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희 이번 토론의 소주제는 종교건축물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두 안 모두 천주교 프로젝트다. 수명 연장에 초대한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양 끝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광안리 하얀 수녀원은 신축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자취를 최대한 그대로 남겨냈다면 서소문역사공원은 기초를 제외하고 거의 전부를 교체하다시피 리모델링을 했다. 건축가가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정하는 질문일테다. 그렇다면 오늘 이 두 프로젝트는 그 극단의 사례로 여러 고민의 레이어를 살필 기회겠다.
공공일호 조재원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가장 크게 든 감정은 일종의 두려움이었다. ‘한국 근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김수근 선생의 작업을 고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바꿔야 할지 가구만 새로 넣는 식으로 최소한으로 손대야 할지 건축가로서 내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고민이 컸다. 결론은 ‘어떻게 계획할까’라는 질문보다 ‘어디에서 시작할까’라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질문의 방향을 바꾼 뒤로는 어렵지 않았다.
구산동도서관마을 최재원 연면적이 설계 계약 당시에는 1,876㎡이었는데1 준공 당시에는 2,550.25㎡로 늘었다. 건물끼리 연결하는 디자인 영향도 있지만 최초로 연면적을 산정할 때 발코니 면적을 누락한 탓이다. 그 값이 더해지면서 설계 업무량도 늘어났다.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측량 데이터가 있어야 건축가는 합리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와 같은 운영적인 측면은 보완이 필요하다.
플레이스원 김찬중 최대 용적률, 최소 공사기간, 최소비용 이 세 가지는 흔히 클라이언트가 건축가를 압박해오는 대표적인 이슈다. 이중 최소 공사기간과 최소비용은 민간시장에서 클라이언트가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면 토목 및 골조 공사기간만 셈해도 수개월이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12개월이 소요되는 신축 프로젝트를 리모델링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6개월 가량을 단축시킬 수 있다. 기간이 짧아지면 비용도 줄어든다. 우리가 다른 산업군의 제작 기술에 관심을 키우는 것도, 공법도 습식보다 건식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한프랑스대사관 조민석 준공 당시 사진에서 대사 집무동 지붕을 보면 젊은 김중업 선생이 구조적으로 상당히 과감한 시도를 했음을 엿볼 수 있다. 콘크리트 면을 4.5m 간격의 기둥 4개가 들어 올린 형식에 모서리는 버선코의 맵시처럼 산뜻하게 하늘로 솟은 모습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현재는 네 처마의 가장자리 라인을 따라 기둥 총 8개가 추가됐고, 모서리는 곡선의 흔적이 사라져 평면적인 삼각형으로 접어 놓은 듯한 모양새에 가까웠다.1 원형의 우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1층 필로티는 기존 PC 패널과 비슷한 형태의 것으로 막아 실내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대사 집무동을 전면 재보수 및 복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공공일호 조재원 ‘스페이스에서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한 회사의 사옥을 플랫폼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샘터사옥의 역사적·건축적 맥락을 이어가며 동시에 플랫폼으로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했다.
공공일호 조재원 2017년 6월 17일 샘터사 김성구 대표의 인터뷰 글로 ‘샘터사옥이 그 가치를 존중해 줄 매수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가 보도됐다. 평소 미래세대를 위한 실험 공간에 관심이 있던 클라이언트는 기사를 읽고 ‘이를 기회로 삼아 가치 있는 건물에 혁신적인 테넌트를 더해 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