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이하 엑스포70) 한국관은 국가와 개인의 서로 다른 열망 사이에서 기이하게 절충됐다. 우리는 이 전시에서 나란히 공존할 수 없었던 엑스포70 한국관의 두 가지 역사적 시간을 중립적인 공동 기반으로 이동시켜 대면하게 한다. 양립 불가능한 현상들은 시차적 관점을 통해 하나의 차원에 담긴다. 전시관 내부로 들어온 엑스포70 한국관은 외부에 설치된 두 개의 오브젝트가 만들어내는 현상 사이에 존재한다. 변화하는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새롭게 제시되는 시점들은 두 현상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동요하며, 엑스포70 한국관에서 밀접하게 연결돼 있던 관점들을 비로소 대면시킨다.
현대식 교량을 건널 때마다 나는 갑자기 회고주의자가 된다이것이 얼마나 죄가 많은 다리인 줄 모르고식민지의 곤충들이 24시간을자기의 다리처럼 건너다닌다나이 어린 사람들은 어째서 이 다리가 부자연스러운지를 모른다그러니까 이 다리를 건너갈 때마다나는 나의 심장을 기계처럼 중지시킨다(이런 연습을 나는 무수히 해왔다)— 김수영, 「현대식 교량」(1964)에서