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하는 법 강현석 유학 기간 중과 졸업 이후에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에서 3년 넘게 실무를 했다. 학교에서는 상황과 맥락을 보고, 읽고, 생각하는 방식을 배웠고, 사무실에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건축 어휘를 사용해 완결된 물리적인 문장으로 치환하는 법을 배웠다. 자크(Jacques)와 피에르(Pierre)는 항상 부연 설명 없이도 즉각적으로 발현하는 반-재현적인 건축을 강조했는데,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 두 사람의 생각이 무수한 시행착오와 부산물들을 거쳐 하나의 구축물로 귀결되는 과정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때의 과정들을 떠올리면서 설계한다. 물론 당시 함께 일했던 소중한 동료들과 여행에서의 경험들은 현재까지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이하 엑스포70) 한국관은 국가와 개인의 서로 다른 열망 사이에서 기이하게 절충됐다. 우리는 이 전시에서 나란히 공존할 수 없었던 엑스포70 한국관의 두 가지 역사적 시간을 중립적인 공동 기반으로 이동시켜 대면하게 한다. 양립 불가능한 현상들은 시차적 관점을 통해 하나의 차원에 담긴다. 전시관 내부로 들어온 엑스포70 한국관은 외부에 설치된 두 개의 오브젝트가 만들어내는 현상 사이에 존재한다. 변화하는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새롭게 제시되는 시점들은 두 현상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동요하며, 엑스포70 한국관에서 밀접하게 연결돼 있던 관점들을 비로소 대면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