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도시 설계에만 몰두했던 20대를 지나, 2011년 처음으로 아이폰 4를 만나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는 ‘기술의 변화’라는 호랑이의 등 위에 올라타야만 내가 원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을 걱정 없이 할 수 있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도 하고, 일상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건축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IT, 기술 분야로 나아가야 했고요. 그런데 저는 개발자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머릿속으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정림학생건축상 2023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 연계 포럼 첫 번째 주제는 ‘한국적 현상으로서의 스테이’다. 고영성, 이성범(포머티브), 박지현, 조성학(비유에스), 최재영(더퍼스트펭귄), 노경록, 박중현(지랩)까지 네 팀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스테이 작업을 통해 스테이 설계의 주안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모더레이터 임태병(문도호제 대표)의 진행으로 취향이 머무는 집, 스테이가 갖는 다양한 건축적 가능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지랩은 올해로 10년 된 회사입니다. 지금까지 했던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스테이 프로젝트입니다. 지금까지 44개를 오픈했고 진행 중인 것까지 합치니까 55개째 설계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가 될 줄은 몰랐는데, 돌이켜보니까 이렇게 한 가지에 집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퍼스트펭귄은 건축이라는 바운더리보다는 좀더 넓은 영역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팀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도 다른 팀들처럼 스테이 프로젝트를 위한 별도의 관점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저희 스튜디오의 일관된 방법론 안에서 스테이 작업에 접근하고 있어요.
용도 초월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일단 저희는 건축에서 용도를 초월한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건축을 할 때 용도 자체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스테이 프로젝트에서 트렌디한 스타일링이나 인테리어는 건축주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고영성 저희는 스테이 프로젝트만을 위한 개념을 특별히 만들어 내진 않습니다. 다만 저희 작업 전반의 주제를 네 가지 꼭지로 서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제는 ‘드러냄의 해법’ 입니다. 건축은 결국 드러내는 것인데, 관념적으로 드러내는가 아니면 실체적으로 드러내는가에 대한 물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건축은 모형만으로도 사람들의 관념 속에서 살아 움직이면서 작동하고, 또 어떤 건축은 표면으로 잘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에게 바로 인지되어 작동합니다.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 것은 건축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희가 드러냄의 해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관된 독특함’이라든지 ‘비일상의 변용’이라든지 ‘시도하는 것에 집착하는 태도’를 아우르면서 건축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건축공모전 과제는 대개 건축 설계 결과물(도면)을 중심으로, 이를 부연하는 텍스트나 그래픽을 포함하며, 간혹 모형을 요구한다. 그러나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은 과제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었다. 참가자 모두에게 주어진 1차 과제로, 스테이에 머무는 사람(페르소나)과 장소(여행지) 설정, 스테이 설계, 여정 시나리오 작성, 여행자 피드백(SNS 게시글) 작성 등을 부여함으로써 기획부터 건축 설계까지 풀어내야 했고, 현장 심사 대상자는 (모형을 포함하여) 브로셔 제작, 1일 숙박 가격 설정, 한 문장의 카피와 같이 셀링, 마케팅 영역의 추가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즉, 과정 자체가 지랩이 일컫는 ‘토탈 디자인’을 적용한 스테이 프로젝트 프로세스와, 스테이폴리오에서 스테이 운영 전략을 세우는 과정과 유사하다. 따라서 다른 공모전과 비교했을 때 과제에서 드러난 차이가 곧 스테이 프로젝트의 차별점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