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강사가 들려주는 인생사용법
양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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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소수자로서의 차이에 대한 강박
누구나 직업적, 전문가적, 오타쿠적 강박을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나의 강박은 비슷한 것들에서도 차이를 찾으려는 것이고, 개념을 교란하는 감각의 산란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칸트의 용어로 말한다면 유사성을 찾고 범주화하고 원리나 개념을 끌어내는 규정적 판단이 아닌, 반성적 판단, 오직 하나의 경험에 풍덩 빠지는 훈련을 오랜 시간 해와서 일 것이다. 미학자로서, 미적인 것the aesthetic에서 윤리적, 정치적 가능성을 찾는 동시대 담론들의 맥락 안에서, 극단적 차이로서의 작품을 보호하고 작가의 생존법을 세속의 평균적 감수성에 전달한다. 예술은 번역불가능한 지방어vernacular에 대한 것이고, 표준어와의 환원불가능한 거리로 존재근거를 정당화한다. 너무 일찍 태어난 저주받은 작가에서 살아생전 명성과 부를 쌓는 작가에 이르기까지, 진저리나는 가난에서 무욕한 방탕에 이르기까지, 무병장수에서 자살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무늬는 넓고 가지각색이다. 미학자로서 특히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그녀가 자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시대와의 불화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자유를 쟁취하고 시대를 확장시켰는가에 있다. 따라서 내게 작가는 사회의 맹점이고, 사회의 미래이다. 그렇지 않은 작가들, 이미 충분한 해석을 거친 작가들마저도 그런 상태로 되돌리려고 애쓴다. 무엇보다 내가 즐기는 것이고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