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의 근사한 옷에 관한 고찰
안수인
7,278자 / 14분 / 도판 5장
에세이
챕터1. 어느 무명씨의 고백
나에게 건축은 생업이다. 실제로도 그러하고 또 응당 그러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5년제 대학 졸업과 아뜰리에 실무 경험. 더 이상 털어낼 것도 없이 한껏 가벼운 내 프로필은 정확히 건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대변한다. 건축가는 다른 어떤 직능과 비교해 절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며, 그것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 양생 과정은 그저 건축가의 여러 필요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니 건축 전공자로서 설계로 벌어먹고 사는 것은 중요한 의미이다. 약간은 오기로라도 말이다. 내 업이 실체 없는 일이 될 수는 없으므로 어떻게든 생업을 꾸려야 했지만, 스쳐 지나간 몇몇 예비 클라이언트들은 포트폴리오 하나 없는 익명의 사무실(안 아키텍트 시절)을 유령 회사로 치부하곤 했다. 내 사무소가 ‘실체 없는 건축회사’였다니! 자존심이 상한다. 결국 지어낸 하나가 필요함을 깨달은 것은 비루한 생존 본능이었다. 안 될 일도 되게 해서 어떻게든 하나를 꾸역꾸역 지어냈다. 첫 건물을 설계하고 나서야 사무소 이름을 대표자의 이름 석 자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