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과 재생이라는 흐름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서구, 최재원, 김찬중, 우대성, 김광수, 최춘웅, 양수인, 조민석, 조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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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허서구 마포석유비축기지의 석유탱크에 들어서는 순간 높이도 높이거니와 넓은 면적, 소리의 울림, 철판을 뚫고 들어오는 빛줄기 등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공간감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이를 일컬어 ‘동굴’이라고 불렀다. 그 상태를 고스란히 인정하고 시작하겠다는 뜻이었다. 리모델링 설계에서는 기존 공간의 환경이 설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건축가가 어떤 기능을 설계할 때 본인의 경험 데이터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런데 ‘동굴’은 이미 그걸 뛰어넘어 존재하고 있으니까, 건축가가 그 환경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디자인적으로 감성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질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믿은 것이다. 가로수길처럼 젊은이들 사이에 떠오르는 장소에 왜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지금 짓는 집들과는 다른 스케일감이나 좁고 높아서 느끼는 공간의 깊이감이 매력적이어서인 것 같다. 때로 묵은지가 필요한 요리가 있듯이 리모델링은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