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디자인으로서의 건축 전연재(마니) 나는 건축이 건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폰트부터 시작해 그래픽, 가구, 인테리어, 건축, 도시, 조경까지 쭉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각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브랜딩, 공간·전시·문화기획, 연출 또한 건축가가 아우를 수 있는 영역이다.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는데, 건축가 또한 전문 분야를 넘어 전방위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고, 공간과 디자인이라는 구축의 기술을 갖췄고, 사람들과 넓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ATELIER KHJ는 이제 막 5년을 넘겼다. 아직 호기심이 많고 여러모로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우당탕거리는 과정 속에 크고 작은 일들을 진행했다. 일의 규모와 상관없이 무엇이든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독립부터 현재 _ 작가 아틀리에, 중규모 외국계 사무실, 대형 종합건축사무소를 두루 거치고 독립했다. 내 작업을 하겠다는 욕망보다는 자신의 호흡으로 삶을 꾸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높아진 기준 조세연(노말) 클라이언트의 보는 눈이 높아졌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이 더 많아지기도 했고 정보에 접근하기가 더 쉬워졌다. 인스타그램처럼 이미지 위주로 소통하는 플랫폼이 가장 많이 쓰이는 매체가 됐기 때문에 상업공간을 설계할 경우에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 한 샷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진지함 30% 함량의 낀 세대 강승현(인로코) ‘앞세대’가 언제인지 누구인지 정의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대상을 좁혀 보면 일단 나의 선생님 세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분들은 한국성이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우리나라 건축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짐이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건축가로서의 품위와 위상, 권위 등을 중시했고, 그게 태도에서도 드러났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런 한편, 건축을 지나치게 비즈니스로만 여긴 경우도 많았다. 일이 차고 넘쳤다던 1980~90년대에 그런 이들이 절대다수였기에 적절한 설계비 요율, 대가 기준을 만들 기회를 놓쳤다고 본다. 결국 건축가가 이 사회에서 받는 낮은 대우, 설계비 덤핑 같은 수십 년 묵은 문제는 사실 지나간 시기의 특별한 상황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각자 필요와 판단에 의한 선택이었겠지만 후배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공간을 탐구하는 과정 신민지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 스튜디오 베이스였다. 결혼하고 나서는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프리랜서로 일했고, 클라이언트와 인연이 이어지고 일이 계속 생겨서 사업자를 낸 뒤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그러다 임명기 소장이 독립하게 되면서 함께 공기정원을 열었다.
건축가의 일이란 보통 작업 결과인 건축물을 지칭한다. 건축가에게 “당신은 어떤 건축가입니까?”라는 질문을 건넬 때에는 그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건축가로서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건축계 이슈에 어떠한 입장인지에 먼저 관심을 두게 된다. 건축가의 일은 이러한 개별성을 지니는 것인 한편, 업무 자체만 떼어놓고 봤을 때는 절차에 의해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명확하고, 전문적인 분업이 필수이며, 실현 과정에서는 더 확장된 영역의 사람들과 협업하는 일이다.
도구의 언어로 소통하는 영역 전필준(이심전심) 앞으로의 세대에게는 ‘도구의 언어’(특히 컴퓨터의 언어)를 잘 다루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요구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야 우리의 잠재적 협력자가 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고, 협업하게 될 것이다. 소수를 제외한 건축 디자인 분야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런 것에 둔감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을 디자인과 제작에 적용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도구의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과연 세대를 나눌 수 있을까? 김건호(설계회사) 귀국한 뒤 우연히 한국 건축가 1세대, 2세대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했다. 그때 관심있게 봤던 자료나 작업 내용을 떠올리면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건축가의 처지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또 최근에 1950~60년대 건축가, 1960~70년대 건축가가 재조명되며 그 분들이 했던 이야기나 지은 건물들을 접하게 됐는데, 들여다보면 주어진 제약과 상황 안에서 시대적 요구와 개인의 창작 욕구, 이 두 가지 생각을 오가며 갈등하고 분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대 선진국의 건축을 국내에 하루 빨리 이식해야 하는 와중에 건축가로서 하고 싶은 작업은 따로 있지만 국가에선 못하게 막았다.
주체적인 건축가로 서기 전진홍 계획된 독립은 아니었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재직 중이었던 공간그룹의 법정관리 사태는 내게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전 세계를 누비며 다국적 회사로 운영되는 모델이 잘 작동될 수도 있지만, 건축가가 거대 자본의 흐름에 기대어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적 모델이 필요하지 않을까 스스로 많이 묻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와 더불어 OMA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세대로, 클라이언트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개인의 관심사를 연구하고 생각을 발전 시켜 나아가는 능동적인 건축가의 모습을 그렸던 것 같다. 이렇게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건축가로서 내적 논리를 탄탄하게 갖추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건축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한 세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이들은 실무 교육이 갖는 한계와 설계가 아닌 다른 방식의 건축이 가능함을 알려줘야 한다고 진단한다. 건축가에게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는 시대에, 여러 경험과 고민을 할 수 있는 건축 교육이 되길 바라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건축가의 역할은 점점 세분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건축 프로젝트의 기획이나 좋은 건축주들을 만들기 위한 책 집필까지, 건축가의 관심사와 역량에 따라 충분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건축(가)의 새로운 영역’에 대해 이야기한 네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공사 현장의 포크레인을 좋아했다. 길을 걷다가도 공사 현장이 나타나면 발걸음을 멈추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포크레인의 모습을 몇 시간이고 서서 구경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내가 나고 자란 인천의 동네에서는 목재공장들도 쉽게 볼 수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공장 앞에 쌓인 자투리 나무 조각들을 주워와 이것저것 만들곤 했다. 건축가가 되지 않았다면 목수가 되었을 것이다.
요앞건축은 건축의 이상과 실제 사이 접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한다. 일상에서 발견한 장면을 건축에 투영하기도 하고, 건축적 상상을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작업 과정에서의 자유로운 상상은 그대로 실제가 되기도 하고, 건축의 한계 덕분에 아이러니하게 새로운 단락에 이르기도 한다. 경계에서의 실험과 새로운 시도는 통제된 결과 너머의 지점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고정되지 않은 열린 결말의 시나리오는 작업의 즐거움이다.
두 번째 책을 내면서 두번째탐색을 만든 개인사적 배경을 짧게 붙여본다. (함께 책을 만든 두 사람의 이어지는 글도 마침 각자의 소회이니 자연스러울 것 같다.) 2017년 정림건축문화재단(이하 재단)에 합류해 당장의 급한 불들을 끄고 나서 이듬해 시작할 포럼을 어렴풋이 준비하기 시작했다. 재단이 그간 지속해온 건축 포럼 시리즈에 ‘두 번째’라는 라벨을 붙여 시즌의 변화를 알리고, ‘탐색’이라는 제목으로 방향 전환을 꾀했음은 이미 두어 차례 밝힌 바 있다. 두번째탐색에는 두 개의 줄기가 하나로 엮여 있다. 하나는 재단이 초창기부터 이어온 다양한 포럼으로 쌓아 올린 담론의 연속체이고, 다른 하나는 건축 기자 시절부터 내게 맡겨진 새로운 건축가 취재라는 끝나지 않은(을) 미션이다. 공교롭게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둘이 만나서 기획한 첫 일이 각자에게, 그리고 공통으로 크게 단락지어진 ‘두 번째’ 무엇이 되었다.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이 시대 건축(가)이 개척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준 다섯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건축 기획 단계부터 도시계획, 신기술의 접목까지 건축이 개척할 수 있는 분야의 가능성을 고민한다. 이들은 건축의 업역을 넓히는 동시에 순수한 건축의 발전을 위해 건축가가 해야 할 일 또한 잊지 않는다. 건축의 새로운 시도와 탄탄한 기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