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 )는 3년마다 열리는 국내 첫 공공예술 축제이다. 첫 APAP가 옛 유원지 시절부터 시민들의 휴식처였던 안양예술공원을 주 무대로 개최된 이후, 지난 15년간 안양시 곳곳에서 미술, 건축, 디자인,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선보이며 지역에 대한 문화적 의미를 생산해왔다.1 APAP는 안양의 도시환경과 역사, 공유재를 사용하는 공공성, 프로젝트의 한정된 기간, 예술의 생산과 장소성, 시민 참여 등 다양한 맥락을 함축하고 있다. 나는 제4회 APAP에서 아카이브를 함께 만들면서 APAP가 여러 장소와 시간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발생시킨 다양한 층위의 생산물과 지식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미술의 전통적인 제도와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경로를 그리는 공공예술에서 건축과 예술은 어떻게 같은 장소에 모이게 되는가, 미술관 바깥에서 건축은 어떠한 형태로 전시되는가, 건축은 작품으로서 위상과 저자성을 가질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그때 마음속에 모아두었던 것이다. 이 글은 1, 3회 APAP를 중심으로 각 예술감독의 기획 방향과 이와 관계하는 건축가의 작업을 선별해 소개하면서 앞의 질문들에 ‘건축 큐레이팅’ 이라는 사고와 행위를 교차해 생각하고 새로운 질문으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다.
최태윤 작가는 도시 시스템의 경계를 거대 담론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물건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지형도를 만들어 공유한다. 그의 활동범위는 매우 넓고 한순간도 머리와 손과 몸을 놀리지 못해서, 끊임없이 읽고, 드로잉하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태깅하고, 거리에서 몸으로 부딪친다. 작업의 범주와 분야가 매우 광범위해 이야기가 한눈에 잡히진 않지만, 공공예술의 전방에서 그를 어렵지 않게 곧잘 마주치게 되는 것은, 그가 동시대 도시에서의 인간 삶에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공예술에 절대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하지만 좀 더 많은 공공의 만족을 위해 시행착오를 겪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필요하다. 현재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예술감독 백지숙)에서 <공원도서관: 책과 상자apap.or.kr/parklibrary>를 통해 도서관과 건축 프로젝트 (SOA 이치훈 강예린 협업)를 진행 중인 기획자 길예경은 영국의 공공예술 커미셔닝 기관인 시추에이션스Situations1의 공공예술을 위한 몇 가지 규칙2을 소개한다.
전시장에 갈 땐 으레 다음의 경험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전에 느끼지 못한 더한 자극을 받거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탄과 함께 영감을 얻거나. 작가 구민자의 작업은 공교롭게도 위와 같은 기대를 충족시켜주진 않는다. 하지만 그 평범해 보이는 상황이나 덤덤한 행위를 따라가다 보면 방관자였던 관람자는 어느새 작업 속 작가의 자리에 앉아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상 안에서 문답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것이 좋은 예술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즉각적인 자극에 수없이 노출되어 무감한 이들에게 필요한 예술가는 서두름 없이 나와 내 주변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질문과 대답하기를 유도하는 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