맞은 이 전시는 순백의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9개의 제안을 담았다. 한번은 생각해봄 직한 현실적인 제안부터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제안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하지만 주거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완성도가 부족했고 상징적 작업으로써도 충분히 아름답지 못했다. 이 전시를 통해 큐레이팅 팀과 참여 건축가들은 무엇을 하려 했고, 무엇을 얻었을까? 이 시대의 주거 공간에 대한 강력한 주장은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졌을까? 전시를 마무리하고 참여건축가와 큐레이터가 라운드어바웃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나눴다.1
시나리오: 유걸 72세의 전직 요리사 최현욱 씨는 근교에 조그마한 땅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은퇴 후 이 땅을 이용해 경제생활을 하는 동시에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이웃을 만들고 싶었고, 7~8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마을 <페블 & 버블>을 기획하게 된다. 공용 공간으로 이용할 버블 2개와 자신의 개인 생활을 위한 페블 1개를 아이아크 건축사무소 카탈로그를 보고 구입한 최현욱 씨는 동네에서 멀지 않은 3D 프린팅 가게에서 이들을 출력하여 자신의 땅에 배치한다. 버블에 들어갈 가구 컴포넌트 및 여타 가구 디자인도 카탈로그에서 선택하여 출력하고 이외의 부품들은 구입하여 직접 조립했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익힌 요리 솜씨와 전문 요식업체 못지 않은 부엌 시설을 갖추고 있어 많은 사람이 이곳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고자 했고, 최현욱 씨는 참가자들을 검토한 후 이웃을 선별하여 결정한다.
Q. 건축가를 ‘기획자’라고 말씀하신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사회 문제를 건축가 스스로 제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건축주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게 한 목적은 무엇인가요? 공모전 주제 선정의 구체적인 의도가 궁금합니다.
유걸 아이아크 대표건축가 김정임 서로 아키텍츠 건축가 신승현 아이아크 건축가
김정임 서로 아키텍츠 건축가 유걸 아이아크 대표건축가 신승현 아이아크 건축가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건축이 일상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건축은 결과물 이전에 그 과정을 건축가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번 정림학생건축상 ‘일상의 건축’은 가정에 근거한 추상적 결과물보다 내용의 구체성을 주의 깊게 보고자 하였다.
서울시 신청사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가세하여 부정적 의견의 진폭이 만만치 않다. 한국 건축계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러나 표피적인 인상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건축가 김광수, 미술 · 디자인평론가 임근준(ak이정우)과 함께 직설적이고 편파적인 난상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사전에 서울시 신청사 답사와 건축가 유걸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